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아의 방주와 이효리 카페, 그리고 중국 국가 자본주의 경제

왜 중앙 집권적인 판단과 계획은 위험한가?

2023.08.31 | 조회 8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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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 대한민국 이야기

글로벌 경제와 자유주의 한국 사회의 변혁을 이야기합니다.

구약의 노아는 이 방주에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동물들을 한 쌍씩 태워서 지구의 생태계를 구했지만 현대의 환경 보호주의자들은 난감한 문제에 직면한다.  지구에는 적어도 530만 종의 생물이 살고 있다. 최근까지 생물학자들 사이에는 지구 상의 생물의 종의 수가 3백만에서 1억 종까지 그 추정의 수의 편차가 컸다.  하지만 최근 35,000 지역의 미생물의 DNA 해석 결과 무려 미생물의 종의 수만해도 5백만종이 넘는다.   따라서 지구 상의 생물의 종류는 적게는 530만 종에서 1조 개의 천문학적 수까지 추정되고 있다. 

인류 역사상 가장 유명한 환경 보호자는 노아일 것이다. 그는 신의 분노의 홍수로부터 멸종할 생물체들을 방주에 태워서 지구의 생태계를 멸종의 위기에서 구했다.  

노아의 방주는 지금까지도 인류가 목재로 만든 가장 큰 배다.  창세기에 의하면 노아의 방주는 길이가 300 cubits, 넓이가 50 cubits, 높이가 30 cubits 이라고 합니다(Genesis 6:15).  지금의 단위로 환산하면 길이는 약 155.4 미터, 높이는 15.24 미터, 그리고 넓이는 25.4 미터에 해당합니다.  이 길이는 미식 축구 경기장의 1.5배의 길이이고 NASA의 우주선을 3개 늘어놓을 수 있는 큰 길이입니다.  높이는 현대의 4층 건물 보다도 더 높은 배이고, 양을 250마리 실을 수 있는 표준 트레일러의 450개의 용량으로 양을 약 112,500마리나 실을 수 있는 거대한 방주입니다. 인류가 만들었던 어떤 목재 함선보다 큰 배였습니다.   1400년경에 중국의 정화 장군이 이끌었던 함선이 역사적으로 기록된 실제의 거대한 함선이었고, 고대 그리스의 테사라콘테라스 (Tessarakonteres) 함대가 노아의 방주와 유사한 크기의 함선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의 존재와 크기였는지는 지금도 논란인 상태다. 

