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운수현장실천 뉴스레터 25-6호

사회대전환대선연대회의 대선 평가 입장문, 트럼프 집권과 미국 노동민중운동, 나의 해방일지, 올해의 책 독후

2025.06.28 | 조회 1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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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운수현장실천 뉴스레터입니다.

제6호 | 2025년 6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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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웠던 21대 대선 공동대응,

우리의 도전은 이제 시작이다!

 

6월 소식지 정세와 주장 ‘21대 대선 활동 평가와 과제를 사회대전환 대선 연대회의 성명(2025.6.5.) 으로 갈음합니다

 

21대 대통령 선거가 끝났습니다. 사회대전환 대선 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가 선출한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는 344150(득표율 0.98%)의 결과로 낙선했습니다. 아쉬움이 없다고 할 수 없겠으나, 이 숫자만으로 우리가 얻은 어떤 성취를 설명하기에는 한없이 부족하다는 점 역시 분명한 사실입니다.

노동당·녹색당·민주노동당 등 진보정당, 노동·정치·사회운동 단체들과 노동조합들은 진보정치가 맞닥뜨린 엄혹한 현실을 돌파하기 위해, 윤석열 퇴진 투쟁 이후 맞은 대선에서 광장의 목소리를 지워지지 않게 하기 위해 이번 선거에 임했습니다. 촉박한 준비 기간과 부족한 경험, 자금력, 후보 인지도, 매체 노출 등 모든 조건이 열악했음에도 불구하고, 연대회의와 함께 하는 많은 활동가들과 선대위원들, 지지자들은 일터와 삶터에서 몸과 마음을 다 해 선거운동에 임했습니다. 우리는 이 뜨거웠던 공동 실천의 시간을 결코 잊지 않을 것입니다.

대선 대응 과정이 결코 쉽지는 않았습니다. 이루 설명하기 어려운 고뇌와 숙고, 결단의 시간을 통과해야 했고, 진보정당과 사회운동, 노동운동이 제각각 안고 있는 갈등과 문제들 속에서 인내하고 또 분투해야 했습니다. 이런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너나 할 것 없이 그 시공간을 치열하게 돌파하고자 했던 모든 활동가들과 시민들에게 존경과 사랑을 전합니다. 허름하고 볼품없지만 하루가 다르게 늘어가는 자원활동과 유세 현장, 무명의 지지 선언과 부문별 연서명, 현수막들을 보며 우리 민중운동이 잊고 있었던 자신감과 활기 역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당신의 헌신이 없었다면, 우리의 이번 도전은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현장 곳곳에서 유의미한 환대가 확인되기 시작했다고 느낀 그 순간, 선거운동도 끝나갔다는 사실이 퍽 아쉽습니다. 하지만 이는 동시에 우리가 가야할 길을 새삼 확인시켜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확인했습니다. 다시 일터와 삶터에서 치열하게, 불평등과 차별, 혐오에 맞서 함께 대안을 만들어가자고 이야기할 때에만 진보정치의 새로운 역사도 시작될 수 있음을. 그리고 우리는 확인했습니다. 가장 평범한 사람들이 맞닥뜨린 동시대의 위기, 삶의 파탄 앞에서 누구보다 기민하게 노동자·민중의 목소리를 대변하고자 할 때, 진보정치의 존재 의의를 확인할 수 있음을.

이번 대통령 선거는 윤석열 내란 사태로 야기된 초유의 정치·사회 위기 속에서 치러졌습니다. 정권교체 결과를 낳았지만, 결코 우리 사회의 모순이 해결되리라 낙관하기는 어렵습니다. 기득권 정치가 광장의 목소리를 지우려 할수록, 중도보수 정당이 우경화하고 친기업적이고 시장주의적인 정책만 남발할수록, 불평등을 감축하고자 하지 않고 계속해서 공공성을 위협할수록, 혐오와 차별에 맞선 목소리를 듣지 않을수록,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모순은 다시 폭발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선거운동이 막바지로 치달은 그 순간, 우리는 이것이 우리의 새로운 출발임을 깨달았습니다. 노동자·민중의 정치세력화를 통해 진보정치를 새롭게 부상시켜야 할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연대회의의 이번 도전은 작금의 정치·사회 위기에 대안적인 정치세력으로 재등장하기 위한 새로운 출발이며,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는 자신감을 이 땅의 모든 억압받고 차별받는 사람들에게 돌려주기 위한 중대 계기였습니다. 여기 함께해준 모든 분들에게 뜨거운 우정을 담아,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당신이 소리내지 않았다면, 빼앗기고 착취받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지워졌을 것입니다.

