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관심 없는 중국 제조업 경쟁력의 원천

테슬라를 넘어선 BYD와 화웨이

2025.03.07 | 조회 1.26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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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렉트릭 쇼크

찌릿찌릿하게 읽는 테슬라와 전기차 시장 이야기

[요약]

1. 많은 사람들이 이제껏 중국 제조업은 기술 유출보조금이라는 반칙으로 성장했다고 무시하며 무관심으로 일관했습니다.

2. 하지만 이러한 혐오와 외면은 한순간 기분은 좋을 지언정, 중국 기업들의 경쟁력을 제대로 분석하고 대응 방안을 찾는 데는 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3. 역설적이게도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은, 시장 경제의 원동력이라 할 수 있는 '치열한 경쟁을 통해 창출되는 혁신' 그리고 '끊임없는 새로운 사업 진출 및 기술 개발 도전'을 가장 잘 구현해내고 있습니다.

4. 실제로 우리가 익히 들어본 BYD와 같은 '네임드' 중국 기업들이 단순히 정부의 보조금 밀어주기만으로 성공했다고 치부해서는 안됩니다.

5. 중국 전기차 시장에서는 매년 4,5개의 신생 전기차 브랜드들이 생겨나고 있고, 이렇게 140개에 육박하는 브랜드 간의 치열한 적자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으며 BYD는 독보적인 경쟁력을 확보했습니다.

6. 또 미국의 제재로 사업 존폐 위기에 놓였던 화웨이는, 이런 위기를 계기로 OS, 반도체 등 핵심 부품 자급을 추진하며 기존 사업 경쟁력을 높여 나갑니다.

7. 작년부터는 '자율주행 전기차'라는 새로운 사업으로의 다각화에 뛰어들어, 올해 1월에는 중국 시장에서 테슬라를 넘어서는 판매량을 기록합니다.

8. 과연 한국 기업들은 이렇게 중국 기업들과 같이 치열한 경쟁을 통해 혁신을 창출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또 계속해서 새로운 사업과 기술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9. 근본적으로 한국 제조업에 위기가 닥친 이유는, 과거 한국 기업들의 성장 동력이었던 ‘경쟁’과 ‘도전’을 중국 기업들이 더 잘 구현하고 이행하고 있기 때문은 아닌지 돌아보게 됩니다.


언제까지 중국을 덮어두고 무시만 할 것인가?

‘중국 제조업 경쟁력의 원천’하면 가장 흔히들 떠올리는 통념은 크게 2가지입니다.

1. 기술 유출: 불법적인 기술 빼돌리기와 허락 없는 무단 카피를 통해 제품을 만든다.
2. 보조금: 중국 정부의 천문학적인 보조금 살포 덕에 말도 안되는 원가에 제품을 찍어낸다.

불공정한 경쟁 방식이지만, 중국 내수 시장에서만큼은 중국 정부의 비호 하에 이런 반칙이 자유롭게 허용됐습니다. 덕분에 독자적 생존이 어려웠던 산업에서까지 많은 로컬 기업들이 살아남아, 중국 시장에서 자신들만의 생태계를 형성해나갔습니다. 그 결과로 과거 해외 기업들에 의존하던 중국 내수 시장은 자국 기업 중심 공급 체제로 완전히 탈바꿈했고요.

이 과정에서 많은 해외 기업들이 큰 손실을 보며 중국 시장을 엑싯하거나 중국 사업을 축소했지만, 큰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중국 시장이 크다고는 하지만, 이보다 훨씬 더 큰 글로벌 시장이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이제 이렇게 성장한 중국 기업들이 중국 내수 시장을 넘어 글로벌 시장으로 손을 뻗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 기업들은 그간 미래 먹거리로 생각해온 디스플레이, 배터리, 태양광 같은 첨단 제조업을 하나하나 중국에 내어주고 있습니다. 상대적 안전지대라고 생각했던 반도체 역시 커머디티 제품부터 중국 기업들의 공습이 시작되면서, 이제 100% 안전하다고 호언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돼버렸고요.

