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트, 흙에서 시작된 신비로운 위스키 여정

스모키 위스키 영혼이 담긴 대지의 비밀

2025.04.15 | 조회 18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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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에 꼬리를 무는 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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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술 이야기 열 번째 뉴스레터 입니다.

오늘은 위스키 잔에 담긴 그 신비로운 스모키 향의 근원, 바로 '피트(Peat)'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할게요. 

피트는 단순한 흙이 아니에요. 수천 년의 시간이 켜켜이 쌓인 대지의 기억이자, 스코틀랜드 위스키에 영혼을 불어넣는 마법 같은 존재지요. 마치 오래된 책의 페이지처럼, 피트는 지구의 역사를 품고 있어요. 

 

🕰️ 시간의 압축, 대지의 속삭임

 

피트란 무엇일까요? 간단히 말하자면, 수천 년에 걸쳐 습지에서 부분적으로 분해된 식물의 퇴적물이에요. 하지만 이렇게 단순하게 정의하기엔 너무나 복잡하고 신비로운 물질이지요. 피트는 자연이 써내려간 역사책과도 같은 존재거든요.

 

스코틀랜드의 피트랜드 (출처 : iStock)
스코틀랜드의 피트랜드 (출처 : iStock)

 

스코틀랜드의 넓은 고원지대와 섬들을 덮고 있는 피트랜드(이탄지)는 지난 빙하기가 끝난 후 약 1만 년에 걸쳐 형성되었어요. 빙하가 물러가며 남긴 웅덩이와 습지에 이끼와 풀, 관목들이 자라났고, 차가운 기후와 산소가 부족한 환경으로 인해 완전히 분해되지 못한 채 층층이 쌓이게 되었죠. 매년 겨우 1mm 정도 자라나는 이 지층은 인내를 상징한다고 할 수 있어요. 1미터 두께의 피트가 형성되려면 조건에 따라 100년에서 1,000년까지의 시간이 필요하니까요. 스코틀랜드의 추운 기후에서는 대개 더 긴 시간이 걸려요.

 

🌿 생명의 요람, 다양성의 보고

 

피트보그(이탄습지)는 단순한 습지가 아니라 놀라운 생물다양성의 보고예요. 희귀한 식물들과 곤충, 조류들의 서식지로서 생태학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지요. 특히 물이끼(스파그넘)는 피트 형성의 핵심 역할을 하는데, 이 작은 식물이 자신의 무게보다 최대 30배나 많은 물을 저장할 수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마치 자연의 마법 같은 스펀지와도 같은 존재이지요. 이 특별한 능력 덕분에 피트보그는 때로 '물의 성소'라고도 불려요.

 

스파그넘
스파그넘

 

스코틀랜드의 피트랜드에서는 카너리 샘물이끼, 둥근잎 끈끈이주걱, 히스, 면실버들 등 독특한 식물들을 만날 수 있어요. 이런 식물들이 수천 년에 걸쳐 층층이 쌓이면서 각기 다른 지역의 피트에 독특한 특성을 부여하게 되었죠. 아일라 섬의 피트와 하이랜드 지역의 피트가 서로 다른 향을 품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어요.

 

🏛️ 고대 문화의 생명줄

 

피트를 채취하는 모습
피트를 채취하는 모습

 

피트는 스코틀랜드 문화의 중요한 부분이기도 해요. 수천 년 전부터 스코틀랜드의 켈트족과 픽트족은 피트를 연료로 사용해왔어요. 나무가 귀한 스코틀랜드의 외딴 지역에서 피트는 생존을 위한 필수품이었죠.

18세기 이전의 하이랜드와 섬 지역 사람들에게 피트 채취는 매년 이루어지는 중요한 공동체 활동이었어요. 가족들이 함께 모여 '피트 커팅'이라 불리는 작업을 통해 겨울을 위한 연료를 준비했지요. 고대 게일어에는 피트와 관련된 수십 가지 단어가 있을 정도로, 피트는 스코틀랜드인들의 일상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었어요.

특히 흥미로운 사실은, 고대 스코틀랜드에서 피트가 단순한 연료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는 점이에요. 민간 전설에서 피트보그는 종종 요정이나 고대 신들의 거처로 여겨졌으며, 피트 자체도 치유력을 가진 물질로 인식되었지요. 오래된 민간요법에서는 피트를 다양한 질병 치료에 사용하기도 했어요. 피트의 훈연된 냄새가 악령을 쫓는다고 믿기도 했죠.

 

🌍 지구 전역의 피트

 

피트는 스코틀랜드만의 전유물이 아니에요. 아일랜드, 캐나다, 러시아, 핀란드 등 북반구의 여러 지역에서도 넓은 피트랜드를 찾아볼 수 있지요. 하지만 스코틀랜드의 피트는 독특한 지리적, 기후적 조건으로 인해 위스키 제조에 이상적인 특성을 지니게 되었어요.

러시아의 서시베리아 평원에는 세계 최대의 피트랜드가 있으며, 캐나다의 허드슨 베이 저지대도 엄청난 규모의 피트보그를 자랑해요. 하지만 이들과 달리 스코틀랜드의 피트는 바다의 영향을 강하게 받아 요오드와 소금기를 품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특히 아일라 섬의 해안가 피트는 바다 미역과 조개류의 흔적을 담고 있어, 독특한 해양적 특성을 위스키에 전달하게 되죠.

 

💎 스코틀랜드 섬들의 피트

 

스코틀랜드 서부 해안의 섬들, 특히 아일라와 스카이 섬의 피트는 독특한 생태 환경에서 형성되었어요. 이 지역의 피트는 바다와 가까운 환경에서 형성되어 독특한 지리적 특성을 갖고 있어요.

 

아일라의 봄
아일라의 봄

 

아일라 섬 남부의 피트는 해안가에 위치해 바닷물의 영향을 크게 받아요. 이 지역에서 자란 해초와 바다 식물들이 피트의 구성 요소가 되면서, 독특한 해양성 특성을 부여하게 되었죠.

