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너머에서 전하는 1년
잘 지내셨나요, 친구?
제가 사는 지역은 오늘부터 부쩍 더워진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갑자기 자판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이곳에서 글을 쓰는 것 같습니다.
거진 1년 만인가요.
'너머의 친구'라는 공간을 잊어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다만 생각만 할 뿐이었습니다.
너무 게으른가요...
친구께서 이 글을 읽으실지는 약간 의문입니다. 2025년의 해가 떠오른지 벌써 5개월이나 되었으니까요.
친구께서는 그동안 어떤 형태가 되셨나요?
여전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당연한 소리겠지만 여전한 것은 여전히 그곳에 있으니까요.
응집한 고층 아파트보다 붉은 벽돌집을 볼 때 따듯해지는 동그란 무언가처럼 말입니다.
갑자기 나타나 고민을 던지더니 시 비스름한 걸 한번 끄적이고 사라져 버린 저는 그동안 햇빛을 가리는 데 필요한 손 한바닥만큼 바뀐 것 같습니다.
1년 동안의 가장 큰 수확은 시에 한 뼘 정도 가까워졌다는 것 일까요.
좋아하는 시집과 동경하는 시인이 생겼습니다.
시를 같이 읽을 수 있는 친구도 사귀었습니다.
얼마만큼의 새벽을 맞이해야 제가 시가 될 수 있을까요?
이런 허무맹랑한 질문들로 하여금 차분해지곤 합니다.
여전히 생각은 쉽사리 꺼내지지 않습니다. 여전히 두렵지만 이것 또한 반 뼘 정도는 나아진 것 같다고 느낄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또 여전히 꿈 이야기를 하고 삽니다.
여전히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말을 사랑하고
여전히 이상주의적인 평화에 도달하지 못함에 울고요
여전히
정말 여전히 다정한 어른이 되고 싶습니다.
미지근한 주스에 얼음이 녹는
그런 정도의 농도로 묽게 1년 반개월을 지냈습니다.
사실 저의 편지는 마땅히 유용한 정보가 없기에 부끄러운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만, 그럼에도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읽어주어 감사합니다, 친구.
오늘이 당신께 다정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너머의 친구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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