상황이 여기까지 와버리자, 그동안 중국을 덮어놓고 무시와 혐오로만 일관했던 한국 사회에서도, 그 경쟁력의 원천이 무엇인지 관심 갖고 관찰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가장 화두가 되고 있는 것이 ‘996 체제’인데요. 주 52시간제로 노동 시간이 묶여 있는 한국과 달리, 중국에서는 수백 만 명의 명문대 출신 인재들이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 6일 몸을 갈아 넣어 치열하게 일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렇게 노동 시간이 한국 기업 경쟁력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지목되자, 그 대응 방안으로 반도체 등 특정 산업에 주 52시간제 예외를 적용하는 법안 등이 논의되기도 했는데요.

이러한 사회적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은, 늦었지만 다행히 우리도 이제 중국을 제대로 된 경쟁자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뜻합니다.

과거처럼 중국이 기술을 빼돌리고 보조금 덕을 보는 반칙 플레이어라고 욕하고, 무관심으로만 일관한다면 마음이야 편할 수는 있을 겁니다. ‘인구가 많아서 그런거다’, ‘시장이 커서 그런거다’라는 상식적인 매크로 이야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담론들은, 우리가 따라할 수 없는 요인들에서 중국 경쟁력의 원천를 찾기에, 결국 ’우리는 이에 대응하기 힘들다’, 혹은 ‘어쩔 수 없이 하던대로 할 수밖에 없다’는 식의 외면하는 방향의 결론으로 귀결됩니다. 당장 중국만큼 인구를 늘릴 수도 없고 국가의 몸집을 늘릴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요.

당연하게도 이런 결론은 중국 기업들의 위협에 대응하고 준비하는 데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물론 중국 기업들이 내수 시장에만 머물렀을 때까지만 해도, 이렇게 덮어두고 외면해도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중국 기업들은 중국 내수 시장을 넘어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며, 한국 경제에 보다 실존적이고 커다란 위협으로 다가왔습니다.

이제는 정말로 중국 기업들을 객관적인 경쟁자로 인식하고 냉정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습니다. 단순히 보조금 탓, 매크로 탓을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중국 기업들보다 무엇을 못하고 있고, 무엇을 보완해야 하는가를 면밀하게 살펴보고 보완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중국은 어떻게 삽시간에 한국 기업들을 위협할만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던 것일까요?


극한의 적자생존 경쟁

먼저 주목해야 할 포인트는, 극한 수준의 치열한 경쟁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전세계에서 기업들 간에 가장 높은 강도의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곳은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입니다.

대표적인 예가 ‘전기차 시장’인데요.

세계에서 가장 큰 전기차 시장인 중국에서는 지금도 매년 4, 5개의 신생 브랜드가 새로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그 결과로 중국 시장에는 무려 140개가 넘는 전기차 브랜드들이 공존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물론 각 지방 별로 강자가 존재하는 로컬라이즈된 시장이라고는 하나, 전기차 하면 불과 십 수개의 브랜드가 떠오르는 한국 시장에서는 감히 상상도 되지 않는 규모입니다.

‘브랜드가 많다고는 하나, 어차피 중국 정부에서 보조금 퍼주면 1위 업체든 꼴찌 업체든 다 잘 팔리는 거 아니냐?’라고 물으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래의 공장 가동률 데이터에서 보실 수 있는 것과 같이,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 중이라는 중국 전기차 시장은 매우 냉정하게 운영되고 있습니다. 어떤 업체는 무려 120%에 달하는 가동률을 자랑하며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는 반면, 어떤 업체는 공장을 채 10%도 돌리지 못하며 파리 날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경쟁사보다 더 낮은 원가로 더 나은 품질과 성능을 제공하기 위해 더 치열하게 분투해야 하는 것이 중국 전기차 기업들의 현실인 겁니다.

중국 전기차 브랜드 별 제조 공장 가동률 (출처: Just Auto)
중국 전기차 브랜드 별 제조 공장 가동률 (출처: Just Auto)

이렇게 치열한 경쟁에서 승기를 잡고 선도주자 반열에 들어선 업체들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글로벌 OEM들과 그야말로 진검승부가 가능한 높은 경쟁력을 얻게 될 수밖에 없고, 실제로 이들은 앞다투어 적극적인 해외 진출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BYD, 지리자동차와 같은 브랜드는 이제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보셨을텐데요. 이들은 단순히 정부의 보조금 밀어주기만으로 성장한 기업들이 아닙니다. 이런 수십 년 간의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아 선도주자가 된, 적자 중의 적자들인 겁니다.

