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슬아슬한 공과 사 외줄타기

제가 결혼한 것을 알면 뭐가 달라지나요?

2024.12.08 | 조회 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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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치의 애티튜드로 바라보는 세계관

안녕하세요!

로맨스의 나라 프랑스의 숨겨져 있는 본질을 거침없이 파헤치는 ‘프렌치튜드’의 김두우리입니다.

프렌치튜드 뉴스레터 #2에서는 제가 경험한 프랑스, 한국, 브라질에서의 공과 사 관습을 파헤쳐 보려고 합니다. 

 

공과 사의 구분은 중요할까? 

공과 사는 공동체의 이익과 개인의 권리 사이의 경계로, 사회적 질서와 개인의 자율성을 균형 있게 조정하는 기준입니다. 이는 단순한 구분을 넘어 상호 존중과 협력의 메커니즘으로, 개인과 집단이 서로의 영역을 인정하고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합니다. 

 

"내 프랑스인 동료랑 너무 어색해"

어렸을 때부터 프랑스의 문화와 프랑스 고등 과정을 밟았기에 기본적인 프랑스의 깊은 개념은 가지고 있었습니다. 개인적인 정보는 지극히 사적인 요소이며, 타인에게 알리고 물어보는 행위는 개인의 권리와도 연결되는 복합적인 개념입니다.

사회 생활 역시 프랑스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학교/직장/취미 모임에서 공과 사의 구분이 어떻게 보면 저의 첫 기준이 되었던 것 같아요.

 

프랑스의 몇 가지 보편적인 관습

⚬ 친목 모임이 아닌 이상,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보편적으로 결혼 여부나 나이는 묻지 않습니다.시간이 지나 조금 가까워졌다고 생각하면, 기본으로 깔리는 문장이 있습니다. "혹시 실례가 아니라면 (Si ce n'est pas indiscret)"와 함께 질문이 이어집니다. 

⚬ 동반자나 자녀 같은 가족 구성원을 공개하지 않는 사람이 많으며, 노출할 경우 지극히 가까운 소수의 사람들과만 공유를 합니다. 아이의 경우, 공개하지 않는 이유가 흥미롭습니다: "아이의 허락을 받지 않았으니까"

⚬ 프랑스 올랑드 대통령이 이른 저녁, 스쿠터를 타고 애인을 만나러 가는 파파라찌 사진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었죠. 대통령뿐만 아니라, 공인들의 사생활은 지극한 개인적인 이슈이며, 그들의 본업만을 평가하고 비판하여야 하는 국민들도 꽤 많습니다. 

 

조금 재미있는 점은, 차갑고 거리가 있다고 생각한 프랑스인이 집으로 초대하는 일이 벌어집니다. 이는 단순히 '티타임을 갖자'보다는 "당신은 이제 나의 (동료가 아닌) 친구야" 라는 뜻입니다. 개인 공간인 집을 보여주고 동반자를 소개하는 것이야말로 "사"의 벽이 무너진 것이죠.    

"입사 후 일주일, 브라질 동료가 바베큐 홈파티에 오래"

저는 11년의 생활을 정리하고, 글로벌 커리어의 역량을 늘리고자 브라질 상파울루에 갔습니다. 그리고 문화 충격을 제대로 받았습니다. 

⚬ 인터넷으로 집 공고를 보고 중개인을 왓츠앱으로 연락합니다. 왓츠앱으로 보이는 프로필 사진은 비키니를 입고 있는 사진이었습니다. 브라질 생활 초기라서 이분이 예외적이라고 생각했지만, 헬스장에서 찍은 셀피, 커플 사진을 메신저 프로필 사진으로 설정한 사람이 꽤나 많습니다.

⚬ 회사에서도 캐쥬얼하게 연애 썰 공유, 주말 파티에 동료들을 초대하는 것은 굉장히 자연스럽습니다. 일요일에는 가족들도 소개받으며 미래의 프로젝트도 다 아는 사이에서, 월요일에 동료의 관계로 돌아가야 하죠. 누군가 생산성이 떨어지거나, 데드라인이 지켜지지 않을 때, 동료로서 필요한 말을 하기 굉장히 난처해집니다.  

 

일반적으로 이방인에 대한 호기심이 많으며, 어딘가 처음으로 인사하면 굉장히 살갑게 반겨줍니다. 하지만, 여기서 이 빠른 친화력의 약점이 있습니다. "나중에 어려운 일 있으면 전화해", 이사하기 전, 무언가 정보가 필요해 도움을 여러번 요청했지만 "읽씹"을 당한 적이 굉장히 많습니다. 표면적인 사적 친구는 만들기 쉬우나, 진심 어린 관계의 깊이는 생각만큼 느끼기 어려웠습니다.

 

윤리적 관습을 무시할 수 없는 한국

어렸을 때, 어른들을 보며 간접적으로 느꼈던 틀은 있었지만, 유럽과 중남미에서의 체험 후 직접 보고 겪는 공과 사 문화는 흥미로웠습니다. 

최근 한국에서도 많은 기업들이 "수평 문화이다"라고는 하지만, 결혼 여부, 월급 외 경제력 등 개인적인 정보를 기반으로 수직 문화가 여전히 존재한다고 느낍니다. 

⚬ 이력서에 생년월일, 결혼 여부, 가족 관계를 기입

⚬ 자기 소개에는 본인의 지금까지 쌓아온 역량이 어떤 식으로 회사에 기여할 수 있는지를 어필하는 것이 아니라, 맏이여서 책임감이 강하고, 어려운 유년 시절을 보내어 무언가 이루고 싶은 열정이 넘친다고 작성하는 점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었습니다. 

 

한국 사회에서도 긍정적인 면으로 개인주의가 존중받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일명 '정이 많은 나라'라고 불리는 한국인들은" 아직도 '사양하겠습니다.",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건 제가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닙니다." 라고 매듭짓는 것을 어려워하는 느낌을 받습니다.

 

거의 10년 만에 유년 시절을 보낸 부산을 찾았고, 부산분들은 정도 많고, 여전히 활기찬도시였습니다. 

"아가씨 흰머리가 왜이리 많노? 염색 안 하나"

"좀 아팠어요." (일부러 민망하라고 저렇게 얘기합니다. 대부분 "아 맞나. 아이고, 좀 괜찮나 이제" 할텐데...

"맞나? 어디 아프노? 내 좋은 병원 많이 안다, 소개시켜줄게"

 

공과 사의 건강한 구분의 틀이 잡힐때까지...

한국의 좋게 말하면 정, 안 좋게 말하면 오지랖이 아직은 '한국은 단일 민족이다.'라는 역사에서 벗어나기 힘든 것 같습니다.

공과 사의 균형은 건강한 사회 시스템의 핵심적인 원리이자, 민주적 공동체의 기본 조건입니다. 

저는 역사적으로, 문화적으로 굉장히 구분되는 세 개의 대륙에서 경험을 했지만, 어떤 나라가 모범적인 레퍼런스이다라고 말하기 힘듭니다. 같은 나라 안에서도 개인의 성향과 가치관에 따라 타인과 인연을 맺고, 사회성을 키우는 방법은 모두 다릅니다. 

적합한 균형은 여러 세대를 거쳐야만 사회적·윤리적 이슈를 극복하고, 사람들의 마인드셋도 변화하는 것 같습니다. 이 긴 시간동안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은, 타인에게 호기심을 갖고 각 개인이 선호하는 방법이 있을지 대화를 해보고 맞춰보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매주 프렌치의 애티튜드로 바라본 인간 과계, 소통 방법, 글로벌 커리어에 대한 개인적인 인사이트와 경험담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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