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누군가 이런 말을 했다면 어떤 반응이 나왔을까요?
“AI가 수백 쪽짜리 입찰 요청서(RFP, Request For Proposal)를 대신 읽고 분석해줍니다. 클릭 한 번에요.”
많은 사람이 웃었을 것입니다. ‘공상과학물에 나올 법한 얘기인데, 좀 직장인스럽게 디테일하네’라고 생각했겠죠.
입찰은 사람이 직접 보고, 고민하고, 써내야 하는 일이었으니까요. 전문가의 경험과 감각이 무엇보다 중요한 분야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죠.
하지만 지금, 그 말을 현실로 만든 회사가 있습니다.
클라이원트(Cliwant).
이 회사는 사람이 일주일 내내 붙잡고 있어야 했던 공공 입찰 프로세스를, 단 몇 초 만에 끝내버리는 기술을 만들었습니다. 바로 AI 기반 자동화를 통해서요.
클라이원트는 공공조달 시장이라는 올드하고 복잡한 영역에서, 기술과 인사이트, 그리고 ‘고객의 진짜 고통’을 정확히 이해한 집요함으로 승부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수많은 기업들이 이 플랫폼을 통해 RFP를 분석하고, 적절한 기회를 포착하며, 더 많은 계약을 따내고 있습니다.
이 회사는 어떻게 이런 공상 같은 시스템을 가능하게 만들었을까요?
오늘은 클라이원트의 초창기 핵심 의사결정들을 통해, 이들이 어떻게 시장을 뒤흔들었는지 함께 살펴봅니다.
“RFP는 왜 이렇게 힘들까?”에서 출발한 첫 질문
클라이원트의 공동창업자들은 창업 이전부터 공공 입찰, 정부지원사업, 기술평가, 컨설팅 등 이 시장을 직접 경험했던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이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죠.
“RFP 하나 분석하려면 최소 300페이지. 다 읽고 이해하고, 경쟁사 조건 파악하고, 우리한테 맞는지 판단까지… 빠듯하게 잡아도 이틀은 걸립니다.”
그러면서도 이런 질문을 던졌습니다.
“이걸 매번 사람이 수작업으로 할 필요가 있을까?”
문제는 명확했습니다. 입찰을 준비하는 기업들은 매번 비슷한 업무를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그 반복은 모두 돈이 안 되는 비효율이었죠.
클라이원트는 여기서 문제의 본질을 포착합니다.
“단순 반복 작업을 자동화하면, 중소기업도 입찰 시장에 뛰어들 수 있다.”
그리고 이 문제의 해법을 AI에서 찾아가기 시작했죠
기술보다 중요한 건 “내가 왜 이걸 쓰는지 알게 해주는 것“
AI 기반 서비스라고 하면 막연히 복잡한 알고리즘, 정밀한 분석, 고도의 공학적 지식이 떠오릅니다.
클라이원트는 좀 달랐습니다. 이들은 철저하게 고객의 시선에서 출발했습니다.
처음부터 “이 버튼을 누르면 내가 지금 뭘 얻게 되는지 보여주자”는 철학이, 그들에겐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초기 버전은 완벽하지 않았습니다. AI의 분석 정확도도 100%는 아니었고, 디자인도 별로 세련되지 않았죠.
하지만 고객들은 반응했습니다.
“내가 지금 보고 있는 게 뭔지 알겠어요.”
“아, 이거 내가 원하던 기능이었네.”
“진작에 이런 게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기술이 좋아서라기 보다는, 고객이 ‘직접 쓸 수 있게 만들어줬기’ 때문입니다.
이런 접근은 이후 클라이원트의 성장에 주요 테마가 됩니다.
기술보다 사용자 경험을 우선하여 설계한 덕에, 초기 기업 고객들은 ‘이해 가능한 시스템’에 매력을 느꼈고, 서비스 재사용률이 70%를 넘기며 자연스럽게 이후 성장의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자동화의 정수: 40시간 → 4초
지금의 클라이원트는 어떤 기능을 제공할까요?
- PDF로 된 RFP 문서를 업로드하면, AI가 자동으로 핵심 조건을 추출합니다.
