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즌드 어리버리

씨즌드 어리버리 6

세일러 마을

2023.10.22 | 조회 4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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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퍼 매뉴얼

일요일 오전 9시에 읽는 바다, 항해, 세일링 요트 이야기(격주 발행)

어딜 가나 세일링 요트를 타는 사람이 비주류임에는 변함이 없지만, 지중해와 북미를 둘 다 경험해 보니 그나마 전자에서 보통 사람이 세일링 요트를 경험할 기회가 높을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 같습니다. 지중해에서는 세일링 경험이 있는 친구 없는 친구 다같이 모여 아름다운 바다를 즐기려 출항하는 것이 흔한 풍경이라면, 북미 친구들은 명확한 목표의식 아래 세일링 교육을 받고 필수적인 경험을 쌓는 즉시 대양으로 바로 나가 입에 칼을 물고 항해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중해 세일러들에게는 지중해 밖으로 나가야 할 인센티브가 별로 없는 반면, 북미 서북부에서는 멀리 나가지 않으면 따뜻하고 편안한 바다를 만날 기회가 없습니다. 바다에서 신나게 노는 컨셉을 포기하고 배 위에서 세일링만 즐기려는 경우에도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을 수 없는 환경입니다. 수많은 해협, 조류, 조수차.. 그리고  바 크로싱이 있습니다. 

항해하면서 바다에서 바라본 북미 서북부의 전형적인 해안 풍경은 높은 절벽이었습니다. 마치 굳게 닫힌 철문 같았죠. 높은 산맥과 가파른 지형은 바닷물 밑으로도 비슷하게 이어져 내려옵니다. 이 지역에는 세 가지 종류의 파도가 있다고 하는데, 첫 번째는 대양에서 밀려오는 너울성 파도이고, 두 번째는 바람이 만드는 파도. 이 두 가지가 각기 다른 방향에서 오기 때문에 조타가 어렵습니다. 그리고 세 번째 파도가 하나 더 있는데요, 이 해안 수중 절벽에서 튕겨져 나오는 파도라고 하더군요. 

미국 지형 모형, 서쪽이 높고 가파르다.<br>출처: https://cults3d.com/en/3d-model/gadget/united-states-elevation-map
미국 지형 모형, 서쪽이 높고 가파르다.
출처: https://cults3d.com/en/3d-model/gadget/united-states-elevation-map

이런 환경에서 배가 쉴 수 있는 자연적인 항구는 강물이 태평양으로 빠져나오는 강 하구에나 생기게 됩니다. 강물이 실어온 퇴적물은 수심이 완만하게 얕아지게 하지만, 해저에 도로 둔덕처럼 가로로 쌓이기도 합니다. 물이 빠져 수심이 낮을 때 이 둔덕 위에서 파도가 깨집니다. 태평양에서 밀려 들어오는 너울과 썰물로 빠져나가는 물의 방향이 반대가 될 때는 물 덩어리들이 정면충돌을 하며 상황은 악화됩니다. 안전한 타이밍에 맞추어 둔덕(바)을 건너는 것을 '바 크로싱'이라고 하는데 북미 서북부 해안 항해에 있어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입니다. 남쪽으로 내려가면 바 크로싱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전엔 출항, 입항 시간과 가능한 항해 일정이 바 크로싱에 의해 좌지우지됩니다.

 

케이프 블랑코

약한 바람을 보고 혹시나 이 황금 타이밍을 놓칠세라 조바심이 나서 우리가 좀 일찍 출발하긴 했지만 바 입구에 다다른 시간은 이미 9:10였습니다. 물이 멈추어 있는 간조가 지난 지도 이미 30분 뒤였죠. 그런데 바 입구에 다다라 예상하지 못한 하얀색 줄을 목격하자 심장이 두근거리고, 호흡이 깊고 빨라지며, 피부가 차고 축축해지며, 두피가 쑤시고, 동공이 확대되는 반응이 나타났습니다(출처: 서울 아산병원 건강정보 홈페이지)

강 쪽 물도, 바 건너 바다 쪽 물도 잔잔한데 그 경계 즈음에 하얀 줄 하나.. 아마 저 밑에 해저 둔덕 바가 있는 모양입니다. 낚시투어 가게 주인이 간조가 지난 뒤에도 한참 뒤에야 출항하라고 했던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물의 방향 문제가 아니라, 수심이 너무 낮은 게 문제였습니다. 가게 주인 제안대로 간조 이후 한 시간쯤 기다렸다 출항했다면 물이 충분히 차올라 문제가 없었을 것입니다.