현대의 노아는 최소한 530만종의 생물을 300 큐빗의 방주에 다 담는 마술을 갖고 있지 않다.  제한된 공간으로 인해 지구의 온전한 생물 생태계를 다 담을 수 없다면 우리는 어떤 기준으로 선별을 해서 대 홍수 이후의 인간의 지속 가능한 삶을 유지할 수 있을까 하는 딜레마에 대해 하버드 대학의 환경경제학, 기후변화를 연구하는 경제학자 Martin Weitzman에 대해 고민한 적이 있다 (Weitzman, M.L. (1998) The Noah’s Ark Problem. Econometrica, 66, 1279-1298., Weitzman ML, Metrick A. Conflicts and Choices in Biodiversity Preservation. Journal of Economic Perspectives. 1998;12 (3) :21-34.).  그의 모델에 의하면 생물들은 두 가지 종류의 가치를 갖고 있다. 하나는 인간에게 제공하는 유용성(utility)이다.  가축과 농작물을 쉽게 떠올릴 수 있다. 이것을 경제학자들은 요즈음은 "생태계 서비스" (Ecosystem services)라고 부른다. 직접 우리가 섭취하는 것 이외에도 벌과 나비와 같이 농작물의 수분(受粉) 돕는 것과, 사파리에서 인간에게 즐거움을 주는 거대한 동물들의 기능 등 다양한 서비스를 생각할 수 있다.  토양을 기름지게 만드는 지렁이도 농사에 도움이 된다.  시카고 대학의 Eyal Frank와 Anant Sudarshan 두 학자는 인도에서 실수로 독수리(vultures)를 중독시켜 개체수가 줄어든 것이 연 평균 10만명의 추가 사망자를 내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밝히고 있다.  독수리의 감소는 동물의 사체가 오랫동안 방치되고, 개와 쥐의 수를 늘려서 인간에게 더 많은 질병을 발생하게 만든다는 것이다(The Social Costs of Keystone Species Collapse: Evidence from the Decline of Vultures in India, 2023). 이렇듯 연결된 생태계에서 어떤 생물이 인간에게 직간접으로 어떤 유용함이 있는 지를 판단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노아의 방주의 딜레마가 현대의 우리에게 더 심각한 것은 생물의 다양성 (Biodiversity)을 지키려고 할 때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해야하느냐는 점이다.  모든 생물체는 진화과정의 유전자 정보를 갖고 있다. 그 유전자 정보는 자신만의 것이 아니라 과거의 다른 진화과정의 유전자가 누적되어 있다.  이 유전 정보를 가장 많이 지키려면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인간 중심적 사고를 빼고 바이오 생태계의 다양성을 지킨다는 목표를 가질 때 우리의 직관과는 달리 Weitzman의 결론은 한 종만 선택해서 가능한 많은 수를 방주에 실어야 한다는 것이다.  단 두 마리씩의 여러 종을 실어서 그 종을 생존시킬 가능성이 매우 낮기 때문에 그 경우 모든 유전 정보를 잃기 때문이다.  한 종이라도 많이 살려서 종을 존속시키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다른 기준에 의해 선택을 할 경우 전혀 다른 결론에 도달한다는 것을 알 수 있고 그 어느 것도 만족스럽지 않다. 생태계는 수많은 종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고 상호 영향을 주는 복잡계다. 이를 함부로 분해해서 우리가 원하는 세상을 만든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보여준다. 

오래 전에 한 보수 정치인에 의해 제주도에서 살고 있는 연예인 이효리 부부의 카페 개설이 주위의 어려운 카페 업자들을 배려하지 못한 일이라고 비판하는 일에 대해 내가 반론을 제기한 적이 있고 이전의 뉴스레터에서도 간단하게 언급한 적이 있다.  많은 사람들은 이 정치인과 같은 단순 논리로 경제를 함부로 말하는 우를 범한다. 

이효리 부부가 팬들을 끌어 모으는 카페를 개설했다고 하자. 이것이 이웃의 경제 업체와 다른 주민들에게 피해만 주는 일인가?  이효리 카페의 소식을 듣고 제주도를 가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이 제주도를 방문한다면 몇일 동안 이효리 카페만 가지는 않을 것이다. 거기서 인생 샷 찍고 나면 다른 날에는 다른 카페를 갈 것이다. 이효리 카페로 늘어난 인파는 주위의 흑돼지 식당, 해산물 라면 집에 수요를 늘릴 것이다.   사람들은 왜 종종 경쟁자들이 모여 있는 전문 골목 상권이 생기는지에 생각해 보지 않는다.  만약 경쟁자들이 서로의 사업에 방해만 된다면 갈비 골목, 전집 골목, 신당동 떡볶이 골목, 곱창 골목,  조개 구이 전문 식당가,  가구 상가 등은 바보 같은 짓이 된다.   멀리 떨어져 있어야 경쟁자로의 수요 유입을 막을 수 있을 것 아닌가?  하지만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어떤 특정 상품이 경쟁하고 모여 있으면 그곳에는 선택의 폭이 널리 있고, 유명하기 때문에 이미 광고가 잘 되어 있고 그래서 사람들이 많이 유입되고 그 많이 유입된 고객을 나누어 파는 것이 훨씬 유리하기에 경쟁자들이 가까운 곳에 모여 있는 것이다. 

