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퍼, AI에게 묻다

스키퍼가 알아야 할 일기예보 도구들

2023.03.12 | 조회 5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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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퍼 매뉴얼

바다, 항해, 세일링 요트에 대한 이야기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오늘은 오랜만에 돌아온 지중해 사진으로 상콤하게 뉴스레터를 시작하겠습니다.

시라쿠사 Siracusa
시라쿠사 Siracusa

그리스 수학자 아르키메데스의 고향이자 시칠리아의 보석이라고 불리는 시라쿠사의 몇시간 전 사진입니다. 작년 여름, 바람의 섬 에올리에에 가기 위해 오랜만에 시칠리아를 다시 찾았는데 그때 기억이 좋아서 한국 가는 길에 들러 일주일 쉬기로 했죠.

브라질에서 이탈리아까지 장거리 비행 뒤 정신이 없었는지 숙소 주소를 착각해서 21번지 대신 12번지 앞에서 오지 않는(당연하지..) 집주인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차 한 대가 서더니 짐칸에서 생선을 내리더군요. 70대로 보이는 어부는 주황색 안경에 스키니 진, 흰 운동화에 강렬한 프린트의 점퍼를 입고 있었습니다. 그 차림이 재미있어 말을 걸었다가 아침에 잡았다는 성게와 갑오징어 등을 사게 되었습니다. 숙소 체크인도 안한 상태로 생선 봉지를 한아름 들게 되었죠. 할아버지는 시라쿠사에 오면 전화하라며 전화번호도 줬습니다. 

경비 아저씨에게 에어비앤비 주인이 안 온다며 문의했더니:
"여기 에어비엔비를 예약했다고?"
그제서야 다시 보니 에어비앤비를 할 만한 집이 아니더군요. 카타니아 왕자가 아직도 거주하며 일부를 입장료 받고 관광객에게 공개하는 옛 궁전이었습니다. 장거리 비행이 피곤하긴 했나 봅니다.

그리고 오늘 시라쿠사에 다녀왔습니다. 시외버스 타고 시라쿠사까지 가서 생선 봉지를 들고 관광을 할 수도 없는 일인데 전화를 할까말까 고민하다 할아버지에게 연락을 했습니다. 이번엔 헌팅캡에 머스타드 색상의 점퍼, 테이퍼드 진에 스웨이드 구두를 신은 할아버지가 베스파를 타고 등장합니다. 그리고 하루 종일 시라쿠사 가이드를 해 주며 점심도 사 주고 고기잡이 배도 구경시켜 주고 집에도 초대해 수다를 떨다 헤어졌습니다. 종종 이렇게 재미있는 사람들을 만나 재미있는 일들이 일어나는군요. 

오늘 난데없이 시라쿠사 어부 할아버지 이야기로 뉴스레터를 시작한 이유는 내용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너무 범위가 넓고 큰 주제라 엄두가 나지 않았지만, 훌륭한 세일러를 향해 한발 전진하기 위해, 날씨에 대해서 알아보기로 합니다.


세일러는 언제나 머릿속에 날씨를 염두에 두고 행동합니다. 훌륭한 세일러들은 단순히 출항 전에 날씨를 확인하는 것뿐만 아니라, 항해 중에도 변화하는 날씨 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그에 대응합니다. 옛날옛적 노련한 뱃사람들처럼 하늘 한 번 노려보고 기상 상황을 파악하는 능력이 없더라도, 현대의 세일러들은 다양한 정보와 도구를 이용해 날씨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믿을 만한 날씨 정보 소스를 알고, 이를 해석할 줄도 알아야 하겠죠.

