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동의 매력은 무엇일까? 밤 열한시 강아지와 한적한 성북동길을 걸으며 생각한다. 아, 생각났다. 곡선이다. 무슨 소리인가 싶지만 정말 그렇다. 성북동엔 곡선이 많다. 한성대입구역에서 북악산까지 길도 구불구불한 곡선이고 어디 하나 반듯한 골목이 없다. 고개를 들었을 때 보이는 하늘과의 경계선도 마찬가지. 능선을 따라 한양 도성 성곽이 굽이지고 그 아래엔 지붕들이 삐뚤빼뚤 늘어져있다.
반면, 직선은 획일적이고 차갑다. 신도시의 직선에는 차이가 없다. 여기가 어디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은 편의점 간판 구석에 있는 지점 이름뿐이다. 곡선은 저마다 다르다. 다양한 곡선이 모여 성북동만의 따뜻한 정취를 자아낸다. 또한 곡선은 자취다. 길이 만들어지고 사람이 지나다니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발로 다져진 자취가 자연스럽게 길이 되었다. 북악산이라는 자연을 극복하지 않고 순응하고 상생했기에 누릴 수 있는 선물이다.
이러한 정취 덕에 성북동은 조선시대 때부터 풍류의 동네였다. 한양 도성에 인접해 세상과 멀지 않으면서도 산속에 숨어 일정한 거리를 둘 수 있는 지형적 특성은 성북동을 예술의 동네로 만들었다. 혼자 있고 싶지만 고립되기는 싫은 예술가들에겐 성북동만 한 곳이 없었을 것이다. 특히 문인들로 유명하다. 조선의 모파상이라고 불리던 소설가 이태준, <님의 침묵>을 쓴 시인 한용운, <성북동 비둘기>를 쓴 시인 김광섭 등은 성북동에 거주하면서 그들의 작품세계를 일궜다. 그리고 그 흔적은 지금도 여전히 남아있다.
글쓴이. 고운
사진. 돌고돌아 성북천, 고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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