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중독만 중독이 아니다?

무언가에 중독되어 본 적 있나요? 사랑 말고요…

요즘 중독이라고 하면 약 같은 게 떠올라서 좀 그렇지만, 가만히 보면 현대는 대 중독의 시대인 것 같아요.

먼저 제 중독 고백을 해보자면, 저는 요즘 유튜브 중독입니다. 코로나 직전에 친구가 잠깐씩 짬만 나면 유튜브를 보더라고요. 그새를 못참고 유튜브를 보냐고 타박했었는데, 제가 지금 그래요. 알고리즘에 뜬 건 거의 다 봤는데도 스크롤을 계속 내리고 있어요. 이게 중독이죠.

전에 백수 시절에는 게임 중독에 걸린 적이 있어요. 아 보통 남자분들에게 게임 중독쯤 되려면 진짜 피골이 상접해지는 단계까지 가야 하나요? 저는 원래 게임을 많이 안 했어서 그 정도는 아니지만, 게임을 하다 문득 재미가 없다는 걸 저도 느끼는 때가 오더라고요. 게임이 재미가 없는데 그렇다고 멈출 수도 없어요. 이걸 멈추면 괴로운 현실로 돌아와야 한다는 두려움도 있었고요. 유튜브도 게임도 한참 몰입하고 나면 머리가 멍해지면서 바보가 된 느낌이 들었어요. (티비가 바보상자라는 옛말 틀린 게 하나도 없…)

도파민 중독, 바보가 된 기분이 드는 이유

‘도파미네이션’이라는 책을 아시나요? 도파민과 중독, 그리고 그게 뇌를 어떻게 손상시키는지를 설명한 책이에요.

게임, 유튜브, SNS 등등 요즘은 우리를 행동중독에 빠지게 하는 유혹들이 너무 많죠. 이게 뇌손상을 유발한대요. 한참 즐기고 나서 뇌가 멍 해지는 느낌, 그거죠. 왜냐면 중독적인 행동이 뇌에서 도파민을 엄청나게 분비하게 하는데, 그럴수록 그 행동을 더 하게 되고, 결국 뇌를 망가트리는 거에요. 이제 쾌락의 기준치가 높아져서 뭘 해도 만족이 안 되는 만성적 도파민 결핍 상태에 빠지는 것이고, 우울증과 매우 유사한 상태라고 해요. (어디 아프면 다 컴퓨터 많이 해서 그런거라는 엄마 말이 다 맞았음)

뇌에는 고통과 쾌락이 시소처럼 균형을 맞추고 있는데 한쪽으로 기울어지면 우리 뇌는 균형을 되찾으려고 온 힘을 기울여요. 그래서 쾌락의 대가로 고통이 나타나고요. 그 고통 때문에 다시 쾌락을 찾으려는 욕구가 막 솟구치는거에요. 문제는 오늘날이 쾌락 과잉 시대라는 겁니다. 스마트폰 하나면 쾌락을 방구석에서도 너무 쉽게 찾을 수 있어요. 옛날에는 영화 한 편 보려면 저 멀리 읍내 극장까지 가야 했다던가 이렇게 쾌락을 얻기가 힘들었는데 말이죠.

책의 저자인 애나 렘키 박사님은 도파민 중독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도 알려줍니다. 일단 높은 중독성을 가진 행동을 하려면 중간 중간 충분한 시간을 둬야 한다고 해요. 그렇지 않으면 도파민이 아주 빠르게 분비되어서 도파민 결핍 상태에 쉽게 다다르니까요.

또 다른 방법은 어려운 일을 먼저 하는 거에요. 운동을 예로 들어보면, 운동 초반에는 너무 고통스럽잖아요. 저는 크로스핏을 하는데 거의 운동 절반의 시간 동안은 ‘내가 내일은 죽어도 안 온다’ 이 생각만 들어요. 운동 후반부에야 도파민이 돌면서 쾌락을 느낄 수 있는데, 미리 고생함으로써 도파민 갈망을 느끼지 않고도 도파민을 얻을 수 있는 것이죠. 그러니까 노오오력을 먼저 하면 좋다는 거에요.

“담배는 끊는 거지 줄이는 거 없다”

그래도 제일 좋은 건 끊어야죠! 렘키 박사님은 4주의 도파민 단식을 추천해요. 4주면 평균적으로 쾌락과 고통의 균형이 맞춰지는 시간이래요. 금단증상 때문에 2주 정도는 힘들겠지만, 4주만 참으면 유튜브가 생각나고 게임이 머릿속에 떠오르고, 이런 걸 이겨낼 수 있다는 거죠. 물론 마음 먹는 게 제일 어렵겠지만, 미리 단식을 준비하고 시작하면 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합니다.

비록 저는 게임을 끊고 대신 유튜브에 중독됐지만… 그래도 게임 하나는 완전히 끊어본 경험이 있어요! 시간 관리법을 다룬 책 메이크타임의 저자 제이크 냅 , 존 제라츠키는 구글 출신이에요. 이들은 우리 주변에 스마트폰과 넷플릭스 등 정보가 끊임없이 올라오는 ‘인피니티 풀’효과 때문에 의지만으로 절대 이길 수 없다고 해요. 구글에서 IT제품을 만드는 자신들이 이게 얼마나 강력한지 안다는 거죠. 어떤 네트워킹 모임에서 자기는 스마트폰 유혹을 못 견뎌서 잠금 박스를 샀다는 분의 이야기를 들었어요. 저것도 못 이겨내? 이게 아니라, 유혹을 못 이긴다는 걸 솔직히 인정하고 과감하게 끊어버리는 장치를 마련했다는 게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저도 게임을 끊자고 결심한 날 플스를 갖다 버렸거든요.

지금 못 끊으면 금연껌 6년 씹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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