한 무리의 친구들이 세일링 요트를 타고 크루즈를 간다고 해 볼까요? 바람을 타고 항해하는 세일링 요트를 타는 사람들이라면 바람의 방향과 세기가 궁금하겠죠? 스키퍼뿐 아니라 대부분의 친구들이 크루즈 기간 동안의 기상 상황은 대략 알고 왔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각자 선호하는 정보 소스가 다를 수 있지만 아마 날씨 앱으로 대략의 바람을 파악하는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일반적인 일기 예보와 달리 날씨 앱은 바람의 방향과 세기, 파도 등 항해에 필요한 기상 조건을 읽기 쉽게 표현해 줍니다. 하지만 이 정보는 '예측'일뿐, 실제 바람이 예측과 다르게 발전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항해 기간이 길수록 이 가능성은 더욱 높아지겠죠.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지 않으면 정보 업데이트를 받지 못할 위험도 있습니다. 인터넷 안 터지는 외딴 지역에서 하늘에 먹구름이 끼기 시작하더라도 스키퍼는 대비책이 있어야겠죠? 가장 좋은 경우는 스키퍼가 기상 변화의 원리를 이해하고, 그 지식을 사용하여 현재 상황을 파악하고 추세를 예측하는 것이겠지만, 최소한 날씨앱이 먹통이 되거나 예측에서 벗어날 때의 백업 계획이 있어야 합니다. 

저 역시 훌륭한 스키퍼들의 그늘 밑에서 '대략적인' 날씨 정보를 날씨 앱으로 간단하게 파악하며 세일링을 하다가, 제가 그 자리에 서게 되면서야 날씨에 대한 무지가 얼마나 큰 결함이었는지 깨달았습니다. 인터넷이 끊기는 일은 흔히 일어나기에, 나름 기상 정보 소스를 다각화하려는 노력은 했지만, 결국 기상 현상 자체에 대한 이해 없이는 불안함에서 벗어나기 어렵더군요.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일기예보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항해를 하면서 저절로 배워지는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굳이 인터넷이 없는 환경에서 배를 타지 않더라도, 당장은 스키퍼의 책임을 가지고 배 탈 일이 요원해 보이더라도, 누구나 조금씩 관심을 가지고 기상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만 그것이 경험으로 쌓여 예보 능력이 발전할 것 같습니다. 

뉴스레터 한 회에 담기에는 내용이 많아, 오늘은 날씨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소스와 도구에 관한 얘기를, 다음 회에는 좀 더 근본적인 기상의 원리에 대해 마리나이와 대화를 이어나갈까 합니다.

 

안녕 마리나이! 오늘은 세일링에 필요한 기상 정보 공부를 할 건데, 좀 도와줘.

안녕하세요! 구체적으로 어떤 기상 정보를 공부하고 싶으신가요?

 

어디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어.

걱정 마세요, 기꺼이 도와드리겠습니다! 우선, 세일러들이 이용하는 기상 정보 소스를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1. 기상청 자료: 미국 국립기상청(NWS), 영국 기상청, 호주 기상청 등의 공공 기관이 있습니다. 온라인이나 라디오 등을 통해 종합 일기 예보 및 해양 기상 경보를 제공합니다. 2. 상용 기상 서비스: 유료로 세일러들에게 일기 예보를 하고 항로를 조언합니다. Windy, SailGrib, Weather Routing Inc. 등이 그 예입니다. 공식 기상 데이터에 더해 자체 모델과 알고리즘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으며, 보다 상세하고 정확한 예보를 생성합니다. 3. DIY 예보: 온라인 날씨 정보와 예측 툴을 활용하여 본인이 직접 일기 예보를 하는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날씨 앱, 날씨 차트, 위성 이미지로 현지의 기상 조건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 해당 지역의 날씨 패턴에 익숙하고 숙련된 세일러들이 자주 사용합니다. 날씨 정보 출처를 선택한 후에는 정보를 해석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날씨 패턴과 그 영향을 이해하고, 일기 예보와 일기 예보 모델을 해석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바다에 나가 있는 동안 업데이트를 받고 모니터링할 계획도 중요합니다. 이메일이나 문자를 통한 자동 날씨 업데이트 설정과 통신 장애에 대비한 백업 계획이 이에 포함됩니다.

