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전 재산을 등에 짊어지고 여행을 다니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는 자신을 “여행작가 박작가”라고 말하죠. 그의 유튜브 채널의 이름은 “미니멀 유목민”입니다. 세상에는 미니멀 리스트가 많죠. 아직도 미니멀 리스트를 꿈꾸는 사람들이 많기에 미니멀 리스트는 핫한 키워드입니다. 그렇기에 유튜브는 수많은 미니멀 리스트들을 저에게 추천해 줍니다. 그중 유독 그에게 내 마음을 뺏긴 이유는 무엇일까요?
취향을 명사가 아닌 동사로 찾는 사람
어떤 사람은 취향을 명사로 찾고, 어떤 사람은 취향을 동사로 찾습니다. 아마도 대부분 자신의 취향을 말할 때 “나는 어떤 옷을 좋아하고, 어떤 색깔을 좋아하고, 어떤 영화를 좋아하고, 어떤 음식을 좋아한다”라고 말할 겁니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취향을 다른 방법으로 표현하죠.
“미니멀 유목민”은 자신의 취향을 동사로 찾고 있는 사람입니다. 어떤 삶이 자신의 취향인지 탐구하고 실천하는 사람이죠. 그는 자신의 전 재산을 배낭 하나에 넣고 다니며 "미니멀하기"를 외치는 미니멀 리스트입니다. 가벼운 몸과 마음으로 여행을 하는 여행가 이기도 하죠. 음식을 남기지 않는 완식을 지향하고, 스스로 인정하는 결벽증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결벽증은 청소와 정리의 콘텐츠로 승화되기도 하죠. 결벽증과 맞먹는 완벽주의를 가지고 있는 여행 가이드이기도 합니다. 수준급의 일본어 실력을 가지고 있고 일본인 아내와 삶을 나누고 있습니다. 자신의 삶을 공유하고 소통하는 유튜버이기도 하죠
그의 유튜브 채널의 한 에피소드로 왜 제가 그를 좋아하는지 설명할 수 있을 겁니다. 그는 대한민국에 작은 전셋집이 있었는데 사기를 당하게 됩니다. 그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유지하더군요. 더 놀라운 것은 사기꾼과의 전화통화 장면이었습니다. 너무도 친절하게 대화를 하는 겁니다. 물론 영상을 찍고 있었다는 상황을 고려해야 하겠지만, 저 같았으면 아무리 카메라가 찍고 있다고 하더라도 사기꾼에게 그렇게 친절하지는 못했을 겁니다. 그는 친절합니다. 주류의 삶에서 벗어났기에 편견과 불이익을 당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는 불친절한 세상에게 친절합니다.
그의 취향을 다른 사람에게 권유할 수는 없습니다. 그의 삶이 우리가 모방할 정도로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모두가 인정하는 모범적인 삶대신 자신의 취향에 충실한 그의 모습이 저에게 울림을 주더군요.
취향의 시대인 지금, 다양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고 흩어집니다. 취향을 이야기할 때 자본주의 소비문화의 업그레이드 버전 정도로 인식합니다. 취향은 중요합니다. 취향을 안다는 것은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안다는 뜻이니까요. “미니멀 유목민”을 보면서 취향을 동사로 찾을 때 어떤 변화가 오는지 배울 수 있었습니다. 나는 어떤 동사로 내 취향을 설명할 수 있을까요? 예쁜 디자인 상품을 사는 것보다 내가 직접 그림을 그리는 것을 좋아하고, 베스트셀러 책을 읽는 것보다 내가 글을 직접 쓰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 밖의 내 안에 존재하는 명사형 취향을 동사형으로 바꿀 수 있는지 살펴봐야 하겠습니다.
미니멀 유목민, 여행작가 박 작가는 객관적 검증이 상대적으로 약할 것입니다. 그러나 위인들에게만 배우는 것은 아니죠. 약점이 많고 불안전한 나와 같은 인간으로부터 진정한 감동을 받기도 합니다. 그가 이 글이 공개된 후 어떤 사건, 사고, 구설수에 휘말릴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 저는 그가 추구하는 삶의 방식을 지지합니다. 그의 행동에 동의할 수 없는 지점이 온다면 동의하지 않으면 됩니다. 어떤 위인의 행동도 51% 이상 동의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미니멀 유목민, 여행작가 박 작가의 광고 절대 아닙니다. 이 글을 그가 보고 화를 내면 어쩌나 걱정이 더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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