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이선균 배우를 자살하게 만들었나?

피해자 없는 개인적 선택의 범죄화와 사회적 처벌 이대로 좋은가?

2024.01.03 | 조회 85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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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 대한민국 이야기

글로벌 경제와 자유주의 한국 사회의 변혁을 이야기합니다.

 

이선균이라는 국민들에게 사랑받는 걸출한 젊은 배우가 자진을 선택했다. 일부 정치권에서는 검찰의 책임, 경찰의 책임, 선정적 신상 털기를 하는 유튜버들의 책임을 묻는다.

우리는 이 불행한 사건을 대하며 우리 사회의 어두운 모습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나는 자살하는 사람들의 이유를 짐작하는 것이나 가치 판단을 함부로 하는 일은 매우 위험한 일이고 어설픈 짓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생명을 포기한다는 것은 살아 있는 사람들의 논리를 초월하는 일이다. 그것이 절망의 선택이든 궁극적인 자유의 실현이든 그것을 선택하는 사람들의 심리는 함부로 재단할 수 없는 영역이고 블랙홀의 지평선 (Horizon)에 서 있는 것과 같은 미지의 세계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하지만 이선균 배우의 선택에 대한 가치 판단이 아니라 나는 우리 사회, 아니 인간의 문명 사회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첫번째 질문은 마약을 복용하는 것이 왜 범죄이어야 하는가 하는 점이다. 우리 사회는 특히 연예인들이 마약과 원정 도박이라는 죄로 수난을 당한다. 이것이 범죄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의 근거는 희생자(victim)가 없는 개인적 선택을 범죄화 한다는 것이다. 마약을 해서 자신이 건강과 사회 생활에 악영향을 끼치는 행위는 자신이 희생자일 뿐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개인적 선택이다. 도박을 해서 재산을 탕진하는 것도 똑 같다.

개인의 자유의 궁극적 가치를 믿는다면 피해자가 없는 개인적 선택을 범죄화하는 것은 최소한으로 그쳐야 한다. 자유는 자신의 가치 (즐거움)에 따라 타인의 자유와 재산권, 생명에 지장을 주지 않는 한 자유로운 선택할 권리를 뜻한다. 이는 다른 사람들이 동의하지 않고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자유이고 개인주의라는 믿음에서 그러하다.

만약 마약을 소비하는 것이 범죄라면 술과 담배 등 향정신성 물질 소비는 왜 합법이냐는 질문에 우리는 명확한 대답이 어렵다. 커피 든 담배 든 술이든 중독성이 있고 과하면 몸에 좋지 않다. 우리는 우리의 눈에 잘못된 삶이라고 판단되는 삶을 어떤 사람들이 선택할 때 개입할 권리가 존재하지 않는다. 어떤 사람이 재능이 있어도 노숙자로 살고, 위험한 스포츠를 즐기고, 에베레스트 등반에 도전하고, 알코올 중독자로 살아도 본인들이 도움을 청하기 전에 이들의 삶에 강제력을 동원해서 개입할 권리를 갖고 있지 않다. 그것이 자유다. 우리는 이 자유를 천부적 권리로 믿는 세상에 살고 있다고 주장하지 않는가? 그런데 왜 유독 특정한 소비에 대해 범죄화를 하는가?

마약이나 사행성 행위의 범죄성을 결정하는 것이 자의적이고 임의적이라는 것은 마리화나의 합법화 추세만 보아도 명백하다. 왜 유럽과 미국의 여러 주에서 합법적인 것이 한국에서만 범죄이어야 하는지 우리는 명백한 답을 하기 힘들다. 마리화나 합법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담배 보다도 안전한 물질이라고 주장하고 의학적으로도 이롭다는 주장까지 한다. 특정 향정신성 버섯들의 의학적 활용에 관한 연구도 활발하다. 

우리는 이런 자유주의에 입각한 철학적 판단만으로 희생자 없는 개인의 선택을 범죄화하는 것들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희생자 없는 개인의 선택을 범죄화하는 것은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한다는 점이다. 그 대표적인 피해자가 가족이 된다. 가장이 마약으로 감옥에 가면 가족들은 형언하기 힘든 경제적 심리적 사회적 피해를 입는다.

피해자 없는 중독성 소비의 처벌에 회의하는 또 다른 이유는 중독이 자유로운 선택이고 자유로운 선택으로 벗어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중독을 연구하는 뇌과학자들은 중독성 물질들이 뇌의 구조를 바꾸는 질병이라고 한다. 자유의지로 해결할 수 없는 것이 진짜 중독의 문제이다. 이런 행위들이 금지와 처벌로 청산된 적은 없다. 우리는 마약 청정국이라는 존재하지 않는 신화를 믿고 있다.

우리는 타인들의 삶의 무게를 모른다. 타인들의 타고난 유전적 형질도 모른다. 연예인들이나 스포츠 스타들과 같이 불확실한 경쟁에 노출되고 개인의 사생활의 공간이 협소한 사람들의 스트레스를 짐작할 수도 없다. 타인들이 질병으로 어떤고통속에서 살고 있고 그래서 마약에 의존해야 하는 지도 모른다. 

