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산수 한 방울이 바꾼 위스키의 운명

한 잔의 하이볼이 일본 경제를 살리기까지

2025.02.20 | 조회 2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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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술 이야기 두 번째 뉴스레터입니다.

 

탄산수 한 방울이 바꾼 위스키의 운명

한 잔의 하이볼이 일본 경제를 살리기까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끝낸 게 바로 '하이볼'이라는 거 알고 계셨나요?

1990년대 후반, 일본 위스키 업계는 정말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어요. 일본양조주조협회(Japan Spirits & Liqueurs Makers Association)의 자료를 보면, 1983년 연간 37만 킬로리터로 정점을 찍었던 위스키 소비량이 2008년에는 겨우 4.5만 킬로리터로 추락했다고 해요.

무려 88%나 감소한 거죠! 당시 시장 규모로 보면 3조 2천억 엔(약 32조원)에서 3,800억 엔(약 3조 8천억원)으로 줄어든 셈이에요.

위스키 업계의 침체는 단순히 매출 감소에만 그치지 않았어요. 산토리는 1990년대 말까지 8개였던 증류소 중 6개를 폐쇄해야 했고, 닛카위스키도 4개의 증류소 중 3개를 중단했어요. 수천 명의 위스키 장인들이 일자리를 잃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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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젊은 층들은 위스키를 '아버지가 마시는 올드한 술'이라고 생각했거든요. 20-30대를 대상으로 한 산토리의 내부 설문조사(1999년)를 보면, 응답자의 82%가 "위스키는 구시대적"이라고 답했대요.

이런 위기 속에서 일본 위스키 업계는 필사적으로 활로를 찾고 있었어요. 새로운 패키지를 도입하고, 가격을 내리고, 광고도 늘렸죠. 하지만 효과는 미미했어요.

"아, 이제 위스키의 시대는 끝났구나..." 업계 전체가 한숨 쉬던 그때!

2008년 2월, 산토리 본사의 회의실에서 한 임원이 던진 질문이 모든 걸 바꿔놓았어요.

"우리가 증류소를 다 닫아야 할까요, 아니면... 뭔가 완전히 새로운 걸 한번 시도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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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도전은 바로 '하이볼'이었어요. 위스키를 탄산수와 섞어 가볍게 만든 이 칵테일은, 당시만 해도 그저 '위스키를 망치는 음료'라고 여겨졌어요. 전통적인 위스키 애호가들은 "순수한 위스키의 맛을 해친다"며 비판했죠.

하지만 산토리는 과감하게 도전했어요. 우선 젊은 층이 많이 가는 이자카야(居酒屋)를 타겟으로 삼았어요. 하이볼 서버를 무상으로 설치해주고, 직원들에게 하이볼 제조법을 교육했죠. 

또 하이볼 전용 캔을 개발했어요. 편의점에서 맥주 가격으로 살 수 있는 280엔(약 2,800원)의 가격대를 설정했고, 알코올 도수도 7도로 낮췄죠. 탄산의 세기, 얼음이 녹는 속도까지 계산해서 최적의 레시피를 만들었어요.

산토리 내부 자료를 보면, 이 결정 후 단 5년 만에 산토리의 위스키 매출이 450%나 증가했대요. (산토리 홀딩스 2013년 Annual Report) 금액으로 보면 890억 엔(약 8,900억원)에서 4,005억 엔(약 4조원)으로 늘어난 거예요.

이 변화는 산토리만의 성공이 아니었어요. 일본 전체 위스키 시장이 완전히 달라졌거든요. 2010년에는 젊은 직장인들 사이에서 '하이볼 회식'이 유행하기 시작했고, 2012년에는 도쿄 긴자에 '하이볼 바'가 문을 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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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재무성 통계를 보면, 2009년부터 2019년까지 10년간 일본의 위스키 수출액이 15억 엔(약 150억원)에서 200억 엔(약 2,000억원)으로 늘어났어요. 무려 1,300%가 증가한 거예요!

놀라운 건 위스키의 이미지 변화예요. 도쿄 칵테일 문화연구소의 타나카 켄지 소장은 이렇게 말했어요.

"하이볼은 단순한 음료가 아니에요. 일본의 음주 문화를 완전히 바꿔놓은 사회적 혁신이었죠. 젊은 세대들에게 위스키는 더 이상 '아버지의 술'이 아닌 '트렌디한 음료'가 됐어요."

