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7월 22일, 열두 번째 편지

from 지우

2023.09.28 | 조회 3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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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함의 봉안

PD로 살고 편지를 씁니다.

아침, 짧은 편지

 

내가 좀 변한 것 같아

 

삶에 많은 일들이 있어서일까

 

자질구레한 일들엔 많은 후회를 할당하지 않으려 해

크게 후회하고 아파할 일을 위해

힘을 비축해놓는 것처럼

 

어젯밤엔 금지곡들을 들었어

내가 지난 몇 달 간 듣지 않겠다고 다짐한

들으면 안 될 것 같아서 듣지 않았던

그 노래들을 무작정 들었어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이 들었거든

좋아하는 노래조차 듣지 못한다는 것이

매일 울고 싶은데 매일 눈물을 참아왔다는 것이

 

가끔은 그냥 내 맘대로 해도 되지 않을까

 

나는 내 감정대로 사는 줄 알았는데

모든 걸 억압하고 있었어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후회와 부끄러움의 기준에 눈치를 보느라

너무 많은 걸 참고 있었어

 

삶을 긴 선으로 보고 있어

전지적 시점에서

 

삶을 하나의 서사라고 생각하면

후회될 게 없어

 

지금은 발단일까 전개일까 절정일까 위기일까

 

적어도 나에게는 내 삶이

가장 값진 서사이기에

주연들을 아껴주고 싶어

그중에서도 나를

 

내가 무슨 짓을 해도

무슨 마음을 먹어도

서사의 일부라고 생각하면

너그럽게 보아주게 돼

 

그게 기이한 일이라도

매력적인 서사

 

혼자 영화를 보고 울고 싶다

마지막 줄에 앉아서

 

나만큼이나

어리고 모자라고

후회할 짓밖에 하지 않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스러운 주인공을 보고 싶다

 

아무도 내 삶을

귀하게 관람하지 않을 때

나는 내 삶의 관객이 되고

주연이 되어

 

누구도 이해하지 못하는

나의 이야기

 

내가 울어야만 했던 이유

 

모든 기준과 분석

비아냥과 뼈 아프고 단호한 목소리까지

모두 제쳐두고

 

그저 나의 이유들에

집중해주고 싶다

 

내게 완벽은 요구하고 싶지 않다

그럴 필요 없다

 

바닥은 더럽혀도 된다

 

자주 울어도

늘 다른 이유라는 것

 

나는 그것이

한 발 한 발 서사를

개척하는 것만 같아

 

늘 새롭게 운다는 것

그것은

 

나에게 새로운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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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리 널리 알려주시고, 하고 싶은 말도 전해주세요.

 


 

그럼 안녕. @applecream 혹은 언제나 어떤 방식으로 말 걸어도 되는 사람.

from 다정함의 봉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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