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팹은 단순한 반도체 내재화 선언이 아닙니다

일론 머스크는 태양을 훔친 프로메테우스가 될까

2026.03.23 | 조회 5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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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렉트릭 쇼크

찌릿찌릿하게 읽는 테슬라와 테크 산업 이야기

본 글의 모든 내용은 공개된 정보 및 저의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과 관점에 기초하고 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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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1. 일론 머스크가 자체 반도체 공장 "테라팹"을 만들고자 하는 이유는, 일론 머스크가 그리는 미래에서 핵심 병목이 반도체 칩이기 때문입니다.

 

2. 일론 머스크는 AI의 발전 속도를 이야기하며 "하드 테이크오프(Hard Takeoff)"라는 개념을 언급합니다. 이는 선형적으로 발전하던 AI가 특정 임계점을 넘어서는 순간 폭발적인 속도로 수직 성장하는 현상을 말하는데요.

 

4. 인간의 개입 없이 AI가 직접 AI를 설계하면서 기하급수적인 속도로 자가 발전하는 하드 테이크오프가 눈앞에 다가왔다는 것이 그의 생각입니다.

 

5. 이렇게 초지능이 구현되고 나면, 연간 옵티머스 10억대, 자율주행차 2천만대, 그리고 수백 GW의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겠다는 일론 머스크의 목표처럼 AI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할 겁니다.

 

6. 이를 모두 합치면 연간 도합 1TW라는 엄청난 규모의 컴퓨팅 파워가 필요하게 될 것이라는 게 일론 머스크의 결론입니다.

 

7. 반면에, 현재 글로벌 반도체 제조사들이 생산하고 있는 컴퓨팅 파워는 도합 20 GW 수준에 불과합니다. 일론 머스크가 꿈꾸는 수요의 10분의 1도 충족시키지 못하는 규모인 겁니다.

 

8. 때문에 배터리를 비롯한 다른 부품에서 그러했듯, 직접 나서서 반도체 공장을 짓고 천문학적인 규모로 생산량을 확대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귀결되는 것입니다.

 

9. 일론 머스크는 테라팹 프로젝트를 기존의 배터리와 같이 단순히 부품 공급망 개선을 위한 내재화 전략의 일환으로만 보고 있지 않습니다.

 

10. 테라팹은 스페이스X처럼 그가 어린 시절부터 꿈꿔왔던, "인류 문명을 다행성 종족으로 한 차원 끌어올리기 위한 초석"으로 계획되고 있는데요.

 

11. 태양은 우리 은하계에서 가장 거대한 에너지원으로, 태양 에너지의 활용 수준에 따라 문명 수준을 분류할 정도로 그 활용 중요성이 높습니다.

 

12. 하지만 인류는 태양 에너지의 20억분의 1도 채 활용하지 못하고 있고, 백만 분의 1만 활용할 수 있더라도, 인류 문명은 훨씬 더 위대한 단계로 도약할 수 있다는 것이 일론 머스크의 생각입니다.

 

13. 때문에 일론 머스크는 지상에 건설되던 데이터센터를 인공위성에 태워 우주 궤도에 띄우고, 태양 에너지를 흡수해 컴퓨팅 파워를 구동하고자 합니다.

 

14. 과거 이론 물리학자들이 논하던 "다이슨 스웜 (Dyson Swarm)"이라는 개념을 인공위성을 통해 현실화하려는 겁니다.

 

15. 이렇게 우주에 데이터센터를 구동하게 될 경우, 태양 에너지 활용도를 5배는 올릴 수 있어 전력 걱정이 없고, 데이터센터를 짓기 위한 부지 확보나 규제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16. 다만 관건은 발사 비용인데요. 스페이스X의 발사 비용이 절감됨에 따라 앞으로 2, 3년 안에 경제성을 확보할 것으로 일론 머스크는 예상하고 있습니다.

 

17. 테라팹 구축이 완료되면, 다음은 달입니다.

 

18. 일론 머스크는 달에 생산 기지를 구축하고 "매스 드라이버 (Mass Driver)"라고 불리는 거대한 전자기 투석기를 통해 AI 컴퓨팅 위성을 지구 궤도에 쏘아올릴 구상을 하고 있습니다.

