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02. 27. 수요일.
우리가 처음 만났던 날. 하지만 둘 중 누구도 기억하지 못하는 첫 모습..
우리는 20살이 되던 해, 대학교 신입생 OT에서 만나게 되었어.
모두가 처음 만났던 시간인 만큼 우리 둘 사이에도 어떠한 시그널조차 없었지. 이때까지만 해도 지금처럼 만나게 될 줄 몰랐으니까.
2019. 3월
3월 새학기가 시작되었어. 나는 갇혀있던 고등학생에서 벗어나 한껏 자유를 누리고 있었지. 또한, 설레는 마음이 가득한 만큼 스무살의 연애도 하고 싶었어.
3월 21일이었나. MT 조모임에 가게 되었어.
너는 5조, 나는 6조였고 같은 술집 옆테이블에서 술자리를 하게 되었지.
그날, 나는 너무 자유를 누린 나머지 기억을 잃었고... 흑역사도 생성하고.. 그랬지.
다음날, 일어나보니 너에게 연락이 와있었어.
"00아. 00으로 7,500원 보내면 돼." ㅋㅋㅋㅋㅋ(진짜 금액까지도 잊을 수가 없어)
(네. 맞아요. 그는 과대였죠.. 설레는 첫만남 이야기를 상상하셨다면 깨부수는게 나을거예요. 정말 엉망진창이었거든요. 하하)
그 후로 일주일정도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이어갔어. 그땐 그냥 동기의 느낌이었을까? 넌 그랬을거야...
2019. 03. 29. 금요일.
MT를 간 날이었어. 밤에 다같이 둥그렇게 앉아서 술을 마셨고, 너는 어느새 내 옆자리에 앉아있더라. 그것도 보드카들고 와서는.. 이미 선배들한테 술을 얻어먹어서 얼굴은 빨개져있었고, 약간 취한 것 같기도 하고...?ㅋㅋㅋ
근데 있잖아. 그때 그 모습이 귀여워보였어.
2019. 04. 01. 월요일.
이날은 만우절이었어. 동기들과 교복입고 사진찍고 놀았지.
그 당시에 우리는 페메를 하고 있었어. 늘 그렇듯 남들 다하는 그런 이야기들.
이 때 나의 마음 속에는 이미 너가 있었어. 어느새 나도 모르게.
내가 먼저 시작한 나의 짝사랑이었지.
아, 근데 나 짝사랑하는거 좋아해. 그것만의 감정이 왜인지 더 설레게 느껴져서.
2019. 04. 02. 화요일.
동기들의 단합날. 우연이었는지 기억은 안나지만 너가 내 앞자리에 앉았던 날.
그 때 나는 이런 생각을 하던 때였어. "이 아이는 나를 다른 동기들과 똑같이 생각하고 있겠지?"
사실, 선배들로부터, 동기들사이에서, 과CC는 하지 말라는 말을 너무 많이 들었던 때여서 사귀고 싶은 마음 반, 안 사귀고 싶은 마음 반인 상태였어.
(딱 4월이 멋모르고 사귀기 좋은 시기라나 뭐라나. 헤어지면 두고두고 안줏거리라는 등등...)
그래도 얘라면 괜찮지 않을까? 싶다가도 나 혼자만의 생각이라는 걸 깨닫고 아차하곤 했지.
2019. 04. 04. 목요일.
이 날 우리의 관계가 한단계 진전된 날인데 넌 기억을 하니..??ㅋㅋㅋ
에타에 글이 하나 올라왔어.
'나는 썸이 아닌데 상대방은 썸이라고 생각하면 어떻게 연락을 끊어야 하나요?'
....... 왜 얘가 쓴 글 같지..? 싶은 마음에 괜시리 불안해졌어. 그래서 물어봤지.
"너 에타에 글 올린 적 있어?"
"아니, 없는데. 왜?"
"그냥. 궁금해서."
이후, 나는 너에게 이런 말을 했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데, 상대방은 관심이 없는 짝사랑이야, 너라면 어떻게 할래?"
"나는 계속 연락할래. 걔가 너를 좋아하게 만들면 되지. 근데 너가 좋아하는 사람이 누군지 궁금하다."
"너야. 바보야."
나는 대체 이날 무슨 자신감과 무슨 용기로 일을 저지른 걸까.
엄청 당황해하던 너의 모습. 얼굴을 보지 않은 채의 연락이었지만 안봐도 그려져.
2019. 04. 10. 수요일.
이후, 아직 본인의 마음을 잘 모르겠다며 평상시처럼 지내자는 너의 말에 그냥 그런 사이로 지내고 있었어.
이 날, 나는 우연히 너의 과거(?)에 대해 알게 되었고, 너는 나에게 황급히 해명하더라?ㅋㅋㅋ
내가 말했어. "아냐. 그런말 안해도 돼. 우리 아무 사이도 아니잖아. 신경 안 써."
그 후, 너가 말했지. "00아. 우리 내일 얘기 좀 하자."
2019. 04. 11. 목요일.
저녁 9시, 학교 운동장에서 만났어.
"할 얘기 있다며. 얘기해."
"어. 나 고백할거야."
"????"
진짜 이런 신개념 선전포고 고백은 내 생애 처음 들어본다...
뭐 아무튼 그렇게 1일이 되었어.
시간이 얼추 지나고 너와 이때의 이야기를 하던 때, 너는 이렇게 고백한 것을 두고두고 후회한다며 말했지. 좀 더 멋있게 할걸 그랬다고.
다시 생각해보니, 우리 참 어설펐다. 그치?
너는 나에게 관심조차 없었는데, 나는 무슨 자신감으로 너를 밀어붙였고, 또 너의 마음에는 어떤 변화가 찾아와서 나를 만나게 되었을까.
있잖아. 그래서 나는 더 불안했어.
우리의 시작이 쌍방이 아니라 나 혼자만의 일방인 것 같은 생각에.
지금은 쌍방인거 맞지? 크크,,
8월에는 너와의 만남 이야기가 없어서 우리의 첫만남에 대해 이야기해봤어.
쓰고보니 드라마틱하거나, 영화에 나올 법하다거나 그렇지는 않다.
평범하고 평범한, 그래서 더 어설펐던 우리의 이야기야.
누가 뭐라해도 우리 둘만 기억하는(너 다 까먹은거 아니지?) 그런 이야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