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로맨스의 나라 프랑스의 숨겨져 있는 본질을 거침없이 파헤치는 ‘프렌치튜드’의 김두우리입니다.
프렌치튜드 뉴스레터 #3에서는 글로벌 인기 부엉이인 언어 학습 서비스, 듀오링고 (Duolingo)의 여정을 파헤쳐 보려고 합니다.
며칠 전, 티비에서 심지어 프라임타임에 듀오링고의 광고가 나와 깜짝 놀랐습니다. 프랑스에서 학생 시절에 스페인어와 포르투갈어를 시도하고 일주일 안으로 삭제했던 듀오링고가 아직도 살아있다니...
요즘 소셜 미디어만 한 번 둘러보아도 듀오링고의 부활을 체감할 수 있습니다. 언어 학습을 증명하는 태그가 북적 늘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곧 넷플릭스에서 방영되는 "오징어 게임 2 (Squid Game 2)"와 제휴했다니, 앞으로의 활약도 굉장히 기대되는 부분입니다.
도대체 제가 놓친 게 무엇인지, 어떤 전략으로 대중적인 인기 언어 학습 서비스가 되었는지 파헤쳐 보고 싶었습니다.
지금의 듀오링고
2023년 듀오링고는 매출 5.31억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전년 대비 43.6% 성장한 수치입니다. 월간 활성 사용자(MAU)는 7,410만 명, 일간 활성 사용자(DAU)는 2,140만 명을 돌파했어요.
특히 한국에서는 2024년 10월에 역대 최고 월매출을 기록했어요. 바벨(Babbel), 메므라이즈(Memrise), 로제타스톤(Rosetta Stone)과 같은 경쟁 서비스들이 있지만, 듀오링고는 그들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연구실에서 시작된 여정
2011년, 듀오링고는 카네기멜론 대학의 한 연구 프로젝트로 시작됐습니다. "모두를 위한 무료 교육"이라는 목표로 시작했어요. 초기에는 크라우드소싱*기반의 번역 학습이 주요 모델이었습니다. 사용자들이 실제 문장을 번역하면서 언어를 배우는 방식이었죠.
*크라우드소싱(Crowdsourcing) : '군중(Crowd)'과 '외부 자원 활용(Outsourcing)'의 합성어. 듀오링고의 경우, 초기에는 많은 사용자들이 직접 번역에 참여하고 그 번역을 서로 검증하면서 언어를 배우는 방식을 채택.
예를 들어, 영어를 아는 한국인이 영어 문장을 한국어로 번역하면, 다른 학습자들이 그 번역의 품질을 평가하고 수정하는 식이었죠. 이런 방식으로 학습 콘텐츠를 만들어갔습니다.
베타 버전은 놀라운 성과를 거뒀습니다. 출시 한 달 만에 30만 명의 대기자가 생겼고, 첫 해에 1,00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어요.
하지만 2017년, 듀오링고는 큰 위기를 맞고, 중요한 변화가 필요했습니다.
분석 결과 두 가지 문제점이 발견됐습니다. 사용자들이 학습을 지속하지 않았고, 새로운 사용자 유입이 감소했어요. 이때 듀오링고는 과감한 전환을 시도합니다. 교육 중심에서 게임 요소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바꾼 겁니다.
게이미피케이션으로의 전환과 그 효과
게임 요소를 강화하는 첫 시도는 리그 시스템의 도입이었습니다. 팜빌2의 리그 시스템을 벤치마킹했지만, 단순히 따라하지는 않았어요. 언어 학습에 맞게 수정했죠. 브론즈부터 다이아몬드까지 다양한 리그를 만들고, 참여도에 따라 승급할 수 있게 했습니다.
이 시스템은 놀라운 효과를 가져왔어요. 전체 학습 시간이 17% 증가했고, 주 5일 이상 하루 1시간 이상 학습하는 사용자가 3배나 늘었습니다.
두 번째로 도입한 것은 연속 학습 스트릭 기능이었습니다. 매일 학습하면 불이 붙고, 며칠째 연속으로 학습 중인지 표시해주는 기능이에요. 단순해 보이지만 효과는 강력했습니다. 데이터 분석 결과, 10일 이상 연속으로 학습한 사용자들의 이탈률이 크게 줄어들었어요. "1,435일째 학습 중!"이라며 자랑하는 사용자들도 생겼습니다.