아일라 북부 지역은 좀 더 내륙에 가깝고 담수 환경의 영향을 더 많이 받았어요. 이로 인해 식물 구성이 달라지고, 결과적으로 피트의 특성도 남부와는 다르게 발전했죠.

스카이 섬의 피트는 화산성 토양의 영향을 받아 독특한 미네랄 프로필을 가지고 있어요. 이런 지질학적 특성이 스카이 섬 위스키의 독특한 맛에 기여하게 되었어요.

섬마다, 심지어 같은 섬 내에서도 지역마다 피트의 구성은 조금씩 달라요. 이런 미세한 차이가 위스키의 풍미에 미묘하지만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지요. 마치 오케스트라의 각 악기가 모여 하나의 교향곡을 이루듯, 피트의 다양한 요소들이 조화를 이루어 위스키만의 독특한 '테루아'를 만들어내는 거예요. 이런 지리적, 생태학적 차이가 왜 각 지역의 위스키가 독특한 맛과 향을 가지는지에 대한 기초를 형성하죠.

 

⛏️ 피트 채취의 예술

 

피트 채취는 단순한 노동이 아닌 하나의 예술이자 전통이에요. 수세기 동안 스코틀랜드 사람들은 특별한 도구인 '피트 스패이드'(tairsgeir라고도 불리는)를 사용해 손으로 직접 피트를 캐왔어요. 이 도구는 긴 나무 손잡이와 날카로운 금속 날로 구성되어 있으며, 숙련된 손길에서는 마치 춤을 추듯 움직이죠.

 

피트를 채취하는 모습 (1)
피트를 채취하는 모습 (1)

 

전통적인 피트 커팅은 봄철에 이루어져요. 겨울의 추위가 누그러들고 땅이 부드러워질 무렵이죠. 피트 커터는 우선 표면의 식물층('fial'이라 불리는)을 조심스럽게 벗겨내요. 그 후에야 비로소 아래에 있는 진한 갈색의 피트층에 접근할 수 있지요.

 

피트를 채취하는 모습 (2)
피트를 채취하는 모습 (2)

 

피트는 벽돌 모양으로 정교하게 잘라내요. 각 조각은 약 1피트 길이에 4인치 정도의 너비와 두께를 가지고 있지요. 이렇게 자른 피트 벽돌은 현장에서 특별한 방식으로 쌓아 바람에 말리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2-3개월 정도의 시간이 소요돼요. 피트는 처음 채취했을 때 무게의 약 90%가 물이기 때문에, 이 건조 과정이 필수적이죠.

현대에는 기계화된 방식으로 피트를 채취하는 경우도 많아졌지만, 일부 전통적인 증류소들은 여전히 수작업으로 피트를 채취하거나, 적어도 전통 방식으로 채취된 피트를 일부 사용하고 있어요. 하이랜드 파크, 라프로익, 스프링뱅크 같은 증류소들은 전통 방식이 피트의 특별한 특성을 더 잘 보존한다고 믿고 있지요. 실제로 수작업으로 채취한 피트는 층위별로 선별이 용이해 더 일관된 품질 관리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어요.

 

💧 피트보그와 증류소

 

스코틀랜드의 많은 유명 증류소들이 피트보그 근처에 위치하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에요. 역사적으로 위스키 제조에는 세 가지 핵심 요소가 필요했어요. 맥아를 발아시키고 증류기를 작동시킬 깨끗한 물, 발아된 보리를 말리기 위한 연료인 피트, 그리고 완성된 제품을 운송할 수 있는 접근성이었죠.

 

아일라 섬의 증류소들
아일라 섬의 증류소들

 

아일라 섬의 증류소들, 특히 라프로익, 아드벡, 라가불린은 모두 풍부한 피트보그와 수정처럼 맑은 샘물 근처에 위치하고 있어요. 이런 지리적 위치는 단지 편의성 때문만이 아니라, 피트보그에서 흘러나오는 물이 피트의 특성을 품고 있어 위스키에 독특한 특성을 부여하기 때문이기도 해요.

또한 바다와 가까운 증류소들은 숙성 창고가 바다의 영향을 받아, 캐스크가 해풍에 노출되면서 추가적인 해양성 특성을 얻게 되죠. 이렇게 피트, 물, 바다가 함께 어우러져 스코틀랜드의 피티 위스키만의 독특한 성격을 형성하게 된 것이에요.

피트는 단순한 연료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어요. 그것은 스코틀랜드의 자연과 문화, 역사가 응축된 대지의 정수와도 같은 존재지요. 

 

🪵 전통적인 피트 건조 방식

 

피트 쉐드에서 건조 중인 피트
피트 쉐드에서 건조 중인 피트

 

피트가 위스키를 만나기 위해선 먼저 적절한 준비 과정을 거쳐야 해요. 전통적인 방식에서는 채취한 피트를 작은 오두막인 '피트 쉐드(peat shed)'에 보관하며 약 6개월에서 1년간 건조시켜요. 이 과정에서 피트의 수분 함량은 90%에서 약 25-35%로 떨어지게 되죠. 아직도 습기가 남아있는 상태인데, 이는 나중에 연소 과정에서 더 많은 연기를 발생시키기 위한 의도적인 선택이에요.

 

 피트 브릭 (출처 - dreamstime.com)
 피트 브릭 (출처 - dreamstime.com)

 

건조된 피트는 '피트 브릭(peat brick)'이라 불리는 작은 조각으로 잘라지는데, 이 형태가 화덕에 쌓기 좋고 연소 속도를 조절하기에 적합하기 때문이에요. 전통적인 증류소에서는 마스터 몰트맨이 손으로 직접 이 피트 브릭을 화덕에 쌓는 방식과 각도까지 세심하게 신경쓰죠. 마치 장작을 쌓는 캠핑 전문가처럼, 오랜 경험에서 비롯된 노하우가 필요한 작업이에요.

