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한국의 민주주의와 응원봉 집회에 대하여

한국계엄령해제 그 이후의 이야기

2024.12.16 | 조회 20 |

안녕하세요, 어진입니다!

잘 지내셨나요? 저희는 계엄령 해제 이후 지난 한 주간 뉴스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속보' 라던가 '특보'라고 올라오는 기사들을 빠짐없이 읽으며 여러가지 복잡한 감정으로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아마 저희 뿐만 아니라 국내외를 막론하고 대부분의 한국분들도 그러셨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어제 비로소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었다는 뉴스를 보고 잠시나마 한시름을 놓았는데요. 오늘만큼은 마다가스카르의 소소한 일상대신, 지난 한 주간 제가 한국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태를 보고 느낀 점들을 함께 나눠볼까 합니다.

🪄한국의 민주주의와 응원봉 집회에 대하여

| 한국계엄령해제 그 이후의 이야기

어느 새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한국 뉴스를 확인하는 일이 되었다. '혹시라도 내가 잠든 사이에 또 무슨 일이 터진 건 아닐까'하는 불안과 함께 시시각각 쏟아지는 속보를 정신없이 훑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2024년 대한민국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 (거시적인 관점으로 봤을 때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와 동기로 인해 지도자가 독단적으로 계엄령을 선포하고 한순간에 나라 전체를 불안에 빠뜨리는 것)과 너무나도 명백한 이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첫번째 탄핵소추안이 곧바로 가결되지 못했다는 사실은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지난 수십년간 수많은 사람들의 피와 땀과 눈물로 차곡차곡 쌓아올린 자유민주주의의 혜택을 받고 살아온 사람들이 단순히 자신의 안위를 지키고자 고집스러운 태도로 투표조차 하지 않고 회의장을 떠나는 그 모습은 오랫동안 기억 속에 남을 것이다. 최소한의 위선조차 보이려고 하지 않고, 최소한의 논리조차 갖추려고 노력하지 않는 그들의 무성의한 자세와 교만에 질려서 두통이 났다.

하지만 지난 한주가 분노와 무력감으로만 채워졌던 것은 아니었다. 첫번째 탄핵소추안이 폐기된 이후, 더욱 더 많은 사람들이 여의도 국회 앞으로 몰려가 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그 어느 때보다도 질서정연하고 활기찬 집회가 이어졌다. 뉴스에서는 더 이상 '촛불집회'가 아닌 아이돌을 좋아하는 어린 청년층이 주도하는 '응원봉집회'에 주목했다. 한 눈에 봐도 앳된 얼굴들이 추위에 귀와 코가 빨개진 채로 알록달록한 응원봉들을 흔들며 '탄핵'을 외치는 모습에 울컥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나라의 민주주의가 위협받는 그 순간에 어느 민주주의 국가의 시위보다도 평화롭고 선진적인 방식의 시위가 동시에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저 수동적으로 관망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나서서 행동하고 잘못된 것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젊은 세대가 있다는 사실이 뭉클했다.

결국 2024년 12월 14일 토요일에 발의된 두번째 탄핵소추안은 가결되었다. '탄핵안 가결'이라는 결과는 추운 겨울날 연말 약속들도 포기하고 여의도로 달려가 자리를 지켰던 수많은 사람들과 직접 참여하지는 못하더라도 여의도 근처 카페에 선결제를 한다거나 집회주체측에 후원을 하는 식으로 멀리서나마 응원했던 사람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지만 열흘 남짓한 시간동안 숨가쁘게 진행되어온 일련의 사태들을 멀리서 바라보며 한국의 민주주의는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에 대한 확신이 생겼다. 올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던 한강 작가가 연설물 속에서 던졌던 질문들이 떠오른다.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 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 가?"

이번 사건을 통해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음을,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인생을 바치고 희생하며 저항했던 사람들이 있기에 오늘의 젊은 세대가 응원봉을 들고 국회 앞으로 나갈 수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