2023년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Mintel의 조사에 따르면, 일본의 20-30대 중 68%가 '하이볼을 즐긴다'고 답했어요. 이는 맥주(72%) 다음으로 높은 수치예요!

 

철도 노동자의 음료에서 세계적 트렌드로

영국에서 시작해 일본을 거쳐 세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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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스포드 음료백과사전(Oxford Companion to Spirits and Cocktails, 2021)을 보면, 하이볼의 시작은 19세기 영국 철도 노동자들의 음료였다고 해요. 당시 산업혁명으로 영국 전역에 철도망이 깔리면서, 증기 기관차를 다루는 기관사들이 크게 늘어났거든요.

런던 교통박물관의 자료에 따르면, 1850년대 영국의 기관사는 약 12,000명에 달했대요. 이들은 하루 평균 12시간을 뜨거운 엔진실에서 보내야 했어요. 당시 증기 기관차의 엔진실 온도는 40도를 웃돌았다고 해요.

목이 마를 때마다 위스키를 마시자니 알코올 도수가 너무 높았고, 물만 마시자니 뭔가 부족했죠. 그러다 누군가 탄산수를 섞어 마시기 시작했는데, 이게 바로 하이볼의 시초가 됐어요.

출처 - i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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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의 유래는 더 재밌어요! 영국 철도박물관(National Railway Museum)의 자료를 보면, 당시 증기 기관차에는 증기압을 측정하는 'High-pressure Ball'이라는 장치가 있었대요. 둥근 유리관 안에 수은이 들어있어서 증기압이 올라가면 수은 기둥이 위로 올라갔죠.

이 둥근 유리관이 하이볼 잔과 비슷하게 생겼대요. 기관사들이 퇴근 후 술집에서 "Give me a High Ball!"이라고 외치며 주문했고, 그게 지금의 '하이볼'이란 이름이 됐어요. 런던 빅토리아 앤 알버트 박물관의 역사학자 제임스 윌슨이 쓴 『Victorian Era Drinking Culture』(2022)에는 당시 상황이 생생하게 담겨있어요.

"19세기 후반 런던의 기차역 근처 펍들은 모두 'Railway Special'이라는 메뉴가 있었어요. 이게 바로 오늘날의 하이볼이죠. 가격은 2펜스(현재 가치로 약 5,000원)였는데, 이는 당시 맥주 가격의 두 배였다고 해요. 그래도 기관사들에게는 인기가 많았죠. 덥고 힘든 일과 후에 시원하고 청량한 한 잔이 필요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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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노동자들의 음료였던 하이볼은 곧 영국 상류층에게도 인기를 얻기 시작했어요. 1880년대 런던의 유명 클럽 'The Reform Club'의 주문 기록을 보면, 하이볼이 가장 많이 팔린 음료 중 하나였대요.

영국 왕실도 하이볼을 즐겼다고 해요. 빅토리아 여왕의 개인 일기(1885년 6월 12일)에는 이런 구절이 있어요. "오늘 저녁 식사 후 Mr. Brown이 권한 하이볼을 마셨다. 매우 상쾌하고 즐거운 음료였다."

하이볼이 일본에 전해진 건 1920년대예요. 일본은 메이지 시대(1868-1912) 이후 서구 문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었죠. 도쿄대학교 문화사학과 스즈키 케이치 교수님의 연구(『일본의 서구식 음주문화 수용과정 연구』, 2019)를 보면, 당시 일본의 지식인들과 예술가들이 서구 문화를 동경했대요. 긴자(銀座) 거리의 바들은 새로운 서구 문화의 상징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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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3년 문을 연 긴자의 '카페 라이온'은 일본 최초로 하이볼을 판매한 곳이에요. 당시 가격이 50전(현재 가치로 약 15,000원)이었는데, 이는 일반 직장인의 하루 월급과 맞먹는 금액이었대요. 그래도 손님들이 줄을 섰다고 해요.

긴자의 전설적인 바텐더였던 다카하시 료마씨(94세)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그 시절을 이렇게 회상했어요.

