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짧은 편지
내가 좀 변한 것 같아
삶에 많은 일들이 있어서일까
자질구레한 일들엔 많은 후회를 할당하지 않으려 해
크게 후회하고 아파할 일을 위해
힘을 비축해놓는 것처럼
어젯밤엔 금지곡들을 들었어
내가 지난 몇 달 간 듣지 않겠다고 다짐한
들으면 안 될 것 같아서 듣지 않았던
그 노래들을 무작정 들었어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이 들었거든
좋아하는 노래조차 듣지 못한다는 것이
매일 울고 싶은데 매일 눈물을 참아왔다는 것이
가끔은 그냥 내 맘대로 해도 되지 않을까
나는 내 감정대로 사는 줄 알았는데
모든 걸 억압하고 있었어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후회와 부끄러움의 기준에 눈치를 보느라
너무 많은 걸 참고 있었어
삶을 긴 선으로 보고 있어
전지적 시점에서
삶을 하나의 서사라고 생각하면
후회될 게 없어
지금은 발단일까 전개일까 절정일까 위기일까
적어도 나에게는 내 삶이
가장 값진 서사이기에
주연들을 아껴주고 싶어
그중에서도 나를
내가 무슨 짓을 해도
무슨 마음을 먹어도
서사의 일부라고 생각하면
너그럽게 보아주게 돼
그게 기이한 일이라도
매력적인 서사
혼자 영화를 보고 울고 싶다
마지막 줄에 앉아서
나만큼이나
어리고 모자라고
후회할 짓밖에 하지 않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스러운 주인공을 보고 싶다
아무도 내 삶을
귀하게 관람하지 않을 때
나는 내 삶의 관객이 되고
주연이 되어
누구도 이해하지 못하는
나의 이야기
내가 울어야만 했던 이유
모든 기준과 분석
비아냥과 뼈 아프고 단호한 목소리까지
모두 제쳐두고
그저 나의 이유들에
집중해주고 싶다
내게 완벽은 요구하고 싶지 않다
그럴 필요 없다
바닥은 더럽혀도 된다
자주 울어도
늘 다른 이유라는 것
나는 그것이
한 발 한 발 서사를
개척하는 것만 같아
늘 새롭게 운다는 것
그것은
나에게 새로운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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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안녕. @applecream 혹은 언제나 어떤 방식으로 말 걸어도 되는 사람.
from 다정함의 봉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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