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같은 시술을 받은 두 환자가 다른 가격을 냈고, 그 이유를 원장님이 설명하지 못한다면 우리 병원에는 가격 정책이 없는 것과 다름 없습니다.
이번 편은 할인을 없애자는 이야기는 아니구요. 할인을 누가, 어떤 기준으로, 얼마까지 정하는지를 원장님이 정하자는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환자마다 가격이 달라지는 과정은 대부분 이렇습니다. 결제 직전에 환자가 "조금만 더 해 주시면 안 돼요?"라고 묻습니다. 실장님은 그 자리에서 결정해야 합니다. 거절하면 결제가 날아갈 것 같고, 원장님은 진료 중이라 물어볼 수도 없습니다. 실장님 평가가 매출로 이뤄지는 구조라면, 조금 깎아 주고 결제를 받는 쪽이 합리적인 선택입니다. 실장님 잘못이 아니라 원장님이 기준을 주지 않은 자리에서 실장님이 내린 최선의 판단입니다.
문제는 이 판단이 쌓였을 때입니다.
- 가격은 환자들 사이에서 공유됩니다. 친구와 같이 온 환자, 시술 후기 앱, 지역 커뮤니티에서 가격은 금방 비교됩니다. "나는 왜 더 냈지?"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그 환자는 다시 오지 않거나 다음부터 무조건 깎으려 합니다.
- 흥정하는 환자가 더 싸게 받는 병원이 됩니다. 조용히 정가를 낸 단골이 가장 손해를 봅니다.
- 원장님이 실제 가격을 모르게 됩니다. 정가표와 실제 결제 금액이 다르면 객단가도, 시술별 수익도 감으로만 압니다.
여기에 한 가지가 더 있습니다.
비급여 할인 자체가 곧바로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할인을 광고하거나 이벤트로 내거는 방식에 따라서는 의료법상 환자 유인 문제로 다툼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번 편은 상담실 안의 할인 권한을 다룹니다.
※ 할인 이벤트를 외부에 알리는 방식은 별도로 자문을 받으세요.
실행 1. 우리 병원 할인 실태부터 보기
권한표를 만들기 전에 지금 실제로 어떻게 할인되고 있는지 봐야 합니다. 생각보다 할인 폭이 크거나, 생각보다 작을 수 있습니다. 둘 다 감으로는 알 수 없습니다.
- 결제가 많은 시술 5개를 고르세요. 최근 3개월 기준입니다.
- 시술별로 실제 결제 금액을 낮은 순서로 정렬하세요. 정가와 가장 낮은 금액의 차이, 그리고 정가로 결제된 비율을 보세요.
- 가장 많이 깎인 5건의 사유를 실장님께 물어보세요. 이때 추궁하는 말투가 되면 안 됩니다. "이 건은 어떤 상황이었어요?" 정도면 됩니다. 사유를 기억하지 못하는 건이 많다면, 할인이 기준 없이 이뤄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 "덤"도 같이 보세요. 가격은 정가인데 관리나 소량 시술을 서비스로 얹어 준 건입니다. 결제 금액에는 안 보이지만 이것도 할인입니다. 할인을 막으면 덤으로 옮겨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결과는 실장님을 평가하는 자료가 아닙니다. 다음 단계에서 권한표를 만들 때, 현실적인 상한선을 정하는 근거로 쓰시면 됩니다.
실행 2. 할인 권한표 만들기
할인을 네 종류로 나누고, 종류마다 누가 정하는지와 한도를 적으세요. A4 한 장이면 됩니다. 상담실과 데스크에 같은 표를 두고 align되게 해주세요.
| 할인 종류 | 언제 | 누가 정하나 | 한도 (예시) |
|---|---|---|---|
| 정책 할인 | 재방문, 다회차 패키지, 동반 방문처럼 병원이 미리 정해 둔 조건 | 조건만 맞으면 누구에게나 똑같이 적용 | 정책표에 적힌 만큼 |
| 실장 재량 할인 | 결제를 망설이는 등 상황 판단이 필요할 때 | 실장님 | 정가의 5% 이내, 또는 소량 서비스 1회 |
| 원장 승인 할인 | 재량 한도를 넘거나 정책에 없는 경우 | 원장님 | 건별 판단, 승인 기록 남김 |
| 하지 않는 할인 | "오늘 결제하시면" 조건 할인, 정책에 없는 지인 할인 | 누구도 하지 않음 | 없음 |
표를 만들 때 정해 둘 것이 세 가지 더 있습니다.