우리 주변에는 여전히 냉소와 환멸, 포기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그들에게 다가가 다시 이야기합시다. 이것은 지난 진보정치 역사의 마지막 도전이 아니라, 앞으로 열릴 새로운 대안정치의 새로운 출발이라고. 기득권 정치 대신, 돈 없고 기댈 곳 없는 독자적 진보정치의 미래를 기각하지 않은 34만여 명의 지지자들, 나아가 뒤늦게 후원금을 보태고 다음 도약을 응원하는 후원자들의 뜻이 모이고 있다고. 모든 것이 말라 비틀어진 폐허 위에 씨앗을 심은 이곳에서 다시 내딛자고.

우리 앞에는 만만치 않은 과제들이 있습니다. 시장주의 논리로 민중의 삶을 옥죄는 거대양당 체제에 맞선 싸움을 멈추지 않고 이어가야 합니다. 대선 기간 오직 권영국 선대위만 귀 기울이고 연대하던 고공농성 중인 노동자들, 1300만 명의 무권리 노동자들, 차별과 혐오로 고통받는 여성과 성소수자들, 시민으로서 온전한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장애인들, 기후위기로 고통받는 도시빈민들과 함께 투쟁해야 합니다. 극우화되는 대중 이데올로기에 틈입하고, 우리 모두의 삶 속에서 가장 계급적인 전선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일터와 삶터에서 거대한 네트워크를 새로이 구축해야 합니다.

바로 그 과업을 지금부터 다시 시작합시다. 그리고 보다 넓은 연대와 보다 단단한 조직화를 통해 이 흩어진 실천들을 지탱하고 연결해줄 독자적 진보정치운동, 아래로부터의 정치세력화를 만들어갑시다. 일상에서의 두터운 사회운동을 바탕으로, 날마다 새롭게 갱신하며 명실상부한 대안세력으로 나섭시다.

우리를 구원해줄 것은 바로 우리 자신입니다. 서로의 손을 잡고 어깨를 내어주며 씨앗을 심었던 그 마음을 잊지 맙시다. 오해는 해소하고, 이해는 높입시다. 차이는 좁히고, 연대는 넓힙시다. 더 강력한 사회운동·노동운동·정치운동을 바탕으로 민중 곁으로 다가갑시다. 씨앗은 싹을 틔울 것이고, 새싹은 꽃이 될 것입니다. 꽃은 향기가 되어, 온 세상을 가득 채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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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 행정부의

반노동-반공공 공세와 노동운동의 대응

 

오성희 / 서울1모임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한 지 5개월이 흘렀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공화당의 상하원 압승을 등에 업고 미국을 다시 한번 위대하게(MAGA)’라는 구호 아래 미국 우선 통상정책과 반이민, 반노조 정책 및 공공부문에 대한 강력한 구조조정 등을 내새우며 반공공, 반노동 정권임을 명확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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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없는 수준의 정부/공공부문의 대규모 감원 및 기관 폐쇄

트럼프는 최근 브로맨스가 깨진 일론 머스크를 앞세워 정부효율부(DOGE-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 도지)신설을 통해 정부 인력 감축 및 서비스 축소를 대규모로 단행하고 일명 크고 아름다운 법안(Big Beautiful Bill)으로 완성하고자 했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미국 지방공무원노조(AFSCME)와 공무원연맹(AFGE)은 트럼프 행정부를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해 지난 5월 항소법원이 대규모 감원 중단을 판결했다. 이에 일부 인원이 복직되긴 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집권 직후 100일 동안 최소 30개 정부 기관에서 최소 121,000명의 연방정부 노동자를 해고했다.

국무부는 전 세계 100개 이상의 국 폐쇄 및 미국 내 직원 15% 해고, 국방부는 약 6만명 해고, 두 번째로 큰 부처인 국가보훈처(VA)는 전체 인력의 약 15% 이상 8만 명을 해고했다. 사회보장국 약 7,000, 노동부 직원 수 90% 감축, 공중보건과 저소득 가구 지원 프로그램 등을 담당하는 보건복지부(HHS)와 질병통제센터(CDC) 등에서는 전체 인력의 10% 이상에 해당하는 최소 2,300명이 해고되었고, 국립보건연구원(NIH)가 운용하는 에이즈 등 질병 관련 연구 보조금 지원을 중단했다. 이 밖에도 국세청 45,000, 에너지부 2,000, 교육부 1,300, 연방항공청 400명이 해고되었다.