‘그래봤자 중국 전기차 아직 싸구려 티 못 벗지 않았냐?’, ‘중국 전기차 너라면 사겠냐’라고 하실 분들도 계실 것 같아 다른 예도 들어보려 하는데요.

바로, 로봇청소기입니다.

자율주행, 사물 인식, 자동 걸레 빨이, 자동 건조까지. 한 때 신발장에 빠져 헤어나올 줄 몰랐던 로봇청소기의 성능은 흠잡기 어려울 정도로 고도화되면서, 건조기, 식세기와 함께 이른바 ‘3대 이모님’으로 불리며 필수 생활가전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IDC에 따르면, 2024년 기준으로 전세계에서 판매되는 로봇청소기만 무려 2,000만 대에 육박했다고 하는데요.

글로벌 로봇청소기 기업 출하량 순위 (사진 출처: 이코노미조선, JIDC)
글로벌 로봇청소기 기업 출하량 순위 (사진 출처: 이코노미조선, JIDC)

재밌는 점은, 글로벌 로봇 청소기 시장의 1~10위 기업 중 무려 9개가 중국 기업이라는 겁니다. 

이런 중국 기업의 압도적 존재감 앞에 한국 시장 역시 예외가 아닌데요. 로보락, 드리미, 에코백스 같은 중국 기업들이 상위권을 모조리 차지하고 있고, 삼성, LG 같은 전통 가전 기업들의 프레젠스는 미미한 상황입니다. 150만원에 육박하는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국내 소비자들은 국내 제품보다 중국 제품을 압도적으로 선호하고 있고요.

‘품질 나쁜 중국 제품 아무리 만들어봐야 누가 사냐?’라고들 비판하지만, 실상은 중국 제품 아니면 안 팔리는 상황인 겁니다.

그렇다면 중국 로봇청소기 기업들은 어떻게 이렇게 전세계 시장을 삽시간에 점령할 수 있게 된 것일까요?

물론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여기서도 마찬가지로 치열한 경쟁의 힘을 강조해 이야기해보고자 하는데요.

전기차와 마찬가지로, 중국 로봇청소기 시장에는 무려 200개가 넘는 브랜드가 존재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치열한 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한 차별화 방안으로 중국 로봇청소기 업체들은 ‘끝없는 기술적 혁신’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놀라운 성능의 실내 자율주행은 물론이고, 이제는 로봇팔이 나와 양말을 정리한다든지, 높은 문턱을 뛰어넘는 놀라운 신기술들이 매일 같이 공개되고 있습니다.

더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신기술이 탑재된 신제품이 출시되는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있다는 겁니다. 1.5-2년 내외가 걸렸던 로봇청소기 업체들의 신제품 출시 주기는 1년으로, 다시 6개월로 점점 더 짧아지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을 놀라게 할 와우 포인트를 더 빨리 내놓지 못하면 도태되는 시장일 수밖에 없기 때문일텐데요.

과연 이런 현상이 다른 산업이 아닌 로봇청소기에만 국한될 것이라고, 누가 쉽사리 장담할 수 있을까요?


결핍이 촉발하는 도전과 혁신

얼마 전 중국 엔지니어들이 개발한 딥시크가 미국의 OpenAI, 구글, 메타 등 유수의 빅테크들보다 압도적으로 저렴한 수준의 AI 모델을 공개하면서 크게 화제가 된 적이 있었죠. 엔비디아의 최신 GPU를 구하기 힘든 제약 상황 속에서 만들어낸 결과이기에, 더욱 더 큰 논란과 관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당시 이러한 딥시크의 혁신을 가리켜, 인텔의 전 CEO 팻 겔싱어는 ‘공학은 제약의 예술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자본, 설비 등 개발을 위한 모든 리소스가 충분히 갖춰져 있을 때보다는, 무엇인가 결핍돼있을 때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의 과정에서 기술적 혁신이 탄생한다는 것입니다.

