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_편지 쓰는 마음

답장을 모아 모아

2025.10.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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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X독일

매주 수요일, 독일에서 당신에게 보내는 편지 (영원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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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전_ 편지 쓰는 마음 "

 

구독자님, 오늘은 밀린 편지 답장을 가져왔어요. 

 

원래라면 프랑스 뉴스레터를 가져올 순서였지만, 

스크랩도 마음에 안차고 답장 해야하는 편지도 눈에 밟혔거든요.

그래서 과감하게 답장으로만 가득 채운 레터를 가져왔답니다.

 

프랑스 레터는 가능하다면 이번 주 안으로,

안된다면 다음 주 수요일 정오에 가져올게요.

 

약속과 달리 수요일도 정오도 지키지 못해 민망할 따름입니다.

그래도 편지 답장은 즐겨 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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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7)
안녕하세요. 영원님의 메일은 처음 받아보는 구독자입니다- 우연히 메일리를 둘러보다 제 취향인 글을 발견해서 구독한 게 며칠 전이었거든요.
저는 자연과학대학생이라, 영원님의 이야기가 더 신기하고 흥미롭게 느껴져요. 특히 SF 인문학에 대한 내용은 저도 직전 학기에 수강했던지라 더 흥미롭게 다가옵니다.프랑켄슈타인을 최초의 SF로 기억하고 배우고, 과학적인 내용이 얼마나 정확히 반영되었고 어떤 배경에서 그러한 발견이 소설에 수록되었는지 같은 걸 관심 있게 봐온 저로서는 ‘숭고함‘이 참 낯설어요. 아무래도 내일 학교에 가는 김에 숭고함에 대해 찾아보게 될 것 같은, 강한 예감이 듭니다. 하하.

P.S. 마침 오늘은 27일 금요일이네요. 생일 축하드립니다 🥰 오늘 하루만은 그 누구보다 행복한 하루 보내시길 바라요

(9/12)
안녕하세요, 영원님! 몇 번인가 답장을 위해 이 창을 열었다 닫았던 것 같은데 정작 보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네요. 잘 지내고 계신가요?
(중략) 그래서일까요? 저는 에세이가 그렇게 재밌더라고요. 영원님처럼 따듯한 문체로 당신의 긍정적이고 여유로운 시선을 담은 글은 더 재밌고, 더 소중합니다. 그동안 몇 번이고 커서를 좌우로 깜빡이면서도 답장을 보내지 못했던 건 그런 마음이었어요.
저는 무척 좁은 우물에서 살아왔습니다. 올해 성인이 되고 가족여행으로 다녀온 싱가포르가 처음이자 마지막 해외여행이었으니까요. 어렸을 적부터 해외를 동경했던 저이기에 해외생활을 다룬 에세이에는 더 눈이 갑니다. 익명을 빌려 조금 더 솔직해지자면 학창시절에 해외, 그중 서양권을 경험한 이들을 보면 부럽고 샘이 나곤 합니다. 저와는 완전히 다른 삶이란 생각 탓에요.
지금까지는 이런 제가 대학원을 해외로 가지 않는 한 해외 생활은 불가능 할 거라 생각했습니다-저는 자연대학생이라 교환학생도 활발하지 않고, 얻을 수 있는 이득도 크지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영원님의 글을 읽으며 제가 돈을 모아 단기라도 해외를 다녀오고 싶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새로운 목표를 잡을 수 있게 도와주셔서 감사해요. 더이상 누군갈 샘하기보단 저만의 궤적을 그리고 싶어졌어요.
처음 타자를 치기 시작했을 때엔 하고 싶은 말이 분명했던 것 같은데 어쩐지 쓰다보니 횡설수설했네요.언제나 건강 조심하시고 즐거운 하루 되시길!