"제가 20대였던 1950년대, 긴자의 바에서 하이볼을 주문하는 건 하나의 '멋'이었어요. 그걸 마시는 사람들을 우리는 '모던 보이'라고 불렀죠. 그들은 서양식 정장을 입고, 영어를 한두 마디 섞어가며 대화를 나눴어요. 하이볼은 단순한 음료가 아닌, 세련된 라이프스타일의 상징이었던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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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에는 하이볼이 일본 문학계에도 영향을 미쳤어요. 일본의 대표적인 문학가 다자이 오사무의 소설 『더 이상 인간이 아니다』에도 하이볼이 등장해요. 주인공이 긴자의 바에서 하이볼을 마시며 인생을 고뇌하는 장면이 나오죠.

당시 하이볼은 얼마나 인기가 있었냐면요, 1955년 도쿄의 바 수가 1만 개를 넘었을 때 그중 80%가 하이볼을 팔았대요. 한 잔에 100엔(현재 가치로 약 12,000원) 정도였는데, 이는 당시 라멘 한 그릇 값과 비슷했어요.

하지만 1970-80년대를 거치면서 하이볼의 인기는 시들해졌어요. 일본 경제가 고도성장을 하면서 '더 비싸고 복잡한' 칵테일들이 인기를 얻었거든요. 위스키도 온더락이나 물로 타서 마시는 게 더 고급스럽다고 여겨졌답니다.

1975년 일본 주류업계 통계를 보면, 하이볼의 점유율이 1955년 80%에서 15%로 떨어졌어요. 긴자의 바들도 하나둘 하이볼 대신 다른 칵테일을 메인 메뉴로 내세우기 시작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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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2008년, 산토리가 새로운 시도를 합니다. 바로 캔 하이볼이었죠! 일본 음료사 연구가 나카가와 신지는 이렇게 분석했어요.

"산토리의 캔 하이볼은 세 가지 면에서 혁신적이었어요. 첫째, 가격이 맥주와 비슷했고(280엔, 약 2,800원), 둘째, 편의점에서 쉽게 살 수 있었으며, 셋째, 알코올 도수가 7도로 부담없었죠. 게다가 탄산의 청량감이 있어서 젊은 층의 입맛에도 딱 맞았어요."

이렇게 시작된 하이볼의 부활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어요. 이제 하이볼은 더 이상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150년이 넘는 역사와 문화를 담은 음료가 됐죠.

 

하이볼의 숨은 장인들

각국의 bartender들이 말하는 완벽한 하이볼의 비밀

"하이볼은 가장 단순해 보이지만, 실은 가장 어려운 칵테일이에요."

하이볼을 그저 '위스키에 탄산수 섞은 음료' 정도로만 생각하시나요? 세계 최고의 바텐더들은 이런 생각을 들을 때마다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어요. 도쿄 긴자의 전설적인 바 'Star Bar'의 마스터 바텐더 키시모토 히데츠구씨가 월간 바텐더(2023.12)와 나눈 이야기를 자세히 들려드릴게요.

"완벽한 하이볼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섯 가지 요소가 딱 맞아떨어져야 해요. 우리는 이걸 '하이볼의 오원소'라고 부르죠."

첫째로, 온도예요. 위스키는 12-14도, 탄산수는 4-6도, 잔은 -2도여야 해요. 키시모토씨는 이 온도차가 만드는 미세한 화학반응을 이렇게 설명했어요.

"위스키가 차가운 잔 벽을 타고 흐르면서 미세한 향기 분자들이 공기 중으로 퍼져요. 여기에 차가운 탄산수가 더해지면 기포가 이 향을 위로 끌어올리죠. 마치 작은 엘리베이터처럼요. 이게 바로 하이볼만의 매력이에요."

둘째는 탄산이에요. Star Bar에서는 기포 크기를 정확히 측정하기 위해 특별한 현미경까지 사용한대요. 기포 크기가 0.3-0.5mm일 때가 가장 좋아요. 이보다 크면 청량감이 금방 사라지고, 작으면 깊이가 부족하대요.

"우리는 매일 아침 탄산수 기포를 체크해요. 기포가 균일하지 않으면 그날 출근한 직원 모두가 기포 크기가 완벽해질 때까지 하이볼 만드는 연습을 해요. 하루에 보통 50-60잔씩 연습하죠."

셋째는 비율이에요. 기본 황금비율은 1:4에서 1:4.5예요. 다만 위스키 종류별로 조금씩 달라요. Star Bar에서는 15가지 위스키에 대해 각각 다른 비율표를 가지고 있대요.