- 입찰 자격, 제출서류, 기술평가 항목, 가점 조건 등이 자동으로 정리됩니다.
- 사용자 맞춤형 키워드, 업종, 예산, 납기일 등을 기준으로 필터링된 입찰 정보가 매일 아침 발송됩니다.
- 분석 리포트는 워드로 바로 내려받을 수 있어, 내부 보고용으로 바로 활용 가능합니다.
예전엔 입찰담당자가 며칠 동안 하던 업무가 사실상 4초 만에 끝나는 시스템이 완성된 것입니다.
한 고객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원래는 월 2건 준비하기도 벅찼어요. 지금은 자동화 덕분에 월 10건 이상 지원하고, 그중 2~3건은 실제 수주로 이어지고 있어요.”
실사용 고객 중심 접근: “일단 시장에서 써보게 하자”
클라이원트는 초창기부터 투자를 외치기보다, ‘실사용 고객’을 확보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이들이 선택한 방법은 단순했습니다.
- 고객을 만나서
- 지금 하고 있는 입찰 업무를 보여달라고 하고
- 그 자리에서 제품을 시연하기
고객들은 놀랐습니다.
“내가 하루 종일 붙잡고 있던 RFP, 이걸 클릭 한 번에 요약해준다고요?”
결국 최초의 유료 고객은 입찰 담당자 한 명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첫 고객’이 있었기에, 제품은 실전 테스트를 거치며 계속 개선될 수 있었습니다.
이후로도 클라이원트는 ‘적은 고객이라도 돈 내고 쓰게 하자’는 원칙을 고수했습니다.
이들은 실제 고객의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서비스를 개선하고, 시장에 적합한 솔루션을 제공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고객과 소통하기 위해 공식 웹사이트와 블로그를 통해 고객 성공 사례, 서비스 업데이트, 입찰 분석에 대한 인사이트 등을 공유하여 유저들이 서비스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도록 돕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는, 회사가 2023년 9월 설립 당시 본엔젤스 벤처파트너스로부터 Seed 투자를 유치한 후 11개월 만에 2024년 8월 본엔젤스와 블루코너에게 Pre-Series A 투자를 받을 수 있었던 동력이 되었죠.
디테일한 데이터를 설계의 출발점으로 삼다
클라이원트가 가장 집요했던 건, 고객의 ‘행동’을 관찰하고 분석하는 과정이었습니다. 보통 스타트업은 기능을 만든 다음, 피드백을 받고 개선합니다.
하지만 클라이원트는 반대로 갔습니다. 이들은 초창기부터 서비스를 만들기보다, 고객이 어떤 순간에 ‘쓰고 싶어지는지’를 데이터로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부터 고객의 클릭, 머무는 시간, 로그인을 하는 요일, 자주 쓰는 기능 등을 관찰할 수 있도록 제품에 세밀한 이벤트 트래킹을 심었습니다.
이들은 대시보드에 모인 고객의 행동 데이터를 팀 전체가 매일 확인하고 논의했습니다.
“이 기능은 클릭이 많은데, 완료율은 왜 낮지?”
“월요일 아침에 로그인이 몰리는데, 그때 팝업을 띄우면 될까?”
“첫 로그인 후 이탈률이 높은 사용자의 공통점은 뭘까?”
이런 질문들을 매일 던졌습니다.
그리고 이 질문들이 바로 더 개선된 고객 경험의 출발점이 되었죠.
변화는 작고 명확하게, 하지만 반복적으로
클라이원트는 대대적인 업데이트보다, 작은 실험을 반복했습니다.
- 안내 문구 하나 바꾸기
- AI 분석 결과 레이아웃 조금 수정하기
- 이메일 제목을 “클라이원트에서 분석한 입찰 기회 3건”으로 바꾸기
- 1분 이내로 끝나는 ‘AI 요약 튜토리얼’ 만들기
이렇게 수백 개의 A/B 테스트를 거치며, 고객의 ‘마찰 없는 사용 흐름’을 설계해갔습니다. 고객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습니다. 고객사 설문조사 결과, 조달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는 평균 61% 감소하고, 전체 조달 업무의 시간 단축 효과는 평균 6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죠.
