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 🚗님아 그 차를 타지 마시오

안녕하세요, 어진입니다!

한국과 마다가스카르의 가장 큰 차이점 중 하나를 꼽자면 바로 '도로'일텐데요.

쭉쭉 뻗은 고속도로가 시원하게 깔려있는 한국과는 다르게 마다가스카르는 대부분의 경우 굽이지고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로 되어있습니다. 그래서 지도상으로는 그렇게까지 멀지 않은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열악한 도로사정때문에 몇 배의 이동시간이 걸릴 때가 많습니다. 오늘은 마다가스카르에서 멋 모르고 차로 이동하느라 죽을 뻔 했던 경험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님아 그 차를 타지 마시오

| 우당탕탕 그 자체

마다가스카르는 '신비의 섬나라'라는 별명에 걸맞게 지방 곳곳에 아름답고 이색적인 장소들이 많다. 뾰족하게 깎인 석회암들로 바위 탑을 이루고 있는 칭기를 비롯해서  쥐라기 시대부터 형성된 사암 지형을 품고 있는 이살루 국립공원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이러한 지역들을 가는 가장 큰 걸림돌은 바로 '이동수단'이다. 비행기가 다니는 지역이 아니라 돈을 아무리 낸다고 한들 국내선을 타고 갈 수 도 없을 뿐더러, 마다가스카르 도로 사정이 워낙 열악하다보니 여기저기 패이고 흙먼지가 날리는 비포장도로를 몇시간씩 굽이굽이 타고 들어가야 겨우 들어갈 수 있는 곳들이다.

처음 마다가스카르에 왔을 때만 해도 차를 오래 타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크게 없었는데, 몇번의 장거리 이동을 통해서 뼈 아픈 교훈을 얻게 된 이후로는 최대한 차를 기피하고 있다. 한국에서 차를 4시간 타는 것과 마다가스카르에서 차를 4시간 타는 것은 질적으로 완전히 다르다. 첫째, 에어컨이 되는 '멀쩡한' 차들이 비포장도로 장거리를 가려고 하는 경우는 굉장히 드물어서 보통 에어컨이 작동하지 않는 사륜차를 타게 되는데 이 경우 창문을 열어놓고 달려서 모든 흙먼지와 매연을 들이킬 수 있다. 둘째, 도로 곳곳에 깨지고 패인 곳들을 피하느라 요리조리 차가 흔들리고, 아무리 최대한 피하려고 한들 덜컹거림을 막을 수는 없기 때문에 차를 타고 있는 처음부터 끝까지 몸이 정신없이 흔들리고 부딪힌다. 셋째, 그나마도 운이 좋은 경우에 원래 타고 왔던 차로 목적지까지 도착하는 거고, 험한 비포장도로에 혹사당한 자동차가 중간쯤 가서 퍼지는 경우도 부지기수이다. 그럴 경우, 차를 수리하거나 새로운 차를 찾아서 옮겨 탈 때까지 속절없이 몇시간이고 대기해야 한다. 

한번은 장거리이동을 하다가 자동차 바퀴의 한 부품이 빠진 적이 있는데, 드라이버가 차를 갓길에 정차하더니 왔던 길을 거슬러 가서 빠진 부품을 기어코 찾아온 적이 있었다. 어찌저찌 부품을 다시 바퀴에 끼워서 출발했더니, 몇분도 채 되지 않아서 차가 금방이라도 주저앉아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요란한 쇳소리가 났다. 결국 더 이상 가지 못하고 그 자리에 멈춰서서 다른 차로 갈아타고 온 경험이 있다. 그때 이후로 정말 차에 질려버렸달까. 마다가스카르에서 차는 함부로 타는 것이 아니다. 님아. 그 차를 타지 마시오. 

➰ Words for this week

⇢ 하나와 어진의 일상 더보기 ⇠

💫 인스타그램 | @eojinhana

📹 유튜브 | 어찌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