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2023

[비즈니스 에세이 Ep.04] 우리나라 농산업 우리가 한번 발전시켜봐도 될까요?

응, 안 돼. (첫 회사 브리핑 실패)

2023.12.17 | 조회 2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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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비즈니스.에세이

여사장과 남사장의 요절복통 비즈니스 도전기 in Germany

[상황]

해외 판로 개척을 위한 지원사업 유치 성공으로 한껏 들떠 있던 팀 '에그'는 다음 프로젝트를 위해 보성에 위치한 녹차농장을 방문해야 했다. 행동력 하나는 정말 월클인 여사장과 남사장은 비행기표를 과감하게 구매한다.

육아로 인해 참여하지 못한 B씨를 제외한 3명은 보성에서 만났다. 온라인으로는 수십시간 이야기를 나눴지만 실제로 만난 것은 처음이라 반가웠지만 어색했다.

지역사회 농산업이 정부지원에 상당부분 의존해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과 고부가가치 콘텐츠 부재,

인력난 등 문제점에 관심을 가지면서 해외 판로 개척 지원사업을 성공시킨 보성녹차농장을 설득하여 우리의 실력을 보여주고자 했다.

친절하게 맞이해주신 사장님은 여유롭게 대화를 이어 가셨고, 1시간 뒤에 손님이 오기에 여사장과 남사장 그리고 A씨는 나름 준비한 자료를 토대로 프로젝트 개요를 최대한 간략하고, 분명하게 설명했다.

"그래서 우리가 보장받을 성과는 무엇인가요?"

"무엇이든 성공한 경험이 있나요? 있으면 말해주세요."

"농업분야에 특성을 파악하고, 이와 관련된 경쟁력을 가지고 있나요?"

사장님은 '과거'를 물었고, 우리는 '미래'로만 대답했다.


[여사장]

3월 8일 한국 도착.

3월 10일 보성 오전 10시 미팅.

미용실 예약이 시급했다. 독일에서 마음에 들지 않고, 비싸기만 한 미용실 대신 오피스용 가위로 스스로 머리를 자르고 다녔던 터라, 한국에서는 용납되기 어려운 몰골 상태였다.

"선생님, 제가 머리하고 바로 보성으로 가야 하니까, 제 시간에 마무리 부탁드립니다."

보성으로 가는 날, 미용실 예약이 오후여서 이미 어둑어둑 졌고, 시차적응도 제대로 안 된 상태인데, 비까지 억수같이 내려 운전도 힘들 것 같아 어쩔 수 없이 남동생에게 부탁을 해야 했다. 워낙 성격이 경상도 스타일이라 무뚝뚝하고, 평소 카톡으로도 한마디 이상 나누지 않는 남동생에게 이렇게 말했다.

"내가 10억짜리 국가지원사업 따러 갈 건데, 운전 좀 해주라."

웬일인지 녀석이 흔쾌히 왕복 8시간의 거리를 운전해 주겠다고 했다. 뭐지? 뭔가 잘될 증조인가?

3월 9일, 보성에 밤늦게 도착하여 겨우 구한 방에서 밤을 보냈다. 다음날 아침, 여동생에게 미리 빌려온, 평소에는 전혀 입지도 않는 정장 자켓을 걸치고 녹차 사업장으로 향했다. 초행 시골길이라 약속한 시간에 겨우 맞추어 도착했다. 사무실 안에는 이미 사장님과 A씨 그리고 남사장이 앉아 있었다. 그 때가 처음이었다. 우리가 실물을 마주 한 게. 그런데 그런 데다 신경 쓸 시간이 없었다. 모두가 앉아 있는 곳에 내가 들어가면서 '내가 늦었나?' '아닌데?!, 딱 정각인데?!' 속으로 변명 아닌 변명을 하면서 자리에 앉았다. 나 혼자 그렇게 느낀 것일 수도 있는데, 내가 아주 싹수없이 제시간에 딱 맞춰서 나타난 듯 보였다. 뭐, 실제로 한국 문화에서는 예의가 없었던 것일수도 있고.

 

비즈니스 제안서를 우리는 파트너십을 맺는다는 컨셉으로 진행하는데 이 타이틀은 별로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는 것 같다.
비즈니스 제안서를 우리는 파트너십을 맺는다는 컨셉으로 진행하는데 이 타이틀은 별로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는 것 같다.

 

사무실 내부는 생각보다 훨씬 규모가 있고, 체계화된 사업장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내부 인테리어도 멋있고, 공간도 넓었다. 사장님이 차를 개발하시는 분이라 뭔가 따뜻하고 여유로운 대화가 이어지겠다는 기대가 내심 있었다.

