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전_ 편지 쓰는 마음 "
구독자님, 오늘은 밀린 편지 답장을 가져왔어요.
원래라면 프랑스 뉴스레터를 가져올 순서였지만,
스크랩도 마음에 안차고 답장 해야하는 편지도 눈에 밟혔거든요.
그래서 과감하게 답장으로만 가득 채운 레터를 가져왔답니다.
프랑스 레터는 가능하다면 이번 주 안으로,
안된다면 다음 주 수요일 정오에 가져올게요.
약속과 달리 수요일도 정오도 지키지 못해 민망할 따름입니다.
그래도 편지 답장은 즐겨 주시기를.

(6/27)
안녕하세요. 영원님의 메일은 처음 받아보는 구독자입니다- 우연히 메일리를 둘러보다 제 취향인 글을 발견해서 구독한 게 며칠 전이었거든요.
저는 자연과학대학생이라, 영원님의 이야기가 더 신기하고 흥미롭게 느껴져요. 특히 SF 인문학에 대한 내용은 저도 직전 학기에 수강했던지라 더 흥미롭게 다가옵니다.프랑켄슈타인을 최초의 SF로 기억하고 배우고, 과학적인 내용이 얼마나 정확히 반영되었고 어떤 배경에서 그러한 발견이 소설에 수록되었는지 같은 걸 관심 있게 봐온 저로서는 ‘숭고함‘이 참 낯설어요. 아무래도 내일 학교에 가는 김에 숭고함에 대해 찾아보게 될 것 같은, 강한 예감이 듭니다. 하하.
P.S. 마침 오늘은 27일 금요일이네요. 생일 축하드립니다 🥰 오늘 하루만은 그 누구보다 행복한 하루 보내시길 바라요
(9/12)
안녕하세요, 영원님! 몇 번인가 답장을 위해 이 창을 열었다 닫았던 것 같은데 정작 보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네요. 잘 지내고 계신가요?
(중략) 그래서일까요? 저는 에세이가 그렇게 재밌더라고요. 영원님처럼 따듯한 문체로 당신의 긍정적이고 여유로운 시선을 담은 글은 더 재밌고, 더 소중합니다. 그동안 몇 번이고 커서를 좌우로 깜빡이면서도 답장을 보내지 못했던 건 그런 마음이었어요.
저는 무척 좁은 우물에서 살아왔습니다. 올해 성인이 되고 가족여행으로 다녀온 싱가포르가 처음이자 마지막 해외여행이었으니까요. 어렸을 적부터 해외를 동경했던 저이기에 해외생활을 다룬 에세이에는 더 눈이 갑니다. 익명을 빌려 조금 더 솔직해지자면 학창시절에 해외, 그중 서양권을 경험한 이들을 보면 부럽고 샘이 나곤 합니다. 저와는 완전히 다른 삶이란 생각 탓에요.
지금까지는 이런 제가 대학원을 해외로 가지 않는 한 해외 생활은 불가능 할 거라 생각했습니다-저는 자연대학생이라 교환학생도 활발하지 않고, 얻을 수 있는 이득도 크지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영원님의 글을 읽으며 제가 돈을 모아 단기라도 해외를 다녀오고 싶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새로운 목표를 잡을 수 있게 도와주셔서 감사해요. 더이상 누군갈 샘하기보단 저만의 궤적을 그리고 싶어졌어요.
처음 타자를 치기 시작했을 때엔 하고 싶은 말이 분명했던 것 같은데 어쩐지 쓰다보니 횡설수설했네요.언제나 건강 조심하시고 즐거운 하루 되시길!
P.S. 음악 이야기가 잠시 나와 이야기해보자면, 저는 요즘 콜드플레이의 Music of the Spheres 앨범에 빠졌습니다. 아티스트의 큰 그림을 느껴보고 싶어 꼭 한 번은 앨범 순서대로 들어보는 사람이지만 이 앨범은 특히 순서대로 듣길 권합니다. 트랙 하나하나가 넘어갈 때마다 정말 music of the spheres, 천체의 음악을 듣는 듯 해요. 우주 속을 여행하며 듣는 느낌이 들어 밤에 들으면 재미가 더합니다.
영원님은 요즘 어떤 곡을 듣고 계신가요?낮달

안녕하세요.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의 손편지를 받아보신다면, 혹시 조금은 낯설고 이상할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펜을 든 건, 지금 영원님이 걷고 계신 길, 카프카의 흔적을 따라가는 그 여정이 제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이에요.
카프카라는 이름만으로도 어딘가 고요하고 묵직한 그림자가 느껴지는데, 그 흔적을 따라 프라하의 골목을 걷고, 독일의 하늘을 올려다보며 작가님은 무엇을 마주하고 계실까요? 때로는 삶이 낯설고 이질적일지라도, 카프카가 그러했듯, 그 안에서 진실을 꿰뚫는 통찰을 건져 올리시길 기도합니다.
한 번도 만난 적 없고, 어쩌면 이 편지는 영영 답장을 받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전 영원님께 이렇게 인사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지금 그곳은 어떤 색의 하늘인가요?”
“작가님의 발끝에서 피어오르는 이야기의 기척은 어떤가요?”
부디 좋은 풍경, 좋은 커피, 좋은 문장들과 함께하는 여행이 되시길 바랍니다.그리고 혹시 문득 외로움이 고개를 들 땐, 이 낯선 독자의 마음이 먼 곳에서 조용히 응원하고 있음을 기억해 주세요.
언젠가 작가님의 문장에서 오늘의 이 여정이 스미는 날을 기다리며,이만 줄일게요.따뜻한 하루 보내세요.
당신의 독자,시라유리 드림.시라유리

안녕하세요 영원님! 우선 지난 생일 다시한번 진심으로 축하드려요!
저는 이제 완전히 생기부가 마감되어서 후련한 마음이랍니다! 한국은 비가 많이 오는데 그곳은 어떤가요? 항상 안전과 건강 유념하시길 바랍니다.
생일 날 내년의 나에게 레터를 보내는 것은 정말 좋은 것 멋진 것 같아요! 사실 우리는 자신이 자신을 가장 잘 아는 것처럼 행동하고 착각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으니까요. 1년 전 내게 축하를 받고, 1년 후 나에게 축하를 보내는 이 멋진 역사를 저도 시작해보겠습니다!
그리고 여행을 가서 도서관이란 장소에 방문할 일이 없다는 말도 공감이 되었는데요? 그래서 저도 도서관에서 레터를 보내는 것처럼 저만의 생일 루틴을 만들거예요! 항상 잊지않고 편지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영원님의 이야기가 계속 궁금할 거예요!
지구 반대편 떨어져 있는 고등학생이 영원님의 삶을 꿈꾸며:)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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