바다 한가운데에서 높은 파도를 탈 때에는 최소한 파도와 물의 흐름이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하기에 대응할 수가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물이 어떻게 충돌하는지, 해저 지형에 어떻게 영향을 받아 배가 지나갈 때 어떤 리액션을 할는지 모르는 것이 많습니다. 실제로 보니 참 이상합니다. 같은 자리에서 파도가 한 번은 오른쪽으로 깨지고 다음 번은 왼쪽으로 깨집니다. 게다가 대체로 평온한 바다에서 바 입구만 저러고 있으니 더 무섭습니다. 

밴든이 위치해 있는 코퀼 강Coquille River은 작은 강이라 바 입구도 매우 좁습니다. 최우선적으로 피해야 할 일이 양 쪽 방파제로 떠밀려가 충돌하는 사태입니다. 중앙으로 통과하되, 파도가 덜 깨지는 조금 왼쪽으로 진로를 잡고 배의 제어력을 잃지 않기 위해 속도를 좀 높였습니다. 

이상한 파도
이상한 파도

높진 않았어도 '수직 파도'라는 게 어떤 느낌인지 실감이 나더군요. 호라이이즌스 호가 무거운 배라는 것이 감사한 순간이었습니다. 다행히 큰 파도 한두 개를 넘어, 바다로 무사히 나왔습니다. 

바람이 점점 강해지는 추세인 것 같아 제노아 대신 더 작은 스테이 세일stay sail을 올렸습니다. 메인세일은 밴든에 있을 때 리핑을 해, 이미 가장 작은 사이즈로 만들어 놓은 상태. 앞으로 한동안은 강풍을 쉽게 만나는 지역을 통과할 것이므로, 속도를 좀 양보하더라도 세일은 가장 작은 게 좋을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바람이 점점 죽어, 곧 태평한 태평양을 엔진 항해하게 되었습니다. 혹등고래들이 여럿 나와 인사해 주었습니다. 우리 배가 궁금했는지 바로 옆까지 다가와 슬로우 모션으로 물분수를 뿜더니 등을 보이고 곧 커다란 꼬리를 수면에 수직으로 올립니다. 언제 봐도 참 우아한 생명체입니다. 고래가 등장하는 순간 바다 전체가 시적으로 변하는 느낌입니다. 

케이프 블랑코는 길게 튀어나온 뾰족한 산악지대로, 미국에서 가장 서쪽에 있는 지점입니다. 5마일 정도 서남쪽의 바위섬 폭스락Fox Rock과의 사이에는 수많은 암초들이 떼로 모여 있습니다. 북서풍을 뒤로 받으며 육지에서 점점 멀어지는 방향으로 항해를 하되, 안전을 위해 폭스락에서 넉넉하게 5마일쯤 바깥으로 돌아가는 항로를 계획하고 출항했습니다. 

