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UFC를 즐겨본 시절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찾아서 보게 되지 않더군요. 격투기에 대한 비판들이 많이 있습니다. 스포츠로서의 진정성보다 쇼비즈니스의 성격이 너무 강하다는 지적에 동의합니다. 온갖 미사여구를 붙여서 변호하지만 결국 폭력에 돈을 매기는 것이죠. 그런데 한 격투기 선수의 은퇴 인터뷰가 뭉클한 감동을 전해주더군요.
언제 포기해야 할까? (어느 격투가의 인터뷰)
지금까지 UFC 선수들 중 가장 인지도가 높은 대한민국 선수는 "정찬성"선수일 것입니다. 자국 팬뿐 아니라 세계적인 팬층을 확보한 몇 안 되는 선수이죠. "코리안 좀비"라는 닉네임처럼 화끈한 격투 속에서도 쓰러지지 않고 경기를 이어갔습니다. 점수를 올리는 재미없는 경기보다 KO를 먼저 생각하는 재미있는 경기를 해왔죠. 챔피언 벨트에 도전했었고 아쉽게 패배했었습니다. 세월이 흐르며 그의 경기력도 조금씩 떨어졌습니다. 그의 은퇴가 가까이 왔음을 예상할 수 있었죠.
"어... 음... 그만할게요."
경기에서 패배가 결정된 직후, 링(옥타곤) 위에서 한 그의 인터뷰 첫마디가 저를 울컥하게 만들었습니다. 꾸밈없는 투박하고 건조한 한마디.. 그러나 진심이 묻어나는 말, "그만할게요"
대부분의 프로스포츠 선수들은 선수 생명이 짧다고 말합니다. 그 짧은 전성기를 길게 늘이기 위해 악수를 두기도 하죠. 간혹 스타플레이어에 오른 선수들 중 이름값 하나로 돈을 받으면서 떨어진 실력을 감춘 채 가늘고 길게 경기장에 남는 경우가 있습니다. "정찬성" 선수도 적어도 몇 년간 탑랭킹에 머물 수 있는 실력이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그는 챔피언이 될 수 없다며 은퇴를 선언합니다.
그의 은퇴를 바라보는 시각은 가지각색일 겁니다. 무명의 늙은 선수가 은퇴를 강요받지만 끝까지 버텨서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드라마를 기대할 수도 있습니다. 손뼉 칠 때 깔끔하게 떠나는 결정에 용기 있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언제 포기해야 하는 것일까요? "정찬성" 선수가 내뱉은 첫마디, "그만할게요."처럼 누가 봐도 느껴지는 진정성이 있다면 그때 포기해도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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