P.S. 음악 이야기가 잠시 나와 이야기해보자면, 저는 요즘 콜드플레이의 Music of the Spheres 앨범에 빠졌습니다. 아티스트의 큰 그림을 느껴보고 싶어 꼭 한 번은 앨범 순서대로 들어보는 사람이지만 이 앨범은 특히 순서대로 듣길 권합니다. 트랙 하나하나가 넘어갈 때마다 정말 music of the spheres, 천체의 음악을 듣는 듯 해요. 우주 속을 여행하며 듣는 느낌이 들어 밤에 들으면 재미가 더합니다.

영원님은 요즘 어떤 곡을 듣고 계신가요?

낮달
낮달님께, 인스타가 아니라 메일리에서 저를 발견하신 분을 만나게 되다니, 신기한 마음입니다. 최근 정세랑 작가의 인터뷰를 봤는데, 거기서 말한 글의 느린 연결이 체감 되는 순간입니다. 작가가 글을 써서 세상에 띄우면 5년, 어쩌면 100년이 지나서 독자로부터 돌아오는 대답에 대해 이야기하는 구절이 있거든요. 저는 가끔 세상이 너무 빠르게 움직인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이런 느긋하고 기약 없는 대화가 좋습니다. 우물과 타지에 대한 동경. 저도 꾸준히 가지고 있던 마음이었어요. 저는 경남의 소도시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는데, 80년 대에 멈춰버린 도시의 모습에 끔찍함을 느끼며 서울을 동경했거든요. 전시, 뮤지컬, 인프라... 대학에 합격해 상경한 후에는 그게 해외살이에 대한 낭만으로 이전되었고요. 현실이 된 서울살이는 제법 녹록하지 않았거든요. 그러니 다음 꿈을 꿨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낮달님과 같은 고민을 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해외에 가는 게 맞는지, 뒤쳐지진 않을지, 스펙에 도움이 되는지 같은 질문을 종종 받곤 합니다. 해외 살이가 노력도 비용도 많이 드는 일이라 그런 것 같아요. 저는 처음에는 디즈니 인턴십을 준비하다, 미국 교환학생을 생각하다, 결국 독일 방문학생을 준비한 케이스인데요. 한국 대학은 휴학하고 갔기 때문에 학점 인정이나 공식적으로 남는 결과물은 아무것도 없어요. 이득이나 스펙의 측면에서는 손해에 가까운 일이라고 할 수 있을테죠. 하지만 정량적인 수치로 전부 표기할 수 있는 게 인생이라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저는 이야기를 가진 정량화 할 수 없는 삶을 살기를 소망합니다. 독일에서 괴테의 흔적을 쫒았던 일, 좋아하는 가수의 재결합 콘서트 장에서 목이 쉬게 노래를 불렀던 경험 같은 건 떠나지 않고서는 얻을 수 없잖아요. 제 이야기가 낮달님의 새로운 목표에 도움이 되었다니 기쁩니다. 언젠가 낮달님 만의 멋진 모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기를! p.s. 저는 마감할 때는 주로 드뷔시를 들어요. 지금 편지도 드뷔시 - 아라베스크 1번을 들으며 쓰고 있습니다. 앨범 구성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저는 노엘 갤러거의 Council Skies를 정말 사랑합니다. 제가 플레이 리스트에 통채로 넣고 순서대로 듣는 앨범 중 하나랍니다. 낮달님의 다음 이이기를 기다리는, 영원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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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의 손편지를 받아보신다면, 혹시 조금은 낯설고 이상할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펜을 든 건, 지금 영원님이 걷고 계신 길, 카프카의 흔적을 따라가는 그 여정이 제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이에요.
카프카라는 이름만으로도 어딘가 고요하고 묵직한 그림자가 느껴지는데, 그 흔적을 따라 프라하의 골목을 걷고, 독일의 하늘을 올려다보며 작가님은 무엇을 마주하고 계실까요? 때로는 삶이 낯설고 이질적일지라도, 카프카가 그러했듯, 그 안에서 진실을 꿰뚫는 통찰을 건져 올리시길 기도합니다.
한 번도 만난 적 없고, 어쩌면 이 편지는 영영 답장을 받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전 영원님께 이렇게 인사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지금 그곳은 어떤 색의 하늘인가요?”
“작가님의 발끝에서 피어오르는 이야기의 기척은 어떤가요?”
부디 좋은 풍경, 좋은 커피, 좋은 문장들과 함께하는 여행이 되시길 바랍니다.그리고 혹시 문득 외로움이 고개를 들 땐, 이 낯선 독자의 마음이 먼 곳에서 조용히 응원하고 있음을 기억해 주세요.
언젠가 작가님의 문장에서 오늘의 이 여정이 스미는 날을 기다리며,이만 줄일게요.따뜻한 하루 보내세요.
당신의 독자,시라유리 드림.

