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
에피소드 1화에서 (비즈니스 에세이 Ep.01 이 궁금하다면, 여기를 클릭해 주세요.) 남사장과 여사장은 둘 다 부자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다. 같은 부자가 되려는 사람끼리도 다를 수 있지만 다행히 관심사도 취향도, 심지어 생각하는 방식도 굉장히 비슷하다.
여사장은 자신의 목표가 2027년 시그니엘 입주라고 했다. 다만 어떻게 하면 2025년에 더 일찍 들어갈 수 있을까?하고 고민하고 있었다.
남사장은 부의 상징인 시그니엘에 살고 싶다면 시그니엘에 직접 가 봐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이자 제안을 해 본다.
여사장은 잠시 고민하고 며칠 뒤, 일방적으로 시그니엘 호텔에 방을 예약한 뒤 통보했다.
"우리 시그니엘에서 만나요."
[남사장]
보성에서 만족할만한 결과를 만들지는 못했지만 뭐 비즈니스가 그렇듯이 다음을 기약하기로 하고, 다음 일정을 준비했다. 다가오는 일정은 에그 팀 4명이 완전체로 만나 우리의 시작을 알리는 출정식! 어디서 출정식을 할까 고민하던 찰나에 여사장이 '시그니엘'을 언급했다.
여사장은 시그니엘에 살겠노라 했다. 월세가 2500만원이라나? 대한민국에서 제일 높다나, 시아 준수님 등 화려한 분들이 사신다나, 풍문으로만 들었던, 온라인 집들이만 했었던 그 시그니엘이었다. 만날 때부터 보통사람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였다.
시그니엘 나도 가보고 싶었는데 딱히 어떤 계기가 없었다. 이 참에 가보자 싶어, 우리 이번에 시그니엘 호텔을 한번 이용하시라고, 그 덕에 출정식도 라운지에서 해보자고 했다.
[여사장]
곧 죽어도 호텔은 5성급.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저자로 유명한 리처드 기요사키가 어떤 인터뷰에서 자기 친구의 에피소드를 이야기 한 적이 있었다. 형편이 좋지 못한 친구였지만, 자신의 가치관대로 가끔씩은 엄청나게 호화로운 소비를 했다고 한다. 자신이 원하는 부를 직접 느끼고 자신의 목표에 가까이 가기 위해서. 그리고 결국 그 친구는 어마어마한 자산가가 되었다고 한다.
그 이야기의 주제는 소비가 반드시 소득에 제한 될 필요는 없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스스로를 합리화 시키기 시작했다.
"그래 백만장자들이 추천하는 행동이야. 그러니까 돈 써도 돼."
<백만장자 시크릿>의 저자 허브 에커도 "사치통장"을 만들어, 1달에 1번 정도는 사치를 하라고 조언한다. 그러면서 굉장히 구체적인 예로 '가격이 적혀져 있지 않는 최고급 레스토랑에서 가격을 보지 않고 식사해 보기' 와 같은 행동을 해 보라고 한다. 나는 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는 대신, 최고급 호텔에서 숙박을 해 보기로 선택했다.
사실은 로버트 기요사키의 영상을 보기 전부터 5성급 호텔이 너무나 궁금했었다. 나는 평소에도 멋진 건물이나 최고급 인테리어 사진이 있으면 잡지를 구매해서라도 보는 것을 좋아했었다. 다만, 내 형편에 맞는 소비를 해야만 한다는 이유로, 내 주제에 5성급 호텔은 분수에 맞지도 않고, 내 수준에도 맞지 않는다며 스스로 주눅이 들어 살았다. 당시에는 직장생활을 하며 고정수입이 있었고, 많지는 않지만 돈도 조금 모아 둔 것도 있어서 금전적으로는 숙박비를 낼 수 있었지만, 마인드가 거지는 영락없는 거지였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일종의 자격지심이었던 듯 하다.
'나 같은 사람이 그런 고급스러운 곳에 가면 바로 티가 나겠지?'
'날 무시 할 텐데?'
'사람들이 외모만 보기 때문에, 내가 명품을 걸치지 않으면 나를 하대하고, 불친절 할거야.'
'돈 많은 사람들은 싸가지 없을 거야.'
그리고 내 망상 한가지 더.
'이런 내 취향을 말하면 사람들이 주제도 모르고 꿈만 꾼다고 비웃을 거야'
그런 생각들로 사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들에 대해서는 언제나 속으로만 숨겨왔다. 단 한번도 솔직한 내 생각을 공유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부자가 되기로 결단한 나에게는 더이상 주위 사람들이 뭐라고 하건 별 신경이 안 쓰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미친년 취급 받을 결심으로 그냥 우리 팀원들에게 나는 시그니엘에 살고 싶다고 진심을 말했다. 만약 그들이 웃는다면, 다들 한번씩 웃고 넘어가라 여겼다. 기껏해야 '아 그러시구나.' 정도의 반응만 있어도 양반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완전히 의외의 반응이 돌아왔다. 심지어 너무나도 진지하게 남사장은 웃음기를 싹 뺀 톤으로 제안했다.
