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격! 락스타 실존"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혹시 밴드를 좋아하시나요?
어제는 영국 밴드 '오아시스'의 내한 공연이 있는 날이었어요.
오아시스는 제가 아주 좋아하는 밴드인데요, 저는 7월에 콘서트를 다녀왔어요.
이걸 위해서 영국을 갈 정도로 저에게는 중요한 일정이었어요.
7월에 다녀온 이야기를 왜 지금에서야 하게 되었냐면,
돌아오는 비행기 연착으로 룩셈부르크 국경에서 노숙할 뻔 했거든요.
무사히 해결되었지만 스트레스가 커 영국 여행을 펼쳐보지 못했어요.
7월 한 달 간 칩거한 결과, 지금은 아주 괜찮습니다.
이 주의 'scrap of this week'는 1️⃣ 충격! 락스타 실존 , 2️⃣ 네셔널 갤러리에서 발견한 마음, 3️⃣런던 해리포터 스튜디오 입니다. 영국은 제가 좋아하는 걸로 가득한 나라였어요. 어릴 적부터 좋아한 해리포터와 홍차, 작년 부터 기대하던 오아시스 콘서트, 도시 곳곳에 위치한 아름다운 공원. 피곤함에 인상을 찌푸리다가도 '내가 영국에 있다니!' 하는 감상에 설레는 날들 이었습니다.
1️⃣ 충격! 락스타 실존
독일 대학으로부터 합격 통지서를 받기 전에 이미 티켓팅을 마쳐둔, 가장 중요한 이벤트가 오아시스의 재결합 콘서트였습니다.
저는 브릿팝을 좋아하다, 작년 여름 노엘 갤러거 내한 콘서트를 다녀왔어요. 그리고 그 뒤에 오아시스를 더 좋아하게 됐습니다. 콘서트의 여운에 젖어 한창 오아시스 노래를 듣고 있던 와중에 15년 만에 오아시스가 재결합을 하고, 콘서트를 연다는 소식이 들려왔어요. 그래서 역사적인 재결합 콘서트에 참석하기 위해 9시간 동안 티켓팅에 참전한 결과, 당당하게 재결합 첫콘서트 티켓을 거머쥐게 됐습니다.
이 콘서트는 제가 독일 방문학생을 준비하며 힘들 때 마다 들여다보던 부적 같은 존재였어요. '나 오아시스 콘서트 갈 거니까!'라고 속으로 외치면 다 괜찮아졌거든요. 새해 첫 곡을 들으면 한 해가 그렇게 풀린다고 하잖아요, 저는 새해 첫 곡으로 오아시스의 'live forever'를 들을 정도였습니다.
독일에서 비행기를 타고 영국 런던까지, 런던에서 버스를 세시간 가량 달려 카디프까지... 고작 두 시간의 콘서트를 위해 제가 이렇게 까지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게 참 신기했어요. 제 좌석에서 내려다 본 스탠딩 존의 사람들의 물결이, 몸을 울리던 악기의 소리가 지금도 선명합니다.
콘서트가 끝나고 사람들이 우르르 빠져나갈 때 저는 자리를 뜨는 대신 그걸 구경하며 콘서트의 감상을 녹음하고 있었어요. 이번 레터를 스크랩하며 그때의 제 목소리를 다시 들어봤어요. 당시의 저는 좋아하는 마음을 소중하게 대해야지, 하는 다짐을 하고 있었어요. 어떤 마음은 영원할 수 있다 믿지만 그건 분명 노력을 요하는 일이니까요.
저는 나이 들어도 밴드 공연을 보러 다니고, 친구들과 합주를 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구독자님은 소중히 하고 싶은 마음이 있나요?
2️⃣ 네셔널 갤러리에서 발견한 마음
대영 박물관과 네셔널 갤러리를 다녀왔습니다.