그 결과, 고객 한 명이 제품에 머무는 평균 시간은 3개월 만에 2.2배 증가했고, 가입 후 7일 내 이탈률은 40% 이상 줄었습니다.
NPS는 꾸미기 어려운 진심 지표다
클라이원트는 아주 초기부터 NPS(Net Promoter Score, 순추천지수)를 지표로 삼았습니다.
고객이 “이 서비스를 친구나 동료에게 추천할 의향이 있냐”고 묻는 단 하나의 질문입니다.
이 수치가 50%를 넘으면, 일반적으로 ‘매우 만족스러운 서비스’로 간주됩니다.
클라이원트는 이 점수를 매달 체크하고, 낮아지는 구간을 분석했습니다.
어떤 기능이 반응을 떨어뜨렸는지, 어떤 고객 유형이 불만을 가졌는지를 추적하며, 결국 모든 팀원이 ‘고객 추천’을 최종 목표로 두게 만들었습니다.
고객 피드백은 내부 슬랙에 자동 공유되고, 1주일마다 우선순위 회의가 열립니다.
기술 팀이 아닌 고객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조직 구조가 강하게 자리 잡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클라이원트의 순추천지수가 몇 퍼센트나구요?
바로, 87%입니다.
자금보다 정체성, 확장보다 선택
클라이원트는 시장 확장, B2G 전환, 대형 프로젝트 납품 등 다양한 기회를 놓쳤습니다.
일부러 놓쳤습니다.
이들은 말합니다.
“우리는 기술을 잘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사람들이 ‘이거면 되겠네’라고 느끼게 만드는 회사를 지향합니다.”
그 철학은 아주 작고 단순한 선택에서 드러났습니다.
예를 들어, 복잡한 기능보다 ‘이메일 알림을 아침 8시에 정확히 보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고,
대규모 계약보다 ‘지금 쓰고 있는 고객의 수고를 줄여주는 기능’을 먼저 출시했습니다.
이러한 정체성은 시장의 신뢰로 이어졌고,
스타트업씬에서 “가장 실무에 쓸모 있는 SaaS”라는 평판을 얻게 되었죠.
클라이원트의 여정은 단순히 “AI 기술로 입찰을 자동화한 서비스”의 성공 사례가 아닙니다.
이들은 거창한 비전 대신, 작은 ‘현장의 문제’를 정교하게 정의하는 힘을 보여줬고,
기술보다 경험을 우선시하는 설계로 초기 고객을 확보했습니다.
그리고 화려한 마케팅보다, 고객 행동 데이터를 해석하는 꾸준함으로 회사를 성장시켰습니다.
다음은 클라이원트가 우리에게 주는 가장 실용적인 인사이트입니다.
[당신을 위한 실전 체크리스트]
1. 고객이 돈을 내는 이유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AI도, 자동화도, UI도 중요하지 않다. 고객의 “답답함”을 제거하는 게 핵심이다.
2. 기능보다 흐름을 설계하라.
한 번 쓰고 마는 도구가 아니라, 매일 쓰는 습관이 되려면 ‘경험의 동선’을 먼저 짜야 한다.
3. 실제 고객이 먼저다.
기술이나 투자보다, 진짜 문제를 겪고 있는 고객 열 명이 서비스를 쓰게 만드는 게 더 어렵고, 더 중요하다.
당신도 할 수 있습니다. 단 하나만 집요하게 잘하면 됩니다
클라이원트는 수백억 시장을 노린 것이 아닙니다.
한 명의 입찰 담당자, 한 기업의 제안서를 조금 더 쉽게 만드는 일에서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집요함이 쌓여, 이제는 수백 개 기업이 매일 의존하는 시스템이 되었습니다.
당신도 시작할 수 있습니다.
기술이 없어도, 자금이 부족해도, 큰 시장이 아니어도.
딱 하나의 문제를 정확히 보고, 끝까지 파고들 수 있다면.
바로 클라이원트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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