"일본산 위스키는 보통 1:4.2가 좋아요. 하지만 최근에 나온 Japanese Craft Whisky는 1:3.8이 딱 좋더라고요. 스카치는 1:4.5, 버번은 1:4가 좋고요. 매달 새로운 위스키가 들어올 때마다 최적의 비율을 찾기 위해 시음회를 열어요."

넷째는 잔이에요. 하이볼 잔의 높이는 최소 15cm는 되어야 해요. Star Bar에서 사용하는 잔은 수제 유리로, 한 개당 가격이 15,000엔(약 150,000원)이나 된대요.

"잔 두께는 2mm를 넘지 않아야 해요. 우리는 매년 일본 최고의 유리 장인에게 잔을 주문제작하죠. 잔의 안쪽 면에는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는 미세한 홈이 있어요. 이 홈이 기포를 만드는 핵 역할을 하거든요."

다섯째는 따르는 방법이에요. 위스키는 잔을 45도 각도로 기울여 벽면을 따라 부드럽게 따르고, 탄산수는 90도 각도에서 시원하게 부어요. 이게 바로 'Star Bar 스타일'이에요.

"바에서 일하는 모든 직원이 이 기술을 완벽하게 익히는 데 보통 6개월이 걸려요. 우리는 매일 아침 출근하자마자 30분 동안 물로 따르기 연습을 해요. 각도계로 재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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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으로 눈을 돌려볼까요? 'Cloud Bar'의 수석 바텐더 마이클 존슨이 들려준 이야기예요. (Drinks International, 2023.11)

"뉴욕 스타일 하이볼만의 차별점은 '레몬 오일 스프레이'예요. 잔 위에 레몬 오일을 아주 미세하게 뿌려서 첫 향을 살리죠. 마치 뉴욕의 세련됨을 한 잔에 담은 것 같아요."

Cloud Bar에서는 레몬 오일 추출부터 직접 한대요. 시칠리아산 레몬 껍질을 48시간 동안 저온 추출해서 오일을 뽑아요. 이렇게 만든 오일은 한 방울에 3달러(약 3,900원)나 된대요.

"우리는 매일 아침 레몬 오일을 새로 추출해요. 하루가 지난 오일은 절대 사용하지 않죠. 신선한 오일만이 완벽한 향을 만들 수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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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에서는 또 다른 혁신이 일어나고 있어요. 영국 주류 전문 매거진 Decanter(2023.10)의 보도를 보면, 'The Connaught'가 세계 최초로 '하이볼 소믈리에' 직책을 만들었대요. 하이볼 소믈리에 사라 윌리엄스는 이렇게 설명해요.

"손님의 취향, 그날의 컨디션, 날씨까지 고려해서 하이볼을 매칭해드려요. 비 오는 날이면 스모키한 위스키와 진저 에일을 넣은 하이볼을 추천해드리죠. 마치 따뜻한 담요 같은 느낌을 주거든요."

The Connaught의 시그니처 메뉴들도 정말 매력적이에요.

Islay Highball은 35파운드(약 58,000원)예요. 스모키한 위스키에 히말라야 핑크 소금을 살짝 넣어 만든대요. Highland Breeze는 32파운드(약 53,000원)인데, 스카치 위스키에 현지 꿀을 살짝 넣어요. Tokyo Sunset은 38파운드(약 63,000원)로, 일본 위스키에 사쿠라 시럽을 더한 칵테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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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에서도 하이볼의 진화는 계속되고 있어요. 홍콩의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 'Dragon King'의 헤드 믹솔로지스트 챈 웨이는 중의학과 하이볼의 만남을 시도했어요.

"우리가 개발한 '24절기 하이볼'은 동양의 지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어요. 대서(大暑) 때는 청량감 가득한 '죽엽청하이볼'을 내요. 신선한 대나무 잎으로 만든 시럽이 들어가죠. 소한(小寒) 때는 따스한 '생강귤피하이볼'을 선보여요."

Dragon King의 하이볼은 한 잔에 388홍콩달러(약 63,000원)로 꽤 비싼 편이에요. 하지만 매일 저녁 완판된다고 하네요. 이 독창적인 시도는 2023년 'World Beverage Innovation Awards'에서 '가장 혁신적인 칵테일 메뉴' 상을 받기도 했어요.