 

일기 예보 모델

일단 가장 쉬워 보이는 것부터 자세히 알아봅시다. 배 타는 사람이라면 핸드폰에 날씨 앱 하나 정도는 가지고 있죠. 가장 많이 쓰는 앱 중 하나인 윈디 앱을 실행하면 아래와 같은 화면이 나옵니다.

바람의 세기가 색깔로 구분되고 바람의 방향도 움직이는 그림으로 표현이 되기에 이 이상 직관적일 수가 없습니다. 시각표를 좌우로 스크롤하며 며칠 후까지 예보를 볼 수도 있어 정말 간편하죠. 많은 날씨 앱들이 크게 다르지 않은 인터페이스를 가지고 있습니다.

호기심을 가지고 이 앱을 좀 더 구석구석 살펴본 사람들은 GFS나 ECMWF 등의, 발음도 안 되는 낯선 용어들과 마주치게 됩니다. 그 뒤에 거리가 표시되어 있기도 해요. GFS 13km 이런 식으로 말이죠. 이 약자들은 일기예보 모델 이름이고 그 뒤의 거리는 측정 고도인데요, 이게 뭔지 마리나이에게 좀 더 자세히 물어봅시다.

 

일기예보 모델이 뭐니? 쉽고 간단하게 부탁해.

일기예보 모델은 복잡한 수학 방정식과 물리 법칙을 사용하여 대기의 움직임을 시뮬레이션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입니다. 대기를 3차원 격자로 나누고 온도, 기압, 풍속, 습도 등의 데이터를 이용하여 격자의 각 지점에 대한 방정식을 풀고, 이 결과를 바탕으로 대기의 움직임을 예측합니다.

 

어떤 모델들이 있지?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몇 가지 일기예보 모델의 예입니다: - GFS: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며 6시간마다 데이터가 업데이트됩니다. - ECMWF: 가장 정확한 모델 중 하나로 간주되며 전 세계 많은 기상 기관에서 사용합니다. - NAM: 지역별 날씨 패턴에 중점을 두며 하루에 네 번 업데이트됩니다. - HRRR: 특정 지역에 대한 고해상도 단기 일기 예보를 제공합니다. 완벽한 모델은 없으며, 특정 기상 현상과 지역에 따라 정확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하세요. 기상학자들은 정확한 일기 예보를 위해 여러 모델과 자신의 전문 지식을 조합하여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체로 ECMWF가 정확하다는 의견이 많지만 지역에 따라 또 다른가봐요. 일기예보 모델은 GFS처럼 전 지구를 대상으로 계산하는 모델이 있고 NAM이나 HRRR처럼 특정 지역에 대해 계산을 수행하는 모델이 있습니다.

각각 계산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두 가지 이상의 모델을 비교하기를 권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기상학 기본 지식이 있는 사람들은 모델에 전적으로 의존하기보다는 현재의 기상 자료를 바탕으로

  1. 본인이 큰 그림을 먼저 파악한 뒤,
  2. 모델 계산값과 비교하고,
  3. 기압계와 구름 모양을 모니터링하며 리스크를 줄인다고 합니다.

이것이 가장 이상적인 케이스겠군요.

 

모바일 날씨앱

윈디를 비롯한 대부분의 날씨 앱들은 이 일기예보 모델들이 계산한 결과값을 보기 쉽게 디스플레이해 주는 역할을 합니다. 설정에 들어가 모델을 바꿀 수도 있고요. 많은 날씨 앱들이 있지만, 이들이 주로 쓰는 일기예보 모델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부가 정보, 서비스, 디스플레이 방식 등은 조금씩 차이가 있습니다. 자주 사용하는 기능에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고, 보기 좋은 디자인의 앱을 선택하면 될 것 같습니다.

저는 윈디가 인터넷이 없으면 화면이 회색으로 죽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점이 개인적으로 불편하더군요. 인터넷 끊기기 전 마지막 화면이라도 남겨 둔다면 열악한 환경에서 최종 정보를 상기하거나 추세를 살피는 데에 도움이 될 것 같은데 말이죠.