오후 두 시부터 바람이 제대로 일기 시작하더니, 케이프 블랑코를 지났나 싶은 지점부터 바람이 순식간에 거세어졌습니다. 육지 쪽으로 접근할수록 바람이 약해질 것을 기대하고 계획보다 일찍 자이빙을 해 뱃머리를 돌렸습니다. 그러나 바람은 갈수록 세 질뿐입니다. 심장이 두근거리고, 호흡이 깊고 빨라지며, 피부가 차고 축축해지며, 두피가 쑤시고, 동공이 확대되는 반응이 점차 심화되었으나, 그래도 오르포드 항을 감싸고 있는 곶 안쪽으로 들어가기만 하면 바람을 막아줄 테니 그때까지만 버티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아니 이런, 곶을 지나 안쪽으로 들어오자 바람이 오히려 더 세집니다. 어김없이 여기도 게 통발은 지뢰처럼 퍼져 있고, 뱃머리 앞엔 절벽이 보이고, 시트를 풀어 세일을 완전히 열어 버린 상태에서도 바람에 밀려가는 배 속도를 줄일 수가 없습니다. 오르포드항 쪽으로 접근하려고 왼쪽으로 뱃머리를 돌리니 이제 미친 맞바람입니다. 더 이상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 상태로라면 닻을 내리기는 커녕, 섣불리 육지에 접근했다 좌초하기 십상인 것 같았습니다.

배를 돌려 차라리 먼 바다로 나갈까 선주와 급하게 의견을 나눕니다. 바로 옆에서 소리를 질러도 바람 소리 때문에 잘 들리지 않고 세일은 미친듯 흔들리고 있습니다. 배꼬리에 달린 풍력 제너레이터는 저러다 그냥 떨어져 나가 헬리콥터처럼 날아가 버릴 것 같습니다. 일단 닻 내리기로 한 곳 바로 앞까지 접근해 본 뒤, 도저히 안되겠다 싶으면 배를 돌려 다시 먼 바다로 나가기로 하고 오르포드 항 쪽으로 접근합니다. 곶에서 이미 한 번 예상이 빗나갔기 때문에 닻내림 포인트까지 접근한다고 바람이 줄 것 같은 희망이 없는 상태입니다.

 

닻내림 포인트

메인세일을 내리고 선주가 막 콕핏으로 복귀했는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둘이 상상하고 있던 닻내림 포인트의 위치가 다른 것입니다. 정면에는 중앙의 방파제를 기준으로 두 개의 만이 붙어 있었는데, 오른쪽에는 아래와 같은 만이 있었고, 

왼쪽에는 아래와 같은 만이 있었습니다. 

이름도 오르포드'항'인 곳에, 선착장은 비록 없더라도 배가 닻을 내릴 수 있는 환경이라면 해변도, 집도 있는 오른쪽 만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여기가 항구 마을일 테니까요. 그러나 선주는 그 왼쪽의 절벽 만을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이미 교감신경이 극도로 흥분되어 있던 나는 선주를 나무라기 시작했습니다. 

"아니, 저런 절벽 밑은 수심도 깊고 바닥도 바위일 텐데 닻을 어떻게 내려요!" 

그것도 강풍 때문에 소리를 지르면서요. 그런데 가이드북 등을 보고 어제저녁 미리 GPS 점찍어놨던 닻내림 포인트는 선주 말대로 절벽 밑이었습니다. 두려움 속에 절벽 바로 앞까지 접근을 하자 농담처럼 바람이 줄었습니다. 이렇게 높은 절벽 정도는 되어야 이 강풍을 막아줄 수 있기 때문에 여기에 닻을 내리는 것인가 봅니다. 선주를 좀 더 맘편히 믿어 주었어야 하는데, 새삼 화내며 소리를 지른 것이 미안해집니다. 

만 안쪽엔 불쑥불쑥 튀어나온 위험한 바위들이 있어 현장을 두 바퀴쯤 시찰하고 닻을 내리니 주위가 어느새 따뜻한 주황색으로 물들었습니다. 수면에 낮게 반사되는 저녁 햇빛을 배경으로 흥분을 가라앉히고 오늘 하루를 돌아보려는데 실내에서 웬 연기가 햇볕을 받아 스멀스멀 올라오는 게 보입니다. 

"이게 뭐지?"

얼른 엔진룸 뚜껑을 여니 정말로 연기가 납니다. 알고 보니 선주가 출항 전에 엔진오일을 체크하면서 엔진스틱을 휴지통에 꽂아 놓고 깜빡했습니다. 뚜껑 없이 하루 종일 열일한 엔진 오일은 많이 닳아 있었습니다. 작년에 왔던 판토찌가 잊지도 않고 또 왔나 봅니다!