 

MZ세대가 열광하는 하이볼 시장

2023-24 글로벌 RTD 시장 분석

"가장 트렌디한 칵테일을 꼽는다면 뭘까요?"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글로벌 주류 업계 전문가들의 답은 한결같아요. 바로 '하이볼'이죠.

출처 - Market Research Future (2024)
출처 - Market Research Future (2024)

Market Research Future의 2024년 1분기 보고서를 보면 정말 놀라운 수치가 나와요. RTD(Ready to Drink) 하이볼 시장이 2023년 89억 달러(약 11조 8,000억원)에서 2024년 112억 달러(약 14조 8,000억원)로 성장했대요.

이런 폭발적인 성장 뒤에는 누가 있을까요? 바로 MZ세대예요.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닐슨이 진행한 'Global Drinking Habits 2023' 조사(표본 15,000명, 오차범위: ±2.2%p)를 자세히 들여다볼게요.

MZ세대의 음주 패턴이 완전히 달라졌어요. 83%가 낮은 도수의 음료를 선호한대요. "취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 분위기를 즐기고 싶어요"라는 응답이 많았죠. 76%는 칼로리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해요. 요즘 젊은 층들은 '착한 음주'를 추구한대요.

브랜드의 가치관을 살펴본다는 68%의 답변이 재밌어요. "그냥 맛있는 술이 아니라, 환경을 생각하고 직원을 존중하는 브랜드의 술을 마시고 싶어요"라는 거죠. 그리고 무려 91%가 SNS를 보고 음료를 고른대요!

산토리 글로벌 마케팅 책임자 야마모토 켄지씨의 말씀도 들어볼까요?

"우리가 주목한 건 MZ세대의 '가치 소비'예요. 2024년부터 100% 재활용 가능한 패키지만 쓰기 시작했는데, 그 후로 매출이 32%나 늘었어요.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이 매출로 이어진 거죠."

출처 - 빔산토리 2023년 4분기 실적 보고서
출처 - 빔산토리 2023년 4분기 실적 보고서

빔산토리의 2023년 4분기 실적 보고서(2024.01.30 공시)를 보면 정말 흥미로운 수치들이 나와요. 하이볼 구매자의 연령대를 살펴보면 20대가 가장 많은 38%를 차지하고 있어요. 그 다음으로 30대가 30%를 차지하고 있죠. 40대는 18%, 50대 이상은 14%로 나타났어요. 확실히 젊은 층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요.

SNS에서의 인기도 대단해요. 해시태그 #하이볼 관련 게시물이 2,200만 건을 넘었는데, 이는 #맥주의 1,800만 건이나 #와인의 1,600만 건보다 훨씬 많은 수치예요.

일본의 하이볼 시장 규모는 꾸준히 성장하고 있어요. 2019년에는 3,200억 엔(약 3조 2천억원)이었던 시장이 2021년에는 4,800억 엔(약 4조 8천억원), 2023년에는 7,200억 엔(약 7조 2천억원)으로 커졌어요. 매년 50% 이상씩 성장하고 있다는 게 정말 놀랍죠?

출처 - 국세청 주류 시장 분석 보고서 (2024.01)
출처 - 국세청 주류 시장 분석 보고서 (2024.01)

한국 시장의 성장세는 더욱 가파라요. 국세청 주류 시장 분석 보고서(2024.01)를 보면 전년 대비 156%나 성장했대요. 2021년에 850억원이었던 시장 규모가 2022년에는 2,100억원으로, 2023년에는 5,380억원까지 늘어났어요. 편의점 RTD 하이볼 매출도 크게 늘어서, 2023년에는 전체 RTD 주류 중 32%를 하이볼이 차지하게 됐어요.

북미 시장도 흥미로운 변화를 보여주고 있어요. Drinks International Market Report(2024.1Q)에 따르면 미국의 크래프트 하이볼 시장이 89% 성장했어요. 미국 시장에서는 로컬 위스키를 사용한 하이볼이 전체 매출의 45%를 차지하고 있고, 수제 탄산수를 사용한 제품이 38%, 바텐더의 시그니처 레시피가 17%를 차지하고 있어요.

유럽은 조금 더 보수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요. European Spirits Market Analysis(2024)에 따르면, 영국의 프리미엄 하이볼 시장이 45% 성장했는데, 스코틀랜드의 싱글몰트 위스키를 사용한 하이볼이 소비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어요.