중국 경제가 점차 성장하면서 2010년대 중반 이후로 미국 정부는 이를 견제하기 위한 정책들을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핵심 부품의 중국 수출을 막고, 관세를 올리고, 기술 유출을 방지하는 등 많은 제재안이 시행됐고, 이는 지금도 현재 진행 중인데요. 이러한 제재안 덕에 ‘미국 기업들이 몇 년의 시간을 벌었다’, ‘중국 기업들의 성장 지연이 불가피하다’고 평가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는 단기적인 시각일 뿐, 중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이런 제약들이 오히려 중국 기업들의 혁신을 촉발하는 촉매제가 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화웨이’인데요.

2019년, 미국 정부는 화웨이를 블랙 리스트에 올려 미국 기업과의 거래를 금지합니다. 화웨이 스마트폰에 들어가던 안드로이드 운영 체제 사용이 불가해졌고, 이후 첨단 반도체 사용까지 가로막힙니다. 화웨이 통신 장비의 미국 내 판매 역시 금지됐고요. 사실상 사업을 접으라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죠.

하지만 이로부터 6년여가 지난 지금, 화웨이는 죽지 않았습니다. 한 때 3위까지 추락했던 화웨이의 중국 시장 내 스마트폰 점유율은 2024년 4분기를 기준으로 다시 1위 자리를 수복합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먼저 안드로이드 판매가 금지되자 화웨이는 자체 운영체제인 '훙멍 (Harmony OS)'를 내놓았는데요. 훙멍이 탑재된 스마트폰의 출하량은 2024년을 기준으로 무려 누적 9억 대를 돌파하며, 성공적으로 안드로이드를 대체합니다. 안드로이드와 iOS가 양분하던 스마트폰 OS 시장에서 유의미한 규모의 자체 생태계를 구축해내는데 성공한 겁니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사진 출처: Counterpoint)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사진 출처: Counterpoint)

뿐만 아니라, 미국의 공급망 통제 위협이 커질 것에 대비해 스마트폰 부품의 자국 내 수급 비중을 90%까지 높입니다. 스마트폰 HW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반도체 역시 직접 개발한 7나노 칩을 탑재해 애플과 삼성 같은 경쟁사를 추격해나가고 있고요.

이렇게 기존 사업의 고도화 뿐 아니라, ‘새로운 사업으로의 다각화’에도 눈을 돌립니다. 화웨이는 이제 애플, 삼성 뿐 아니라 테슬라의 경쟁 상대입니다. 2024년을 기점으로 자율주행 자동차 사업에도 본격 진출했기 때문인데요.

화웨이는 Seres, Chery, BAIC, JAC와 같은 중국 로컬 자동차 OEM들과 협력해, 자율주행 기술을 탑재한 자동차를 출시합니다. 자율주행과 연관된 ICT 시스템은 화웨이가 설계하고, 나머지 차체는 자동차 OEM들이 설계하는 방식인데요. 단순히 기존 자동차에 화웨이 시스템을 탑재하는 식이 아니라, 화웨이 시스템에 최적화된 새로운 전기차 라인업을 개발해 내놓았습니다.

화웨이와 Seres의 합작 브랜드, 아이토의 전기차 M5 (사진 출처: Seres)
화웨이와 Seres의 합작 브랜드, 아이토의 전기차 M5 (사진 출처: Seres)

‘화웨이는 스마트폰 만들던 회사인데, 누가 화웨이를 믿고 그 비싼 자동차를 덜컥 사겠나?’라고 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4개 자동차 브랜드의 합산 판매량은 지난 1월 기준 중국 시장 5위라는 높은 위치에 단숨에 올라섭니다. 리오토, 샤오펑과 같은 스타트업들은 물론이고, 6위를 기록한 테슬라보다 높은 위치니,그저 놀라울 따름입니다.

스마트폰, 통신 장비 기업이었던 화웨이는 어떻게 이렇게 자동차 사업에서까지 짧은 시간에 두각을 드러낼 수 있었던 것일까요?

