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1. 리콜은 자동차 업계에 천문학적인 손실을 안기는 고질적인 문제로 지속되어 왔고, 전장화 트렌드에 따라 앞으로 더 빈발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2. 테슬라 또한 미국 내 가장 많은 리콜을 진행하는 업체 중 하나로 알려져 있습니다.
3. 실제로 NHTSA 통계를 살펴보면, 2020년식 모델 Y는 출시 이후 현재까지 동급 경쟁사 차종 대비 적게는 2배에서 많게는 8배 이상 많은 건수의 리콜을 진행했는데요.
4. 하지만 전체 리콜 건수의 약 65%를 OTA를 활용해 상대적으로 손쉽고 빠르게 처리해왔습니다.
5. 리콜 건수가 아닌 차량 대수 기준으로 보면 이러한 차이는 더 두드러지는데요.
6. 2022년 테슬라는 모델 3, Y 등을 모두 포함한 전체 리콜 대상 차량의 99%를 OTA로 조치하고, 단 1%만의 차량을 대상으로 정비소 입고 수리를 진행합니다.
7. 반면 GM을 제외한 미국 내 주요 경쟁사들은 OTA 활용 조치 비율이 0~2% 수준에 머무르며 아쉬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자동차 업계의 영원한 숙제, 리콜
판매한 제품에 하자가 있을 경우, 이를 무상으로 수리해주는 제도를 ‘리콜(Recall)’이라고 합니다. 한번 공장을 떠나 출고한 제품을 다시 불러들여 공짜로 고쳐주는 일이니, 자동차 제조사는 적지 않은 손해를 볼 수밖에 없겠죠.
실제로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AlixPartners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동차 1대의 평균 리콜 비용은 약 500 달러, 70만원 정도에 달한다고 하는데요. 참고해야 할 점은 이는 어디까지나 ‘평균’이라는 점입니다. 가벼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라면 적은 비용으로도 손쉽게 끝낼 수 있겠죠. 하지만, 안전과 직결되는 핵심 부품에 중대한 결함이 광범위하게 발생한다면, 이는 감당하기 쉽지 않은 결과를 낳게 됩니다.
실제로 현대차∙기아의 경우, 엔진 결함으로 2019년부터 2022년까지 무려 7조원에 달하는 리콜 충당금을 적립합니다. 1, 2개 분기동안 벌어들인 영업이익을 고스란히 토해낸 셈인데요.
비단 한국 업체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품질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는 일본의 토요타 역시, 2010년대 초반 페달 결함으로 수 백만 대의 차량을 리콜하며 조 단위 손실을 기록한 바 있습니다. 같은 일본의 자동차 부품사인 다카타는 또다른 건의 에어백 리콜을 미처 감당하지 못해 파산하기까지 했던 전례가 있고요.
문제는, 이런 리콜이 점점 더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겁니다. 미국 교통안전국(NHTSA)에 따르면, 지난 2002년 미국 내 자동차 리콜 횟수는 약 510건을 기록했다고 하는데요. 이후 꾸준히 증가하며 지난 2022년 그 두 배인 1,050건에 달하게 됩니다. 건수로만 이야기하면 이게 어느 정도인지 잘 와닿지 않으실 것 같은데요.
2022년 한 해 미국 내 리콜 대상 차량의 소비자 수만 3,200만 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미국 인구가 3억 3천만 명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전체 인구의 약 10%를 자동차 품질 결함의 피해자로 추산할 수 있는 셈입니다. 이렇게 누적된 리콜 대상 차량의 소비자 수는 지난 40년간 총 10억 8천만 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글로벌 총계가 아닌 미국 기준 수치입니다.
제조사별 수치를 보면, 2022년 Ford는 약 876만 대, 테슬라는 약 376만 대의 차량을 대상으로 리콜을 발표합니다. 2022년 Ford는 약 180만 대, 테슬라는 약 50만 대의 신차를 판매했음을 감안하면, 당해 판매량의 대여섯 배 규모의 리콜을 진행하게 된 겁니다.
