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가 없어도, 소프트웨어 창업을 할 수 있다.”
10년 전 이 말을 들었다면, 당신은 어떻게 반응했을까요? 그때 누군가는 비웃었을 것이고, 누군가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죠. 하지만 이 세상에 적어도 두 명은 이 모순적이고 도발적인 선언을 진심으로 믿었습니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지금, 전 세계 수백만 명이 저 선언 위에서 앱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 주인공은 바로 노코드 플랫폼 Bubble(버블).
이들은 어떻게 상상을 현실로 바꾸었을까요?
“비개발자를 위한 플랫폼”을 꿈꾸다
Bubble은 2012년, 뉴욕에서 조쉬 하스와 에마뉘엘 스트라슈노브라는 두 명의 공동창업자에 의해 탄생했습니다.
이들이 전통적인 엔지니어 출신이 아니라는 점은 자못 흥미롭습니다. 조쉬는 하버드 철학과 출신으로 금융권에서 일했고, 에마뉘엘은 프랑스 출신으로 공학과 경영을 공부한 후 컨설팅을 하던 인물이었습니다.
이들은 “코드를 몰라도 사업을 시작할 수 있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습니다. 당시에는 창업 아이디어가 있어도 개발자를 구하지 못하면 실행이 불가능했습니다. 그래서 조쉬와 에마뉘엘은 “비개발자가 창업할 수 있는 플랫폼”, 즉 노코드 앱 개발 툴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되었습니다.
전략 1. 포지셔닝 : 처음부터 풀스택 플랫폼으로 시작하다
노코드 플랫폼은 다양합니다. 웹플로우, 아달로, 아웃시스템즈 등은 각자 다른 고객군을 공략합니다. 이 중 Bubble은 “스타트업 창업자를 위한 풀스택 개발 툴”이라는 독보적 위치를 점했습니다.
Bubble의 강점은 단연 확장성입니다. 단순한 홈페이지가 아니라, 데이터베이스와 API, 사용자 권한 관리까지 가능한 툴이기 때문입니다. 러닝커브는 다소 있으나, 학습 후에는 웬만한 서비스는 다 구현할 수 있다는 무한한 가능성이 사용자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갔습니다.
Bubble은 프로토 타입부터 단순한 웹사이트 빌더가 아니었습니다. Bubble은 처음부터 시각적으로 데이터베이스와 워크플로우를 설계할 수 있는 풀스택 플랫폼으로 시작했고, 이는 오늘날까지 Bubble의 정체성을 정의하는 핵심 DNA가 되었죠.
전략 2. 투자보다 철학 : 자력으로 7년을 버티다
Bubble은 2019년까지 무려 7년 동안이나 외부 투자를 받지 않고 운영했습니다. 보통 스타트업들은 빠르게 투자 받으며 팀을 확장하지만, Bubble은 오히려 제품 완성도에 올인하였습니다.
당시 Bubble은 "기능을 줄이고 특정 업종에 맞추라" 제안하는 투자자들의 조언을 거절하고, “페이스북도 만들 수 있는 수준의 툴”을 비전을 고수했습니다. 이를 위해 빠른 성장 대신 천천히, 그러나 강력한 플랫폼을 만드는 데 집중했습니다.
초기에는 개발자 없이 창업자 둘이서 모든 기능을 개발했습니다. 이 시기 두 사람은 제품이 당장 잘 팔리는 것보다 "기술의 민주화"라는 철학을 지키는 게 더 중요하다고 믿었습니다.
그 결과, 첫 유료 고객이 월 50달러를 수표로 결제했습니다. 2018년에는 연 매출 100만 달러를 돌파하며 첫 투자 유치에 성공했죠.
시장과 유저에게 제품 가치를 검증 받은 뒤 2019년에는 625만 달러의 시드 투자 유치에 성공했습니다. 이윽고 2021년에는 1억 달러의 시리즈 A 유치까지 그 상승세가 이어졌습니다.
당신이 쓸만한 인사이트
• 핵심 가치가 훼손되지 않도록 “절대 타협하지 않겠다”는 원칙
• 소수라도 유료 사용자를 빠르게 확보하여, 시장에서 유효성을 검증해요
• 제품이 성숙하기 전에는 자본 유입보다 자력 생존이 중요할 수 있어요
전략 3. 커뮤니티는 잘난 CTO보다 낫다
Bubble의 진정한 무기는 기술이 아니라 사용자 커뮤니티였습니다.