 

🧙‍♂️ 대대로 이어진 피트 커터의 지혜

 

피트 커팅하는 모습
피트 커팅하는 모습

 

피트 커팅은 단순한 기술이 아닌 세대를 거쳐 전수되는 기술이에요. 스코틀랜드의 오래된 위스키 가문에는 종종 '가족 비법'이라 할 수 있는 독특한 피트 채취와 건조 방식이 존재하기도 해요. 아일라 섬의 보모어(Bowmore) 증류소의 경우, 1779년 설립 이후 오랫동안 같은 가족들이 피트 커팅 기술을 담당해왔어요.

진정한 피트 장인들은 손으로 피트를 만져보는 것만으로도 그 질감과 수분 함량, 심지어 연소 시 어떤 향을 낼지까지 가늠할 수 있다고 해요. 스코틀랜드 위스키 저널에 실린 한 오래된 인터뷰에서 어느 경험 많은 피트 커터는 "피트는 살아있는 존재와 같아서, 그 성격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라고 설명했어요. 그는 단순히 피트의 겉모습이 아닌, 그 층위와 구성 성분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죠.

 

🏭 피트 화덕(kiln)의 구조와 원리

 

위스키 제조에서 가장 중요한 구조물 중 하나가 바로 '킬른(kiln)'이라 불리는 피트 화덕이에요. 전통적인 킬른은 그 모양이 마치 거대한 원뿔형 지붕의 집과도 같은데, 스코틀랜드 증류소의 상징적인 이미지가 되었죠. 이 '파고다(pagoda)' 형태의 지붕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연기의 흐름을 최적화하기 위한 공학적 설계예요.

 

다양한 킬른(kiln)
다양한 킬른(kiln)

 

킬른의 내부 구조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요. 가장 아래층에는 화격자가 있어 그 위에 피트가 놓이게 되고, 중간층에는 구멍이 뚫린 금속판 위에 발아된 보리(그린 몰트)가 펼쳐지며, 맨 위층은 연기가 모여 천천히 빠져나가는 공간이에요. 이런 구조는 피트의 연기가 보리를 골고루 훈연할 수 있도록 설계된 거예요.

 

킬른의 내부 구조
킬른의 내부 구조

 

켐벨타운(Campbeltown)의 스프링뱅크(Springbank) 증류소는 여전히 150년 이상된 전통적인 킬른을 사용하고 있어요. 그들의 킬른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벽돌과 석재에 피트 연기의 정수가 스며들어, 이제는 그 자체로 하나의 풍미 요소가 되었다고 해요. 마치 오래된 화로가 특별한 맛을 내는 것처럼 말이죠.

 

🔬 연소의 과학

 

피트가 타면서 일어나는 일은 단순한 연소가 아닌 복잡한 화학 반응의 연속이에요. 놀랍게도 피트 화덕에서의 연소는 매우 낮은 온도(처음에는 50-70°C)에서 시작해 점차 높아지는 불완전 연소 과정이에요. 이 과정에서 다양한 화합물들이 생성되며, 이 중 일부가 보리 맥아에 흡착되어 위스키의 특징적인 풍미를 만들어내게 돼요.

이 단계에서는 페놀 화합물(phenolic compounds)이 형성되는데, 이것이 바로 피트 위스키의 핵심 풍미 성분이 돼요. 흥미로운 점은 피트 연기에 노출되는 시간에 따라 몰트가 흡수하는 페놀의 양이 달라진다는 거예요. 일반적으로 몰트는 피트 화덕에서 약 20-30시간 동안 건조되는데, 연구에 따르면 보통 초기 단계에서 페놀 흡수가 더 활발하게 일어나요. 몰트의 수분 함량, 피트의 종류, 연소 온도 등 여러 요인에 따라 이 패턴이 달라질 수 있지만요. 라프로익(Laphroaig)같은 강렬한 피티 위스키의 경우 더 오랜 시간 노출시켜 더 많은 페놀을 흡수하게 하죠.

 

🎭 마스터 몰트맨의 철학과 기술

 

몰팅(malting)은 과학만큼이나 예술의 영역이에요. 마스터 몰트맨(master maltman)은 단순히 보리를 피트 연기에 노출시키는 것 이상의 기술을 가진 사람이죠. 그들은 마치 요리사가 불의 세기를 조절하듯 피트 연소의 온도와 속도를 정교하게 제어해요.

 


몰트맨
몰트맨

 

포트 엘렌 몰팅(Port Ellen Maltings)의 전설적인 마스터 몰트맨 이안 맥아더(Iain McArthur)는 5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인물이에요. 그는 "피트와 보리와 불은 대화하는 존재들이에요. 우리 몰트맨의 역할은 그저 그 대화를 잘 중재하는 것뿐이죠"라고 말했어요.

마스터 몰트맨은 바람의 방향과 세기, 날씨의 변화까지 고려해 피트 연소의 패턴을 조절해요. 습도가 높은 날에는 피트가 다르게 타기 때문에, 그에 맞춰 조정이 필요하죠. 이런 세심한 조절이 결국 위스키의 일관된 품질을 만들어내는 핵심이에요.

 

📜 피트 훈연 방식의 변화

 

수백 년 전, 위스키 제조가 시작되었을 때 피트 훈연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어요. 나무가 귀했던 스코틀랜드에서 보리를 말리기 위한 가장 실용적인 연료가 바로 피트였으니까요. 하지만 19세기 중반, 철도의 발달로 석탄이 쉽게 운송되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달라졌어요.

많은 로우랜드(Lowland)와 스페이사이드(Speyside) 증류소들은 석탄이나 코크스로 전환하면서 피트 훈연을 줄이거나 완전히 중단했어요. 반면 외딴 섬들의 증류소들은 전통적인 피트 방식을 유지했죠. 이것이 오늘날 지역별 위스키 스타일의 차이를 만든 중요한 요인 중 하나예요.

