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로 떠나기 전 <컨셉진 프로젝트>에 참여해 ‘나’라는 사람에 대해 글을 써보았다. 매주 ‘나’에 대한 질문 과제를 받았고, 성실하게 수행하여 12만 원 전액을 환급받았다. 산티아고 길을 걷는 동안 책이 집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받았다. 예쁘게 잘 편집된 것도 좋았지만 이 책의 내용으로 파리우쟁으로 대신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이번 파리우쟁에서는 책의 일부를 적어본다.
운동의 첫걸음
운동은 장비 사는 재미가 9할이다. 어찌나 다양하고 또 예쁜지. 멋진 장비를 쥐는 순간 나의 전투력은 무한해진다. 내 진짜 실력은 (돈)지름부터가 시작이다.
이 순간 여기에서
특정한 시점에, 특정한 장소에서, 접하게 되는 책 속의 한구절이 가슴을 뛰게 한다. 그런가 하면, 발걸음이 향하는 대로 걷다가 우연히 들리게 된 영화관에서 감상한 독립영화 한 편이 뜨거운 감동을 일으키기도 한다. 그뿐 만이랴, 매일 지나치는 퇴근길에 스치듯 들은 음악 한 구절이, 오늘도 수고했다는 위로처럼 포근하게 들린다. 우연인 줄 알았던 것들은 돌이켜보면 필연적이다. 프랑스로 출국을 앞둔 이때, 하필 나는 왜 이 책을 만들게 된 것일까.
뉴욕의 어느 레스토랑, 한턱 쏘기로 큰소리친 프란시스가 잔액 부족이라는 웨이터의 말을 듣고 당황한다. 다음에 사도 괜찮다는 친구를 뒤로하고 ATM 기계를 찾아 거리로 나서 뛰기 시작한다. 근처의 슈퍼는 죄다 문이 닫혔고, 문을 연 곳은 기계가 고장 났다. 돌고 돌아 겨우 돈을 뽑고 돌아오니 팔에서 피가 흐른다. 뛰다가 어디선가 넘어졌다. 다친 건 본인인데 친구에게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고 한다. 친구가 상처를 닦아주려 하지만 괜찮다며 숨고를 틈도 없이 다시 화장실로 뛰어간다. 정신없이 허우적대는 뒷모습이 꼭 내 모습같았다. 짜증 내지 않고 꾸역꾸역 웃어넘기는 표정까지. 그래서 10년 전 이 영화를 보고, 내 영어 이름을 ‘프란시스’로 지었다.
프란시스의 꿈은 무용수다. 뉴욕의 한 무용단에 소속되어 있지만 노페이. 무대에도 서지 못하는 신세다. 그래서 어떤 일을 하냐고 물어보면 무용수라고 답하지 않고 얼버부린다. “진짜 하고 싶은 일이긴 한데, 진짜로 하고 있진 않거든요.”라고 덧붙이며. 그러던 어느 날 부유한 사람들과 섞여 식사를 하게 되는데, 파리의 집을 빌려줄 수 있다는 호의를 듣게 된다. 그걸 또 덥석 문다. “오늘 저녁 잘 먹었습니다. 가 볼게요. 아 근데 파리의 집을 빌려주실 수 있다고 하셨죠? 다음 주에 빈다면 가도 될까요?” 당당하고 능청스럽다. 가볍게 요청하고 거절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게 고우정아닌가. 대화를 하다가 갑자기 물구나무를 서는 산만함, 짧게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 있지만 연인으로 이어지지는 않는 그런 대수롭지 않은 상황들이 모두 비슷하다.
영화가 나의 미래를 예견한 것일까? 영화에서처럼 나는 정말 3주 후 파리로 떠난다.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보다 나이가 조금 더 들었고, 여윳돈이 조금 더 생겼지만, 여전히 나는 프란시스다. 서른 중반이 되어도 잿빛 현실에서 술과 담배를 즐기며, 종종 뛰다가 넘어지겠지만 철없이 사는 게 그저 좋다. 그러니 나를 소개하면, “Bonjour, Je m’apelle francis”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이 인터뷰는 도대체 누가 읽게 될까? 지금까지 나를 소개하는 글은 대게 포트폴리오가 될 만한 것을 찾아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게 잘 포장해 쓰곤 했었어. 하지만 이 인터뷰는 그럴 필요가 없잖아. 그러니 나를 위한 글이 될 수 있도록 솔직하게 써볼게. 자기만족 인터뷰 지금부터 시작.
고우정은 어떤 사람이라 생각하나요?
임쏭 - 반대 성향을 모두 갖고 있는 신기한 사람. 우정이를 영화로 만들면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드라마부터 모험심이 강한 판타지, 주인공이 직접 뛰는 액션까지 다양한 장르로 5편은 나올 것이다. 소극적으로 움츠리다가도 목표가 생기면 계획의 단계를 빠르게 지나 이미 목표에도착해 있다. 다양하고 짧게 경험하는 걸 보면 금방 질려 하는 것 같아도 끝까지 오랜 시간 책임감 있게 마무리 짓는다. 10년 뒤 어떤 모습일까. 예측할 수 없어서 더 기대되는 멋진 친구다. 물론 그때도 지금처럼 핸드폰 배터리는 꺼지기 직전일 것이라 확신한다.
귤 - 고바우는 나에겐 신인류이다. 물어보진 않았지만 아마도 100%짜리 P일 거다. 어렸을 적에는 그 신인류가 낯설고 이해하기도 어려워 나잘난 맛에 핀잔을 주는 일도 있었는데, 고지식한 어른이 되어 늘 안정을 좇는 나의 삶에 고바우는 한 방울의 울림을 준다. 새로운 목표를위한 뜨거운 다짐만으로 마치 오늘 새로 태어난 듯이 기존의 안락한 일상을 뒤바꿀 수 있는 용기가 과연 나에게도 있을까? 그 자신감과열정은 항상 내 친구 고바우를 더 멋지게 만든다.
우경 - 우리 언니는 가진 것을 나누는 사람이다. 가진 것이 얼마나 되던, 항상 주변에서 본인의 도움이 필요한 곳이 어디인지 찾고, 먼저 손을 내밀고 그곳을 따뜻하게 한다. 온기를 채우고 나면 좀 더 따뜻해진 본인은 또 다른 곳을 찾아 헤맨다. 언니의 인생 여정 동안, 이 멋지고 아름다운 매력을 느낀 사람들은 언니 주변을 맴돌고 오래 머문다. 언니는 물질 대신 사람을 선택하고, 그렇게 좋은 사람들을 곁에 두면서부자가 된다. 나는 언니에게서 마음의 풍요를 배운다.
일상의 영감
장래희망 : 세계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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