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구독자님,
저는 10개월 만에 드디어 남해에 왔습니다. 벌써 벚꽃이 피기 시작하네요!
작년, 봄이 끝나고 남해를 떠났는데, 여름 가을 겨울을 폴짝 건너뛰고 다시 여기서 봄을 맞이하니 일 년 전으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입니다.
지난 뉴스레터 스키퍼가 알아야 할 일기예보 도구들에서는 일기 예보를 얻기 위한 다양한 도구들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그러나 베테랑 세일러들은 일기예보 모델을 참조하는 정도로만 쓰라는 조언을 합니다. 예보 모델에 의존하지 말고, 정제되지 않은 날것의 자료를 먼저 찾아 자신의 빅픽처를 먼저 그려 보라고요. 그러나 어디 그게 쉬운 일이던가요. 마리나이에게 물어봅니다:
보기 쉬운 Windy 같은 날씨 앱들을 두고 왜 굳이 기상청 자료를 보라는 거지?
한번 홈페이지에 가 볼까요?
이거 뭐 첫 페이지부터 링크만 수십 개군요.
모바일 버전은 좀 단순할까 하는 실낱같은 희망을 안고 스마트폰으로 접속해 보니,
아직 노안이 오지 않았어도 돋보기가 필요해 보이는 모바일 버전입니다.
시범 삼아 몇 개의 링크를 따라 자료를 찾아보았지만, 방대한 자료 앞에서
“이거 문맹이 따로 없구나..”
라는 생각만 듭니다. 기상맹(?)에서 벗어나기 위해 기상의 기본 원리부터 좀 이해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번에도 대체 어디에서 시작해야 할지 막막한 가운데 정보의 카오스 속을 헤매다 기상청 공식 교육자료를 하나 발견합니다. 일단 이게 좋은 출발점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더군요.
영문 자료입니다. 출처는 여기:
https://www.weather.gov/education/presentation
자료는 아래의 문장으로 시작합니다.
즉, 다양한 요소들의 상호작용으로 도출된 결과물일 뿐이라는 것이죠.
재료를 넣고 돌리면 음식이 만들어지는 푸드 프로세서처럼 날씨도 온도, 기압, 습도, 바람 등 다양한 기상 요소들이 복잡하게 상호작용한 결과로 날씨가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결과만 맹신하는 것보다는, 원재료가 되는 이 요소들과 그 상호작용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가 봅니다.
기압과 온도
가장 기본이 되는 고기압과 저기압은 너무 기초적인 내용이어서인지 교육 자료에 빠져 있습니다. 마리나이를 소환할 모멘트이군요.
아주아주 쉽게 기압에 대해 설명해 줄래?
저기압은 비 오고 흐린 날씨, 고기압은 맑은 날씨라고 알고 그냥 막연하게 알고 있었습니다. 마리나이가 설명해 주니 어렵지 않게 이해가 가는군요.
날씨가 따뜻하면 데워진 공기가 위로 올라가면서 지표면에 남은 공기 분자들이 적어 저기압이 만들어집니다. 기온은 위로 올라갈수록 내려갑니다. 더운 공기가 위로 올라가며 온도가 내려가면 어느 순간, 수증기가 응결하여 물방울이 됩니다. 이게 구름이죠. 날씨가 더 더워질수록 기압은 더 낮아지고 구름이 생기고 비가 올 확률은 더 높아집니다.
반대로, 날씨가 추우면 찬 공기가 아래로 가라앉아 지표면에 공기 분자들이 많아집니다. 공기 분자들이 많아짐은 즉 압력이 높아진다는 말과 같습니다. 위에서 찬 공기가 아래로 내려오며 공기의 흐름을 안정시켜 맑고 화창한 날씨를 보입니다. 날씨가 추워질수록 기압은 더 높아지고 건조하며, 강풍이 불 확률은 줄어듭니다.
일기도
추억의 내일의 날씨입니다. 저녁 뉴스가 끝날 즈음엔 늘 이 노래와 함께 일기예보를 듣곤 했는데요(글쓴이 연차 나오나요?). 김동완 기상 캐스터는 구름 사진을 보여주고 일기도에서 고기압과 저기압의 위치를 설명한 뒤 날씨를 예보합니다. 연예인 같은 외모의 기상 캐스터가 ‘결과값’만 보기 좋게 알려주는 요즈음 뉴스 일기예보에 비해 전문적인 느낌이 듭니다.
아래는 기상청 홈페이지에 올라온 어제의 날씨입니다.
마치 등고선 같이 생긴 이 선들은 무엇인가요? 각 지점에서 기압을 측정한 뒤, 기압이 같은 곳끼리 연결한 선입니다. 선을 연결해 기압도를 그림으로써 고기압과 저기압의 위치를 알 수 있죠.
등고선과 마찬가지로, 선 사이의 간격이 좁으면 기압 차이가 급격한 것이고, 선 사이의 간격이 넓으면 완만한 기압 차이가 있는 것입니다. 바람의 세기는 당연히 기압 차이가 급격한 곳에서 강하겠죠. 지도의 북동쪽 저기압 주위에서는 강한 바람이 불고 있을 것 같습니다.
