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 🦟 빠라시를 아시나요?

안녕하세요, 어진입니다!

마다가스카르에서는 좋은 의미로도 나쁜 의미로도 한국과 다른 다양한 경험들을 많이 할 수 있는데요. 남녀노소 불문하고 한번씩은 겪게 된다는 '빠라시 공격'도 그 중 하나입니다. 오늘은 모기보다 독하고 바퀴벌레보다 끈질긴 빠라시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 빠라시를 아시나요?

| 저도 알고 싶지 않았습니다

빠라시는 한국의 '빈대'와 비슷한 벌레를 일컫는 현지 이름이다. 마다가스카르에 온 직후부터 아직 빠라시에 물리진 않았냐,는 질문을 종종 받고는 했었는데 그때마다 꽤나 자랑스럽게 벌레에 잘 물리지 않는 편이라 아직까지는 괜찮다고 답하곤 했었다. 하지만 뿌듯했던 당시의 대답이 무안해질 정도로 최근 빠라시에게 단단히 혼쭐이 났다.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시작된 건지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어느 순간부터 옆구리와 배, 등이 가렵기 시작하더니 붉게 물린 자국이 눈에 띄었다. 마침 날이 따뜻해지면서 모기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시점이기도 해서 처음에는 모기에 물렸다고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었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모기에 물린 자국과 묘하게 다른 구석이 있었다. 

첫째는 집중적으로 물린 부위가 배, 옆구리, 등과 같은 몸통이라는 점. 모기는 보통 노출되어 있는 팔이나 다리를 많이 무는데, 옷을 입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상반신 위주로 물린 점이 이상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빠라시는 특히 옆구리나 배를 집중공략한다고 한다).

둘째는 물린 자국이 꼭 세군데씩 모여 있다는 점. 뭐랄까, 마치 별자리를 수놓는 것처럼 한 지점에 세네군데씩 가깝게 물린 자국이 남아 있었다. 이것도 나중에 찾아보니 빠라시는 한번 물 때 더 많은 피를 빨아먹기 위해서 그 근처 여러 부위를 문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흔히 생각하는 모기에 물린 자국은 부어 올랐다가 더 이상 긁지 않으면 금새 사라지는 반면, 빠라시에 물린 곳은 붉은 반점이 크게 남고 시간이 지나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 다는 차이가 있다.

이 모든 것들을 어떻게 알게 되었냐고 묻는 다면, 나도 알고 싶지 않았다. 여전히 내 옆구리에서부터 등까지는 빠라시에 물린 자국이 얼룩덜룩 남아있고, 물린 부위를 무의식적으로 긁다가 한번씩 피를 보고 아차,하기도 한다. 빠라시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지난 날의 댓가를 톡톡히 치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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