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olingo는 언어 학습 앱입니다. 다들 아시는 대로죠. 이들은 평범한 교육 스타트업과는 차원이 다른 성장을 해냈습니다. 앱 다운로드 글로벌 5억 건 이상, 한국에서는 500만 이상의 다운로드 수를 기록했죠.
2024년 기준 듀오링고의 연 매출은 7억 4,802만 달러로, 2023년의 5억 3,111만 달러보다 약 40% 이상 증가했습니다.
이 모든 수치는 그들이 만들어낸 특정한 시스템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유저들이 앱에 다시 돌아오게 만드는 시스템’입니다.
Duolingo는 학습을 위한 프로덕트를 파는 기업이 아닙니다. 학습 습관을 제공하는 기업이죠. 오늘은 이들이 어떤 의사결정을 통해 사람들이 앱을 켜도록 유도하고, 유지시키고, 전환시켰는지를 분석합니다.
이들의 성공 사례는 SaaS, 교육, 소비자 앱, 리텐션 기반 비즈니스, 심지어 게임 산업에도 유효한 전략적 통찰을 담고 있습니다.
끝까지 집중해서 읽어주세요!
1. 학습은 왜 실패하는가
Duolingo의 창업자 루이스 폰 안은 언어 교육 시장을 보며 한 가지 아이러니를 발견합니다.
“교육은 인류의 가장 강력한 무기인데, 그 중요성이나 가치에 비해 너무 많은 사람이 중도에 포기한다.”
흔히 사람들은 자신의 ‘의지’가 부족해서 학습을 포기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는 조금 다르게 생각했습니다. 학습은 원래 어렵고, 지루하고, 보상이 느립니다. 사람들이 학습을 꾸준히 하지 않는 현상은 잘못된 게 아니라 오히려 당연한 일입니다.
좋은 강사, 콘텐츠, UI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학습자나 학습 자체를 바꾸는 게 아니라, ‘사람이 그 안에 머물게 하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게 되죠.
그가 착안했던 핵심 문제는 세 가지였습니다.
(1) 동기 부여가 없다
언어는 몇 달 이상 꾸준히 학습해야 합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앱 설치 후 3일 안에 이탈합니다. 유저를 끌어들이는 초기 진입 장벽은 낮지만, 지속적 사용을 유지하기엔 기존의 시스템에 허점이 많았습니다.
(2) 유료 모델은 진입 장벽이 높다
기존의 언어 교육 서비스는 고가의 수강료를 전제합니다. 그러나 글로벌 사용자에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선 무료 체험 기반의 진입 루트가 필수적이었죠.
(3) 학습은 ‘보상이 느린 행위’다
사람은 보상이 빠른 행동에 더 쉽게 끌립니다. 하지만 학습은 일반적으로 지연된 보상을 전제로 합니다.즉, 학습을 유도하는 데 성공하려면 보상의 형태 자체를 바꾸거나, 그 지연된 보상을 견디게 할 시스템이 필요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그의 접근은 매우 심플했습니다.
‘학습’을 설계하는 게 아니라 ‘습관’과 ‘중독’을 설계하자는 것이었죠.
2. 리텐션 전략 – 앱이 아니라 '루프'를 만든다
Duolingo의 핵심은 ‘습관화’입니다.그리고 이 습관은 듀오링고 앱의 시스템을 통해 ‘디자인’됩니다.
Duolingo는 일반적인 교육 앱처럼 콘텐츠를 쌓는 방식이 아닙니다. 이들은 콘텐츠보다, 커리큘럼과 유료결제 시스템보다 유저의 감정 흐름에 맞춰 짧은 루틴과 빠른 피드백을 반복시키는 시스템을 먼저 설계했습니다.
초기 MVP에서 가장 먼저 구현한 기능도 '출석체크 시스템'이었죠.
핵심 루프: ‘감정 → 행동 → 보상 → 강화’
Duolingo의 제품 구조는 이 순환 고리에 맞춰 설계되어 있습니다.
- 감정 유도: 듀오 부엉이의 알림, 친구의 XP 랭킹, 출석 체크 메시지
- 행동 유도: 1분 짜리 퀴즈, 단어 맞추기, 듣기 평가 등
- 즉각적 보상: XP 획득, 레벨 업, 화려한 애니메이션, 칭찬 메시지
- 반복 강화: 출석 보너스, 스토리 잠금 해제, 캐릭터 진화 등
이 시스템은 유저에게 “해야 한다”는 압박 대신, “안 하면 뭔가 불편하다”는 감정을 유도합니다.
유저의 의지를 끌어내는 대신, 구조적으로 습관을 생성하게 만든 것입니다.
짧고 빠르고 즉각적인 루프
Duolingo는 매일 접속하게 만드는 1분 짜리 경험을 설계하여 반복적으로 제공합니다. 하루에 1분만 사용해도 “학습했다”는 인식을 줄 수 있도록 설계된 것입니다(1분만 써도 연속 출석 일수 기록이 이어집니다).
긴 설명은 거의 없고, 답/오답 피드백은 애니메이션으로 처리하며, 다음 문제로의 전환은 1초 이내입니다.
사용자에게 ‘다음 행동으로의 마찰’을 거의 느끼지 않게 만들며, 자발적인 반복을 구조적으로 유도합니다. 매일 접속하기만 해도 유저가 성취감을 맛볼 수 있도록 한 거죠.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Duolingo는 교육 앱치고는 이례적으로 MAU 비율이 20%를 상회합니다(평균적인 교육 앱은 10% 내외입니다). 이런 높은 리텐션이 있었기에 '프리미엄', '밈 마케팅', '광고 수익화' 등의 전략을 취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될 수 있었죠.