바람의 방향
바람은 공기분자들이 빽빽한 곳(고기압)에서 널럴한 곳(저기압)으로 불어 나갑니다. 다른 말로 하면 지표면이 차가운 곳에서 더운 곳으로 불어나간다고도 할 수 있겠네요.
일단 북극과 남극은 햇빛을 덜 받기 때문에 더 춥고, 적도 부근에 가까울수록 더 더울 것입니다. 알프스 산맥이나 히말라야 산맥 등은 고도가 높으므로 더 춥고, 해안 지역은 바닷물 때문에 일반적으로 더 온화합니다. 호수가 있는 곳도 인근 기온에 영향을 미치겠죠. 물은 땅에 비해 늦게 데워지고 늦게 식으니까요.
그래서 위와 같은 복잡한 기온 분포가 나타난다고 합니다. 이 기온 분포가 일정하게 유지가 되는 것도 아니고, 낮과 밤의 온도차, 그리고 지역마다 낮과 밤이 찾아오는 시간대의 차이 등으로 인해 끊임없이 변화합니다. 고기압에서 불어나가고 저기압으로 불어 들어오는 바람이 절대 단순할 수가 없겠네요.
그뿐인가요? 지구는 자전도 합니다. 지구가 반시계 방향으로 자전하기 때문에 북반구에서는 바람이 오른쪽으로 치우치고, 남반구에서는 바람이 왼쪽으로 치우치게 합니다. 이 현상을 코리올리(Coriolis) 효과라고 합니다. 뭔가 익숙한 이름인 듯해서 보니 고등학교 지구과학 시간에 배웠었군요!
이 때문에 북반구에서는 고기압이 불어나갈 땐 시계 방향, 저기압으로 바람이 불어 들어올 때는 반시계방향으로 휘어 들어옵니다. 옛날 옛적 요트 면허 수업 필기노트에는 아래와 같은 그림도 있더군요.
그래서 북반구에 등장하는 허리케인 사진들을 보면 다들 아래와 같이 생겼습니다:
남반구는 반대로 생겼겠죠?
날씨앱 윈디를 한번 켜 봅시다.
바람의 방향과 세기는 직관적으로 보기 쉽게 표현되어 있지만 이제 기상의 원리를 공부하기 시작했으므로 기압도가 함께 표시되게 설정을 변경해 봅시다. 오른쪽 아래의 삼선 메뉴를 누른 뒤 < More Layers를 선택하면 아래와 같은 옵션들이 나타납니다.
Display Isolines 에서 Pressure(압력)을 선택하고 나면 아래처럼 등압선이 추가됩니다.
이제 윈디가 알려주는 결과값(바람의 방향과 세기) 뿐 아니라 그 원인이 되는 고기압과 저기압의 위치도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고기압 주위에는 바람이 시계 방향으로 불어나가고 저기압에서는 바람이 반시계 방향으로 불어 들어오는 것이 보입니다. 붉은색으로 강풍이 부는 곳은 저기압 주위, 파란색의 무풍은 고기압인 것도 위 마리나이의 설명과 일치하네요. 아까 기상청 일기도에서 본, 촘촘한 등압선이 있는 지역에 40노트에 이르는 강풍이 불고 있는 것도 예상한 바와 같습니다.
한랭전선과 온난전선
전선이 뭔지 아주아주 쉽게 설명해 줄래?
웹서핑을 하다 이 개념을 설명하주는 아주 재미있는 그림을 찾았습니다.
대학 교육 자료인 것 같은데 원본 링크는 여기.
공기의 밀도가 높고 속도가 빠른 차가운 공기 덩어리를 무겁고 빠른 자동차 캐딜락에, 공기의 밀도가 낮고 느린 더운 공기 덩어리를 가볍고 느린 폭스바겐에 비유를 했습니다.
우선 한랭전선을 아래와 같이 표현했습니다. 따뜻한 공기 덩어리에 차가운 공기 덩어리가 밀고 들어올 때:
말이 필요 없이 바로 이해가 가죠? 크고 무거운 캐딜락이 여러 대의 폭스바겐을 들이받으면 폭스바겐은 공중으로 던져집니다. 찬 공기의 습격에 밀려 위로 올라가게 된 더운 공기는 높은 구름이 되죠.
반대로 온난전선의 상황을 볼까요? 차가운 공기 덩어리를 따뜻한 공기 덩어리가 침범할 때는 아래와 같은 상황이 벌어집니다.
폭스바겐은 캐딜락을 들어 올릴 만큼 무겁지 않습니다. 그래서 캐딜락 위로 타고 올라갈 뿐이죠.
다음시간엔
기상청 교육자료 다음 내용이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기상학의 원리를 알면 일기도만 보고도 기상 예측이 가능하다는 뜻일까요?
편안한 일요일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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