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너머에서 전하는 첫인사
친구, 잘 지내나요?
첫 글부터 친구라니 많이 부담스러우시진 않을지 걱정입니다.
친구란 무엇인가요?
키가 140센티쯤 되었던 시절에 쓰던 색연필 세트처럼 간 단하고 명확하기도 하지만 아주 엉켜버린 이어폰처럼 복잡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다들 경우가 다르겠지만 저는 툭 터놓고 지낼 수 있는 친구 사이라도 저의 생각이나 글을 보여주는 것에 많은 어려움을 느낍니다. 아무리 친한 사이여도 말문이 막혀버리고 저도 모르게 숨겨버리고 맙니다. 만약 보여준다 하더라도 심장이 쿵쿵 마구 뛰어 힘이 듭니다. 소위 말하는 오글거린다는 걸까요. 조금 부끄러운 감정인 것 같기도 합니다.
온갖 장난을 치고 농담을 던지고 애착 이불처럼 잡고만 있어도 편안해지는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생각이나 글을 보여주는 게 마냥 불편하기만 한다면 상대방에게 예의가 아니고 또한 저에게도 긍정적인 일이 아니라는 걸 알기에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화면 너머에라도 공유해 보기로 했습니다.
항아리에서 조금씩 흘려보내다 보면 하다못해 웅덩이라도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원래 속마음이나 감춰놓은 것들은 얼굴 모르는 사람에게 털어놓는 게 훨씬 편하기도 하니까요.
그럼 얼굴도 모르는 사람을 왜 친구라고 부르는지를 설명드려야 할 것 같네요. 저에게 있어서 저의 글을 보여준다는 것은 꽤 깊은 관계의 일로 정립되어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래서 얼굴도 모르는 우리지만 친구라고 부르고 싶었습니다... 저런 친구가 있으면 이런 형태의 친구도 있는 거라 생각해요.
이곳을 만들기 전 고민해 본 물음이 하나 있습니다. 이 물음에서 만들어진 곳이라고 해도 괜찮을 것 같네요.
먼저 이 질문에 대한 저의 답은 '된다'입니다. 저의 이름이 '너머의 친구'인 이유이기도 합니다.
편안함에는 막 반말을 쓰면서 장난을 치고 싶은 편안함도 있는가 하면 존댓말을 쓰며 아늑하게 간직하고 싶은 편안함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게 어느 방향이든 친구의 형태로 나올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친구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화면 너머의 우리는 친구가 될 수 있나요?
끄적끄적
눈은 보라고 있는 것이고 귀는 들으라고 있는 것이다
들을 수도 있지만 흘려보낼 수도 있다는 걸 우리는 안다
오른쪽인지 왼쪽인지
어딘가에서 흡수하지 못한 이방인의 마음이 흘러 나온다
- 외국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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