 

19. 달의 낮은 중력을 활용해 로켓 발사 없이 위성을 쏘아올릴 수 있기에, 훨씬 더 저렴한 비용으로 "페타급 (테라의 1천배)" 컴퓨팅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20. 이러한 계획을 구현하기 위한 과정에서 스페이스X와 테슬라는 결국 완전한 합병 혹은 하나의 지주사 산하 계열사 형태로 어떤 식으로든 일체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21. 또 테라팹은 반도체 내재화의 기술적 난이도와 높은 캐펙스 투자 비용으로 인해, 삼성전자 / 인텔 같은 상대적 업계 후발주자들과의 협력을 통한 "패키징 팹" 형태로 시작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테라팹, 이제 반도체도 직접 만들겠다는 공식 선언

 

사실 테라팹에 대한 예고는 꽤 예전부터 진행돼 왔습니다.

 

여러 공식 석상에서 일론 머스크는 반도체 내재화를 위한 공장을 구축할 것임을 이야기해왔는데요.

 

그러던 어느 날 일론 머스크는 7일 안에 테라팹 프로젝트가 공식 개시될 것임을 X를 통해 발표합니다.

첨부 이미지

그리고 2026년 3월 22일, 일론 머스크는 기가 텍사스에서 열린 공식 발표회를 통해 테라팹 프로젝트의 구체적인 내용들을 발표합니다.

 

테라팹이란 이름 그대로 연간 1TW에 달하는 거대한 규모의 반도체 칩을 생산하는 것이 목표인데요.

 

TSMC, SK하이닉스 등 영역 별 전문 업체들이 수행하던 로직, 메모리, 패키징까지 하나의 공장 안에서 모두 수행하는 것으로 목표로 합니다.

 

일론 머스크는 기존 부품 / 제품의 설계에 "제1원칙"을 적용해 비합리적인 요소들을 제거하고 단순하고 빠르며 저렴한 제품 생산을 시도하는 것으로 유명하죠.

 

배터리에서 건식 전극을 적용 시도한 것처럼 말입니다.

 

이와 같이 반도체에서도 밸류체인과 설계상 불필요한 요소들을 제거하고 기존 업체들이 하지 못했던 혁신적인 시도를 적용해 빠르게 스케일업하는 것이 일론 머스크의 계획입니다.

 

기존 반도체 공정에서 사용되던 대규모 클린룸을 대신한 "더티팹"과 같은 개념이 그 예시 중 하나일 겁니다.

 

더티팹에 대해서는 아래의 기존 글에서도 한번 이야기한 바가 있어 자세한 이야기는 생략하겠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일단 밸류체인을 모두 한 자리에 모아 직접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겠죠.

 

마치 기가 텍사스 공장이 배터리 제조 시설과 자동차 제조 시설을 하나의 공장에 통합해 운영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때문에 테라팹 역시, 이와 동일하게 로직, 메모리, 패키징을 한 지붕 안에서 통합 진행하면서 제1원칙에 입각한 "재귀적 개선"을 시도하고자 합니다.

 

일론 머스크의 엔지니어링 5단계 원칙을 적용해, 기존의 설계 요구사항부터 의심하고, 불필요한 요소들을 제거하고 단순화한 뒤에, 생산 속도를 높이고 자동화를 적용해 수율과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겁니다.

 

이 과정에서 설계 수정 -> 개선 적용 -> 테스트 루프가 반복 작동하는 속도를 극대화하는 것이 테슬라의 가장 큰 역량이자 장점이기도 하고요.

(사진 출처: 스페이스X)
(사진 출처: 스페이스X)

왜 테슬라는 반도체도 직접 만들어야 할까?

 

그럼 여기서 드는 의문은, 왜 반도체까지 직접 만들어야 할까? 하는 겁니다.

 

자체 반도체 설계까지는 이해해볼 수 있습니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등 다른 유수의 빅테크들도 으레 하는 일이고, 테슬라 또한 오랫동안 직접 해왔던 일이니까요.

 

하지만 제조는 다릅니다.

 

상대적으로 난이도가 높다는 배터리까지 직접 생산했던 테슬라지만, 반도체는 "제조업 끝판왕"이라고 할 정도로 어렵습니다.

 

첨단 반도체 생산은 극도로 어렵습니다. 단순히 공장을 짓는 것의 문제가 아닙니다. TSMC가 생존을 위해 하고 있는 엔지니어링, 과학, 그리고 예술가적인 기교는 극도로 어렵습니다.- 젠슨 황

특히 5nm 이하 선단 공정의 경우, 테슬라에 앞서 오랫동안 반도체 제조를 해왔던 인텔조차도 제대로 된 수율을 잡지 못하고 있을 정도로 어려운 난이도를 자랑하고요.