- 한도 숫자는 실행 1에서 본 현실에서 출발하세요. 지금 재량 할인이 보통 10% 안팎인데 갑자기 3%로 묶으면 실장님 손발이 묶입니다. 처음엔 지금 수준에 가깝게 정하고, 석 달 뒤에 조정하세요.
- 덤도 금액으로 환산해 같은 한도 안에 넣으세요. 그렇지 않으면 할인이 덤으로 옮겨 갑니다.
- 중복 적용 여부를 정하세요. 정책 할인과 재량 할인을 같이 받을 수 있는지 미리 정해 두지 않으면, 상담실에서 매번 새로 판단해야 합니다.
"하지 않는 할인"에 당일 결제 조건 할인을 넣은 이유는 2편의 "이 조건 7일 유지" 원칙과 맞추기 위해서입니다. 할인이 결제 압박의 도구가 되지 않게 하는 장치입니다.
실행 3. 할인할 때마다 사유를 남기기
권한표는 기록이 없으면 지켜졌는지 알 수 없습니다. 결제할 때 결제 메모란에 사유를 고르게 하세요. 선택지는 권한표와 똑같이 맞춥니다.
- 정책 할인: 재방문 / 다회차 패키지 / 동반 방문
- 실장 재량: 사유 한 줄 (예: "타 병원 가격 비교 후 망설임")
- 원장 승인: 승인한 날짜
원장님은 월말에 이 기록만 모아 보면 됩니다. 사유 없는 할인이 몇 건인지, 재량 할인이 어떤 상황에 몰리는지가 보입니다.
실행 4. 실장 재량을 주는 두 가지 방식
재량 할인 한도를 주는 방식은 두 가지입니다. 어느 쪽이 정답이라기보다 우리 병원 단계에 맞는 쪽을 고르시면 됩니다.
| 방식 | 내용 | 장점 | 단점 |
|---|---|---|---|
| 건별 상한 | 한 건당 정가의 5% 이내 | 단순해서 바로 시작할 수 있음 | 상한이 기본 할인율처럼 굳기 쉬움. 모든 건이 조금씩 깎임 |
| 월 할인 예산 | 한 달 재량 할인 총액을 정해 줌 (예: 실장님이 담당한 결제 금액의 3%) | 꼭 필요한 건에 집중해서 쓰게 됨. 실장님 판단을 더 존중함 | 계산과 관리가 필요함. 월말에 남은 예산을 몰아 쓸 수 있음 |
건별 상한의 단점은 생각보다 큽니다. "5%까지 된다"는 게 알려지면 거의 모든 건이 5%씩 깎이기 쉽습니다. 상한이 기준선이 되는 겁니다.
개원 초기라면 건별 상한으로 시작하세요. 사유 기록이 석 달 정도 쌓이고 패턴이 보이면, 그때 월 예산 방식으로 넘어가는 걸 검토하세요.
인센티브와도 연결해서 보세요. 실장님 인센티브가 할인 전 정가 기준으로 계산된다면, 할인 비용은 병원만 떠안습니다. 할인 후 실제 결제 금액 기준으로 계산하는지 확인하세요. 바꿔야 한다면 2편의 노무 주의사항처럼 사전 합의가 필요합니다.
실행 5. 가격 흥정에 답하는 상담 문장
권한표가 생기면 실장님에게 가장 큰 변화는 이겁니다. 흥정을 혼자 버티지 않아도 됩니다. "원장님이 정한 기준"이 대신 답해 주기 때문입니다. 자주 나오는 장면별로 문장을 정해 두세요.
"조금만 더 해 주시면 안 돼요?"