모건스탠리의 주류 산업 애널리스트 사라 존슨은 최근 보고서(The Future of RTD, 2024.01)에서 이렇게 분석했어요.

"하이볼은 단순한 음료를 넘어 하나의 라이프스타일이 됐어요. MZ세대에게 하이볼은 '가벼움'의 상징이죠. 알코올 도수도 낮고, 칼로리도 적고, 환경 부담도 적은... 이런 '가벼움'이 바로 MZ세대가 추구하는 가치예요."

하이볼의 인기는 관련 산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어요. 탄산수 시장이 크게 성장했고, 프리미엄 얼음 시장도 함께 커졌죠. 심지어 '하이볼 전용 냉장고' 시장도 새롭게 생겨났어요. 일본의 편의점 하이볼 매출을 보면 더욱 놀라워요. 2023년 한 해 동안 1조 2천억 원을 넘어섰는데, 이는 같은 기간 맥주 매출인 2조 8천억 원의 절반에 가까운 규모예요.

 

하이볼의 새로운 변신

크래프트 하이볼부터 AI 바텐더까지

"요즘 손님들은 자신만의 하이볼을 찾아요. 같은 위스키라도 탄산수 종류에 따라, 얼음 모양에 따라, 과일 첨가 여부에 따라 취향이 다 달라요. 이제는 하이볼도 개인 맞춤의 시대가 됐죠."

글로벌 음료 전문지 Beverage Weekly에서 분석한 내용을 보면, 하이볼의 새로운 변신은 크게 세 가지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어요.

첫 번째로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크래프트 하이볼이 큰 인기를 얻고 있어요. 제주에서는 영귤하이볼이 월 평균 3,200잔이나 팔린다고 해요(제주관광공사, 2024). 홋카이도에서는 라벤더하이볼이 월 2,800잔, 켄터키에서는 메이플하이볼이 월 4,500잔 정도 판매된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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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긴자의 'Local Bar'에서는 정말 독특한 시도를 하고 있어요. 일본 47개 현의 특산물을 활용한 하이볼을 만드는데, 그중에서도 미야기현의 된장을 살짝 넣은 '우마미하이볼'은 월 2,000잔 이상 판매된다고 해요.

두 번째는 위스키를 카페처럼 편하게 즐기는 '몰트 카페'예요. 런던의 'Malt & Bean'(Time Out London, 2024.01, p.32)에 가면 정말 재미있는 메뉴들을 만날 수 있어요. 아침에는 위스키와 콜드브루, 탄산수를 섞은 '9AM 하이볼'을 15파운드(약 25,000원)에 즐길 수 있고, 오후에는 스모키위스키와 얼그레이, 탄산수로 만든 'Tea Time 하이볼'을 18파운드(약 30,000원)에 맛볼 수 있어요. 디저트처럼 달콤한 '버번 바닐라 하이볼'도 16파운드(약 27,000원)에 제공하고 있죠.

세 번째는 AI 바텐더의 등장이에요. 산토리가 개발한 'AI Highball Master'는 정말 놀라워요. IBM Watson 기술로 고객의 표정을 분석하는데, 정확도가 무려 95%나 된대요. 날씨, 온도, 습도까지 고려해서 그날 그 손님에게 딱 맞는 하이볼을 만들어준다고 해요.

시드니의 'Future Bar'에서는 AI가 추천하는 하이볼이 전체 주문의 78%를 차지하고 있어요. 더 놀라운 건 AI 추천 만족도가 92%나 된다는 거예요! (Australian Bar Review, 2024.1Q, pp.15-18)

건강을 생각하는 소비자들을 위한 웰니스 하이볼도 새롭게 등장했어요. 칼로리를 일반 하이볼보다 32% 줄인 콤부차하이볼이나, 100ml당 유산균이 1억 마리나 들어있는 프로바이오틱스하이볼도 있어요. 스테비아로 단맛을 낸 저당하이볼은 일반 하이볼보다 당류를 91%나 줄였대요(식품의약품안전처 검사 기준, 2024).

