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이하 '모자무싸') 주인공 황동만은 20년째 영화감독을 준비 중인 사람입니다. 이제 주변 사람들은 공공연하게 그를 실패자 취급해요. 하지만 그를 정말로 무너뜨리는 것은 타인의 평가가 아닙니다. 더 심각한 것은 황동만 자신의 내면에 있어요. 황동만은 자신의 귀에 “너는 존재 가치가 없다”고 속삭이는 내면의 목소리를 물리치기 위해, 끊임없이 시시콜콜한 드립과 말을 쏟아냅니다. 잘나가는 친구들 사이에서 혼자만 제자리인 것 같은 이 불쾌한 감각을, 작가는 외면하지 않아요. 오히려 보기 민망할 만큼 솔직하고도 적나라하게 꺼내놓죠.
이 드라마가 지금 이 시점에 나온 건 우연이 아닌 것 같아요. AI가 빠르게 발전하면서 역설적으로 "나는 무엇을 해야 존재할 수 있는가"라는 압박이 더 커진 시대잖아요.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이 더 자유로워질 것 같았는데, 실제로는 자신의 쓸모를 증명해야 한다는 불안이 더 깊어진 셈이죠. 황동만이 괴로운 건 단순히 꿈을 못 이뤄서가 아닙니다. 아무것도 증명하지 못한 채 하루를 보냈다는 감각, 그게 매일 그를 무너뜨리는 것일 거예요.
갇혔을 때 돌파하는 방법

드라마는 이 멈춰버린 시대의 피로감을 철도 건널목 씬으로 보여줘요. 차단봉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갇혔을 때 돌파하세요." 열차가 달려오는 건널목에 갇히면 차단봉을 부수고서라도 빠져나가라는 실제 안전 수칙이죠. 20년째 제자리인 황동만과 지칠 대로 지친 영화사 PD 변은아는 나란히 이 차단봉 앞에 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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