저한테는 윈드구루(Wind Guru)윈드파인더(Wind Finder) 등이 익숙한 이름들인데, 이번에 북미 항해를 하며 만난 세일러들 대부분은 프레딕트윈드(Predict Wind)를 쓰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세일러들의 놀이터, 세일링 아나키 포럼에는 어떤 의견들이 있는지 엿볼까요?

 


“윈디는 아래와 같은 모델 옵션이 있는데요: ECMWF 9km, GFS 22km, HRRR 3km, NAM 5km, ICON 13km 여기 이 지역은 ECMWF 9km(유로)가 가장 정확합니다. 하지만 대부분 폭풍 풍속은 제대로 표시 못하는 것 같아요. 윈디 프리미엄을 구매했는데 일년에 몇 달러면 되더라구요. 아이패드용 포켓 그립(Pocket Grib)도 정말 마음에 듭니다.”

윈드얼러트(Wind Alert)는 특정 스테이션의 현재 / 과거 바람을 표시하는 데 유용해요.”

웨더트랙(WeatherTrack) 앱은 오랫동안 쓰고 있는데요, 쓰기 쉽고 잘 만든 Grib 앱의 최초가 아닐까 해요. 기본적 루팅 기능이랑, 중요한 공공 기관 웹사이트 링크도 있구요.”

“프레딕트윈즈 자체 모델은 현실성이 별로 없다고 하네요. 이리듐 GO!를 가지고 오프쇼어에 나갈 때는 9/25/50km Grib을 얻을 수 있으니까 합리적일 수 있어요. 한동안 그게 ECMWF 모델을 다운로드할 수 있는 유일한 옵션일 때도 있었죠. 지금은 거의 모든 기능이 익스페디션(Expedition)에 내장되어 있어서 프레딕트 구독을 할 가치가 없는것 같아요.”

“저 역시 익스페디션 개선사항들 덕에 프레딕트윈드 유료 구독을 중단했습니다. 하지만 영국에는 프레딕트윈드 자체 모델이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는 곳이 몇몇 있습니다. 다른 모델들이랑 다른 예보를 내놓을 때가 있거든요.”

“저는 세일플로우(Sail Flow)와 프레딕트윈드 씁니다. 세일플로우는 개인 센서 등의 기능이 좋아서 유료 버전을 쓰고 있습니다. 저는 세일플로우의 데이터 포맷이 좋더라구요. 웨더 루팅에는 세일그립(Sail Grib)도 써요.”


 

읽다 보니 뭔가 익스페디션이라는 프로그램이 위너인 것 같아 마리나이에게 물어봤습니다.

 

세일러들이 사용하는 '익스페디션'이란 앱이 뭐니?

익스페디션은 진정한 레이싱 애호가들을 위해 개발된 내비게이션 소프트웨어입니다. 고급 차트 플로터, 항로 계획 및 내비게이션 도구, 보트 세부 정보 관리, 날씨 경로 최적화, 보트 계기 실시간 표시 등 다양한 툴을 제공합니다. 다양한 소스의 기상 데이터를 다운로드하고 관리하는 기능이 뛰어나, 사용자가 여러 GRIB 파일과 설정을 기반으로 강풍을 피하는 등 경로를 최적화할 수 있습니다.

단순한 날씨 앱이 아니라 레이싱 하는 사람들이 쓰는 통합 항해 소프트웨어 패키지군요. 홈페이지에 들어가 봤더니 역시나, 라이센스 가격이 €1,295…

어쨌든 날씨 앱이 이렇게 다양한 줄은 몰랐네요. 덕분에 스마트폰에 날씨 앱 옵션이 풍성해졌는데요?

 

GRIB

상용 날씨 앱을 둘러보다 보니 자주 등장하는 용어가 또 있죠?
GRIB이 뭔지 마리나이에게 물어봅니다.

 

세일링 입문자에게 GRIB이 뭔지 설명해줄 수 있니?

