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편지

2026.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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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올림

편지라는 형식으로 천천히 적어 보냅니다.

안녕하세요.

 

 편지를 쓰고 있는 오늘은 연휴에  들어선 길목.   마음들이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그런 날입니다. 지난 편지에서는 기다리는 마음에 대해 적어 보내드렸는데요. 사실 여러분이 기다려온 것은  편지가 아닌 다가온 긴긴 연휴가 아닐까싶지만... 애써 외면하면서 오늘도 따분한 단상을 꾹꾹 적어봅니다.

 

집에 오는 길에 꽤나 기분이 몽글해지는 장면을 마주했습니다.  어르신이 지나가는   남짓한 아이에게 환한 얼굴로 눈을 떼지 못하는 모습이었는데요. 귀엽게  인사를 하며 지나가는 꼬마에게 기어코 되돌아가 주머니  간식을 꺼내 쥐여주는 그 장면에  역시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저는 마음을 전하는 데에 무척 서툽니다. 가볍게 말로 전하면  것들도 작은 과자, 메시지, 편지의 형태로 겨우 전달하곤 합니다. 그런 식으로 에둘러 전한 마음이 상대에게 제대로 가닿았을지 모를 일이고요. 부끄럽다, 원래  하지 못한다는 류의 핑계로 결국 전해지지 못한 마음들을 헤아려보자니  작은 방을  채우고도 남을 정도입니다.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한동안 저는 좋아하는 것을  마음 다해 좋아하는 사람들을 괜히 시기하며 쫓아다녔습니다. 그 무렵, 아마추어 배우로 연기를 하고 있는 친구의 공연을 보고 축하 선물로 와인을 전했는데요. 편지지를 준비하지 못해 급한 대로 쇼핑백 바닥에 조그맣게 하고 싶은 말을 적었습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사실을 친구에게 말해주지 않았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좋아하는  열심히 좋아하는 네가 너무 부럽고 행복해 보여." 돌이켜보니 제법 찌질했던 그때의  마음이 그에게 발견되었을지 혹은 분리수거 되었을지, 아직도 모를 일입니다. 굳이 확인해보지 않았거든요. 그저 '차현지가 차현지했다'의 대표 사건으로 지정해 두었죠. 저는 어느샌가 그런 식으로 스스로를 진심을 전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규정해버린  같습니다.

 

하지만 요즘의 저는 마음을 표현하려고 조금씩 노력하고 있습니다. 타이밍이 살짝 늦고 낯간지러워도 말이죠. 시간 내어 찾아와주어 고맙다는 , 함께하는 시간이  좋았다는 , 어제 부러 챙겨주신 음료가  맛있었다는 말을 용기 내어 전했습니다. 오늘은 퇴근하면서 회사 분들께 명절 인사를 건넨다는  '새해 복을  받으시라' 말이 헛나오긴 했지만요. 역시 봄은 크게 오지 않고, 조금씩 오는 거니까요.

 

그럼  편지를 보시는 여러분도 조금 늦었지만 새해  많이 받으세요. 그리고 마음을 전할 기회가 하나쯤은 생기는 연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2026 2 14

현지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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