최근 몇 십 년간은 재미있는 반전이 일어났어요. 예전에는 피트 훈연이 단순한 필요에 의한 것이었다면, 이제는 하나의 예술적 선택이 된 거예요. 많은 스페이사이드 증류소들이 다시 피트 몰트를 실험하기 시작했고, 발베니(Balvenie)의 '피트 위크(Peat Week)', 글렌리벳(Glenlivet)의 '나두라 피티 위스키(Nadurra Peaty Whisky)' 같은 특별한 에디션들이 등장했죠.

 

🧩 증류소별 독특한 피트 활용법

 

각 증류소는 마치 요리사가 자신만의 레시피를 가지듯 독특한 피트 활용법을 가지고 있어요. 이런 차이가 각 위스키의 개성을 만들어내는 중요한 요소가 되죠.

아드벡(Ardbeg)은 아주 강하게 피트 훈연된 몰트(약 50-55ppm의 페놀 함량)를 사용하지만, 증류 과정에서 특별한 '퓨리파이어(purifier)'를 사용해 증기를 다시 응축시켜 더 순수하고 깨끗한 스피릿을 만들어내요. 이런 방식으로 강렬하면서도 복합적인 풍미의 균형을 이루는 것이죠.

라프로익(Laphroaig)은 자체 몰팅 플로어(malting floor)를 여전히 유지하는 몇 안 되는 증류소 중 하나예요. 그들은 자신들의 피트 중 일부에 바다에서 모은 해초를 섞는 독특한 방식을 사용한다고 알려져 있어요. 이런 해양성 영향이 라프로익 특유의 요오드와 약품 같은 향의 비결이라는 이야기가 있죠.

 

Hobbister Moor
Hobbister Moor

 

하이랜드 파크(Highland Park)는 증류소 근처의 Hobbister Moor에서 채취한 피트만을 고집해요. 이 피트는 나무가 거의 없고 헤더(heather)가 풍부한 것이 특징이에요. 또한 그들은 '롱 피팅(long peating)'이라 불리는 방식을 사용하는데, 이는 낮은 온도에서 더 오랜 시간 훈연하는 방식이에요. 이런 접근이 그들 위스키의 균형 잡힌 달콤함과 헤더향의 비결이죠.

 

🎨 몰팅의 미학

 

몰팅 과정에서 피트의 양과, 피트에 노출되는 시간, 그리고 이 둘의 관계는 마치 요리에서 향신료의 양과 익히는 시간을 조절하는 것과 비슷해요. 이 미세한 조절이 최종 위스키의 특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죠.

페놀 함량을 측정하는 단위인 'ppm(parts per million)'은 위스키가 얼마나 피티한지를 나타내는 지표예요. 무연 몰트는 일반적으로 0-1ppm, 가볍게 피트된 몰트는 5-15ppm, 중간 정도는 15-30ppm, 강한 피트 몰트는 30ppm 이상의 페놀 함량을 가져요. 아드벡이나 브루클래디의 오크토모어(Octomore)같은 '피트 몬스터'들은 100ppm이 넘는 수치를 자랑하기도 하죠.

 

floor malting
floor malting

 

하지만 단순히 높은 ppm만이 전부는 아니에요. 피트에 노출되는 패턴도 중요한 요소죠. 전통적인 '바닥 몰팅(floor malting)' 방식에서는 보리가 발아 과정 중에 정기적으로 뒤집어지는데, 이때 각 보리 알갱이가 피트 연기에 노출되는 정도가 달라져요. 이런 불균일함이 오히려 더 복합적인 풍미를 만들어내기도 하죠.

스프링뱅크(Springbank)처럼 여전히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하는 증류소에서는 이런 불균일함을 장점으로 활용해요. 그들의 '2.5번 증류' 방식과 함께, 이런 전통적 피트 훈연이 스프링뱅크만의 오일리하면서도 드라이한, 복합적인 특성을 만들어내는 비결이 된 거예요.

위스키를 한 모금 마실 때, 우리는 단순히 술을 마시는 것이 아니라 수천 년의 자연 역사와 수백 년의 인간 기술이 완벽하게 조화된 예술 작품을 경험하는 것이에요. 피트의 연기는 시간을 초월해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신비로운 다리가 되어, 매 순간 우리에게 대지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죠.

 

🔬 페놀 화합물과 피트향의 관계

 

피트 위스키의 영혼이라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페놀 화합물(phenolic compounds)'이에요. 이 화합물들은 피트가 연소되면서 생성되는 연기에 포함되어 있다가, 맥아에 흡착되어 위스키의 특징적인 향과 맛을 만들어내지요.

 

페놀 화합물 (출처 - sciencedirect.com)
페놀 화합물 (출처 - sciencedirect.com)

 

페놀 화합물은 단일 분자가 아니라 다양한 구조를 가진 분자들의 집합이에요. 이 중 위스키 풍미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주요 페놀 화합물들은 각각 독특한 특성을 가지고 있어요.

  • 구아이아콜(Guaiacol)은 훈제된 우디 향, 바닐라와 달콤한
  • 크레졸(Cresols)은 약간 약품 같은 향, 가죽, 그리고 스모키한
  • 시링올(Syringol)은 스모키한 향과 함께 향신료, 정향(clove)과 같은
  • 유제놀(Eugenol)은 정향과 같은 향을 가져 향신료와 약간의 쓴맛을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페놀 화합물들이 피트의 종류와 지역에 따라 다른 비율로 존재한다는 거예요. 예를 들어, 해안가에 형성된 피트는 해초와 같은 해양 식물의 영향으로 브롬화 페놀(bromophenols)이 더 많이 함유되어 있어요. 이 화합물이 바로 해안가 증류소의 위스키에서 느껴지는 요오드와 해산물 같은 향의 원천이지요.