문제는 이런 리콜이 앞으로 더 자주 발생하게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자동차의 ‘전장화’인데요. 기계식, 유압식 부품들이 전자 부품으로 대체되는 것은 물론이고, ADAS, 인포테인먼트 등 기존에 없던 새로운 전자 장치들까지 추가되며, 자동차는 점점 더 복잡한 전자제품으로 바뀌어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복잡도가 증가하면 결함 발생 가능성도 따라 증가할 수밖에 없겠죠.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이나 노트북과 마찬가지로, 소프트웨어 에러라는 기존에 없던 또 하나의 숙제까지 안게 됩니다.
실제로 NHTSA의 통계에 따르면, 전기 전자 장치와 관련된 리콜 횟수는 2002년 34건으로 전체의 6.7% 수준에 불과했으나, 20년 뒤인 2022년에는 159건으로 15.1% 수준까지 늘어납니다. 전체 리콜 원인 중 2위를 차지하며, 리콜 횟수 증가의 주요 드라이버로 작용했는데요. 앞으로 자동차의 전장화가 계속된다면, 이 숫자는 앞으로 계속해서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자동차 업계의 발목을 잡던 고질적인 문제가 앞으로 사라지기는커녕, 점점 더 커질 수 있다는 말입니다.
리콜은 리콜되어야 한다?
2014년, 일론 머스크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리콜이란 단어가 부적절하다고 지적하며 ‘리콜이란 단어가 리콜되어야 한다’는 발언을 내놓습니다.
OTA(Over-the-air)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활용해 품질 이슈를 원격으로 해결할 수 있다면, 차량을 정비소로 다시 불러들임을 뜻하는 Recall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맞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런 OTA를 통한 해결 조치에는 차라리 개선, 치료 등의 뜻을 가진 Remedy란 단어를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요.
실제로 테슬라는 모델 3, 모델 Y 등 보급형 차량을 대규모로 생산하기 시작하며 각종 품질 문제에 부딪혔지만, 그 해결책으로 OTA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많은 주목받아 왔습니다. 이렇게 품질 이슈를 원거리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만으로 간단히 처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OTA는 자동차 업체들이 반드시 도입해야 할 신기술로 논의되어 오기도 했는데요.
그렇다면, 실제로 OTA는 과연 리콜 이슈 해결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되는 걸까요? 테슬라는 어떤 문제를 OTA로 해결하고 있는 것일까요? NHTSA에서 공개한 미국 기준 리콜 데이터를 한번 살펴봤습니다.
제조사마다 총 판매 대수 규모나 모델의 종수가 상이한만큼, 동일 년도에 출시된 동일 체급 1개 모델의 리콜 기록을 비교해보았는데요. 테슬라가 가장 많이 판매한 제품이라는 모델 Y를 기준으로, 모델 Y가 속한 D 세그먼트의 크로스오버 SUV 대표 모델들을 비교해봤습니다.
리콜, 어디까지 OTA로 해결 가능할까?
1. 차종별 리콜 발생 건수
먼저 리콜 건수입니다.
2020년 출시 이후 2023년 12월까지의 리콜 건수를 비교해봤는데요. 물론 출시 시점에 몇 개월의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테슬라 모델 Y는 총 17건으로 가장 많은 리콜 횟수를 기록했습니다.
모델 Y에는 무슨 문제가 그렇게나 많이 발생했던 걸까요?
‘바퀴 달린 컴퓨터’라는 단어의 대명사 답게, 전기전자 시스템 관련 불량이 전체 17건 중 7건으로 가장 많았는데요. 사실 NHTSA에서 이를 전기전자 시스템 불량이라고 칭하기는 했으나 그 대부분은 소프트웨어 에러였습니다. 오토파일럿과 FSD 시스템에 결함이 있다거나, 안전벨트 경고음, 히트펌프 소프트웨어 작동 등에 문제가 있었던 건데요. 생각 외로 전기전자 시스템하면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전기 배선이나 반도체 칩, 배터리 등의 불량 이슈로 인한 리콜은 없었습니다.
전기전자 시스템 외에는 서스펜션, 브레이크, 창문 등의 불량이 1~3건 내외씩 발생했고요. ‘복잡한 내연기관이 없어 불량이 적다이 없어 불량이 적다’는 전기차에 대한 통’는 전기차에 대한 통념을 증명하듯, 모터, 감속기, 온보드차저 등 구동 장치와 관련된 불량은 없었습니다.
