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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닝] <우리는 언제부터 도구에 말 걸었나>

생성형 AI 시대, 변화하는 인간 감각과 사유의 흔적

2026.02.07 | 조회 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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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신경아. 필력서가

권신경아(權申庚娥)의 연재·강의·연구 노트가 쌓이는 기록의 서가입니다.

“AI는 말한다. 그러나 거기엔 아무도 없다.”

“완벽한 시뮬레이션의 시대, 기술이 우리의 언어와 욕망을 대신 수행할 때 인간에게 남겨진 ‘공백’은 무엇인가?”

 

본 강의는 생성형 AI 시대, 변화하는 인간 감각과 기술 사이의 관계를 정신분석, 매체 미학, 기술철학의 관점에서 탐구합니다. 우리는 언제부터 도구에 말을 걸기 시작했을까요? 도구가 우리에게 응답하기 시작한 것은 또 언제부터였을까요?

 

도구가 단순히 손의 연장을 넘어 주체의 욕망을 되돌려주는 존재가 될 때, 기술은 비로소 인간을 투영하는 거울이 됩니다. 본 강의는 이 질문을 화두 삼아, AI라는 거울에 비친 우리의 낯선 얼굴, 혹은 그 완벽한 시뮬레이션 속에 가려진 주체의 공백과 마주하는 사유의 장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 시즌 1 - 언어와 욕망의 구조: 생성형 AI는 누구의 목소리인가 (시리즈 1~3)
  • 시즌 2 - 말과 이미지 그리고 감각: 무엇이, 왜 사라지는가 (시리즈 4~6)
  • 시즌 3 - AI 이후, 도구가 남긴 질문 (시리즈 7~9)

 


 

AI는 말한다.
그러나 거기엔 아무도 없다.

AI는 당신의 문장을 더 빠르고 정확하게 완성한다.
당신이 한 번도 본 적 없는 이미지를 만들고,
심지어 당신이 경험하지 않은 기억조차 시뮬레이션한다.
그런데, 이 완벽함은 정말로 우리를 더‘인간답게’만들고 있는가?

 


 

기술은 처음부터 도구였던 적이 없다.

 

우리는 기술이 우리의 의지를 확장하고 삶을 편하게 만들어준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하이데거는 기술을 단순한 수단으로 보지 않았다. 그는 기술을 세계가 스스로를 드러내는 방식이라고 말한다. 기술이 바뀔 때마다 우리가 무엇을 보고, 무엇을 무시하며, 어떻게 현실을 살아가는지가 함께 바뀐다. 기술은 어떤 것을 선명하게 드러내고, 동시에 어떤 것은 어둠 속으로 밀어 넣는다. 그런 의미에서 기술은 결코 중립적이지 않다. 그것은 언제나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조직한다.

 

사실 이 재조직은 처음이 아니다. 르루아-그루앙(Leroi-Gourhan)은 구석기 시기에 도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했었다는 점에 주목한다. 그 시기의 도구는 단순히 조금 늘어난 수준이 아니었고, 그야말로 폭발적이었으며, 그 폭발과 함께 인간의 뇌 용량과 사고방식까지 확장되었다. 당시에도 도구는 단순히 문제를 해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간의 몸과 마음, 그리고 삶의 리듬 자체를 다시 만들었다. 다만 조용히 아주 오랫동안 인류의 궤적을 바꿨을 뿐. 어쩌면 기술적 특이점은 지금이 처음이 아닌지도 모른다. 이번에는 손이나 뇌가 아니라, 언어와 기억, 그리고 현실 감각 그 자체를 변형하는 방식으로 나타난 것일지도.

 

기술은 늘 거울이었다. 우리의 욕망을 반사하고, 두려움을 증폭시키며, 상상을 다시 우리에게 되돌려주는. 하지만 AI의 거울은 더이상 수동적이지 않다. 그것은 단순히 비추는 데서 멈추지 않고, 우리 대신 응답하고, 우리 대신 기억하며, 우리를 대신 상상한다. 거울이 완벽해질수록 그 속의 모습은 더 낯설어진다. 분명 ‘나’인데, 나 같지 않다. 내 목소리를 듣지만, 그 안엔 아무도 없다.

 

완벽함은 결코 그 공백을 메우지 못한다. 오히려 더 선명하게 드러낸다. 라캉은 이 공백을 실재(the Real)라 불렀다. 어떤 상징과 이미지로도 완전히 포착할 수 없는, 끝내 재현되지 않는 자리. AI는 우리의 문장을 완성하고, 결점 없는 이미지를 만들고, 심지어 전체 기억을 시뮬레이션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재현이 완벽해질수록 오히려 닿지 못하는 빈자리는 더욱 또렷해지고, 완벽한 시뮬레이션의 그림자 속에서 결여가 더욱 생생하게 살아난다.

 

본 강의는 그 흔적을 따라갈 것이다. AI가 만들어낸 편리함과 과잉, 그리고 그 그림자 속에서 점점 더 커지는 미묘한 불협화음을. 언어에서 이미지로, 이미지에서 기억과 현실로, 그리고 끝내 생성이 일상이 된 이후에도 인간으로 남는다는 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향해, 아주 천천히.

 

기술은 모든 질문에 대답할 수 있다.

그러나 질문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그래서 우리는 묻는다.

 

이 모든 생성 이후에, 무엇이 남을 것인가.

 


 

<시즌 1 언어와 욕망의 구조: 생성형 AI는 누구의 목소리인가>

  • 세션 1. 생성형 AI, 도구인가 거울인가
  • 세션 2. 라캉과 ChatGPT, 욕망은 응답될 수 있는가
  • 세션 3. 타자의 목소리, 나의 언어

<시즌 2 말과 이미지 그리고 감각: 무엇이, 왜 사라지는가>

  • 세션 4. 자동화된 언어, 지워진 주체
  • 세션 5. 이미지가 완벽해질 때, 감각은 어디로 사라지는가
  • 세션 6. 시뮬레이션된 시간, 잊혀지는 현실

<시즌 3 AI 이후, 도구가 남긴 질문>

  • 세션 7. 창작자에서 감응자로 ― 존재 방식의 전환
  • 세션 8. 생성이 일상이 될 때, 인간은 무엇으로 존재를 묻는가
  • 세션 9. 윤리는 언제나 ‘그’ 반대편에서 시작된다

 

 


 

🌐 English — A Parallel Record

이 사유의 영문 기록은 아래 링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You can read the English version of this article here:  View in English (Substac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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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신경아. 필력서가

    0
    about 4 hours 전

    Editor's Note 이 글은 이후에 이어질 질문들의 방향을 가볍게 열어두는 자리입니다. AI라는 완벽한 거울 앞에서 우리가 무엇을 더 잘 알게 되는지보다, 무엇을 보지 못하게 되는지가 이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질문이 될 것입니다.

    ㄴ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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