 

📊 ppm의 의미와 측정 방법

 

위스키 애호가들 사이에서 자주 언급되는 'ppm'은 'parts per million'의 약자로, 맥아에 함유된 페놀 함량을 측정하는 단위예요. 정확히는 몰팅된 보리 1kg당 페놀의 밀리그램(mg) 수를 나타내죠.

ppm 측정은 일반적으로 두 단계에서 이루어져요. 첫째는 '그린 몰트(green malt)' 단계, 즉 피트 훈연 직후의 맥아에서 측정하는 것이고, 둘째는 최종 증류된 '뉴메이크 스피릿(new make spirit)' 단계에서 측정하는 거예요. 흥미로운 사실은, 증류 과정에서 상당량의 페놀이 사라진다는 것이에요. 예를 들어, 50ppm의 피티드 몰트가 증류 후에는 대략 15-20ppm 정도의 페놀만 남게 되지요.

측정 방법으로는 주로 '고성능 액체 크로마토그래피(HPLC)'나 '기체 크로마토그래피-질량 분석법(GC-MS)'이 사용돼요. 이 정교한 분석 기술을 통해 과학자들은 다양한 페놀 화합물의 정확한 농도를 측정할 수 있지요.

위스키의 피트 강도를 이해하기 위한 대략적인 ppm 범위로는, 무연 몰트의 경우 0-1ppm 정도로 글렌피딕이나 글렌리벳 같은 전통적인 스페이사이드 위스키가 여기에 해당해요. 가볍게 피트된 몰트는 5-15ppm 정도로 하이랜드 파크 12년 숙성이 이 범위에 속하죠. 중간 정도 피트된 몰트는 15-30ppm으로 탈리스커나 보모어가 대표적이며, 강하게 피트된 몰트는 30-50ppm 정도로 카올 일라나 라가불린이 있어요. 50ppm 이상은 매우 강하게 피트된 몰트로 아드벡이나 라프로익이 여기에 속하며, 100ppm 이상은 초강력 피트 몰트로 브룩래디 옥토모어 시리즈가 대표적이에요. 오크토모어는 다양한 버전이 출시되었는데, 일반적으로 167-208ppm 범위에 있으며 최대 258ppm까지 기록된 에디션도 있었어요. 최근에는 일부 에디션이 100ppm 이하로 출시되기도 했죠.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ppm 수치가 높다고 해서 반드시 더 스모키한 맛을 느끼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에요. 증류 과정, 숙성 방식, 다른 풍미 요소들의 균형 등 복합적인 요인들이 최종 위스키의 피트 강도 인식에 영향을 미치거든요.

 

🌱 피트 화학 구성의 지역적 차이

 

앞서 살펴본 지리적, 생태학적 차이는 피트의 화학적 구성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요. 이는 각 지역 피트의 구체적인 화학적 '지문'을 형성하는 요소가 되죠.

아일라 남부 지역(Port Ellen 인근)의 피트는 바다와 가까운 곳에서 형성되어 해초, 이끼, 헤더(heather)가 주로 구성되어 있어요. 이런 해양성 식물들이 분해되면서 특히 요오드, 브롬화합물, 그리고 황 화합물의 농도가 높아지게 돼요. 이것이 라프로익, 아드벡, 라가불린 같은 증류소의 위스키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약품향, 타르, 요오드, 해산물 같은 특성의 화학적 기반이에요.

아일라 북부 지역(Port Askaig 인근)은 좀 더 내륙에 가까운 이 지역의 피트는 더 많은 초본식물과 더 적은 해양성 영향을 받았어요. 그 결과 브롬화합물과 요오드 화합물은 적지만, 구아이아콜과 시링올 같은 페놀 화합물의 농도가 더 높아요. 이것이 카올 일라 같은 증류소의 위스키가 좀 더 달콤하고 과일향이 나는 피트 특성을 가지는 이유예요.

스카이 섬의 피트는 화산성 토양의 영향으로 미네랄 함량이 높아요. 특히 망간과 철의 농도가 높고, 이는 탈리스커 위스키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후추향과 메탈릭한 느낌의 화학적 배경이 돼요. 또한 이 지역 피트에는 소량의 바다 소금이 함유되어 있어, 약간의 염분기도 느껴지죠.

오크니 제도는 나무가 거의 없는 이 지역의 피트는 주로 헤더, 풀, 이끼로 구성되어 있어요. 헤더에는 특별한 페놀 화합물인 '헤더 이소프레노이드(heather isoprenoids)'가 함유되어 있는데, 이것이 하이랜드 파크 위스키의 달콤한 꿀향과 특유의 플로럴한 피트 특성을 만들어내는 비밀이에요.

흥미로운 연구에 따르면, 증류소가 사용하는 피트의 화학적 프로필을 분석하면 그 위스키의 출처를 높은 정확도로 식별할 수 있다고 해요. 마치 과학적인 지문 감식과도 같은 방법이죠.

 

🕰️ 숙성 과정에서 피트 향의 변화

 

피트 위스키의 여정은 증류가 끝나도 계속돼요. 오크통에서의 숙성 과정 동안 피트 향은 계속해서 변화하고 진화하지요. 이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페놀 화합물과 오크통 사이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살펴봐야 해요.

새로 증류된 피티 위스키(뉴메이크)는 날카롭고 강렬한 피트 향을 가지고 있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여러 화학적 변화가 일어나게 되죠. 오크통을 통해 들어오는 소량의 산소는 페놀 화합물과 반응해 새로운 화합물을 형성해요. 이 과정에서 날카로운 페놀향은 부드러워지고 더 복합적인 특성으로 발전하게 되죠. 또한 페놀 화합물이 알코올 및 유기산과 반응해 에스테르를 형성하는 '에스테르화(Esterification)' 과정도 일어나요. 에스테르는 과일향과 달콤한 향을 부여하므로, 이 반응은 피트의 스모키함에 과일과 달콤함의 레이어를 더해줘요.

오크통에서 용출되는 바닐린, 탄닌, 락톤 같은 화합물은 피트 화합물과 복합적인 관계를 형성해요. 예를 들어, 오크의 바닐린은 구아이아콜과 결합해 더 풍부하고 달콤한 훈연 특성을 만들어내죠.

이런 변화의 결과로, 오래 숙성된 피티 위스키는 일반적으로 더 균형 잡히고 복합적인 피트 특성을 보여줘요. 20-30년 숙성된 라프로익은 젊은 버전에 비해 훨씬 더 부드럽고, 약품향은 줄어들고 대신 꿀, 과일, 스파이스 노트가 더해진 복합적인 피트 특성을 보여주죠.