이런 게임화 요소들은 푸시 알림과 결합되어 더 큰 효과를 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점은 알림의 톤앤매너였어요.
일반적인 학습 앱처럼 딱딱하게 "학습할 시간입니다"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Spanish or Vanish!(스페인어를 공부하지 않으면 사라질 거예요!)"와 같은 재치있는 문구를 사용했죠. 마치 장난기 많은 친구가 보내는 메시지 같죠.
언어학자들이 분석한 듀오링고의 장단점
언어학자들의 관점에서 듀오링고의 게임화는 양날의 칼이었습니다. 이들은 듀오링고의 언어 코스를 세세하게 분석했는데요. 스페인어(286단원), 프랑스어(272단원)와 같은 유럽 언어 코스는 매우 체계적이었습니다. B2 레벨(유럽 언어 공통 기준)까지 도달할 수 있는 충분한 콘텐츠를 제공했어요. 특히 직역이 아닌 자연스러운 표현으로 번역하도록 유도하는 점이 돋보였습니다.
하지만 아시아 언어 코스들은 아쉬움이 컸습니다. 일본어는 221단원이나 되지만 실제 도달 가능한 수준은 A2 정도였어요. 중국어는 HSK 2급 수준, 한국어와 베트남어는 더 낮은 수준이었죠. 언어의 특성상 발음과 성조를 앱으로 배우기 어렵다는 한계 때문이었습니다. 특히 AI 음성의 품질이 아시아 언어에서는 현저히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어요.
가장 큰 우려는 '깊이'의 문제였습니다. Polyglot(여러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들의 평가에 따르면, 듀오링고는 새로운 언어를 맛보기에는 좋지만 실제 대화 능력 향상에는 한계가 있었어요. 문법 설명이 부족하고, 실제 원어민과의 대화 기회가 없다는 점이 지적됐습니다. 재미있게 배우지만, 어느 순간 '한계의 벽'에 부딪힌다는 거죠.
실제로 미국의 대중적인 포럼 Reddit에서는 일명 "언어 덕후"들이 꾸준한 업데이트에 따라 각 언어의 학습을 완료하는 데 걸리는 시간과 한계점을 공유합니다.
2021년에 시간 측정 지표를 만든 Noktilucent는 듀오링고만으로는 언어의 완전한 숙달이 어렵다고 주장합니다.
- 가장 긴 코스인 스페인어와 프랑스어도 완료하는 데 40시간 정도가 걸리는데, 이는 언어의 일반적인 숙달에 필요한 600시간에 크게 못 미치는 시간임
- 더구나 중국어나 아랍어 같은 언어는 숙달까지 약 2,200시간이 필요한데, 듀오링고의 해당 코스들은 12시간 정도의 학습량만 제공
듀오링고의 모든 코스를 다 완료하는데 걸리는 600시간은 FSI** 카테고리 I에 속하는 한 개의 언어를 완전히 습득하는데 필요한 시간과 같습니다. 이는 듀오링고의 학습량이 실제 언어 숙달에 필요한 시간과 큰 차이가 있음을 보여줍니다.
**FSI(Foreign Service Institute, 미국 외교관 교육기관) : 4개의 카테고리로 분류되는 언어의 난이도. 카테고리 I은 영어 사용자가 가장 쉽게 배울 수 있는 언어 그룹으로, 학습에 24-30주가 필요한 스페인어, 프랑스어 등이 포함됨.
사용자 경험으로 터득한 수익화 전략
하지만 듀오링고는 이런 한계를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들의 목표는 처음부터 '완벽한' 언어 교육이 아닌, '진입장벽을 낮추는 것'이었어요.
실제로 듀오링고의 제품팀은 매일 200개 이상의 A/B 테스트를 진행하며 사용자 행동을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발견한 핵심 지표가 바로 CURR***(Current User Retention Rate, 현재 사용자 유지율)이었어요.
***CURR : 사용자가 지난 2주 동안 매주 제품을 방문한 경우 이번 주에 다시 방문할 확률
CURR은 '현재 활성 사용자가 계속 앱을 사용할 확률'을 나타냅니다. 듀오링고는 이 지표를 2% 개선하는 것만으로도 장기적으로 큰 효과가 있다는 것을 발견합니다.