2. 전체 리콜 건수 중 OTA 해결 가능 비중
그렇다면, 이렇게 발생한 17건의 리콜 중, OTA로는 몇 건이나 해결이 가능했을까요?
테슬라 모델 Y에서 발생한 총 17건 중 11건, 약 65%의 리콜은 OTA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조치가 가능했습니다. 특히 앞서 언급했던 7건의 전기전자 시스템 관련 불량은 100% OTA로 해결했는데요.
하지만, 당연하게도 전기전자 시스템으로 통제가 어려운 나머지 35%의 물리적 결함들은 OTA가 아닌 일반적인 리콜 방식에 의존해야 했습니다.
예를 들면, 브레이크나 서스펜션의 볼트가 헐겁게 체결되어 있다거나, 안전벨트 잠금 장치가 제대로 부착되어있지 않다거나 하는 제조 과정 상의 불량이 발생했는데요. 이런 불량들은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더라도 소프트웨어로 제어가 어려운 만큼, 정비소 입고 후 물리적 해결이 필요했습니다.
반면, 테슬라를 제외한 나머지 차종들은 OTA를 활용해 리콜에 대처한 사례가 없었습니다. 100% 물리적 해결에 의존해야 했는데요. 전통 자동차 제조사들의 OTA 활용도는 아직까지도 테슬라에 많이 못 미치는 듯합니다.
차종별 데이터가 아닌 제조사별 데이터를 살펴볼 경우, 이러한 차이는 더욱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테슬라는 2022년 총 376만여 대의 차량을 대상으로 리콜 진행을 발표하며 미국 내 리콜 2위라는 오명을 썼는데요. 하지만 그 중 99%를 OTA로 쉽게 해결해버립니다. 대수로는 약 3만 대, 전체의 1%에 불과한 차량에 대해서만 정비소 입고를 통한 물리적 해결을 진행한 겁니다.
반면 32%를 기록한 GM을 제외하면 Ford, Stellantis, Nissan 등의 경쟁사는 OTA를 활용한 리콜 해결 비중이 약 0~2%에 지나지 않는 안타까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수 백만 대의 차량을 정비소로 입고시켜 수리를 진행하는 전통적인 방식의 리콜을 진행한 겁니다.
OTA 기술 확보가 필수적인 이유
이렇게 OTA로 해결 가능한 건을 제외한 리콜 발생 건수를 다시 차종별로 비교해보겠습니다. 그랬더니 테슬라 모델 Y의 리콜 건수는 총 6건으로, 토요타 RAV 4와 동등 수준, Ford나 GM과 유사 수준 범위까지 내려오게 됩니다.
물론 리콜은 안전과 관련된 결함이 발생했거나, 자동차 규제를 충족하지 못하는 불량이 있을 경우 발생하는 경우에만 진행되는 만큼, 상기 수치만으로 테슬라의 품질이 토요타 수준이라고 성급히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자동차 제조사에 조 단위의 손실을 안겨주던 고질적인 문제였던 리콜이, 상당 부분 OTA를 통해 해결될 수 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생각됩니다. 테슬라 모델 Y의 경우, 리콜 발생 건수 기준 약 65%의 리콜을 OTA로 해결 가능했지만, 자동차의 전장화가 심화됨에 따라 이 수치는 앞으로 점점 더 올라갈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이에 따라 OTA가 가능한 업체와 불가능한 업체 간의 수익성 차이도 점차 유의미한 수준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요. 전통 제조사들이 테슬라 추격에 열을 올리고 있는 또다른 이유입니다.
※ 이 글은 전기차 전문 매체 EV POST 에 동시 게재됩니다.
References
- NHTSA Recalls Data
- Hyundai's Recall Of 82,000 Electric Cars Is One Of The Most Expensive In History (21/02/26, CBS News)
- 현대차·기아 리콜비용 2.9조…실적 먹구름 (22/10/18, 매일경제)
- Visualized: 40 Years of U.S. Automobile Recalls (23/03/01, Visual Capitalist)
- Tesla’s CEO: ‘Recall’ not a word that makes sense here (14/01/14, CN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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