"저희는 같은 시술은 환자분마다 같은 가격으로 받고 있어요. 그래서 다른 분보다 비싸게 내시는 일도 없어요. 대신 해당되시는 할인 조건이 있는지 확인해 드릴게요."
"다른 병원은 더 싸던데요."
"비교해 보시는 게 당연하죠. 가격만 보시지 말고 사용하는 양이나 제품, 횟수가 같은지도 같이 보시면 좋아요. 저희 가격은 원장님이 그 기준으로 정하신 거예요."
이때 다른 병원 이야기는 절대 하지 않습니다. "거기는 정품이 아닐 수도 있어요" 같은 말은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우리 병원 신뢰를 깎습니다.
"친구는 더 싸게 했다던데요."
"친구분은 재방문이나 동반 할인이 적용됐을 수 있어요. 환자분도 해당되는지 볼게요."
이 문장이 통하려면 전제가 하나 있습니다. 같은 조건이면 정말로 같은 할인이 적용돼야 합니다. 권한표가 지켜지지 않으면 이 문장은 거짓말이 됩니다.
재량 할인을 쓸 때
"이번만 특별히 해 드릴게요"라는 말은 피하세요. 그 말은 환자가 다른 사람에게 전하는 순간 "그 병원은 말하면 깎아 준다"로 바뀝니다. 대신 이렇게 말하세요.
"가격 때문에 망설이시는 거라면, 제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조정해 드릴게요."
상담실장에게 설명하는 법
할인 권한표는 실장님에게 두 가지로 들릴 수 있습니다. "내 재량이 줄어든다", 그리고 "그러다 결제 놓치면 내 탓이 된다". 두 걱정에 먼저 답하고 시작하세요.
"실장님, 그동안 결제 직전에 가격 문제를 실장님 혼자 판단하게 해서 부담이 컸을 것 같아요. 그래서 할인 기준을 표로 정하려고 해요. 재량을 없애려는 게 아니라, 어디까지는 실장님이 마음 편히 정하고 그 이상은 제가 책임지는 선을 긋는 거예요. 이 기준을 지키다 놓친 결제는 실장님 책임이 아니에요. 한도 숫자는 지금 현장에서 어느 정도가 현실적인지 실장님 의견 듣고 정할게요."
한도를 실장님 의견으로 정하는 게 중요합니다. 원장님이 혼자 정한 숫자는 지켜야 할 규칙이 되고, 같이 정한 숫자는 지키고 싶은 약속이 됩니다.
매달 확인할 숫자
| 숫자 | 보는 법 | 목표 |
|---|---|---|
| 사유 없는 할인 건수 | 결제 메모에 사유가 비어 있는 할인 | 0건 |
| 시술별 가격 폭 | 주요 시술 5개의 정가 대비 최저 결제 금액 | 매달 줄어드는 방향 |
| 재량 할인 총액 | 실장 재량으로 깎은 금액의 합 (덤 환산 포함) | 정한 한도 안 |
| 원장 승인 건수 | 한도를 넘어 원장님이 승인한 건 | 너무 많으면 한도가 비현실적이라는 신호 |
마지막 줄을 눈여겨보세요. 원장 승인 요청이 매일 들어온다면 실장님이 규칙을 안 지키는 게 아니라, 한도가 현실보다 낮게 잡힌 겁니다. 그럴 때는 한도를 올리는 게 맞습니다.
다음 편 예고
2편과 이번 편에서 계속 "실장님 인센티브 기준"이 걸렸습니다. 다음 편은 그 문제를 정면으로 다룹니다. 상담실장 인센티브를 무엇을 기준으로, 어떻게 설계해야 매출과 환자 신뢰를 같이 지킬 수 있는지 정리해 보겠습니다.
▶ 레터의 내용은 일반적이고 가장 기초적인 안내를 기준으로 합니다. 병원운영 시 직원관리에 관한 고민은 원장님 혼자 하지 마시고, 닥터오너스클럽에 문의하세요.
카카오톡 아이디 dr_ownersclub 혹은 아래의 QR을 스캔하시면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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