 

SK하이닉스와 같은 기존 메모리 제조사는 매년 20, 30조원는 우스울 정도로 엄청난 금액의 캐펙스 투자를 집행하겠습니다.

 

일론 머스크가 이야기하는 "테라" 스케일의 공장을 이제 와서 새로 구축한다면 100조원 이상의 투자가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만약 프로젝트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면, 과거의 배터리와는 달리 테슬라나 스페이스X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을 정도의 엄청난 위기로 연결될지도 모릅니다.

 

안 그래도 할 게 많은 테슬라 입장에서, 천문학적인 비용과 리스크를 감수하고 제조업 끝판왕에 도전할 이유가 무엇일까요?

 

일론 머스크는 항상 "병목"을 해결하는 데 집중해왔죠.

 

앞으로 약 10년간, 테슬라와 스페이스X, xAI가 그리는 미래의 가장 큰 병목이 반도체이기 때문입니다.

 

일론 머스크가 생각하는 AI의 미래 발전 속도는 우리가 생각하는 그것과 많이 다른데요.

 

최근 일론 머스크는 AI의 발전 속도를 이야기하며 "하드 테이크오프(Hard Takeoff)"라는 개념을 언급합니다.

 

이는 선형적으로 발전하던 AI가 특정 임계점을 넘어서는 순간 폭발적인 속도로 수직 성장하는 현상을 말하는데요.

 

이미 AI는 인류 역사상 어떤 기술보다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죠.

 

하지만 인간의 개입 없이 AI가 직접 AI를 설계하면서 자가 발전하게 된다면, 그 발전 속도는 결코 인간의 머리로는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더욱 가파라질 것입니다.

 

인간 개발자는 개발 루프에서 밀려 나고, 기존과 같은 결정권자가 아니라 AI에 종속된 일종의 에이전트로 전락해버릴지도 모를 노릇이고요.

 

이런 하드 테이크오프가 임박해있고, 이에 따라 폭발적으로 발전하는 AI 초지능을 뒷받침하기 위한 컴퓨팅 파워 수요가 쓰나미처럼 밀려닥칠 것이라는 게 일론 머스크의 생각입니다.

(사진 출처: 스페이스X)
(사진 출처: 스페이스X)

조금 더 정량적인 관점의 이야기도 해보겠습니다.

 

테슬라는 인간보다 나은 운전 실력의 자율주행차 구현을 목전에 두고 있고, 이를 기반으로 연간 1,000 ~ 2,000만 대의 자율주행차 판매를 꿈꾸고 있습니다.

 

또 옵티머스는 Gen 3 출시를 앞두고 있고, 이를 발전시켜 연간 10억대에 달하는 엄청난 수량을 판매 계획 중이고요.

 

스페이스X는 수백만 톤의 화물을 우주 궤도에 올리는 것을 목표하고 있습니다.

 

최근 스페이스X와 합병이 결정된 xAI 역시 수백 기가와트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구축해 전세계에 초지능을 제공하는 미래를 꿈꾸고 있을 것입니다.

 

이를 모두 합치면 연간 약 1 TW의 컴퓨팅 파워가 필요하다는 것이 일론 머스크의 결론입니다.

 

반면에, 현재 글로벌 반도체 제조사들이 생산하고 있는 컴퓨팅 파워는 약 20 GW에 불과하고요.

 

일론 머스크가 생각하는 수요의 5%에도 미치지 못하는, 턱없이 부족한 규모의 공급량입니다.

 

증설에 보수적인 태도로 임해왔던 삼성전자나 TSMC, SK하이닉스 같은 기존 반도체 제조사들이 갑자기 미친 듯한 속도로 공장을 확장한다고 하더라도, 일론 머스크가 원하는 수요는 절대 맞출 수 없습니다.

 

물론 냉철하게 바라본다면, 수요가 지나치게 공상과학적인 것이고 터무니 없는 규모가 아니냐는 비판도 가능합니다.

 

일론 머스크는 이제껏 항상 과도하게 낙관적 태도로 남들이 꿈꾸는 미래가 훨씬 더 빨리 구현될 것이라고 이야기해왔으니까요.

 

하지만 1 TW라는 수요가 10분의 1, 혹은 100분의 1로 줄어든다고 해도, 결론은 마찬가지입니다.