시라유리
시라유리님께, 프라하의 제 여행이 마음에 드셨다니 기쁩니다. 유럽에서의 반 년은 좋아하는 작가의 흔적을 쫒고, 새로운 작가를 발견하며 문학에 흠뻑 빠져 있는 시간이었어요. 이렇게 충만하고 순수한 문학적 기쁨과 발견을 느낄 수 있는 시기가 삶에 또 다시 올까? 하는 생각을 종종 할 정도였습니다. 동시에 이방인으로서 느끼는 낯섦과 외로움도 늘 저를 따라 왔습니다. 인종차별을 당했을 때, 여행에서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처리 해야하는 수많은 행정 절차를 마주했을 때... 해외에 살며 마주한 고난의 순간들에 응원이 제법 힘이 되더군요. 저는 응원이나 위로 같은 건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라고 생각해왔는데, 마음을 주고 받는 행위에 대해 독일에 와서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눈을 뜨면 편지 답장을 읽으며 아침을 시작할 수 있어, 멀리 있지만 연결된 감각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따뜻한 마음에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영원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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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영원님! 우선 지난 생일 다시한번 진심으로 축하드려요!
저는 이제 완전히 생기부가 마감되어서 후련한 마음이랍니다! 한국은 비가 많이 오는데 그곳은 어떤가요? 항상 안전과 건강 유념하시길 바랍니다.
생일 날 내년의 나에게 레터를 보내는 것은 정말 좋은 것 멋진 것 같아요! 사실 우리는 자신이 자신을 가장 잘 아는 것처럼 행동하고 착각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으니까요. 1년 전 내게 축하를 받고, 1년 후 나에게 축하를 보내는 이 멋진 역사를 저도 시작해보겠습니다!
그리고 여행을 가서 도서관이란 장소에 방문할 일이 없다는 말도 공감이 되었는데요? 그래서 저도 도서관에서 레터를 보내는 것처럼 저만의 생일 루틴을 만들거예요! 항상 잊지않고 편지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영원님의 이야기가 계속 궁금할 거예요! 
지구 반대편 떨어져 있는 고등학생이 영원님의 삶을 꿈꾸며:)

제리
제리님께, 여름방학 전에 생기부가 마감되었다면, 고3이실까요? 만약 그렇다면 미리 수능에 대한 응원을 보냅니다. 대단한 하루를 살아가고 있지 않은데, 제 삶을 꿈꿔주신다니 과분한 마음입니다. 저야말로 답장을 보내주시는 구독자 분들과, 종종 편지를 독촉해 주는 친구들의 마음에 기대 아슬아슬하게 마감을 하고 있는 편이라, 오히려 제가 감사해야 할 정도랍니다. 생일에 내년의 나에게 편지 쓰기. 생일 편지를 쓴 지 4달이 다 되어가니 올해 쓴 편지 내용을 거의 잊어버렸어요. 그래서 어서 내년의 생일이 와 편지를 열어볼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저는 편지 읽기를 참 좋아하거든요. 그게 작년의 내가 쓴 편지라고 해도 설렙니다. 내년에는 어디에서 편지를 쓸지도 참 즐거운 고민이네요. 제리님이 만들 생일 루틴은 뭘까요? 제리님에 대해 슬프게도 아는 게 없으니 막연한 추측도 어렵네요. 정하면 언젠가 저에게도 알려주시기를. 제리님의 생일 루틴이 궁금한, 영원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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