4년간의 노력 끝에 CURR을 21% 높이는데 성공했고, 이는 충성 사용자의 이탈률을 40% 이상 감소시켰습니다. 신규 사용자 유치보다 기존 사용자 유지에 집중한 전략이 성공한 거죠.
이런 전략의 성공은 매출 구조에서도 확인됩니다. 전체 매출의 76%가 구독 수익이에요. 광고 수익에 의존하는 다른 무료 앱들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입니다. 특히 최근에는 GPT-4 기반의 AI 대화 기능을 포함한 '듀오링고 맥스'를 월 30달러에 출시하며, 프리미엄 시장도 공략하고 있습니다.
사용자들이 유료 결제를 선택하게 되는 순간은 재미있게도 '불편함'을 느낄 때가 아닙니다. 오히려 '몰입'하고 있을 때에요. 듀오링고는 하트(생명력) 시스템을 통해 이를 교묘하게 활용합니다. 기본적으로 5개의 하트가 주어지고, 틀린 답을 할 때마다 하나씩 차감되죠. 하트가 모두 소진되면 더 이상 학습을 진행할 수 없습니다.
문제는 보통 사용자들이 '이제 막 감이 왔을 때' 하트가 떨어진다는 거예요. 5시간을 기다리거나, 복습 문제를 풀어 하트를 하나씩 채워야 합니다.
하지만 학습의 흐름이 끊기는 게 싫은 사용자들은 자연스럽게 구독을 선택하게 됩니다. 실제로 연속 학습일수가 10일을 넘은 사용자들의 구독 전환율은 그렇지 않은 사용자들보다 3배 높았어요.
이러한 전략은 '강요'가 아닌 '선택'으로 느껴지도록 세심하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무료로도 충분히 학습할 수 있지만, 더 몰입해서 배우고 싶은 사용자들이 자연스럽게 지갑을 여는 거죠. 게임 업계에서 흔히 사용하는 방식이지만, 교육 분야에서 이를 성공적으로 적용한 건 듀오링고가 처음이었습니다.
미래 전략과 한계점
듀오링고는 이제 단순한 언어 학습 앱을 넘어서려 합니다. 2024년부터 수학, 음악 등 다른 교육 영역으로 확장을 시도하고 있어요.
하지만 여기서도 그들의 접근 방식은 독특합니다. "원 사이즈 피츠 올(one-size-fits-all****)" 전략을 고수하죠. 각 나라별로 다른 버전을 만드는 대신, 하나의 핵심 제품을 글로벌하게 제공하는 겁니다.
****one-size-fits-all : 교육에 관한 천편일률적인 접근법
이런 전략은 언뜻 위험해 보이지만, 듀오링고의 강점을 극대화합니다. 제품을 단순하게 유지하면서도 빠른 실험과 개선이 가능하죠. 예를 들어 넷플릭스의 '오징어 게임'이 히트하자 즉시 한국어 학습 콘텐츠를 40개 이상 추가했고, 이는 한국어 학습자 40% 증가라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언어학자들이 지적한 '깊이'의 문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예요.
현재 듀오링고는 GPT-4를 활용한 AI 튜터링 서비스로 이 문제를 극복하려 하고 있습니다. 실제 대화 연습의 부재를 AI로 보완하겠다는 전략이죠. 교육의 본질은 지키면서, 기술로 한계를 극복하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듀오링고의 여정은 '교육'과 '재미'가 대립되는 것이 아님을 보여줍니다. 2011년 무료 교육이라는 이상적인 목표로 시작한 서비스는, 게임의 요소를 더해 오히려 더 많은 사람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게 됐습니다.
언어학자들의 분석처럼 심화 학습에는 한계가 있지만, 진입 장벽을 낮추고 학습 동기를 부여하는 데는 성공했습니다. 매출의 76%가 구독형 수익이라는 사실은, 사용자들이 이 서비스의 가치를 인정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저 역시 어린 시절부터 여러 언어를 학습하고, 다른 사람에게 프랑스어를 튜터링하면서, 언어 학습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고 있습니다. 운동이든, 자기 개발이든 언어 역시 꾸준함과 동기 부여를 필요로 합니다. 매일 매일, 배우는 쾌감을 준다면, 학습 도구가 무엇인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매주 프렌치의 애티튜드로 바라본 인간 과계, 소통 방법, 글로벌 커리어에 대한 개인적인 인사이트와 경험담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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