 

글로벌 반도체 제조사들이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일론 머스크에게 내주지 않는 이상, 그가 원하는 수요를 충족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때문에 배터리를 비롯한 다른 부품에서 그러했듯, 직접 나서서 반도체 공장을 짓고 천문학적인 규모로 생산량을 확대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귀결되는 것입니다.

(사진 출처: 스페이스X)
(사진 출처: 스페이스X)

테라팹은 배터리 내재화와는 다릅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일론 머스크의 반도체 내재화 계획이, 배터리와 유사하게 돌아갈 것이라고들 예측합니다.

 

2020년 배터리 데이 행사에서 일론 머스크가 처음 배터리 내재화 계획을 발표했을 때, 사람들은 이것이 공급사와의 협상력을 강화하기 위한 카드일 뿐 현실화되기 어렵다고 이야기했었죠.

 

이성적이고 타당한 이야기였습니다.

 

실제로 배터리 데이에서 공언한 가장 큰 과제였던 "건식 전극"의 완전한 적용은, 발표로부터 6년이 지난 2026년에서야 완료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또 일론 머스크가 2년 안에 확보하겠다고 공언했던 100GWh 이상의 생산량은 6년이 지난 지금 현재까지도 요원해보이는 것이 현실입니다.

 

때문에 배터리 내재화의 주요 성과는 배터리 공급 부족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기술 혁신을 촉진해서 메기 효과를 만들고, 공급사와의 협상력을 높인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해보입니다.

 

그렇다면 반도체도 마찬가지이지 않겠냐는 것이 많은 이들의 해석입니다.

 

기존 반도체 제조사들을 채찍질해서 테슬라 차량과 로봇에 탑재할 반도체 공급량을 늘리고 원가를 낮추기 위한 사업 전략의 하나에 불과할 수 있다는 겁니다.

(사진 출처: 스페이스X)
(사진 출처: 스페이스X)

하지만, 테라팹 프로젝트는 배터리와는 다릅니다.

 

일론 머스크의 이번 테라팹 발표에서 가장 놀라운 부분은 테라팹의 생산 제품이었는데요.

 

테슬라 차량과 로봇에 탑재될 AI 5, AI 6 칩의 비중은 단 20%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80%는 지상이 아닌 "우주용"입니다.

 

일론 머스크의 진짜 목적은 여기에 숨어있는데요.

 

일론 머스크는 "카르다셰프 척도"라는 개념으로 테라팹 프로젝트의 발표를 시작했습니다.

 

이는 구 소련의 천문학자인 니콜라이 카르다셰프가 창안한 개념으로, 우주 문명의 발전 수준을 에너지 사용 정도에 의거해 분류한 것입니다.

 

1단계는 행성 문명으로, 지구에서 활용 가능한 에너지원을 100% 활용 /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의 문명을 말합니다.

 

2단계는 항성 문명으로, 태양이 뿜어내는 에너지를 100% 활용할 수 있는 문명을 말하고요.

 

3단계는 은하 문명으로, 은하계 전체의 에너지를 100% 활용할 수 있는 문명을 말합니다.

 

이 분류에 따르면, 현재 인류 문명은 아직 1단계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지구에서 활용 가능한 에너지 총량조차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고, 지구로 들어오는 태양 에너지조차 20억 분의 1 수준에 불과합니다.

 

만약 태양 에너지의 백만 분의 1만 활용할 수 있더라도, 인류 문명은 훨씬 더 위대한 단계로 도약할 수 있다는 것이 일론 머스크의 생각입니다.

 

우주 전체로 봤을 때 지구 안에서의 다툼과 분쟁은 사소한 일에 불과합니다.

 

그보다 차라리 달과 화성에 도시를 짓고, 다른 은하계로 진출하는 등 인류 역사 관점에서 더 위대한 일을 벌이는 데 집중해야한다고 일론 머스크는 이야기 합니다.

 

이러한 우주적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어 태양이라는 엄청난 에너지원의 활용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고요.

 

마치 불을 훔쳐 인류에 주고자 했던 프로메테우스처럼, 일론 머스크는 태양 에너지를 훔쳐내는 것이 인류의 번영에 필수적이라고 보는 겁니다.

 

허무맹랑한 이야기 같지만, 이는 실제로 오래 전부터 학계에서도 논의되어온 아이디어입니다.

(사진 출처: 스페이스X)
(사진 출처: 스페이스X)

영국의 이론 물리학자 프리먼 다이슨은 태양을 초거대 구조물로 감싸서 태양 에너지를 모조리 흡수해 사용하는 아이디어를 주장했고, 이를 논문으로 발간해 "다이슨 스피어 (Dyson Sphere)"라는 이름으로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다만 이러한 초거대 구조물의 구축은 실제로 매우 어려워 보이는 것이 현실이죠.

