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편지

2026.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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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올림

편지라는 형식으로 천천히 적어 보냅니다.

안녕하세요.

 

혹시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말을 믿고 계신가요? 저는 요즘 그 말에 전혀 동의하지 않습니다.

 

어제는 중학교 동창들과 오랜만에 자리를 함께했습니다. 차라리 강아지를 키우라던 친구는 어느새 ‘우리 아가’를 입에 달고 사는 엄마가 되었고, 오래전 원하는 기업이 아니면 가지 않겠다던 친구는 돌고 돌아 규모는 작지만 전혀 다른 직무로 지난주 첫 출근을 했다고 하더군요. 지나온 힘든 일들을 덤덤히 이야기하는 친구들의 모습을 보며, 변하는 것이 꼭 슬픈 일만은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전히 시시껄렁한 농담을 즐거워하는 면은 그대로라 다행이었지만요.)

 

저는 변한다는 것이 참 두렵습니다. ‘마음’처럼 손에 잡히지 않지만 너무나 투명한, 그런 것들이 특히 더 그렇습니다. 좋아하는 마음이 처음과는 다른 형태가 되었던 경험이 하나둘 쌓이다 보니 이제는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일도 쉽지만은 않습니다. 관계가 생을 다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 이미 끝난 인연을 복기하며 슬퍼하는 일까지 이제는 이골이 났네요.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원했으면 하는 것들이 있는 한편, 사실 변했으면 하는 것들도 제법 많다는 생각이요. 어제 친구들이 예사롭게 이야기해준 지난한 시간들처럼 말입니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순간도 언젠가는 흘러가고, 흐려지고, 결국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게 되겠지요. 내가 가진 것들 중 무엇이 영원할지, 무엇을 흘려보내게 될지 멋대로 정할 수 없으니 그저 받아들이기로 합니다. 어차피 모든 것은 늘 변하고 머물지 않는다는 사실이 오늘은 왠지 큰 위안이 됩니다.

 

이 모든 무상함 사이에서, 모두가 너무 휘둘리지 않길 바라며.

 

2026년 1월 25일

현지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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