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9살쯤, 그러니까 이제 막 초등학교에 들어갔고 이곳저곳에 심부름을 다닐 수 있을 정도로만 머리가 컸을 때였습니다. 그날도 이모네에 심부름을 갔던 날이었는데요. “현지 왔어.” 이모가 이모부에게 건넨 말이 “편지가 왔어?”로 돌아왔던 기묘한 순간을, 왜인지 아직까지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저는 편지를 좋아합니다. 마음이 담긴 편지를 받는 것은 소중한 일이지만, 굳이 이야기하자면 저는 편지를 받는 것보다 쓰는 걸 더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 각 잡고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평소의 저를 돌아보자면 아마 이런 이유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우선 말을 특별히 잘하지 못합니다. 기본적으로 말과 말 사이의 텀이 길고 속도도 느립니다. 하고 싶은 말이 스스로 정리가 되지 않으면, 제대로 절어버려서(?) 제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 채 질서 없는 말을 쏟아내는 과부하 상태에 빠지곤 합니다. 그럴 때마다 드는 마음은 복합적인데요. 가장 먼저 드는 감정은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전하지 못했다는 데서 오는 제법 큰 아쉬움입니다. 제가 보기보다 하고 싶은 말이 꽤 많은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가끔 편지를 씁니다. 편지에 담는 말은 편지의 대상에게 그동안 전하지 못했던 말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평소에 누군가라도 붙잡고 털어놓고 싶었던 말이 되기도 하고, 스스로에게 해주고 싶은 응원이나 위로가 되기도 합니다.
편지를 쓰고 싶은 요즘입니다. 이건 어떤 말이라도 제대로 해내고 싶다는 뜻이기도 하고, 편지인 척 제게 하고 싶은 말이 여전히 많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괜찮으시다면 제 편지를 받아주시겠어요? 어쩌면 조금은 내밀한 이야기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2026년 1월 20일
현지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