"진짜로 정확하게 목표가 시그니엘 입주라면, 거기에 가 보거나 자 보면서 직접 경험 한번 해 보셔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시그니엘에서 숙박해 보신적 없으시면 이번 저희 출정식을 시그니엘에서 하죠?! 여사장님은 이번 기회에 숙박도 해 보시면 어떠세요? 지금 예약하시면 한화로..."
이제껏 살면서 만났던 모든 인간들과는 다르게 남사장은 목표에 맞는 정확하고 빠른 행동을 촉구했다.
정확히 맞는 말이었다. 아니. 사실은 나도 시그니엘에 가보고 싶어 미칠 지경이었는데 덕분에 생각을 바로 행동으로 옮길 수 있었다.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A씨도 서울에 오려면 어차피 숙소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나는 의논하지 않고 시그니엘 호텔을 내 돈으로 결제했다. A씨가 혹시라도 금액이 부담된다며 거절 할까봐 일단 결제부터 해버렸다.
[남사장]
2023년 3월 21일.
진짜 시그니엘 라운지에서 출정식을 하기로 했다. 약속시간 전, 시그니엘이 너무 궁금해서 여사장에게 연락을 해 혹시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호텔 객실 구경 좀 해도 되겠냐고 했다. 나중에 분명 시그니엘 호텔을 이용하겠지만 순수하게 정말 궁금했다. 나만 그랬던 것이 아니다. 아내에게 이야기 했더니 자기도 가면 안 되겠냐며….. 염치 불구하고 가족들 전부 끌고 왔다. 딸아이 2명과 함께.
정말 감사하게도, 여사장은 친여동생과 A씨와 호텔방을 같이 쓰기로 했다며 편안하게 방문하라고 했고, 시그니엘 호텔 입구같은 곳(?)에서 만나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청소되지 않은 뿌연 창 밖인데도, 감탄사를 연발하면서 정말 성공하고 싶다는 의욕이 뿜뿜 거렸다.
화장실 뷰는 어찌나 좋고, 애초에 차를 마시지도 않지만 웰컴 차도 어찌나 좋고, 옷장도 좋았고, 그냥 다 좋았다. 여사장의 여동생은 처음 봤지만, 내 아내는 출산 전 독서모임을 한 덕에 여사장과 안면이 있어서 즐겁게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이후 중국식당으로 이동했고, B씨까지 합류하면서 진정한 완전체가 되었다. 테이블이 빙글빙글 도는 테이블에서 이것저것 맛있게 먹으면서 즐겁게 대화를 나눴다. 솔직히 중간에 마가 뜨는 순간이 있었지만 아이들의 작은 소란을 기회삼아 잘 넘어갔다. 이 식당 이야기를 굳이 여기서 쓴 것은 나름 의미가 있어서다. 처음으로 우리가 공금을 사용했다. 해외판로 개척 프로젝트로 번 공금을 사용하면서 법인카드 같은 느낌으로 계산을 했다. 짜릿했다.
시그니엘 라운지로 왔다. 진짜 왜 부자들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해보라 했는지 알겠다. 동기부여가 빡! 하고 된다. 분위기에 압도되기 보다는 반드시 가지고 싶다는 뭐랄까? 무언가가 끓어 올랐다. 화장실을 잠시 들렸는데 와... 이것은 어나더 레벨. 쾌적해도 너무 쾌적했다. 자리에 돌어와서는 이왕 이렇게 된 것 메뉴판 가격을 보지 않고, 먹고 싶은 것 바로 시켰다. 계절 메뉴? 였나 딸기 어쩌고 시켰는데 맛은 없었다. 맛이 없었기 때문에 더욱 시그니엘을 신뢰(?)할 수 있었다.
'역시 여기는 맛으로 오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로 오는 곳이다.'
식당에서는 하지 않았던 비즈니스 이야기를 라운지에서는 꽤나 했다. 다른 회사 출정식은 모르겠지만 우리의 출정식은 사무실이 아닌 라운지에서 멤버와 가족들이 함께 했다. 우리 에그 팀이 잘되면 일년에 한번씩은 시그니엘 라운지에서 보자고, 성공하면 시그니엘에서 숙박도 하면서 가족 동반 워크숍하자며 결의를 다졌다. 이번 계산에는 공금을 사용하지 않고, 내가 기꺼이 계산했다. 내 카드에 시그니엘을 문신 마냥 박고 싶었다. 허세라고 해도 좋다. 오늘 받은 느낌을 잊고 싶지 않았다. 여사장에게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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