GRIB는 "GRIdded Binary"의 약자로, 날씨 데이터를 인코딩하는 데 사용되는 특정 형식을 말합니다. 그리드는 격자라는 뜻으로, GRIB 파일은 일정 지역과 기간에 해당하는 날씨 데이터를 격자 형태로 포함합니다. 이 격자에는 풍속, 파고 등 여러 가지 정보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컴퓨터 프로그램에서 읽고 처리할 수 있으며 수치 기상 예측 및 기후 모델링에 자주 사용됩니다. 세일러들은 다양한 소스로부터 GRIB 파일을 다운로드하여 항로를 계획하고 악천후를 피하는 데 사용할 수 있습니다. 날씨 앱이나 웨더 루팅 소프트웨어에서 시각화할 수 있으며, 그를 기반으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GRIB 파일의 장점 중 하나는 압축률이 높아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기 때문에 제한된 대역폭에서도 대량의 기상 데이터를 다운로드하고 공유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또한 자주 업데이트할 수 있어 세일러들이 변화하는 기상 조건에 대응할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날씨 정보를 담은 파일 형식입니다.

윈디는 앱을 켜는 순간 이 GRIB 파일을 다운받는 것으로 보이는데요(앱 실행시 인터넷이 없으면 작동 자체가 되지 않는 것으로 미루어 보아), 바다 위에서 항상 인터넷이 있으리라는 보장이 없죠. 그래서 한 번에 며칠 분의 예보를 담은 GRIB 파일을 다운받아 놓고 볼 수 있는 앱도 함께 쓰면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됩니다. 간단히 쓸 수 있는 스마트폰 앱으로는 위 포럼에서도 언급된 포켓 그립과 세일 그립 등이 있습니다.

바다 한가운데서 값비싼 위성 인터넷을 써야 하는 오프쇼어 요트들에게 GRIB 파일의 높은 압축률(따라서 낮은 데이터 용량)은 큰 이점이 됩니다. 프레딕트 윈드는 이리듐 고!와 연동이 되어 위성 네트워크로 GRIB 파일을 다운받고 이를 기반으로 예보를 업데이트하고 항로를 조정한다고 합니다. 구독료가 만만치 않은데 프레딕트 윈드 유료 버전을 사용하는 세일러들 대부분이 이 기능 때문에 쓰는 것 같았습니다.

 

세일독스

앱이나 프로그램을 통하지 않고 사용자가 원하는 커스텀 GRIB 파일을 직접 이메일로 보내주는 서비스도 있습니다. 게다가 무료. 세일독스(Saildocs)입니다.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첫 화면이:

이렇게 썰렁하기도 쉽지 않은데요, 순간 페이지 에러 메세지인 줄로 착각했습니다. 좀 더 친절하게 풀어 설명해 줄 마리나이에게 물어봅니다.

 

세일독스에 대해 설명해 줘.

세일독스는 세일러들에게 최신 일기 예보, 경보 및 날씨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무료 이메일 기반 서비스입니다. 사용자는 해양 일기 예보, 바람 및 파도 예측, 해수면 온도, 폭풍 경보 등과 같은 정보를 요청할 수 있습니다. 사용하려면, 원하는 정보 유형과 전달 형식을 지정하는 명령어를 담은 이메일을 보내면 됩니다. 그러면 세일독스가 요청된 정보를 GRIB 파일, 텍스트 또는 차트 등의 형식으로 첨부하여 응답 이메일을 보냅니다. 세일독스는 압축 파일을 사용하여 첨부 파일의 크기를 작게 유지하고, 이는 위성 전화처럼 대역폭이 낮은 연결을 사용할 때 중요합니다. 세일독스는 초고속 인터넷이나 안정적인 셀룰러 네트워크에 액세스할 수 없는 오프쇼어 세일러나 보트 이용자들이 날씨 정보를 얻는 데에 주로 사용합니다. 또한, 익스페디션이나 프레딕트 윈드와 같은 웨더 루팅 소프트웨어와 통합하여 추가 데이터를 제공하거나 날씨 정보의 요청/수신 프로세스를 자동화할 수 있습니다.