이들은 제품 초기에 데모를 직접 들고 스타트업 행사와 해커톤을 돌며, 사용자를 한 명 한 명 손수 확보했습니다. 그리고 이들을 중심으로 커뮤니티를 키웠습니다.
포럼과 사용자 중심 제품 개선
Bubble은 2015년 공식 포럼을 열어 사용자들이 서로 질문하고 답할 수 있게 했습니다. 커뮤니티 멤버들이 답변을 달고, 문서를 만들고, 오류를 제보하면서 제품은 점점 완성도 있게 진화했습니다.
플러그인 & 템플릿 마켓 도입
이후 수많은 사용자가 자발적으로 튜토리얼, 플러그인, 템플릿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Bubble은 이를 위해 마켓플레이스를 열어 사용자들이 직접 만든 요소를 사고 팔 수 있게 했습니다.
고급 사용자들은 자신이 만든 기능을 플러그인 형태로 판매하거나, 앱 템플릿을 만들어 공유했습니다. 초보자들은 이들을 구매해 앱 개발 시간을 단축했죠. 이렇게 커뮤니티 안에서 수익과 지식이 오가며 Bubble은 사용자 중심의 생태계를 갖추게 됩니다.
Bubble이 만든 생태계의 효과로, 유저들은 다른 유저가 만든 플러그인으로 기능을 확장하고, 템플릿으로 빠르게 MVP를 구현하며, 전문 에이전시들이 비즈니스로 전환하기도 했습니다.
자연스럽게 전문 Bubble 개발자라는 새로운 직업군도 생겨났습니다. 결과적으로, 마케팅비 없이도 수 백만 유저를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커뮤니티가 제품의 확장성과 신뢰를 동시에 만들어냈죠.
당신이 쓸만한 인사이트
• 커뮤니티 포럼이나 사용자 그룹을 운영해봅시다
• 초기 열성 팬 100명을 정성껏 확보하려는 전략을 고민해보세요
• 우리 제품을 다른 사용자가 확장하거나 수정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었나요?
전략 4. 팬데믹 : 기회는 살리되 정체성은 지킨다
코로나19 팬데믹은 Bubble에 폭발적인 성장의 기회를 줬습니다. 팬데믹이 전 세계를 뒤덮자, 개발자 없이도 빠르게 앱을 만들어야 하는 수요가 폭증했죠. Bubble은 이 기회를 잡아 인프라를 증설하고, 글로벌 인재를 원격으로 채용하며 조직을 두 배로 키웁니다.
2021년에는 1억 달러의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하며, 노코드 분야 유니콘 기업으로 도약합니다. 그 과정에서 교육 콘텐츠에 적극 투자하며 사용자 저변 확대를 꾀했죠.
"기업 전용 커스터마이징 솔루션을 만들라"는 외부의 요구도 있었지만, 이들은 이런 요구를 거절하고, 스타트업과 커뮤니티에 집중하기로 합니다.
“우리는 AWS나 Stripe처럼 작은 고객들과 함께 성장하는 회사를 만들겠다.”
그것이 그들의 핵심 가치였죠. 그 결과 Bubble은 장기적인 브랜드 신뢰를 지키면서도 AI 어시스턴트 등 최신 기술을 도입해 지금도 계속 진화하고 있습니다.
당신이 쓸만한 인사이트
• 기회가 왔을 때 ‘급성장’과 ‘핵심 가치 유지’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해요
• 기존 고객이 우리 브랜드를 좋아하는 이유를 명확하게 알고 있나요?
• 새로운 트렌드(AI 등)를 어떻게 우리 제품에 반영할지 고민해봅시다
여러분의 Bubble을 부풀려 보세요
Bubble의 사례는 스타트업이 장기 비전과 제품 철학, 사용자 중심 사고로 어떻게 성장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교과서적인 케이스입니다.
이들은 10여 년 간의 여정 속에서 “아이디어만 있다면 누구나 창업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현실로 만들어냈습니다. 그리고 그 시작은 단 두 명의 비개발자가 만든 프로토타입이었습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도 Bubble처럼, 당장의 수익보다 비전을 믿고, 유저를 동료로 삼고, 시기를 읽는 감각을 갖춘다면 충분히 의미 있는 성장을 이룰 수 있습니다.
이들은 말합니다.
“우리는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여러분의 스타트업도, 이제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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