기존 사업의 목줄을 틀어 쥐려는 미국의 위협을 계기로, 화웨이는 2019년을 기점으로 R&D 역량 강화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데요. 2019년 기준 전체 고용 인력의 49%에 달했던 화웨이의 R&D 인력 비중은 2023년 55%, 약 11만 명까지 늘어납니다. 또한 R&D 투자 금액은 2019년 전체 매출의 15.3% 수준에서 2023년 23.4% 수준까지 늘어납니다.

참고로 한국의 대표적 테크 기업이라 할 수 있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경우, 매출 대비 R&D 투자 금액 비중이 약 10-12% 수준입니다. 이 역시 결코 적은 수준이라 할 수 없지만, 화웨이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턱없이 낮아보이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사업 경쟁력 강화와 다각화를 통해, 화웨이는 2024년 창립 이래 2번째로 높은 규모인 약 8,600억 위안의 매출을 올립니다. 가장 높은 매출을 기록한 2020년 8,910억 위안에 육박하는 수치인데요. 21년 이후 한 때 미국의 제재 이후로 추락했던 매출을 대부분 회복하고 이제 다시 더 큰 규모로의 외형 성장을 바라보고 있는 겁니다.

정리하면, 화웨이를 죽이려던 미국의 제재는 역으로 화웨이의 사업 고도화와 다각화의 촉매제가 돼, 미국 기업들에게 더 무서운 적을 만들어버린 셈이 돼버린 셈입니다.


사회주의 국가의 시장 경제

자본주의 시장 경제를 지속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은, 기업 간 자유 경쟁 과정에서 창출되는 혁신, 그리고 ‘기업가정신’이라 불리는 새로운 영역으로의 끊임없는 도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시장 경제의 핵심적인 운영 방식이 세계에서 가장 잘 구현되고 있는 곳 중 하나가 바로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입니다. 물론 이에 따른 부작용도 결코 무시할 수만은 없지만 말입니다.

사실 이렇게 끊임 없는 경쟁과 도전을 통해 눈부신 성장을 이룩한 대표주자가, 다름 아닌 과거의 삼성, 현대, SK와 같은 한국 기업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고도 성장 시기를 통과한 지금, 한국 경제는 이러한 시장 경제의 원동력을 얼마나 잘 보존하고 있을까요?

우리는 지금 한국 기업들이 치열한 경쟁을 통해 방심하지 않고 끊임없이 기술적 혁신을 계속하고 있다고 쉽게 단정지을 수 있을까요?

또 우리는 기업들이 기존 성공 방정식과 먹거리에 의존하지 않고 새로운 사업과 기술 개발에 계속해서 도전적으로 뛰어들고 있다고 자랑할 수 있을까요?

점점 더 한국의 목줄을 조여오는 중국 제조업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이런 시장 경제의 원동력을 어떻게 다시 살려나갈 수 있을지 진지한 논의가 필요합니다.


Reference

- 4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화웨이가 애플 제치고 1위 차지 (25/01/22, Counterpoint)

- 화웨이, 계속된 美견제에도 여전히 '세계 통신장비 1위' (24/03/29, 조선일보)

- 美제재 5년, 때릴수록 강해진 화웨이 (24/06/26, 조선일보)

- ‘화웨이 메이트60 프로’ 中 국산화율 90% 이상…美 뿔났다 (23/09/08, 디지털데일리)

- 화웨이 IR

- 미국 제재에도 매출액 171조원…화웨이, 지난해 역대 2위 규모 매출 증가 (25/02/06, KBS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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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uz의 프로필 이미지

    suz

    0
    about 2 months 전

    공감되는 부분입니다. 작년과 올해 업무관련 중국출장을 다녀왔는데 중국의 제조공장 시스템과 고객을 대하는 태도를 보고 놀랬습니다. 한국에 상장한 제조사와 비교해도 인원의 교육, 제조시스템, 홍보, 마케팅에서 전혀 뒤쳐져 보이지 않았습니다. R&D 역시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다시 원점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면 가까운 미래 모든 산업에서 뒤쳐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ㄴ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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