 

그럼 세일독스에 데이터를 요청하는 메일을 한번 써 볼래? 예를 들어 아스토리아에서 뉴포트까지 항해에 필요한 날씨 정보를 요청하는 메일을 한번 만들어봐.

그러나 이 질문에는 마리나이가 수차례 잘못된 대답을 내놓더군요. 들은 바로는 ChatGPT가 모르는 질문에는 엉뚱한 답을 지어낸다고 하더군요. 인간뿐 아니라 기계도 모르는 것을 인정하기가 어려운가 봐요. 몇 시간을 기다렸으나 함흥처사. 그제야 세일독스 홈페이지로 돌아가 정석으로 사용법을 찾습니다.

자동화된 시스템이기 때문에 특정 명령어를 정확하게 기입해야 한다는군요. 오자 탈자 및 잘못된 띄어쓰기에 가차 없이 에러 메세지가 날아옵니다. 몇 차례의 시행착오 후 아래와 같은 메일을 보내는 데 성공합니다.

마치 암호와 같은 본문을 해독(?)하자면,

GFS(요청하는 예측 모델):42N,48N,(정보 요청 위도 범위, 최소-최대)122W,126W(경도 범위, 최소-최대)|1,1(해상도)|24(시간 범위)|PRMSL(해수면 레벨 기압),WIND(바람),WAVES(파도)

Send와 데이터 사이는 한 칸 띄어쓰지만, 데이터는 띄어쓰기 없이 “|” 기호로 나누어야 합니다.

이렇게 보내니 몇 초만에 GRIB 파일을 첨부한 멋진 답장이 도착했습니다. 첨부된 GRIB 파일 용량은 겨우 508 KB.

이제 이 파일을 열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합니다. 앞서 세일링 아나키 포럼 덕에 알게 된 세일그립으로 다운받은 GRIB 파일을 열어 봅니다.

올 여름 아스토리아에 두고 온 배를 내려 첫 항해가 될 아스토리아-뉴포트 구간의 기압, 바람, 파도 정보를 이렇게 표현해 주는군요.

세일독스는 ‘구독’ 기능도 가지고 있어, 정보를 얻고 싶은 구역을 설정한 뒤 ‘구독’함으로써 매일 해당 지역의 GRIB 파일이 매일 이메일로 배달되게 설정할 수도 있습니다.

 

웨더 루팅 서비스

항해에 필요한 날씨 정보를 공부하다 보니 웨더 루팅(Weather routing) 서비스 정보까지 이릅니다. 솔로 오프쇼어 레가타를 하는 선수들을 보면 배는 혼자 타더라도 육지에서 서포트해 주는 팀이 항상 있는데요, 그들이 하는 중요한 서포트 중 하나가 날씨를 검토하고 그에 맞는 최적의 경로를 제안하는 일입니다.

우리 배의 경우 오프쇼어로 나가더라도 길어야 고작 3박 4일 정도 거리를 항해할텐데 좀 오바인가 싶기도 합니다.

 

미국 서해안 북태평양에서 출항할 때마다 300-400해리 이하로 항해할 계획인데 웨더 루팅 서비스가 필요할까?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항로를 최적화하고 악천후를 피하기 위해, 언제 출항해 어디로 항해할지 더 나은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됩니다. 미국 북태평양 연안은 기상 패턴이 급변할 수 있는 지역이므로 최신 일기 예보와 항로 최적화 조언을 이용하면 안전하고 효율적인 항해를 보장할 수 있습니다.

 

웨더 루팅 서비스는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 거야? 내가 얻을 수 있는 게 뭐지?