 

때문에 그 절충안으로 태양 주변에 에너지 흡수용 위성을 띄워 태양을 감싸는, "다이슨 스웜 (Dyson Swarm)"이라는 개념이 논의되기도 했습니다.

 

마치 지구 궤도를 돌고 있는 인공위성 무리처럼 말이죠.

 

일론 머스크는 이 다이슨 스웜을 지구 궤도에 구현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지상에 건설되던 데이터센터를 인공위성에 태워 우주 궤도에 띄우고, 태양 에너지를 흡수해 컴퓨팅 파워를 구동하는 겁니다.

 

우주는 낮밤이나 계절이 없어 24시간 내내 태양 에너지를 흡수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기존에 지상 태양광 설비 대비 5배나 높은 효율로 태양 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한 가장 큰 병목이었던, "전력" 걱정이 사라집니다.

 

또 전력 중단에 대비해 설치하던 ESS 배터리 같은 부품 사용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고,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한 각종 인허가와 규제 걱정도 없습니다.

(사진 출처: 스페이스X)
(사진 출처: 스페이스X)

다만, 이러한 AI 컴퓨팅 위성을 지구 궤도에 올리기 위한 발사 비용만 낮추면 될텐데요.

 

기하급수적으로 우주 화물 운송 비용을 낮춰온 스페이스X 덕에, 앞으로 2, 3년 정도면 지상 데이터센터보다 우주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데 드는 비용이 더 저렴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일론 머스크는 이야기합니다.

 

일론 머스크가 2, 3년이라고 이야기했으니, 앞으로 5, 6년 정도면 정말로 말이 되는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요?

 

이렇게 우주 데이터센터의 채산성이 성립하게 되면, 이제 남은 것은 무수히 많은 위성을 쏘아올리는 일입니다.

 

여기에는 압도적인 규모의 컴퓨팅 칩이 필요할테고요.

 

테라팹이 그 역할을 하게 될 겁니다.

 

이야기가 길었습니다.

 

정리하면, 일론 머스크는 테라팹 프로젝트를 단순히 기존의 배터리와 같이 부품 공급망 개선을 위한 내재화 전략의 일환으로 보고 있지 않습니다.

테라팹 프로젝트는 스페이스X처럼 그가 어린 시절부터 꿈꿔왔던, 인류 문명을 다행성 종족으로 한 차원 끌어올리기 위한 초석이 될 겁니다.


테라팹 다음은 무엇이 될까?

 

그럼 테라팹이 구축되고 나면, 그 다음 계획은 무엇일까요?

 

아마 테라팹이 구현되는 데도 수십 년이 걸리겠지만, 일론 머스크는 친절하게 그 뒤의 계획까지 이야기하는데요.

 

테라의 다음 단계는 그 1,000배인 "페타"입니다.

 

페타급 컴퓨팅 파워를 구축하기 위해, 일론 머스크는 "달"을 활용하겠다고 이야기합니다.

 

달에 옵티머스 로봇을 보내 공장을 구축하고, 지구 대신 달에서 AI 컴퓨팅 위성을 생산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생산된 AI 컴퓨팅 위성은 "매스 드라이버 (Mass Driver)"라고 불리는 거대한 전자기 투석기로 지구 궤도로 쏘아올립니다.

영상 출처: Anthrofuturism

 

매스 드라이버는 SF 고전인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에 등장하는 개념인데요.

 

소설 속 달의 반란군들은 매스 드라이버를 활용해 바위를 쏘아올려서 지구에 포격을 합니다.

 

일론 머스크 역시 어릴적 탐독한 SF 소설에서 이러한 아이디어를 착안한 것이 아닌가 하는데요.

 

사실 원래 지구에서는 궤도에 위성을 올리기 위해 스페이스X와 같이 거대한 로켓을 쏘아올려야 했죠.

 

높은 난이도를 자랑하는 만큼 이 과정에서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는 것은 물론이고, 한번의 발사에도 엄청난 비용이 수반되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달의 중력은 지구의 6분의 1 수준입니다.

 

때문에 로켓 대신 투석기에 위성을 올려서 지구를 향해 던지기만 해도 지구 궤도에 안착시킬 수 있다는 것이 일론 머스크의 설명입니다.