판토찌: 세르벨로니 백작 부인의 진수식

 

끝나지 않는 강풍

고르고 골라 바람이 가장 약한 날 출항을 했는데도 오늘 케이프 블랑코가 이름값을 제대로 했습니다. 저녁식사 즈음부터 바람이 좀 나아지긴 했으나 마음이 놓이지 않습니다. 닻 체인의 충격을 흡수해 주는 스너버snubber를 설치하는 게 좋을지, 않는 것이 나을지 고민이 됩니다. 배가 흔들릴 때 닻내림 장치를 보호하고 실내에서 좀 더 편안히 머물게 해 주지만,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 스너버 때문에 신속하게 닻을 올리지 못할 위험이 공존합니다. 깜깜한 밤에 패닉에 빠져 스너버를 깜빡하고 닻을 올리려다 체인이 엉켜 버리는 재난 상황도 자꾸 눈앞에 그려집니다. 설치하지 않기로 결정합니다. 

새벽부터 강풍이 다시 시작되며 배가 흔들립니다. 드르륵 드르륵 닻을 중심으로 배가 돌아가며 체인이 돌바닥에 긁히는 소리와 텅- 하며 체인이 갑자기 당겨지는 소리가 끊이지 않습니다. 불안함을 애써 잠재우며 침대에서 버티다가 결정적인 "탕!" 하는 큰 소리에 선주와 나 둘 다 스프링처럼 튀어 올라 자동으로 기상합니다. 둘 다 어차피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상,하의 오일스킨을 챙겨 입고 만일의 출항 준비를 해 놓은 뒤 콕핏에 나가 앉아 해 뜨기를 기다렸습니다.

일출이 얼마 남지 않자 강풍이 가라앉아 조용해졌습니다. 닻을 올리고 GPS에 보이는 바위들을 조심해 피해 만을 나오자마자 파도가 배를 자비 없이 흔들고 배는 속절없이 좌, 우로 기웁니다. 달도 없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새까만 밤, 파도에 맞추어 조타를 할 방법이 없습니다. 조타하는 사람과 콕핏에 앉아 있는 사람 둘 다 구명조끼에 연결된 안전줄을 배에 고정시키고 어서 날이 밝기만을 간절히 기다렸습니다. 

출항할 때 없던 바람은 일출 직후의 남풍에서 점차 북서풍으로 바뀌더니 강도가 세 집니다. 어제의 패닉 이후, 오늘은 메인세일 없이 제노아만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오후가 되자 이제 바람뿐 아니라 파도도 세 졌습니다. 파도에 맞추어 조타하지 않으면 배가 심하게 기웁니다. 오늘도 오토파일럿은 권고휴무중입니다.

오늘의 목적지 크레센트 시티Crescent City에 가려면 케이프 블랑코처럼 불쑥 태평양 쪽으로 튀어나온 지형 앞으로 대거 포진해 있는 암초 떼를 피해 가야 합니다. 어제처럼 해안에서 멀리 떨어져 가는 것이 계획이었으나, 어느 순간 바람도 파도도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루 종일 수동 조타를 하느라 좀 지치기도 했습니다. 자이빙을 해, 안쪽으로 움푹 들어간 해안 가까이에 가니 파도도 바람도 훨씬 나아 숨을 돌릴 수 있었습니다. 암초를 피하기 위해 다시 바깥쪽으로 나가야 하더라도 이 쉼 없는 강풍과 파도로부터 좀 쉬어 가야 할 것 같습니다. 

배도, 조타하는 사람 교감신경도 좀 안정이 되니, 이 상태라면 암초 떼와 육지 사이로 지나갈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바깥쪽으로 멀리 돌아가는 것이 확실하긴 하겠지만, 우리를 보호해 주고 있는 해안 밖으로 나가는 즉시 제어 불능의 강풍과 파도와 또 싸워야 할 것입니다. 조마조마 했지만 큰 문제 없이 그 사이를 지나가 크레센트 시티에 도착했습니다. 