대형 유통점 강제 휴무제가 역작용을 만들어 내는 원리도 똑 같다. 대형 유통점의 휴무 날에는 인근 골목의 매출도 급감한다. 유입 인구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경제도 생물의 생태계와 똑 같은 다양한 이해자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는 복잡계다.

이런 복잡계를 정부가 어느 한 편을 들어 수요를 제약하거나 몰아주겠다고 하거나, 통제하여 최적의 상태를 만들려는 시도, 승자와 패자를 정치가 결정하고 판단하려는 시도는 이 연결된 복잡성으로 인해 숱한 부작용을 만든다.  그런 판단을 함부로 할 정보 자체가 어떤 정부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하이에크는 "사회에서의 지식의 사용 (The Use of Knowledge in Society, 1945)"이라는 논문에서 이점을 강조했고 이 논문은 지금도 경제학에서 가장 중요한 논문 중에 하나로 꼽히고 있는 역작이다. 이것이 국가통제에 의한, 사회주의 경제가 왜 실패할 수밖에 없는지를 명확하게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국가 동원체제는 잠시 경제를 성장시킬 수 있다. 6.25 직후 북한이 그랬고, 우리의 경제 개발의 초기가 그랬고, 중국의 경제가 그러했다. 하지만 이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 북한과 중국의 지금이 보여주는 역사적 진실이다. 

어제 아직도 중국에 사업장을 몇개 운영하는 대기업의 회장님을 만났었다. 중국에 처음 진출할 때는 중국 공무원들이 간이라도 빼어줄 것처럼 친절하고 우리 공무원들에게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신속함으로 일처리를 하며 환영했었다 고 한다.  상해 공항으로 시 공무원들이 영접을 직접 나오고 차량도 제공하고 경찰 호위까지 하며 배려했었다. 이제 사업이 자리 잡고 그들이 배워서 주위에 경쟁 사업자들을 만들고 자신감이 붙자, 태도는 일변했다고 한다.  문제는 중국의 사업장의 경영자들이 모두 공산당 간부들이고 어느 날 중국 공산당에서 한국 기업의 거래처들에게 중국 기업으로 거래선을 옮기라는 지시가 떨어지자 모두 군말없이 수요처들은 중국업체로 거래선을 옮겼다고 한다.   여기에는 가격이나 납기나 품질이 작동하지 않는다. 그저 공산당(국가)의 지시 하나로 충분하다.  이런 경제가 지속 가능하고 효율적으로 작동할 리가 없다. 그것이 지금 갑자기 흔들리는 중국 경제의 근본적 문제인 것이다. 

동양은 정부의 능력을 과신하는 경향이 강하다. 우리 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이 망상이 "관치 경제"의 구조를 깨지 못하는 근본 원인이다.  바이오 생태계고 경제 생태계고 함부로 디자인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아래로부터 발현된 질서이다. 상호 연결된 생태계를 함부로 칼을 대고 승자와 패자를 외부자들이 판단하고 재단할 수 있다는 무식한 오만의 위험을 이미 1945년 하이에크는 증명했고 경고했었다.   하지만 아직도 사회의 오피니언 리더들마저 그 오래된 진리를 무시하고 망발들을 일삼는다.  그리고 정치인과 공무원들은 그들이 사회의 정의의 사도인양 칼을 휘두른다. 누가 베이는지도 모르면서, 그리고 가계와 기업의 살림을 대신해 줄 정보가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  그래서 대출 조건도 정부가 정한다.   

P.S. 이글은 The Economist 지의 다음 기사를 참고로 작성되었습니다.

"Which animals should a modern-day Noah put in his ark? An economic interpretation of a biblical tale" (2023.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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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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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젠틀맨박사

    1
    about 1 year 전

    페북에서 보다가 메일로 보니 보다 심도있는것 같습니다. 건승하시기 바라며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ㄴ 답글
  • KD kim

    0
    about 1 year 전

    많은 생각을 하게됩니다. 감사합니다.

    ㄴ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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