"그래서 농업분야에 경험은 있어요?"

엥? 경험이 있을 리가 있나. 우리는 이제 막 시작하려고 하는 회사였다. 정확하게 다시 말하자면 '시작한' 회사도 아니고. '시작하려는' 회사. 그 의도와 상관없이 사업가라면 누구나 물어 볼 법한 내용인 단순한 질문에도 나는 알 수 없는 억울함이 치밀었다. 세상 모두가 태어날 때 부터 걷고 뛰지는 못한다. 지금은 업계에서 알아주는 대기업도 처음에는 그냥 아무도 모르는 작은 회사에서 시작했을 것인데, 경험이 있냐는 질문 하나에 이미 우리는 거절을 당하는 구나라고 단정지었다.

와이파이 설정 때문에 초반에 버벅인 것을 제외하면, 브리핑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사장님은 우리가 준비해 온 모든 브리핑에 별 관심이 없으셨다. 브리핑 후, 사장님이 사업장 이곳 저곳을 보여주셨는데 이 때는 이상하리만큼 굉장히 적극적이셨다. 차 블렌딩 하는 장소에 우리들을 직접 데려가서 향도 맡아보게 하고, 아직 완공은 안 되었지만 공사 중인 별관도 보여주시면서 체험 프로그램에 대해 이야기도 나눴다. 그러나 다음 스케줄로 가시면서, 우리에게 밥 먹고 가라며 구내 식당도 기꺼이 내어 주셨다.

 

우리의 역량 중 '전문'인 것에 대한 근거가 부족했던 것 같다. 팀원들의 개인적인 경험으로 미루어 보았을 때 준전문가는 된다고 판단한 것인데, 가시적인 결과물이 있는 것이 좋을 듯 하다. 지금 이 글을 작성하면서도, 좀 더 많은 기록을 남겼으면 좀 더 풍성한 글이 되었을텐데... 결과물을 잘 기록하고 남겨두자!
우리의 역량 중 '전문'인 것에 대한 근거가 부족했던 것 같다. 팀원들의 개인적인 경험으로 미루어 보았을 때 준전문가는 된다고 판단한 것인데, 가시적인 결과물이 있는 것이 좋을 듯 하다. 지금 이 글을 작성하면서도, 좀 더 많은 기록을 남겼으면 좀 더 풍성한 글이 되었을텐데... 결과물을 잘 기록하고 남겨두자!

 

회사 첫 브리핑을 그렇게 미지근하게 마쳤다.

첫 브리핑인데 떨렸냐고 묻는다면, 글쎄, 잘 모르겠다. 워낙 시차 적응도 안되고, 독일에서도 일을 너무 많이 하다가 간 상태여서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제정신이 아니었다 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겠다.

그런데 그날 회사 브리핑을 할 때, 정말 떨렸던 순간은 따로 있었다.

바로 A씨와 남사장을 실물로 만났다는 것!!!!

A씨는 줌에서 볼 때에도 어리고 체격이 작겠구나 했었는데 실제로도 그러했고, 남사장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잘 생겨서 좋았다.


[남사장]

자신 있었다.

평소 누군가를 설득하는데 또는 컨설팅 하는데 일가견이 있던 터라 자신있게 보성농장으로 갔다. 혹시 늦을까 봐 전날 전라도 광주에서 하루 자고, 렌터카를 빌려서 보성으로 갔다. 약속시간보다 30분 정도 일찍 도착할 수 있었고, A씨를 먼저 만났다. 함께 온라인 독서모임을 한 시간까지 하면 약 2년 이상을 온라인으로만 보다가 처음 봤는데 어색함보다는 연예인 보는 것 같은 신기함이 있었다.

직원분의 안내를 받아 다과실(?) 같은 곳에서 회의를 준비하고 있었고, 당일 행사가 있던 사장님은 분주하게 준비하고 계셨다. 간단하게 인사를 마치니, 여사장도 도착을 했다. 여사장은 예상치 못하게 키가 컸다.

본격적으로 보성농장 사장님과 이야기를 시작했고, 준비한 자료를 아이패드로 보여드리면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자료를 출력을 해갔으면 어떨까 싶다. 와이파이 때문에 초반 5분 정도 허비한 것 같았고, 패드로 내용을 보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 보여서 계속 잘 안 보인다고 하셨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가 분석한 문제점 이야기 하고, 그에 대응할 수 있는 프로젝트들을 이야기를 할 때까지 분위기가 좋다고 생각했다. 우리의 설명을 마치고 난 뒤 사장님은 제일 먼저, 우리가 과거에 이룬 성공에 대한 경험을 물으셨다. 이제 막 결성된 팀이라 아직 함께 성공한 경험은 없지만 어떻게든 잘보여야 한다는 생각에 개별적으로 이룬 성공도 다 끌어 다가 이야기 했다. 심지어 할아버지께서 농사 지었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어느 순간부터 친절했던 공기가 내 앞에 놓인 식어버린 녹차처럼 냉냉해짐을 느끼고 있었다.