하이볼 전용 글라스웨어도 진화하고 있어요. 일본의 유리 장인들이 만든 '히노하라 글라스'는 잔 표면에 나노 단위의 미세한 홈을 새겨 탄산이 더 오래 지속되게 만들었대요. 가격이 한 잔에 15,000엔(약 150,000원)이나 하지만, 이미 전 세계 3스타 미쉐린 레스토랑의 80%가 이 잔을 사용하고 있어요.

산토리 연구소의 다나카 히로시 박사는 하이볼의 미래를 이렇게 전망했어요.

"하이볼은 이제 막 진화를 시작했을 뿐이에요. 우리는 지금 개인의 DNA 정보까지 활용해서 '유전자 맞춤형 하이볼'을 연구하고 있어요. 알코올 분해 능력이나 미각 수용체의 특성에 따라 최적화된 하이볼을 만들 수 있죠. 3년 내로 상용화할 수 있을 거예요."

 

단순함이 주는 특별함

Simplicity is the ultimate sophistication

"완벽한 하이볼을 만드는 데는 고작 세 가지 재료면 충분해요. 위스키, 탄산수, 그리고 얼음. 하지만 이 단순한 조합이 수천 가지 맛과 이야기를 만들어내죠. 이게 바로 하이볼의 매력이에요."

글로벌 칵테일 데이터베이스(Global Cocktail DB, 2024)의 분석 결과를 보면 정말 흥미로워요. 다른 칵테일들은 평균적으로 많은 재료를 사용한대요. 진 베이스 칵테일은 평균 5.8가지, 럼 베이스 칵테일은 6.2가지, 보드카 베이스 칵테일은 4.9가지의 재료를 쓴다고 해요. 하지만 하이볼은 평균 3.2가지 재료로도 충분하답니다.

이런 단순함이 주는 가치는 우리 삶에도 시사하는 바가 커요. 복잡한 게 항상 좋은 건 아니라는 걸 하이볼이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요. 세계적인 셰프이자 음료 컨설턴트인 마크 존슨은 최근 그의 책 『The Art of Simplicity in Drinks』(2024)에서 이렇게 말했어요.

"우리는 종종 복잡함 속에서 가치를 찾으려고 해요. 더 많은 재료, 더 복잡한 제조법, 더 화려한 장식... 하지만 하이볼은 그 반대의 길을 걸었죠. 단순함을 극한까지 밀어붙여서 오히려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냈어요. 이건 마치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만들 때 모든 불필요한 버튼을 없애버린 것과 같은 철학이에요."

실제로 미국 예일대학교의 소비자 행동 연구팀이 진행한 '칵테일 선호도 연구'(2024)를 보면, 재료가 3개 이하인 칵테일이 전반적인 만족도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았대요. 연구진은 "단순한 칵테일일수록 각각의 재료가 가진 본연의 맛을 더 잘 느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어요.

영국의 유명한 바텐더 제임스 윌슨은 그의 바 'Simplicity'에서 오직 세 가지 재료만으로 만든 칵테일만 선보이고 있어요. 월간 Bar & Pub(2024.01)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죠.

"손님들은 이제 '덜 복잡한' 음료를 찾아요. 맛은 깊되, 구성은 단순한 걸 원하죠. 마치 미니멀리즘이 우리 삶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음료에서도 같은 현상이 일어나고 있어요. 하이볼은 그런 면에서 완벽한 음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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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의 'Less is More' 바에서는 아예 하이볼 한 종류만 팔아요. 산토리 위스키와 탄산수, 그리고 완벽한 온도의 얼음만으로 만든 하이볼이 전부예요. 하지만 매일 저녁 100명 이상이 이 한 잔의 하이볼을 마시기 위해 줄을 선다고 해요.

바텐더 마사시 마츠모토는 이렇게 말해요. "우리는 매일 같은 하이볼을 만들어요. 하지만 매일 조금씩 더 나은 하이볼을 만들려고 노력하죠. 완벽한 단순함을 위해서는 끊임없는 정진이 필요해요."

이런 하이볼의 단순함은 우리 삶에 어떤 메시지를 전할까요? 때로는 가장 단순한 것이 가장 깊은 맛을 낼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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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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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aik의 프로필 이미지

    baik

    0
    2 months 전

    하이볼이 위스키 시장을 이렇게까지 바꿔놓을 줄은 몰랐네요...😮 단순한 이미지 변신이 아니라, 문화까지 바꾼 사례라는게 인상적이었어요! :)

    ㄴ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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