이런 개인적 선택을 범죄화하는 것은 지하 경제를 만들고 이런 선택을 한 사람들이 재활할 수 있는 기회를 더 좁힌다는 문제도 있다. 불법화하면 이를 유통하는 것은 범죄 집단의 사업이 되고 위험 수당이 가해져서 가격이 올라간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자신의 문제를 밝힐 때 범법자가 될 위험과 더불어 가산 탕진의 위험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본인이 중독의 위험을 알아도 재활이나 치료의 기회를 찾기 힘들어진다. 이런 이유에서 마약의 합법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의사의 처방과 관찰 하에서 소비를 하게 하는 것이 안전하고, 응급한 상황에서 조력을 받을 수 있게 하여 비극적 상황을 최소화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이선균 배우와 같은 비극이 발생하는 진짜 이유는 이러한 선택을 하는 사람들을 사법적으로 처벌하는 것을 훨씬 뛰어넘는 사회적 처벌을 한다는 사실이다. 연예인이 마약이나 원정 도박과 같은 일을 벌이고 나면 형사적 처벌을 넘는 사회적 처벌이 가해진다. TV 출연 등 공적 활동이 금해지고 직장에서 쫓겨난다. 한마디로 밥그릇을 빼앗는 견디기 어려운 가혹한 법 밖의 처벌이 가해진다. 우리가 마치 인기 연예인으로부터 도덕적 가르침과 규범을 배우기를 기대한 것처럼 행동한다.

그리고 정의감에 불타는 사람들이 신상 털기와 함께 사적 처벌을 자행한다. 최근에도 암에 걸린 아내를 두고 남편이 불륜을 저질렀다고 폭로된 상황에서 어느 정의감에 불탄 유튜버가 “상간녀”의 신상을 공개했다.  그 “상간녀”는 어떤 불법도 저지를 것도 아니다. 간통죄가 폐지된 지도 오래되었다. 도덕적으로 비난 받을 일이었는지 우리는 사적인 내막을 모른다. 그런데 이런 일이 서슴없이 벌어지고 있다. 관음증에 빠진 국민과 이를 악용해서 돈을 버는 황색 저널리즘의 SNS는 우리 사회의 비극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개인들이 다른 개인에 대해 사적 처벌을 자행하는 것은 문명 국가가 아니다. 

많은 나라에서 마약을 복용하고 알코올 중독에 빠지는 사람들을 재활과 치유와 지지가 필요한 환자로 보는 반면 우리는 부도덕한 범죄자로 보는 것이다. 지난 해에 미국의 프렌즈라는 인기 시트콤의 주인공이었던 매튜 페리 (Mattew Perry)가 마약 중독에서 오는 우을증을 극복하지 못하고 자살했다. 그의 공개적 재활 노력은 지지와 칭송의 대상이지 우리처럼 사회적 처벌의 대상이 아니다. 이선균은 그런 의학적 문제가 아니라 이 사회에 도덕군자들의 사회적 처벌이 비극적 선택을 하게 만들었다.

다른 사람들이 위험한 선택을 할 때에 도덕적 판단 보다는 그 사람들이 겪고 있을 심리적 불안을 이해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게 품는 사회가 되지 못하고 도적적 단죄를 법의 처벌을 넘어 자행하는 인식이 지배하는 한 우리는 지금과 같은 비극을 피하기 힘들다. 개인의 사생활을 함부로 판단하고, 개인들이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어리석고 위험한 선택을 한다고 생각할 때 함부로 돌을 던지는 광기가 지배하는 사회에서 삶의 무게를 감당 못하고 어려워하는 사람들을 우리는 극단의 선택으로 몰아넣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정신적으로 건강하다면 그것은 감사할 일이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단죄할 오만의 근거는 그리 많지 않다. 

인간은 모두 불안전하고 연약한 존재들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부인하는 오만 속에 있는 것이다.  당신이 함부로 돌을 던질 수 있는 이유는 당신은 운이 좋거나 공인이 아니라는 위치이기 때문일 뿐이다.  이 비극이 우리가 인간에 대한 연민과 존중이 결핍된 거친 사회를 만들고 있는가를 생각해야 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내가 좋아했던 이선균 배우의 명복에는 함부로 다른 사람의 선택을 단죄하는 사회적 처벌을 하지 않는 성숙한 사회에서 부활하는 것이 포함되었으면 좋겠다. 고인의 영원한 안식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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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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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치보이

    0
    11 months 전

    좋은 글 정말로 감사합니다

    ㄴ 답글
  • 아르거스

    0
    11 months 전

    교수님 글을 중고생 국어나 사회시간에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아들 중2 사회 교과서에 나온 법치주의와 경제활동 부분 사회주의 내용 가득합니다. 기업의 본질이나 개인의 자유에 대한 반시장적 내용이 대부분 입니다. 이런 교과서로 배운 학생들이 촛불들것 같네요

    ㄴ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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