 

농산업 경험이 있는 A씨가 있었기 때문에 오늘 미팅이 성사 된 것이었다. 팀을 만들때 팀원이 가지고 있는 능력과 경험이 중요한 이유이다. 글자 정렬을 양끝으로 안 맞춘 것이 왜 지금 눈에 보이는지...
농산업 경험이 있는 A씨가 있었기 때문에 오늘 미팅이 성사 된 것이었다. 팀을 만들때 팀원이 가지고 있는 능력과 경험이 중요한 이유이다. 글자 정렬을 양끝으로 안 맞춘 것이 왜 지금 눈에 보이는지...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우리가 그린 그림을 최대한 설명하려고 했다. 여사장은 나름 당황한 티를 내지 않고, 잘 대응했지만 솔직히 결론만 말하자면, 우리는 그 사장님 기준에서는 자격 미달이었다. 일부러 농산업 경험이 있는 A씨를 대표로 한 점과 시장조사를 통해 분석한 문제점은 좋은 포인트라 했지만, 다른 산업과 성격이 전혀 다른 농산업 컨설팅을 하려고 하는데 지식이나 경험도 없고, 국가에서도 노력을 하는데 잘 안되는 것을 어떻게 우리가 할 수 있는가를 이해시킬만한 큰 한방이 부족했던 모양이다. 그래도 이렇게 솔직한 피드백을 주신 점에 감사했다.

오히려 뛰어난 농장시설에 비해 활용되지 않는 자원들을 보면서 즉흥적으로 떠올린 아이디어를 이야기 할 때는 반응이 좋았다. "치유농업" 이슈가 나오면서 사장님과 좀 더 적극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었지만 아쉽게도 그것이 전부였다. 한시간 가량 이어진 미팅에서 더 이상의 진전은 없었다. 이상했다. 이미 보유한 자원들을 활용해서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만들고 싶지만 아이디어나 콘텐츠가 부족하고, 계획이 있다 한들 실행할 인력이 없는데도 왜 우리 제안을 거절할까? 돈 때문이라고 하기에는 돈 이야기는 꺼내지도 않았다. 아?! 돈 이야기를 안해서 그랬나? 그렇게 우리의 첫 고객 유치는 날카로운 질문과 물렁한 대답만을 남기고 끝났다.

 

세부적인 일정과 목표도 정했지만 이 내용은 아예 설명하기도 전에 컷 당했다. 아마 경험이 많으셔서 이미 우리랑 안 맞는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자세한 프로젝트 내용이나 아이디어는 유료 콘텐츠로 제작할 예정이다.
세부적인 일정과 목표도 정했지만 이 내용은 아예 설명하기도 전에 컷 당했다. 아마 경험이 많으셔서 이미 우리랑 안 맞는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자세한 프로젝트 내용이나 아이디어는 유료 콘텐츠로 제작할 예정이다.

 

설레발은 필패.

광주에 사무실 내고, 전속으로 컨설팅을 하면서 보성 대표 컨설팅 회사로 거듭나면서 전라도 지역 최고가 되니마니, 광주로 이사와서 집도 사고, 아이들 학군이 어떻고 했던 지난 김칫국의 쓴맛이 그때서야 올라왔다.

A씨는 터미널에서 내려주고, 여사장과 함께 광주로 이동했다. 이동하면서 우리를 받아주지 않은 농장에 대한 아쉬움도 나눴지만 어떻게 하면 신생 컨설팅회사가 소위 "트랙 레코드"라 하는 실적을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이야기 중심으로 나누면서 왔다. 대면으로 처음 여사장과 이야기를 나눈 것인데 비즈니스에 관해서 공감대 형성이 잘 되어 든든했다.

그나저나 진짜 농산업 제대로 개선/발전시켜 보고 싶었는데… 연락 주세요!!


독일.비즈니스.다이어리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여사장과 남사장이 한국과 독일에서 글로벌 CEO로 거듭나는 과정을 담은 현재진행형 에세이입니다.

스스로 성장하기 위해 뉴스레터에 꾸준히 비즈니스 에세이를 적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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