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전용의 일 잘하는 페르소나 만들기

묵묵하게 혹은 티 내며 일하기, 이것이 고민이다

2024.12.22 | 조회 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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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치의 애티튜드로 바라보는 세계관

안녕하세요!

로맨스의 나라 프랑스의 숨겨져 있는 본질을 거침없이 파헤치는 ‘프렌치튜드’의 김두우리입니다.

프렌치튜드 뉴스레터 #4에서는 제가 경험한 프랑스, 한국, 브라질에서의 이상적인 일하는 방법에 대해 파헤쳐 보려고 합니다. 

 

저는 프랑스에서 대학 과정을 밟으면서 여러 차례의 인턴십을 통해 사회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 때 당시에도 새로운 사람들 혹은 환경에서는 과묵한 편으로 그리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프랑스의 대중적인 문화 상품 이커머스 기업인 Fnac에서 인턴십을 할 때였습니다. 인턴 시작 후, 약 두 달 정도가 지나서, 여자 상사는 저에게 한마디 했습니다. 

"Douri, 너 조금 discret한 경향이 있어. 처음에는 특별히 표시를 하지 않아,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심이 되었지만, 나중에 보면 일 처리가 잘 되어 있어서 놀랐어."

여기까지는 큰 이슈가 없어 보이지만, 이 문장이 끝남과 동시에 덧붙인 말이 조금 더 신경이 쓰였다. "프랑스에서는 무슨 일을 하면 티를 팍팍 내야 돼.

결국 이 말을 건넨 상사는 제가 만난 수 많은 상사와 동료 중 저에게 좋은 영향력을 끼친 인물은 아닙니다. 

 

두 가지 상반된 업무 스타일의 이해

Être discret / indiscret (to be discreet / indiscreet) 는 프랑스에서 자주 쓰는 표현입니다. 

프랑스어 'discret'는 라틴어 'discretus'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구분된, 분리된'이라는 의미였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신중한, 눈에 띄지 않는'이라는 의미로 발전했습니다. 반대말인 'indiscret'는 '말이 많은, 참견하기 좋아하는' 특성을 나타냅니다.

이 두 단어는 단순한 성격의 차이를 넘어서 일하는 방식의 차이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가 되었습니다.

구분Être discretÊtre indiscret
어원라틴어 'discretus' (구분된, 분리된)discret의 반의어
현대적 의미신중한, 눈에 띄지 않는적극적인, 개입하는
소통 방식필요한 정보만 전달활발한 정보 공유
업무 처리조용하고 신중한 처리적극적인 의견 개진
대인 관계프라이버시 존중네트워킹 중시

조직 문화에서 discret한 직원은 불필요한 정보 공유를 최소화하고 맡은 일을 조용히 처리합니다. 기밀 유지에 강하고 동료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는 특징을 보입니다.
반면 indiscret한 직원은 정보를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네트워킹을 활발히 합니다. 다른 부서의 업무에도 관심을 가지며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합니다.

한국 기업에서는 "묵묵히 일하기", "티 내며 일하기"에 해당할 것 같습니다. 

 

상사들과 인사팀이 선호하는 스타일이 있을까?  

Discret한 스타일은 높은 신뢰도와 안정적인 업무 처리가 장점이지만, 성과를 인정받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Indiscret한 스타일은 빠른 정보 획득과 가시적 성과 창출이 장점이나, 때로는 과도한 개입으로 오해를 살 수 있습니다.

인사팀과 상사들은 대체로 기본적으로 discret한 성향을 선호하면서도, 적절한 순간에 indiscret한 특성을 보여줄 수 있는 균형 잡힌 인재를 찾는 것 같습니다. 

내가 체감한 나라별 부러웠던 마인드셋

기업에서도 각 지역의 문화적 특성 상, 조금씩 다른 것 같습니다. 제가 각 나라에서 받은 인상은 이렇습니다. 

