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벙어리” 대통령을 계속 뽑는 대한민국

기자 회견을 못하는 대통령들

2024.01.10 | 조회 76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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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 대한민국 이야기

글로벌 경제와 자유주의 한국 사회의 변혁을 이야기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1년이 넘도록 기자 회견을 못(안)하고 있다. 이는 민주 사회의 국가 지도자로서 있을 수 없는 행태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곧 러시아의 손아귀에 떨어질 것이라 던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침공을 저지하고 서방 세계의 지지를 이끌어 내는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의 잦은 언론을 상대로한 기자회견과 SNS를 통한 대국민 메시지를 내보내서 국가를 백척간두에서 구하는 것을 보아도 한 국가를 책임지고 있는 정치 지도자의 소통의 위력을 우리는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두말할 것도 없이 정치는 말로 하는 것이다. 권위적 독재 시절이나 음습한 거래와 협박과 권력을 이용한 지시와 통제로 국가를 운영할 수 있지, 이해관계에 민감한 모든 사회 구성원이 발언권을 갖는 사회의 정치 지도자가 언론과 국민 앞에 서는 것을 두려워하고 회피한 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그만큼 윤석열 대통령의 지금의 언론 기피증은 예외적이고 치명적인 것이다.

윤 대통령만이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에 이어 우리는 무려 3번에 걸쳐 “벙어리” 대통령들을 뽑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첫 대선 후보로 나올 때 핵심 경제 공약이 “줄.풀.세”였다. 감세와 규제를 푼다는 지극히 자유주의, 보수주의적 공약이었다. 5년 후 재도전할 때는 김종인을 영입하고 “경제 민주화”를 들고 나왔다. 지극히 좌파적인 공약이었다. 외국에서 이런 정반대의 공약을 들고 나왔다면 그것은 강한 비판의 대상이고 해명하느라 식은 땀께나 흘려야 하는 말 바꾸기(Flip-flop)이다. 이런 정반대의 철학과 가치를 내세우는 경우는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언론이나 국민도 이런 말 바꾸기에 강한 의문을 제기하거나 검증하지 않았다. 본인이 그것을 국민들에게 설득하겠다는 수고를 자처하지도 않았다. 사실 본인이 180도 표변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했거나 그것을 해명할 능력을 갖추고 있었는지는 탄핵과정의 그의 대국민 소통 능력을 보면 지극히 의심스럽다. 일부는 선거에 이기기 위한 위장 전술이었다고 변론한다. 그것은 대국민 사기를 정당화하는 말일 뿐이다.

탄핵의 거센 광풍이 몰아치는 와중에도 주류 언론에 나서서 가짜 뉴스에 대항하고 헌법을 수호할 어떤 비장한 각오와 대책, 굳은 의지도 보여주지 않았다. 일국의 대통령이 “이러려고 대통령이 되었나 한다”는 동정심을 요구하는 나약하고 설득력 없는 넋두리만 한 것이 전부다. 거센 정치적 역풍을 뒤집을 의지도 소통 능력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절대 다수당이었던 의회 지배를 여당의 실세들과도 소통에 실패하는 갈등으로 야당에게 넘겨주고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드는데 크게 공헌했던 세력들이 다 등을 돌리게 하는 무능한 리더십으로 우리 헌정사의 비극적 격랑을 자초했다. 한마디로 국민과 언론을 상대할 소통 능력 부재의 대통령이 자신과 역사에 불행한 사태를 자초한 것이다.

문재인 또한 두 번의 대선 토론회에서 패널이나 경쟁자의 질문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지적 능력의 결핍을 보여준 후보였다. 그런 국민이 탄핵의 들뜬 열기에 대통령의 자격의 검증없이 그에게 압도적 권력을 몰아주었다. 대권 뿐만 아니라 국회의 절대 다수 의석을 주었고 그 후유증은 지금도 계속된다.

그의 친북적 태도와 소주성은 이 나라를 산업국가로 만든 중장년 층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나라는 두 개로 쪼개져서 주말마다 서초동과 광화문으로 나뉘어서 한 하늘 아래 살수 없었을 것처럼 으르렁 대며 싸웠다. 사실상 내전 상태의 나라가 지속되었지만 그는 국민에게 나서서 혹한과 혹서를 마다 않고 울부짖는 노인들을 달래려고 시도한 적이 없다. 그는 청와대에 깊숙히 운동권 지지 세력들 속에 숨어서 참모들이 써준 이야기 이상은 하지 못하는 또 하나의 벙어리 대통령으로 임기를 마쳤다. 한 번도 6.25 전쟁에서 나라를 지키겠다고 생명을 걸었던 장년층의 국민들을 설득하려는 소통을 해 본적이 없다. 내편은 선이고 상대는 적이라는 태로도 일관했다. 그의 역사관과 지적 능력으로는 온국민의 대통령이 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했다고 보인다. 국민들은 선거 과정에 그의 능력을 검증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비용은 국민들이 크게 부담했다.

