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이란 말속에 만남과 헤어짐의 의미가 모두 담겨 있습니다." 어느 TV 프로의 마지막 오프닝 멘트입니다. 오랜 친구의 은퇴를 바라보는 마음은 두 가지로 나뉠 겁니다. 그의 탁월한 업적을 다시 볼 수 없음에 아쉬움과, 그동안의 업적에 박수를 보내며 편안한 휴식 후 다음 장으로 도약하라는 응원의 마음일 겁니다. 저의 오랜 친구 "전기현의 씨네뮤직"이 종방 되었습니다.
"안녕" 헤어짐이자 만남의 인사
저에게 음악은 두 가지로 나뉩니다. "영화음악"과 "영화음악이 아닌 음악" 영화음악을 듣는 대부분의 창구는 라디오였습니다. 아직도 MBC라디오의 영화음악 코너가 존재합니다. 심야시간 저의 고향 같은 곳이죠. 그보다는 역사가 짧지만 TV 쪽에서는 "전기현의 씨네뮤직"이 그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전기현의 씨네뮤직을 보면서 풀리지 않는 의문이 하나 있었죠. "시청률이 안 나올 텐데 정말 오래 하네. 신기하다."였습니다. (2011~2022) 곧 그 이유를 알 수 있었죠. 제가 그 방송을 보는 이유를 생각해보면 쉬운 답이었습니다. "담백함!" 한마디 단어로 정의한 것입니다. 음식으로 따지면 사찰음식 같다고나 할까요? 그 진가를 아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평양냉면과도 비교할 수 있겠네요. 그 맛을 알게 되면 끊는 것은 불가능 해지죠.
1.5배속으로 보는 것이 국룰이 된 세상에서 전기현의 씨네뮤직은 오히려 0.5배속으로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익숙한 영화와 음악은 잘 나오지도 않습니다. 자칭 영화광이라고 자부했던 나 자신이 부끄럽게 여겨질 만큼 세상에는 숨겨진 좋은 영화와 영화음악이 있음을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전기현의 씨네뮤직이 아니었으면 절대 몰랐을 보석들이었죠.
그렇지만 너무 아끼다 보면 아이러니하게 그가 떠나기를 바라게 됩니다. 영화 "시네마 천국"에서 알프레도가 고향을 떠나는 청년 토토에게 다짐을 받는 것이 있습니다. "다시는 돌아오지 마라!" 영화 "굿 윌 헌팅"에서 주인공 윌 헌팅의 절친, 처키는 이런 상상을 한다고 말합니다. "어느 날 너의 집을 찾아갔더니 네가 없는 거야. 작별 인사도 없이 네가 떠나는 거지. 그게 내 인생의 최고의 순간이 될 거야" 저도 항상 아내에게 말했습니다. "전기현의 씨네뮤직이 끝나는 날을 기다리고 있어."
알프레도와 처키는 자신이 제일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기를 바랍니다.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머무르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 전기현의 씨네뮤직이 종방 하는 것과 성장과는 관계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아름다운 마무리는 어떤 형태로든지 성장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TV 영화음악 프로의 최고봉은 단연 전기현의 씨네뮤직이었습니다. 그에게는 내려올 길만 남았던 것이죠. 등산의 완성이 내려오는 것이듯, 정상에선 그 누구든 아름다운 퇴장을 해야 합니다. 그가 퇴장하는 아름다운 뒷모습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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