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 편지를 쓰고 있는 오늘은 연휴에 막 들어선 길목. 붕 뜬 마음들이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그런 날입니다. 지난 편지에서는 기다리는 마음에 대해 적어 보내드렸는데요. 사실 여러분이 기다려온 것은 제 편지가 아닌 다가온 긴긴 연휴가 아닐까싶지만... 애써 외면하면서 오늘도 따분한 단상을 꾹꾹 적어봅니다.
집에 오는 길에 꽤나 기분이 몽글해지는 장면을 마주했습니다. 한 어르신이 지나가는 세 살 남짓한 아이에게 환한 얼굴로 눈을 떼지 못하는 모습이었는데요. 귀엽게 손 인사를 하며 지나가는 꼬마에게 기어코 되돌아가 주머니 속 간식을 꺼내 쥐여주는 그 장면에 저 역시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저는 마음을 전하는 데에 무척 서툽니다. 가볍게 말로 전하면 될 것들도 작은 과자, 메시지, 편지의 형태로 겨우 전달하곤 합니다. 그런 식으로 에둘러 전한 마음이 상대에게 제대로 가닿았을지 모를 일이고요. 부끄럽다, 원래 잘 하지 못한다는 류의 핑계로 결국 전해지지 못한 마음들을 헤아려보자니 제 작은 방을 꽉 채우고도 남을 정도입니다.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한동안 저는 좋아하는 것을 온 마음 다해 좋아하는 사람들을 괜히 시기하며 쫓아다녔습니다. 그 무렵, 아마추어 배우로 연기를 하고 있는 친구의 공연을 보고 축하 선물로 와인을 전했는데요. 편지지를 준비하지 못해 급한 대로 쇼핑백 바닥에 조그맣게 하고 싶은 말을 적었습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 사실을 친구에게 말해주지 않았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좋아하는 걸 열심히 좋아하는 네가 너무 부럽고 행복해 보여." 돌이켜보니 제법 찌질했던 그때의 제 마음이 그에게 발견되었을지 혹은 분리수거 되었을지, 아직도 모를 일입니다. 굳이 확인해보지 않았거든요. 그저 '차현지가 차현지했다'의 대표 사건으로 지정해 두었죠. 저는 어느샌가 그런 식으로 스스로를 진심을 전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규정해버린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요즘의 저는 마음을 표현하려고 조금씩 노력하고 있습니다. 타이밍이 살짝 늦고 낯간지러워도 말이죠. 시간 내어 찾아와주어 고맙다는 말, 함께하는 시간이 늘 좋았다는 말, 어제 부러 챙겨주신 음료가 참 맛있었다는 말을 용기 내어 전했습니다. 오늘은 퇴근하면서 회사 분들께 명절 인사를 건넨다는 게 '새해 복을 잘 받으시라'고 말이 헛나오긴 했지만요. 역시 봄은 크게 오지 않고, 조금씩 오는 거니까요.
그럼 이 편지를 보시는 여러분도 조금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리고 마음을 전할 기회가 하나쯤은 생기는 연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2026년 2월 14일
현지 올림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