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함

2024.03.08 | 조회 3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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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tters from origin

생각날 때, 여유가 될 때 와서 남겨놓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것-혹은 좋은 상태-는 따뜻한 것이다. 사람이나, 결과나, 모든것을 판단하는 척도는 따뜻함에 있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대학교 4학년때인가, B가 누군가를 '따뜻하다'라고 말한적이 있다. 사람에 대해 온기가 있다는 식의 표현은 진부하나 잘 생각해보면 따뜻한 사람은 아주 드물다고 봐야한다. 착한 것도 아니며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니다. 어떤 태도에 있는 것도 아니며(태도일 수도 있지만) 어쩌면 사람의 상태가 아닐수도 있다. 나아가 본질적으로 '잠깐' 따뜻한 내면을 가질지라도, 그러니까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항상성이다. 항상, 흔들림없이 기본적으로 한 사람의 내면의 상태가 따뜻한 것이다. 다행히 나는 살면서 그런 사람을 간간히 만나왔다. 엄마로부터 느꼈고, 손이 커서 음식을 한가득 하는 D언니도 있었다. 그리고 모든 것들에 차갑게 대하지만 실은 본인이 가장 따뜻한 사람이었음을, 그래서 가식적인 사람들을 참을 수 없었던 누군가도 그랬다. 

따뜻함은 사람을 살게 한다. 숨 쉴 틈이 없는 곳에서는 따뜻함의 철학이 필요하다. 감각에서 끝나거나 이벤트성 친절-따뜻해지기-가지고는 안된다. 잠시 멈춰서 주변과 관계 없이 내가 이순간 느끼는 따뜻함이 본질적으로 내가 원하는 것 이었음을, 이것을 잃지 않고 품는 한 나는 살아갈 수 있음을 철학하게 하는 고독 속에 데려다 놓는 방식이다. 따뜻함의 반댓말은 차가움이 아니다. 이기심이다. 요새는 이기심을 별로 나쁘게 얘기하지 않는다.(이기적으로는 굴고 싶은데 나쁜사람은 되기 싫으니까) 악인들이 정당화 하는 세상에서 현상을 성토하는 사람은 점차 줄어들고 이기심을 사회의 정당한 경쟁심에서 오는 어떠한 멋진것으로 숭배하는 이들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기심은 마냥 일방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양방향으로 발생하기도 한다. 즉 원인과 결과가 있는 것이다. 그런 상황은 나또한 나쁜것이라고 말할수는 없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사람좋은' 태도라는 껍질에 이기심을 숨겨 놓는다. 막상 본인의 적당한 표면치레가 바닥나고 본심을 들키더라도 그다지 수치스러워 하지 않는다. 이기적으로 굴어서 상대방의 위에 올라가면 된다고 생각하니까. 그러나 그런 사람들 대부분 따뜻한 인간의 유형을 맛보지도 못했을 뿐 아니라 적당히 하면 된다는 식, 그리고 진정으로 좋은 사람이 될 생각이 없는 집단이라는 게 문제다. 간단히 말하면 고결하지 않다. 이런 천박함 속에서 따뜻한 사람들은 온기를 뺏기고 죽어가는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따뜻함의 유사어는 이타심이 되는가. 일단은 그런것 같다. 진정으로 이타적인 사람 또한 만나기가 정말 어려워졌으므로 그 옆에 이타심을 두는 게 적당한 것 같다. 아이러니하게도 이타심이있는 사람을 우습게 알고 만만하게 여긴다. 선함이 결여된 결과물은 추켜세우고 분하다고 하면서도 내심 멋있다고 여기며, 이타적인 인간을 답답하다고 무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하도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게 여기는 꼴을 보고 있노라면 도시라는 것은, 도시적인 인간 사회라는 것은 도무지 서로가 병에 걸리지 않으면 안된다고 하는 것 같다. 그러곤 다들 병에 걸린다. 

사실 따뜻함은 가장 좋은 것이라 이렇게 쓰고싶진 않았다. 이런 흐름으로 생각하지도 않았다. 따뜻함은 그냥 좋은 것이다. 따뜻한 사람이 가장 아름다운 것 처럼. 말머리를 시작할때의 목적과 아주 엇나가버렸다. 어쨌든, 아름다운 것은 만나기가 힘들어서 어쩌다 마주치면 눈물이 날 것 같다. 근데 이 사실에 집중하기 보다 이 느낌을 사라지게 만든 것들에 더 집중하게 된다. 다 없애버리고 싶어서. 근데 없애버리지 못하고 차라리 내가 사라진다. 늘 그렇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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