유럽에서는 제가 과거에 좋아했으나 지금은 시들해진 것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어요. 박물관과 미술관을 다니는 것도 그 중 하나였습니다. 좋은 공간과 큐레이션에 대한 갈망이 제 안에서 사라졌음을 느꼈거든요. 그래서 지난 여행들에는 굳이 미술관과 박물관을 찾아다니지 않았습니다.
네셔널 갤러리는 좀 달랐어요. 작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네셔널 갤러리 특별전을 진행했는데, 그 때 두 번이나 방문했거든요. 그래서 영국까지 왔는데, 마음이 내키지 않더라도 네셔녈 갤러리는 가보자 마음먹었어요. 그리고 여기서 제 마음 속 불씨를 살려준 작품을 만나게 됩니다.
파리스의 심판을 다루는 그림들이 죽 늘어서 있는 관이었어요. 그 중 루벤스의 이 그림이 제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처음 제 발걸음을 멈추게 한 건, 그림 상단에 구름 위에서 절규하는 인물이었어요. 한참을 쳐다보다 궁금해 지피티에게 질문을 했고, 퓨리 중 하나인 알렉토라는 답변을 듣을 수 있었어요. 저는 신화를 다루는 그림들을 해석하는 걸 좋아해서 뜯어보다 막히는 부분은 지피티에게 질문해 가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저는 유명한 작품 위주로 큐레이션 되어 있는 오디오 가이드는 취향이 아니어서 늘 공부를 해가는 편이었는데, 이렇게 현장에서 지피티와 대화하며 공부하는 것도 재미있었어요. 저처럼 오디오 가이드를 선호하지 않는다면 한 번 시도해보시길.
3️⃣런던 해리포터 스튜디오
오랜 포터헤드인 저는 열심히 취케팅을 해서 런던 해리포터 스튜디오를 다녀오게 됩니다.
아주 넓고 볼거리도 많고, 포터헤드라면 감동을 느낄 만한 포인트가 많은 곳이었어요. 다만, 굳이 구분 짓자면 해리포터라는 책과 세계관의 팬들 보다, 영화 팬을 위한 장소긴 했습니다. 애초에 워너 브라더스가 만든 스튜디오니까요. 저 같은 강경 해리포터 원작 주의자들은 조금 못마땅할 만한 포인트가 있었다고만 말하겠습니다.
언제가 필요해서 해리포터와 관련된 자료들을 긁어 모았던 적이 있는데, 영화 세트장과 소품들을 직접 보니 집에서 자료로만 봤을 때보다 훨씬 와닿는 게 있었어요. 대연회장의 기숙사 점수 모래시계는 생각보다 크고 정교했고, 트릴로니의 점성술 교실은 생각보다 아늑하고 포근한 느낌이었어요. 가장 흥미로웠던 건 덤블도어의 사무실이었습니다. 둥글고 깊이감 있는 사무실은 나선형 계단으로 2층이 연결 되어 있어 개방적인듯 비밀스러웠거든요. 덤블도어의 내면 같았습니다.
사진 찍을 포인트가 아주 많으니 꼭 누군가와 같이 가는 걸 추천합니다. 저는 혼자 여행을 잘 하는 편이라 평소에는 삼각대를 두고 혼자 사진이나 영상을 잘 찍는 편인데, 사람들이 많고 타이밍을 노려 후다닥 찍고 빠져야 하는 분위기라 사진을 거의 찍지 못했거든요. 아쉬운 대로 외국인들에게 부탁한 사진은... 건진 사진이 저거 단 하나였다고 말씀 드리겠습니다.
아, 버터맥주는 마시지 않았습니다. 예전에 유니버셜 스튜디오에서 버터 맥주잔을 갖기 위해 마셨던 버터 맥주가 정말 취향이 아니었거든요. 카라멜을 녹여서 탄산을 추가한 맛이랄까요... 두 번 시도하고 싶은 맛은 아니었습니다.
오늘은 편지 대신 작은 공지를 전합니다.
앞으로 두 편의 편지가 남았어요. 끝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답장은 이 번 달까지만 받겠습니다. 그 이후에 쓴 편지는 답장을 드릴 수 없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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