일부 오래 숙성된 피트 위스키에서는 처음에는 피트 향이 거의 느껴지지 않다가, 시간이 지나면서(잔에서 10-20분 후) 점차 피트 특성이 되살아나는 현상이 관찰되기도 해요. 이를 '숨겨진 피트(hidden peat)' 현상이라고 부르기도 하죠. 이는 숙성 과정에서 형성된 복합적인 방향족 화합물들이 산소와 만나면서 일어나는 현상으로 추정되고 있어요.

 

🌊 해안 숙성의 화학적 비밀

 

아일라나 스카이 같은 해안가 증류소에서 숙성된 위스키가 특별한 해양성 특성을 가지는 것은 단순한 마케팅이 아닌 과학적 현실이에요. 이런 특성이 발생하는 화학적 메커니즘을 살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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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근처에서 숙성되는 위스키가 지니는 해양성 특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연구가 진행 중이지만, 실제로 두 가지 주요 경로를 통해 해양성 특성을 얻는 것으로 여겨져요. 첫째로 해염 입자의 침투를 통해서예요. 거친 바다에서 발생한 미세한 바닷물 입자(에어로졸)는 공기 중에 부유하다가 오크통의 목재를 통해 천천히 위스키로 침투할 수 있어요. 이 입자에는 염화나트륨(소금)뿐만 아니라 마그네슘, 요오드, 아연 같은 다양한 미네랄이 포함되어 있어요. 아주 소량이지만, 이런 성분들이 위스키에 미묘한 염분과 미네랄 특성을 더해줄 가능성이 있죠.

둘째로는 공기 중 요오드 화합물의 영향이에요. 해조류가 분해될 때 대기 중으로 방출되는 유기 요오드 화합물(주로 메틸 요오드화물)이 오크통을 통해 위스키로 미세하게 침투할 가능성이 있어요. 이것이 해안가에서 숙성된 위스키에서 느껴지는 독특한 요오드와 약품 같은 향의 일부 원천일 수 있죠.

실제로 한 흥미로운 연구에서는 동일한 위스키를 다른 환경(해안가와 내륙)에서 숙성시켰을 때, 해안가에서 숙성된 위스키에서 나트륨, 마그네슘, 요오드 성분이 더 높게 검출됐다고 해요. 또한 이 위스키들은 맹검 테스트에서도 확연히 다른 풍미 프로필을 보여줬죠.

특히 풍랑이 거친 날씨가 많은 겨울철에 숙성이 더 활발하게 진행되는 'coastal maturation effect'도 관찰되었어요. 이런 날씨에는 더 많은 해염 입자가 대기 중에 부유하게 되고, 오크통의 팽창과 수축이 더 활발해져 위스키와 외부 환경 사이의 교환이 촉진되기 때문이죠.

이처럼 위스키 제조의 모든 단계는 과학과 예술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과정이에요. 페놀 화합물의 미세한 차이부터 바다의 영향까지, 이 모든 요소들이 함께 어우러져 우리가 사랑하는 피트 위스키의 복합적인 캐릭터를 형성하고 있답니다.

 

🌊 피트 위스키와 해산물의 조화

 

피트 위스키와 해산물, 왜 이 둘은 그토록 완벽한 짝이 되는 걸까요? 단순한 우연일까요, 아니면 그 배경에 과학적이고 문화적인 이유가 있을까요?

피트 위스키와 해산물이 잘 어울리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둘 다 바다에서 영향을 받은 존재라는 점이에요. 스코틀랜드의 대표적인 피트 위스키들은 대부분 해안가에 위치한 증류소에서 생산돼요. 아일라, 스카이, 오크니 같은 섬들은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죠. 이런 환경에서 피트는 해양성 특성을 품게 되고, 위스키도 숙성 과정에서 바다의 영향을 받게 돼요.

해산물 역시 마찬가지로 바다의 정수를 담고 있는 음식이에요. 이런 공통된 '해양성 DNA'가 두 음식 사이에 자연스러운 친화력을 만들어내는 거예요. 마치 오래된 친구들이 서로를 이해하는 것처럼, 피트 위스키와 해산물은 같은 언어로 대화하는 셈이죠.

아일라의 한 어부는 이렇게 말했어요.

 

"우리가 바다에서 고기잡이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라프로익 한 잔을 마실 때면, 그것은 단순한 위스키가 아니라 우리가 방금 경험한 바다의 연장선처럼 느껴져요. 그래서 신선한 생선과 함께 먹으면 마치 바다의 완벽한 순환을 경험하는 것 같죠."

 

🧪 요오드와 미네랄의 대화

 

피트 위스키와 해산물의 조화는 감성적인 이유를 넘어 과학적으로도 설명할 수 있어요. 둘 다 비슷한 화학적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피트 위스키, 특히 아일라나 스카이 섬의 위스키에서 느껴지는 요오드와 약품 같은 향은 바다 근처에서 자란 해조류와 식물이 피트에 포함된 결과예요. 이 요오드 화합물은 해산물, 특히 굴, 홍합, 조개류에서도 발견되는 성분이에요. 이러한 화학적 유사성이 두 음식을 함께 먹을 때 '향의 다리(flavor bridge)'를 만들어, 서로의 맛을 보완하고 강화시켜 주는 거예요.

또한 미네랄 성분에서도 유사성을 찾을 수 있어요. 해안가 증류소의 위스키에는 소금기와 미네랄 풍미가 있는데, 이는 해산물의 자연스러운 염분 및 미네랄과 잘 어울리죠. 서로가 서로의 맛을 '마스킹(masking)'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공명 하듯 증폭시키는 효과가 있어요.

식품 과학 전문가들은 피트 위스키와 해산물의 페어링은 대조의 조화가 아니라 상호 증폭의 페어링이라고 설명해요.