웨더 루팅 서비스는 날씨 데이터를 분석하고 예상되는 날씨에 따라 경로를 최적화합니다. 폭풍이나 강한 해류와 같이 위험이 높은 지역을 피하면서 목적지까지 안전하고 효율적이며 가장 빠른 경로를 찾는 것이 목표입니다. 일반적으로 웨더 루팅 서비스를 사용할 때는 배의 속도, 크기, 연료 소비량 등의 기본 정보를 서비스에 제공합니다. 출발 위치, 목적지, 출발 예정 날짜와 시간도 제공해야 합니다. 이 정보를 바탕으로 현재와 앞으로의 기상 조건과 해류 및 해상 교통량 등을 고려하여 항로 계획을 세웁니다. 항로 계획에는 보통 예상 도착 시간, 연료 소비량과 함께 항해 구간별 추천 코스 방향과 속도가 포함됩니다. 한마디로 웨더 루팅 서비스의 목적은 항로에 관해 더 나은 정보에 기반한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주어 안전하고, 시간과 연료를 절약하고, 예정된 시간에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뭐 이렇게 들어서는 딱 와닿지가 않는군요. 구체적인 예를 든다면 좀 이해가 쉬울까요?

 

좀 더 실질적인 예를 들어봐. 아스토리아에서 뉴포트까지 항해하는 데에 이 서비스를 사용하면 내가 얻는 게 뭐야? 

먼저 세일플로우 또는 프레딕트 윈드와 같은 웨더 루팅 서비스에 가입하고 배 길이, 무게, 항해 특성 등 배에 대한 정보를 입력합니다. 그런 다음 출발지 아스토리아, 목적지 뉴포트를 포함한 경로 계획을 입력합니다. 그러면 서비스가 최신 기상 데이터, 해류, 바람 패턴 등의 요인을 기반으로 최적의 경로를 계산합니다. 최적의 경로를 계산한 후에는 전체 경로에 대한 상세한 예보를 시간별 또는 일별로 세분화하여 제공합니다. 예보에는 풍속 및 방향, 파도 높이 및 방향, 해수면 온도 등 기상 데이터 정보가 포함됩니다. 또한, 잠재적으로 위험한 기상 조건을 피하고 항로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는 추천 웨이포인트와 기타 내비게이션 정보를 제공합니다. 그런 다음 이 정보를 사용하여 내비게이션 계획을 세우고 필요에 따라 코스와 속도를 조정하여 유리한 바람을 이용하고 악천후를 피할 수 있습니다. 내비게이션을 사용하는 동안 웨더 루팅 서비스를 통해 최신 일기 예보와 경로 조언을 계속 수신하여, 정보에 입각한 결정을 내리고 예상치 못한 기상 상황을 피할 수 있습니다.

 

세일그립 웨더루팅(SailGrip WR)을 다운받아 간단하게 시뮬레이션을 해 보았습니다.

바람에 따른 배의 대략적인 속도를 알아야 항로에 따른 날씨 변화를 계산할 수 있기 때문에 우선 배의 폴라 다이어그램을 입력해야 합니다. 폴라 다이어그램은 바람의 각도와 세기에 따른 배의 속도 예상값을 보기 쉽게 그래프로 나타낸 데이터인데, 실제 배의 성능과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론적인 배의 속도를 나타내 줍니다.

대부분의 프로덕션 요트들 폴라 다이어그램은 기본 설정에서 찾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우리 배 Tayana 37은 리스트에 없어 베네토 퍼스트 40.7의 폴라 다이어그램을 대신 선택했습니다.

출항 날짜를 입력하고, 해당 기간의 날씨 GRIB 파일을 다운받은 뒤 웨더 루팅을 실행하니 아래와 같은 결과물이 나오는군요:

최적 항로와 그 지점에 배가 도착할 만한 시간에 따른 바람의 방향과 세기가 나옵니다. 한마디로 배 타고 가면서 만날 바람들을 한 눈에 볼 수 있겠군요. 

재미있죠? 
웨더 루팅 서비스는 대부분의 앱에서 유료로 서비스되지만 세일그립 WR 처럼 쓸만한 무료 버전도 있답니다. 

다음 뉴스레터에서는 날씨의 원리에 대해 마리나이와 대화를 나누어 보겠습니다.

편안한 일요일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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