3. 감정 설계의 중심: 리텐션 엔진 ‘듀오’
Duolingo의 녹색 부엉이 마스코트 ‘듀오’는 단순한 캐릭터가 아니라, 사용자의 행동을 유도하는 정서적 인터페이스입니다.
듀오는 사용자가 학습을 하지 않으면 실망하거나, 무표정해 집니다. 심지어 “찾아갈 거야”라는 밈으로 협박합니다. 그럼에도 사용자의 가슴에 불편함이 아니라 유쾌함을 남기죠.
출석을 잘 하면 듀오가 춤을 추고, 보상을 줍니다. SNS에서는 '듀오가 찾아온다'는 밈이 퍼졌죠.
이러한 감정 설계는 다음과 같은 효과를 냈습니다.
- 사용자에게 죄책감 아닌 애정을 유발함
- 출석 여부를 감정적으로 연결
- SNS에서 자발적인 확산 포인트 생성
Duolingo의 공식 트위터는 듀오를 활용한 밈 콘텐츠로 팔로워를 수백 만 명 넘게 늘렸고, 이 캐릭터는 유튜브·틱톡에서도 지속적으로 회자되곤 합니다.
이들의 공식 틱톡 계정은 현재 약 1,700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고, 이는 디즈니(1500만), 애플(560만), 나이키(730만) 같은 브랜드를 앞서는 수치입니다.
듀오는 단순한 PR 도구가 아니라 사용자 리텐션, 리콜, 공유를 동시에, 그것도 아주 강력하게 담당하는 고도의 심리적 장치인 거죠.
Duolingo의 비밀은 우리가 교육 기업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재미를 주고 동기부여를 하는 회사입니다.
디자인 담당 부사장 Ryan Sims
4. 수익화 전략 – Freemium을 제대로 작동시킨 비결
Duolingo는 기본적으로 freemium 모델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타 앱과는 달리, ‘무료 이용자의 경험’을 세심하고 철저하게 설계한 점이 특징입니다.
(1) 무료 버전: 기능이 아닌 감정의 차별
Duolingo는 무료 사용자에게도 거의 모든 기능을 제공합니다. 창업자 루이스 폰 안이 '교육은 누구나 접근 가능해야 하며, 결제 여부가 학습 가능성에 영향을 주어선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대신 유료 사용자에게는 ‘광고 제거’나 ‘출석 유지 보너스’ 등 감정적 이득을 제공합니다. 감정적 불편함을 유료 전환의 트리거로 설계한 거죠.
이러한 구조는 다음과 같은 전환 전략을 가능하게 합니다.
- 몰입을 깨는 반복 광고 - 광고를 제거하고 싶은 순간 → 유료 전환
- 출석 실패가 아까운 순간 → "streak repair" 연속 출석 실패 시 복구 기능 유료화
- 경쟁자보다 앞서고 싶다면? → 유료 전환
기능의 제약이 아닌 심리적 마찰, 감정적 포인트를 중심으로 전환을 유도한 거죠.
(2) 낮은 전환율을 시스템이 커버
Duolingo의 프리미엄 전환율은 약 4~5%입니다. 하지만 이 낮은 수치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 무료 사용자는 광고를 통해 수익 기여
- 브랜드를 SNS로 전파
- 데이터 확보와 테스트 자산 제공
즉, 이들이 굳이 유료로 전환하지 않아도, 회사 입장에서는 시스템 내부에서 수익화에 기여하는 무료 사용자들을 확보하는 것 자체로 이미 성공인 것입니다.
5. Duolingo가 주는 당신의 쓸만한 인사이트
(1) 반복되는 행동은 좋은 기능이 아닌 반복을 유도하는 시스템에서 나온다
습관은 의지의 산물이 아니라 설계의 산물입니다. 어떤 설득이나 의지보다도, 시스템의 힘이 강합니다. Duolingo는 죄책감, 애정, 욕망, 경쟁심이라는 감정을 정교하게 조합해 완성도 높은 시스템으로 엮었습니다.
(2) 캐릭터, 브랜드는 기능이 아니라 감정을 위해 설계되어야 한다
사용자가 ‘듀오에게 실망주고 싶지 않다’는 감정을 느끼게 만든 순간, 이 앱은 기능을 넘어선 무언가가 되었습니다. 당신의 브랜드, 캐릭터는 유저의 감정을 독점해야 합니다. 사람은 논리가 아니라 감정으로 움직입니다.
(3) 무료 사용자는 비용이 아니라 자산이다
당장 수익을 주지 않는 사용자가 브랜드를 전파하고, 리텐션을 높이며, 데이터를 제공합니다. 시스템이 잘 설계됐다면 무료 사용자들은 그 자체로 성장의 엔진이 됩니다.
6. Duolingo는 ‘훌륭한 학습 앱’이 아니다
Duolingo는 언어 학습 앱을 만드는 회사가 아닙니다. ‘학습 습관을 만들고 유지시키는 시스템’을 설계해서 제공하는 회사입니다.
이 시스템은 사람들에게 "당신의 학습의지로 공부하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대신, 공부를 안 했을 때 기분이 좀 이상해지도록 만듭니다.
Duolingo는 중독을 위한 시스템을 설계했습니다. 그리고 그 중독을 ‘학습’이라는 가치와 연결하여 사회적으로 쉽게 받아 들여지도록 만들었습니다.
그 결과, 사람들은 매일 Duolingo에 접속합니다. 그리고 그런 매일 매일의 접속이 쌓여 어느 순간 진짜 학습이라는 성과를 만들어 냅니다.
"당신도 당신의 프로덕트로 매일 사용자가 다시 돌아오게 만들고 싶으신가요?"
그렇다면 Duolingo처럼 감정의 시스템을 연구하고 설계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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