도어스테핑의 짧은 언론 접촉으로 점수를 까먹기 시작한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일년 반의 통치 기간에 언론 인터뷰마저 못하는 대통령으로 자리매김했다. 긍정 지지율 30% 초반 대, 부정 평가 60%의 파탄 지경의 지지율이 집권 2개월부터 고착화되어 있다. 한 번도 대선 때 지지했지만 지금은 비판적으로 돌아선 국민들을 설득하겠다는 시도는 없었다. 윤 대통령이 말을 할 때는 정치적 반대자들을 공격할 때나, 인기영합의 정책을 발표할 때 뿐이다. 아니면 지지자들이 밀집된 곳에 가서 어퍼컷을 하거나 먹망 쇼를 할 때 뿐이다.

자신이 해명해야 할 일들, 자신의 외교 무대에서의 말 실수, 여당의 분열과 무기력, 비상적인 리더십 교체, 대통령실과 각료들의 엇박자 나는 설익은 정책 발표, 무엇보다도 자신의 부인과 처가의 문제 등 자신이 해명할 일들에게 대해서는 철저하게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기자들의 비판적 질문을 원천 차단된 채로 보좌진들이 써준 노트를 읽거나 대리인들의 입을 통한 간접 화법 뿐이다. 이러니 지난 1년 반 동안 지지율 역전의 기회는 주어지지 않고 있다. 앞으로도 이런 소통 능력을 갖고는 그런 기회는 없을 것이다. 야당의 실수와 부족으로 선거에서 이기는 요행이 있을 지는 몰라도 대통령에 대한 국정 지지도 반전은 지금까지의 소통 능력의 부재와 권위적 태도로는 불가능할 것이다.

우리는 이런 대통령들을 연속 세 번째 뽑고 있다. 이들 대통령들을 비난해도 소용이 없다. 그들은 단임 대통령이고 자세를 고쳐 국민들에게 다른 모습을 보여줄 동기 요인도 시간도 없다. 우리는 이제 근본적 질문을 해야 한다. 왜 한국의 대선과정에서 이런 준비 안된 지도자들을 계속 뽑는가 하는 점이다. 이는 근본적으로 당원과 국민들의 탓이다. 그리고 언론의 문제이기도 하다. 정당 내부에서 후보를 선정하는 과정 자체가 제대로 된 경쟁과 검증 과정이 존재하지 않는다. 다른 나라에 비해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이 너무 짧고, 국민들이 자유로운 비판도 못하는 선거법을 갖고 있고 진정한 경쟁이 제대로 없다.

선거 때마다 후보 선출 직전에 특정 후보에게 유리하게 규칙을 바꾼다. 그 당권을 장악한 소수가 검증도 안된 “유력 후보”에게 줄을 서서 자신의 출세와 권력을 위해 야합한다. 4년의 임기를 두고 미국은 2년의 후보 선출 과정을 거친다. 당내 예비 선거에서 1년 이상을 소모하고, 그래서 확정된 후보들이 또 긴 기간을 다툰다. 말 못하고 토론 못하는 정치인들이 설자리는 없다. 그것은 민주적 선거가 이루어지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그렇다. 그리고 직선제 대통령을 뽑는 경우 한국과 대만과 같은 예외적 나라가 아니면 결선투표로 국민의 다수가 지지하는 후보가 누구인지 다시 검증을 한다.

우리는 성급하고 민주화되지 않은 정당들이 급조한 후보를 놓고, 그것도 늘 선거과정의 단일화 등 후보자보다 선거공학적 변수에 정신을 팔고 있다.

지금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은 국회의원 선거에서 이기면 성공한 대통령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리고 야당에게 많은 책임을 묻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윤 대통령의 소통 능력으로는 그것은 연목구어의 희망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는 자신의 역사적 소명으로 인식할 아젠다나 그것을 국민에게 이해집단과 야당의 반대를 넘어 설득할 능력을 갖춘 것 같지 않다. 그것이 현실을 현실대로 보는 평가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우리가 지금 생각해 봐야 하는 것은 왜 우리는 연속으로 실패할 수 밖에 없는 ‘벙어리’ 대통령들을 뽑고 있느냐는 것이다. 언론 기피증의 그런 대통령들은 청와대 있건 용산에 있건 다를 바가 없다. 그리고 이것은 대체적으로 우리 모두의 탓이다.

정부의 수준은 국민의 수준이다. 

 

P.S. 

[1] 이글을 이번 주 뉴스스프릿의 정기 컬럼의 글입니다.  뉴스스프릿 정기 컬럼은 www. newsspirit.kr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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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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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U

    1
    11 months 전

    "정부의 수준은 국민의 수준이다" 가 정답일 듯 합니다. 그런 국민의 수준을 올리기 위해 필요한 것이 어떤 것들이 있을 지에 대한 의견도 부탁합니다.

    ㄴ 답글 (2)
  • 셀진

    0
    11 months 전

    비공개 댓글 입니다. (메일러와 댓글을 남긴이만 볼 수 있어요)

    ㄴ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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