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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6:07
이런 잠시 슬픔 목도리를 꺼내는 것을 깜빡하고 스웨터에는 오래된 얼룩들 그렇게 겨울을 산다 불을 끈 건 나였고 깜깜한 것은 나의 일 손을 주머니에 넣고 기억을 뒤적여야 하는 다음 때를 떠올리고 문밖에서는 눈이 부실 때 그런 잠시 슬픔 그런, 잠시 슬픔 (유희경 - 그런 잠시 슬픔)
새해에는 문진을 사야겠다 한 페이지를 꾹꾹 눌러도 닫히는 시집을 보며 조그만 스피커로 맘에 드는 시를 눌러 놓았고 그런 다짐을 했다 그런 바람에 소리는 내게로 가까워졌고 나는 거리조절을 원했다 단지 가까운 것만 좋은 것은 아니라는 마음
어제부터는 한 밴드의 노래를 다시 즐겨 듣고 있는데 들어도 되는 것인지 여전히 모르겠다 역겨움과 지나친 아름다움이 공존할 수 있었고 그러나 이미 노래엔 나의 10년이 담겼고 그래서 지나치게 아름다워서 이미 내 것이 되어버려서 나는 노래를 들을 때마다 그런 궤적을 사랑하고 노래 앞에 변해버린 나의 모습들로 인사를 한다
매몰비용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었다 어제 찾아간 허름한 돈까스집 맛 없는 점심 장갑을 미처 챙기지 않아 시린 손 잘못 찾아간 도서관 쉬지 않아 피곤해져 온 몸 나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그것들을 매몰비용이라고 이름 붙이기를 좋아했다
스스로가 대견하다든가 스스로가 슬프다든가 그래서 애틋하다든가 나는 이미 그런 결론들을 수없이 내려왔다 나의 비굴함이나 형편 없음 따위 이미 너무 맛보아서 역설적으로 내 존재의 위대함조차 간혹 느껴와서 모순의 범벅 이 한 몸덩이에 대해 크게 생각하지 않는다 삶은 실망과 대견스러움의 연속일 것이고 그러나 타고난 속성 같은 건 변하지 않아서, 너가 말해주었듯이 나의 눈은 변하지 않아서 그러니까 계절을 나는 방식이랄지 몸의 태 같은 것들
그것들을 거창할 것도 없다 그저 이 작은 방에 어떻게 자국 내릴지 그것만을 고민한다 방을 정리하고 꾸민 후의 나는 먼지를 거슬려 한다 지겹도록 쌓인 책을 보면서 종이책의 물성을 응시한다 아니 나는 만지지 않아도 그것을 느낀다 종이+책 이란 무엇인가 세상 가운데 무엇과 무엇을 조합해야 이토록 위안감과 아름다움을 획득할 수 있나
시인의 말처럼 나도 볼록 튀어나와 있는 것들을 더듬길 좋아한다 무수한 칸막이가 쳐진 공간에서 나 역시 물리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은.
볼록 튀어나온 나의 육체의 실루엣이 세상을 걸어갈 때 세상이 나를 수요須要하는지 그것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 나는 내가 해로운 공기를 내뿜을지 염려하지 않는 사람, 그러나 되도록 방 안에 나를 앉힙니다 나를 가두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이곳이 그저 나의 제자리인 것 같아서 가장 정확하고 적합하게
낱말이 제 위치에 있듯 나도 순전한 나를 사랑하고
일기를 쓰겠다 했습니다 이른 새벽 내가 하는 생각은 이런 것입니다 일기를 쓰겠다 했으나 편지를 쓰는 것 그것이 삶이라면
나는 수신인을 여기 앉아 기다릴 뿐입니다 지나치게 헤매는 일은 원치 않거든요 내가 바람에도 오지 않는 것들 그런 기회의 생리를 알기에 다만 우리는 언제나 준비된 채로 각자의 자리에서
가끔 세상 밖을 돌아보면서 언젠가 볼록 튀어나온 골목이 있을 때 그게 내 마음에 들 때 당신의 마음에도 들 것 같아
(오전 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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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다정함의 봉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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