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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화 상상하기

한국에서 써 한국께 아닌걸

2025.05.11 | 조회 19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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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blecoin Financial Accou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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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에도 스테이블코인 관련 소식이 여럿 쏟아졌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건 Stripe의 광폭 행보다.

Stablecoin Financial Accounts는 개인 또는 기업이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달러 기반 계좌를 간편하게 개설하고 운용할 수 있게 해준다. 주요 기능은 다음과 같다:

  • 전 세계 100개 이상의 국가에서 사용 가능
  • 일반 달러와 스테이블코인을 모두 지원, 이를 통해 기업이 전 세계에서 자금을 수령·보관·송금 가능
  • 지원 스테이블코인은 Circle의 USDC, Bridge의 USDB이며, 두 자산 모두 Bridge(Stripe 자회사)가 수탁 관리
  • 자금 충전은 은행 이체 또는 암호화폐 이체로 가능
  • 출금은 ACH·와이어를 통한 달러 송금 또는 암호화폐 네트워크를 통한 스테이블코인 전송 모두 지원

Stripe에서 공개한 데모 영상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이는 사실상 일반 은행에서 달러 외화 계좌를 개설한 것과 거의 동일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한다. 기존 Stripe를 이용하던 기업이라면 별다른 장벽 없이 자연스럽게 Stablecoin Financial Accounts로 전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내가 잘 몰라서일 수도 있지만, 이 서비스는 기존 은행의 외화예금 계좌 기능을 거의 완벽하게 대체한다고 생각한다. 달러로 자금을 보관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타인에게 송금할 수 있으며, Stripe의 다른 금융 기능까지 활용할 수 있다면 굳이 복잡한 절차를 거쳐 은행에서 외화 계좌를 개설할 이유가 있을까?

개인 외화 계좌도 대체할 수 있을까?

앞서 소개한 Stripe의 Stablecoin Financial Accounts는 분명 기업을 주요 대상으로 한 서비스다. 하지만 질문을 던져보자. 개인들의 외화 계좌 역시, 전통 은행이 아닌 스테이블코인으로 대체되는 순간이 올 수 있을까?

이미 자체 통화가 불안정한 국가들, 아르헨티나, 터키, 나이지리아 등에서는 USDT나 USDC를 자산 보관 수단으로 삼고, 결제에 활용하는 것이 일상화되고 있다. 더 이상 미래가 아닌, 현재의 모습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탈원화’라는 흐름은 이미 은밀하게, 그러나 분명히 진행 중이다. 몇 년 전부터 사람들은 원화를 모으기보다는 달러를 예치하거나, 미국 주식을 사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이는 단순한 투자 다각화가 아니라, 일종의 심리적 헤징(Hedging)에 가깝다. 한국이라는 국가의 미래를 밝게 보기보다는, 구조적인 위기(저출산, 고령화, 부동산 의존, 정치 양극화 등)에 대한 불신이 이 방향을 밀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한국의 주요 5대 은행의 개인 외화 계좌 수는 2025년 3월 기준으로 1,037만 개를 넘어섰고, 이는 2023년 말 대비 약 47.5% 증가한 수치라고 한다. 물론, 이는 탈원화 기조보다는 코로나19 이후 해외여행이 증가함에 따라서, 인기를 끈 여행 전용 카드와 주식 등 해외자산에 대한 관심도 증가 때문이긴 하다.

극단적인 상상을 해보자. 한국에 살면서도, 경제적으로는 원화에 얽매이지 않는 삶. 실제로 다음과 같은 구조가 현실화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 월급은 Stripe Stablecoin Financial Account로 받는다. 입금 즉시, 해당 금액은 USDB로 자동 전환되며, 이는 미 국채와 단기 MMF에 1:1로 담보된 자산이다. 이자까지 따라온다.
  • 결제는 USDB와 연동된 체크카드를 통해 진행된다. Ramp의 법인카드처럼, 스테이블코인 잔고에서 자동 차감되고, 실물 가맹점에선 원화로 결제된다. 이 과정은 사용자 입장에서는 전혀 번거롭지 않다.
  • 투자도 마찬가지다. 해당 계좌에서 직접 미국 주식을 매수하고, 해외자산에 접근하는 데 별도의 환전 과정 없이 곧바로 접근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미래는 현실적으로 FX 규제, 외환신고 의무, 자금세탁방지 요건, 환전 수수료, 소비자 보호 제도 등 수많은 제도적 장벽 때문에 99.99% 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스테이블코인이 점차 제도권 안으로 편입되면서, 달러에 대한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있다는 점은 무시할 수 없다. 그렇게 된다면 언젠가는 ‘굳이 원화로 살아야 할 이유가 사라지는 시대’가 도래할 수도 있다.

금융 시스템이라는 것은 결국 사용자들 간의 암묵적인 ‘합의’에 기반하는 것이기에,

  • 한국의 미래에 대해 비관적인 시각을 가진 이들이 늘어나고,
  • “나는 지금 여건상 한국에 살고 있지만, 경제적으로까지 한국에 얽매이고 싶지는 않아”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 그리고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달러로만 살아가는 것이 점점 더 불편하지 않은 방향으로 기술과 인프라가 발전할수록,

이러한 트렌드는 결코 허무맹랑한 상상에만 그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오늘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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