프랑스 : 5개 넘는 기업에서 일을 하면서 매 환경에서 유난히 티를 내는 동료가 있었습니다. Fnac에서 함께 일한 상사와는 반대로 티를 내면서 처음으로 "나도 저렇게 되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갖게 된 몇 명의 동료들이 있었습니다. 

남들이 몇 시간 공들여서 소개서를 만들고 공적인 메일을 보낸다면, 한 동료는 체격도 외소한데, 전화 한 통 혹은 커피/담배 타임으로 미팅을 잡았습니다. 사무직 성향의 생산능력은 뛰어나진 않더라도 사회성 친밀감으로 많은 일을 쉽게 해결하는 분위기 메이커였습니다. 

브라질 : 기후적으로 굉장히 덥기 때문에 회사 내에서도 짧은 옷을 입기도 하고, 사람들도 열정적입니다. 저는 처음으로 외형이 한 사람의 업무 수행 능력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자기 관리에 철저하고, 의사 소통에 능숙한 사람은 모두에게 인기녀, 인기남입니다. 

여유있는 커피챗 역시 자연스러운 근무 방법의 한 방식이며, 퇴근 후 각종 모임과 술을 포함한 해피아워에서도 근무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그럼 그 다음 날은 자신이 누구를 만났고, 어떤 정보들을 주고 받았는지가 모닝 커피의 주제입니다. 

문화적으로 저희에게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일 수 있지만, 브라질에서 "내가 이만큼의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고, 사적이면서 긴밀한 정보도 알고 있다"로도 충분히 업무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한국 : 브라질과 극적으로 대조되는 문화인 것 같습니다. 저희는 어렸을 때부터 함부로 나서지 말기, 겸손하기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왔습니다. 

제가 짧게나마 경험하고, 알고 있는 기업 문화에 의하면 세일즈 분야가 아닌 이상 티를 내는 동료를 긍정적으로 보는 것 같지는 않아요. 영업 직원들 경우도, 티를 낸다기 보다는 "말빨" (설득과 소통 능력)이 뛰어나다, 덜 뛰어나다 영역인 것 같습니다. 

"나는 몇 년 동안 큰 사고도 안 치고 묵묵히 하라는 대로 일만 했는데, 정작 진급은 옆 부서 나부랭이가 됐어. 정말 불공평해!!!" 과장하며 큰 소리를 내는 것이 가끔은 이득인 것을 알면서도, 정서상의 이유로, 성향의 차이로 회사 전용 페르소나를 만드는 것도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성공적인 커리어를 위한 선택적 소통 전략

조직에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기 위해서는 상황에 따른 선택적 소통 (selective communication) 이라는 개념에 관심을 가져볼 만 합니다.

프로젝트의 중요한 마일스톤이나 팀 간 협업이 필요한 순간에는 적극적으로 소통하되, 일상적인 업무에서는 신중하고 차분한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이러한 'selective communication' 능력은 현대 조직에서 핵심 경쟁력이 되고 있습니다.

저는 다양한 지역과 근무 환경에서 일을 하면서 다양한 직원들과 협업했고, 사회성과 유연성의 중요함을 체험했습니다. 앞서 살펴본 '선택적 인지' 이론과도 맥을 같이 합니다. 

기본적으로 신중함을 유지하면서도, 필요한 순간에는 적극적으로 저의 성과와 의견을 성숙하게 표현하려고 합니다. 특히 저의 팀원들의 고충과 역량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나서서 공유하는 편입니다.  

결국 조직에서의 성공적인 소통은 자신의 성과뿐 아니라 팀의 성장을 위해 언제, 어떻게 목소리를 내야 할지 아는 지혜에서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이는 단순한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넘어, 조직의 맥락을 이해하고 그에 맞춰 유연하게 대응하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죠.


매주 프렌치의 애티튜드로 바라본 인간 과계, 소통 방법, 글로벌 커리어에 대한 개인적인 인사이트와 경험담을 공유합니다

또한 프랑스어 입문자들을 위한 "불어 레벨업 챌린지 2.0." 튜터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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