 

"같은 노래의 서로 다른 하모니를 부른다고 볼 수 있죠."

 

🔥 스모키한 특성이 끌어올리는 해산물의 단맛

 

피트 위스키의 스모키한 특성은 해산물의 자연스러운 단맛과 놀라운 대비를 이루며 서로를 끌어올려요. 이런 대비적 페어링(contrasting pairing)은 각 음식의 특성을 더 두드러지게 만들어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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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스모키한 아드벡이나 라프로익을 신선한 굴과 함께 즐기면, 위스키의 강렬한 피트 향과 연기 맛이 굴의 미묘한 단맛과 크리미한 질감을 놀랍게 강조해 주는 경험을 할 수 있어요. 마치 어두운 배경이 밝은 색을 더 빛나게 하는 것처럼, 위스키의 강렬함이 해산물의 섬세함을 더 잘 감지하게 해주는 거예요.

또한 위스키의 알코올은 해산물의 지방을 녹여 풍미를 더 잘 전달하는 역할도 해요. 특히 지방이 풍부한 연어나 참치 같은 생선과 피트 위스키의 조합에서 이런 효과를 더 잘 느낄 수 있죠.

유명 요리 전문가들은 이렇게 설명해요.

 

"연어를 훈제 할 때 우리는 연기로 생선의 맛을 깊게 하지만, 피트 위스키와 신선한 연어를 함께 먹으면 유사한 효과를 경험할 수 있어요. 위스키의 스모키함이 마치 연어 주변에 '가상의 연기'를 만들어내는 것 같죠."

 

🌿 역사가 만든 자연스러운 궁합

 

피트 위스키와 해산물의 조화는 화학적 이유를 넘어, 스코틀랜드 해안 지역의 생활 방식과 역사에서도 찾을 수 있어요. 수세기 동안 스코틀랜드의 섬 주민들은 바다에서 식량을 얻고, 피트를 연료로 사용해왔죠. 이런 환경에서 위스키와 해산물은 자연스럽게 일상의 일부가 되었고, 함께 즐기는 문화가 발전했어요.

또한 '테루아(terroir)'의 관점에서 보면, 같은 지역에서 생산된 음식들이 잘 어울리는 경향이 있어요. 같은 공기, 같은 물, 같은 흙에서 나온 음식들은 서로 조화로운 맛을 가지고 있죠. 아일라 섬의 위스키와 아일라 해안에서 잡힌 해산물은 같은 환경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어울릴 수밖에 없는 거예요.

스코틀랜드의 음식 역사 연구가들은 "위스키와 해산물의 페어링은 단순한 미식적 발견이 아니라, 스코틀랜드 해안 문화의 자연스러운 진화"라고 설명해요. 수세기 동안 스코틀랜드 사람들은 이미 이런 조합을 즐겨왔어요. 현대의 미식가들은 그저 그것을 재발견한 것뿐이죠.

 

🦪 피트 위스키와 어울리는 해산물

 

피트 위스키와 특히 잘 어울리는 해산물들을 몇 가지 살펴볼까요?

 

굴과 아드벡
굴과 아드벡

 

굴과 아일라 위스키: 신선한 굴의 미묘한 바다 향과 크리미한 질감은 라프로익이나 아드벡 같은 강한 피트 위스키와 놀라운 조화를 이뤄요. 굴의 염분과 위스키의 요오드 향이 서로를 완벽하게 보완하죠. 특히 굴을 한 입 먹고 위스키를 천천히 음미하면, 입 안에서 바다의 폭발적인 향연이 펼쳐져요.

훈제 연어와 스카이 위스키: 부드러운 훈제 연어의 기름진 질감과 달콤한 스모키함은 탈리스커 같은 스카이 섬의 위스키와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해요. 연어의 훈제향과 위스키의 피트 향이 서로 대화하듯 어우러지고, 위스키의 후추 같은 느낌이 연어의 풍미를 한층 끌어올려 주죠.

 

가리비와 하이랜드 파크
가리비와 하이랜드 파크

 

가리비와 하이랜드 파크: 달콤한 가리비는 오크니의 하이랜드 파크 같은 부드러운 피트 위스키와 잘 어울려요. 가리비를 살짝 구워 카라멜화하면 위스키의 헤더 꿀 향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죠. 위스키의 달콤한 스모키함이 가리비의 자연스러운 단맛을 끌어올려, 놀랍도록 세련된 맛의 경험을 선사해요.

랍스터와 보모어: 럭셔리한 랍스터의 달콤하고 기름진 맛은 보모어 같은 균형 잡힌 피트 위스키와 완벽한 파트너가 돼요. 특히 버터에 살짝 구운 랍스터 꼬리와 보모어 18년 숙성을 함께 즐기면, 두 음식의 고급스러움이 서로를 더욱 빛나게 만들어주죠. 위스키의 바닐라와 시트러스 노트가 랍스터의 단맛을 보완하고, 피트의 스모키함이 복합적인 여운을 더해줘요.

구운 홍합과 킬호만: 신선한 홍합을 화이트 와인과 허브로 조리하고 킬호만의 젊고 활기찬 피트 위스키를 곁들이면, 바다의 깊은 맛과 땅의 거친 향이 만나 특별한 경험을 선사해요. 홍합의 짭조름한 국물이 위스키의 미네랄 특성과 하모니를 이루죠.

피트 위스키와 해산물의 페어링은 단순한 음식과 음료의 조합을 넘어 하나의 문화적, 감각적 여행이에요. 그것은 스코틀랜드의 역사, 지리, 그리고 전통이 우리의 미각을 통해 표현되는 방식이죠.

바다의 싱그러움과 불의 강렬함이 만나 만들어내는 이 독특한 하모니를 통해, 우리는 자연의 근본적인 원소들이 어떻게 서로 대화하고 조화를 이루는지 느낄 수 있어요. 다음에 피트 위스키 한 잔을 즐길 기회가 있다면, 신선한 해산물 한 접시와 함께 시도해보세요. 틀림없이 여러분의 미각에 새로운 차원의 경험을 선사할 거예요.