 

값비싼 로켓 발사가 필요 없어지니, 인프라 구축 비용은 또 한번 크게 낮아지며 페타 급 컴퓨팅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테슬라와 스페이스X, 결국 하나가 될 수밖에 없다

 

테라팹 프로젝트의 공식 발표 행사는 테슬라의 기가 텍사스 공장에서 진행됐습니다.

 

하지만 그 실시간 중계 영상은 스페이스X의 계정을 통해 공개됐는데요.

 

테라팹은 테슬라 혼자가 아닌 스페이스X, 그리고 xAI까지 3개 기업이 연합해 수행하는 프로젝트입니다.

 

먼저 발표된 매크로하드 프로젝트에 이어, 일론 머스크 휘하의 기업들이 연합해 진행하는 두번째 프로젝트인데요.

 

일론 머스크가 그리는 미래를 구현하기 위해, 결국 이 3개 기업은 따로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습니다.

 

테슬라는 은하 문명을 개척하기 위한 무한한 노동력 (옵티머스)과 지상의 모빌리티 네트워크를 제공합니다.

 

스페이스X는 AI 컴퓨팅 위성이나 옵티머스와 같이 지구에서 생산된 자원을 우주 궤도로 나르고 타 행성을 개척하는 우주 운송 인프라를 제공합니다.

 

xAI는 이렇게 구축된 인프라를 기반으로 초지능을 제공합니다.

 

그리고 테라팹은 3개 회사가 그리는 미래 계획이 병목 없이 작동하게 하는 심장과 같은 부품을 공급하고요.

 

목표가 하나로 수렴되는 만큼, 그 과정에서 3개사가 하나로 합쳐지는 모습도 충분히 가능해 보입니다.

 

최근 스페이스X와 xAI의 합병이 결정됐죠.

 

테슬라와 스페이스X 역시 일론 머스크의 계획을 실행하며 점점 더 가까워질 수밖에 없고, 결국 합병되거나 하나의 지주사 산하 계열사로 묶이는 형태로 합쳐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실적인 이야기로 돌아가보겠습니다

 

일론 머스크가 발표한 계획에 대한 이야기는 충분히 한 것 같으니, 이제 현실적인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테라팹 구축은 과연 그가 이야기한 계획대로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을까요?

 

아마도 아닐 겁니다.

 

배터리 내재화에서 유의미한 성과 달성에 5, 6년이 걸렸으니, 그보다 훨씬 더 난이도가 높고 스케일이 큰 반도체에서는 10년, 혹은 그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습니다.

 

앞서 잠시 이야기한 것처럼 자본 지출 부담 역시 막대합니다.

 

수백 조 단위의 돈이 들어갈테고, 이로 인해 자칫 잘못하면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앞날이 흔들릴지도 모릅니다.

 

때문에 필연적으로 테라팹은 파트너를 필요로 합니다.

 

때문에 삼성전자이든 TSMC이든, 반도체 제조 경험이 없는 테슬라에게 과외 교사 역할을 해줄 파트너와의 JV, 혹은 생산 공장 임대가 테라팹의 현실적인 초기 형태가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특히나 테슬라 입장에서 원하는 대로 새로운 접근법을 시도하기 위해서는, 콧대 높은 TSMC보다는 삼성전자나 인텔과 같은 후발주자가 더 입맛에 맞을 수 있겠죠.

 

또한 로직 / 메모리 / 패키징 모두 통합 수행하겠다고 했지만, 이 역시 쉽지 않습니다.

 

로직은 선단 공정 수율 확보에 수없이 오랜 기간과 막대한 비용이 소요될 것입니다.

 

메모리는 일정 수준의 규모를 확보하지 않고는 삼성전자나 하이닉스와 같은 기존 메모리 제조사들로부터 구매하는 것과 비교했을 때 가성비가 도무지 나오지 않을 것이고요.

 

결국 상대적으로 난이도도 쉽고, 규모의 경제 중요도도 낮은 패키징이 테라팹의 도전 과제로 유력해보입니다.

 

정리하면, 파트너사와의 협력을 통해 패키징 공정을 진행하는 공장이 향후 2, 3년 뒤 가동될 테라팹의 초기 형태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이 또한 쉬운 일은 아니죠.

 

배터리의 건식 공정에서와 같이, 일론 머스크가 어떠한 기술적 혁신을 보여줄지 흥미진진하고 기다려지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 테라팹의 파트너사와 관련한 내용은 앞선 글에서도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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