 

세일러 마을

18시 30분 입항. 밤잠도 설쳤고, 이틀 연속으로 뱃길이 험했기에 피곤한 상태였습니다. 크레센트 시티는 바 크로싱 생각할 필요 없는 항구라는 것이 새삼 고마웠습니다. 게스트 선착장에 다가가자 우리 배 계류줄을 잡아 주러 세 사람이나 밖에 나와 기다리고 있습니다. 게스트 선착장의 한쪽 끝에 접안하니, "저쪽으로 배를 대라"고 조언합니다. 우리가 밴든에서 배운 점이 있다면, 처음 가는 마리나에서 누군가 여기 배 대지 말라고 권유하면 뭔가 이유가 있다는 것. 순순히 반대쪽 끝으로 배를 옮깁니다.

그 곳엔 세일링 요트 몇 척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여기 배를 대라는 조언은, 옆에 같이 있자는 제안이었습니다. 이 세 사람은 각기 다른 배에서 온 사람들로, 여기 사는 사람, 온 지 몇 달 된 사람, 며칠 머물다 가는 사람이 섞여있는데 서로 잘 알고 지내는 듯했습니다. 

멘도시노를 넘을 만한 바람 적은 날을 기다리고 있다는 에릭은 친구와 둘이 항해를 하는 중입니다. 샌디에고에서 온 열혈 서퍼 션은 배에서 기거하며 이 곳에서 서핑을 즐긴다고 합니다. 마리나 오피스가 문 닫은 주말, 샤워실과 마리나 카드키를 빌려준 것만 해도 고마운데, "차도 있는데 빌려줄까?" 라는 제안으로 선주의 웃음보가 터지게 했습니다.

"캘리포니아 애들이 저래.."

아, 어느새 우리가 캘리포니아에 왔습니다. 오르포드 항에서 크레센트 시티에 오는 사이 오레건 주와 캘리포니아 주의 경계를 넘어왔습니다. 아직 따뜻한 남캘리포니아는 아니더라도, 감회가 새롭습니다. 

세 번째 계류줄 이웃은 우리 배와 같은 모델인 타야나 37피트 선주 크리스입니다. 은퇴 후 전 재산을 처분해서 한 달 전에 배를 구입했고, 준비가 되는대로 멕시코로 내려가 따뜻한 바다에서 은퇴 라이프를 즐기는 것이 계획이라고 합니다. 이 친절이 넘치는 분위기의 마리나에서도 크리스는 유난히 친절했습니다. 우리가 멘도시노를 넘어 내려갈 계획이라고 하자, 다음날부터 멘도시노 관련 정보를 듣는 대로 우리 배를 찾아와 두드립니다. 

며칠 전 막 남쪽에서 멘도시노를 넘어 올라왔다는 토미도 크리스가 소개시켜 주었습니다. 토미는, 오늘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멀리 돌아가는 대신 육지에 근접해서 암초 떼와 육지 사이로 오니 바람과 바다가 평온했다는 정보를 줍니다. 크리스는 같은 얘기를 벌써 두 사람에게 들었다고 합니다. 멘도시노가 멀지 않은 곳, 이렇게 적극적으로 정보와 도움을 주는 마리나의 분위기는 큰 힘입니다. 마치 세일러들의 작은 마을 같은 느낌입니다. 어쩌면 멘도시노가 근처에 있기에 이런 분위기가 형성된 것일 수도 있겠군요. 

우리 배에서 다소 멀리 정박한 배들도 지나가면 꼭 인사를 하고, 적극적으로 이런저런 정보를 줍니다. 멘도시노의 진정한 어려움은 강풍보다는 조류이며, 조류 때를 잘못 맞추면 세탁기가 따로 없다는 정보도 얻습니다. 열린 바다에 조류라..세탁기라... 전혀 생각하지 못한 주제입니다. 아직 멘도시노에 도전하기에는 모르는 것이 많고 공부가 부족하구나 하는 깨달음이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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