 

💧 생명의 보고, 피트랜드 보존의 중요성

 

피트보그(이탄습지)는 단순한 위스키 생산의 원료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어요. 이들은 지구상에서 가장 효율적인 탄소 저장고 중 하나이며, 독특한 생물다양성의 보고이기도 하죠. 놀랍게도, 전 세계 피트랜드는 비록 지구 육지 면적의 3%에 불과하지만, 전체 토양 탄소의 약 30%를 저장하고 있어요. 이는 모든 숲이 저장하는 양의 두 배가 넘는 수치죠.

스코틀랜드의 피트랜드는 특히 중요한 생태계로, 희귀한 식물과 조류의 서식지이자 깨끗한 물의 원천이기도 해요. 더불어 스코틀랜드의 문화적 유산의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죠. 그러나 기후 변화와 인간 활동으로 인해 이런 피트랜드가 위협받고 있어요.

스코틀랜드 자연유산(NatureScot)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스코틀랜드 피트랜드의 약 80%가 손상된 상태라고 해요. 손상된 피트랜드는 탄소를 저장하는 대신 대기 중으로 방출하게 되죠. 이는 기후 변화를 가속화하는 악순환을 만들어낼 수 있어요.

이런 이유로 많은 증류소들이 피트랜드 보존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기 시작했어요. 여러 주요 위스키 기업들은 지속 가능한 피트 사용 이니셔티브에 투자하고 있으며, 스코틀랜드 위스키 협회(SWA)는 회원사들이 2030년까지 피트 사용에 있어 완전한 지속 가능성을 달성하도록 하는 목표를 설정했죠.

 

🔄 지속 가능한 피트 채취 방식

 

전통적으로 피트는 태우기 위해 채취 했지만, 현대의 관점에서는 이런 방식이 지속 가능하지 않을 수 있어요. 그렇다고 피트 사용을 완전히 포기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은 아니죠. 많은 증류소들이 책임감 있게 피트를 관리하고 있어요.

핵심은 피트가 자연적으로 재생될 수 있는 속도를 감안해 채취하는 것이에요. 피트는 매년 약 1mm 정도 성장하므로, 채취 깊이와 면적을 제한하고 채취 후 지역을 적절히 관리하면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사용이 가능해요.

하이랜드 파크(Highland Park)는 오크니의 호비스터 보그(Hobbister Bog)에서 피트를 채취할 때 이런 원칙을 따르고 있어요. 그들은 피트의 상층부만 조심스럽게 제거하고, 채취 후 지역을 복원해 재생이 가능하도록 해요. 또한 채취 지역을 순환시켜 한 지역이 다시 피트를 형성할 충분한 시간을 갖도록 하고 있죠.

브루클래디(Bruichladdich)의 접근법은 조금 다른데, 그들은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관리된 지역의 피트만을 사용하는 방침을 가지고 있어요. 이들은 지역 소싱과 전통적 방식을 중시하면서도 환경적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죠. 이런 접근법은 피트의 품질뿐만 아니라 생물다양성 보존에도 도움이 돼요.

 

🧠 대체 피트 기술과 혁신적 접근법

 

일부 증류소들은 한 걸음 더 나아가, 피트의 사용을 줄이거나 대체하면서도 그 특별한 풍미를 유지할 수 있는 혁신적인 방법을 탐구하고 있어요.

가장 흥미로운 접근법 중 하나는 '인공 피트(synthetic peat)' 또는 '대체 스모킹(alternative smoking)' 기술이에요. 예를 들어 일부 연구자들은 피트의 주요 향미 성분인 페놀 화합물을 분석해,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이를 재현하려고 시도하고 있어요. 이런 합성 페놀 화합물을 몰팅 과정에 적용해 피트 위스키의 풍미를 모방하는 것이죠.

또 다른 접근법은 '하이브리드 스모킹(hybrid smoking)'이라 불리는 방식이에요. 이는 적은 양의 피트와 다른 지속 가능한 스모킹 재료(예: 특정 나무나 허브)를 혼합해 사용하는 방식이에요. 피트의 사용량을 줄이면서도 독특한 특성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죠.

스웨덴의 Mackmyra 증류소는 흥미로운 실험을 하고 있는데, 그들은 주니퍼 나무와 참나무를 사용해 보리를 훈연시키는 방법을 개발했어요. 이는 전통적인 피트 훈연과는 다른 풍미 프로필을 만들어내지만, 스모키한 특성을 가진 위스키를 생산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대안이 될 수 있어요.

또한 일부 증류소들은 '엑셀러레이티드 에이징(accelerated aging)' 기술을 탐구하고 있어요. 이 기술은 위스키의 숙성 과정을 가속화해, 같은 양의 피트 위스키로 더 많은 제품을 생산할 수 있게 해주죠. 이런 방식으로 피트의 사용 효율성을 높일 수 있어요.

 

🥃 마치며

 

지금까지 수천 년의 시간이 만들어낸 대지의 정수, 불의 언어로 표현된 장인의 예술, 그리고 글라스에 담긴 그 복합적인 향기의 화학까지, 우리는 피트가 품은 다양한 측면을 알아봤어요.

피트는 단순한 연료가 아니라 스코틀랜드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자연이 응축된 살아있는 이야기예요. 매 한 모금의 피트 위스키에는 바람에 흔들리던 헤더 꽃의 향기, 바다의 짠 기운, 오래된 피트보그의 신비로운 역사가 모두 담겨 있지요. 이런 복합적인 이야기를 이해할 때, 우리는 단순히 위스키를 마시는 것이 아니라 한 지역의 영혼과 시간을 경험하게 돼요.

피트 위스키 한 잔을 즐기실 때, 잠시 시간을 내어 그 글라스 속에 담긴 깊은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세요. 느릿하게 돌아가는 시간 속에서 피트의 연기가 천천히 피어오르며 들려주는 속삭임을, 그리고 대지와 불과 시간이 만들어낸 그 신비로운 조화를 음미해 보시길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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