또한 기능장애, 편향성, 낭비로 가득 차 있다는 이유로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의 선동에 맞서 설립되어 정부 자금으로 운영되는 뉴스 매체 미국의 소리(Voice of America, VOA)를 폐쇄하고 6월 중순 기자 수 백명을 해고했다.

미국 우선정책과 밀접하게 연계한 결정이라며 국제개발청(USAID)을 폐쇄했고 자금을 동결했다. USAID는 미국의 비군사적 해외원조를 담당하는 1961년 설치된 정부기관으로 전 세계에서 약 6,200개의 인도적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이제 약 1,000개의 프로그램만 남긴 상황으로 기아 지원, 소아마비 등 백신접종, 분쟁 지역에서 긴급식량 배급소 등의 프로그램 지원을 받았던 전 세계 약 2백만 명의 생명이 위협에 처해졌다.

보건소 입구에서 출입증으로 해고 확인 후 나오는 보건노동자
보건소 입구에서 출입증으로 해고 확인 후 나오는 보건노동자

위협받는 건강권과 필수 공공서비스에 대한 접근권

정부 효율성을 명분으로 한 정부 기관과 공공부문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대량해고는 해고된 노동자들의 생존권뿐 아니라 이들이 제공하는 필수 공공서비스에 의존하는 수백만 명의 미국인들 그리고 전 세계에서 미국의 인도적 구호기금에 의존하고 있는 수백만 명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식품안전, 공중보건 연구, 가족계획 등 공중보건, 주택공급, 선주민 보건서비스, 노인/장애인/저소득 층 의료접근권, 공교육 등)

특히 교육부에 대한 수백만 달러 규모의 예산 삭감으로 인해 초중고 교육과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미 교사 수 부족과 자금 부족에 더해 이번 예산 삭감은 미국 내 공립학교들에 더욱 심각한 자금난을 초래하고 교육 품질을 저하시켰고, 특수교육, 소외된 학생, 다언어 학생 등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을 대폭 삭감시켰고, 저소득층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 제공을 축소했다.

또한 의료보장 서비스의 일부인 가족계획, 성병검사 및 치료, 임신관리, 임신중지 서비스, 관련 교육 등 다양한 생식 건강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국가족계획연맹(Planned Parenthood)에 대한 예산 삭감 또한 임신중지가 합법적으로 보장되고 있는 일부 주에서 조차 많은 수의 진료소들을 포함한 진료소 폐쇄와 자금 삭감을 초래하고 있다.

원천봉쇄된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노동조합 권리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3월 국가안보를 이유로 연방 공무원 3분의 2의 단체교섭권을 금지하는 행정 명령을 발동하고 텍사스와 켄터키주 등에서 법원에 위 행정명령에 명시된 기관에서 노조 활동을 금지하는 명령의 승인을 요청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현재 법원은 이에 대해 행정명령 시행을 일시금지하는 조치 후 예비 가처분 심리를 앞두고 있다.

또한 1947년 설립된 연방정부의 독립기관으로 단체교섭 과정에서 노사간의 분쟁에 대한 중재 및 해결 서비스를 제공하는 연방 중재 및 조정 서비스(FMCS)에서 직원해고 및 전국의 지역 사무소 폐쇄 등을 통한 기관 해체를 시도했다. 이에 대해 미국노총(AFL-CIO)과 관련 노동조합들과 주 정부들은 법원에 기관 해체 금지 소송을 제기하고 판결을 기다리는 상태다.

6월 14일, 관세국경보호국의 시위자 폭력진압
6월 14일, 관세국경보호국의 시위자 폭력진압

이민자에 대한 무차별적인 공격

이민자에 대한 공격은 톰 호먼을 국경 통제와 이민정책 주관자인 국경 차르임명할 때부터 예상되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5월 말 최근 트럼프 행정부는 지역주민들과 이민자 단체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하루 체포 할당을 1,000명에서 하루 3,000명으로 지침을 강화했다. 애초 트럼프 행정부는 미등록 이민자 추방 정책에 대해 최악의 범죄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현실에서는 무관용 정책에 기반한 폭넓은 이민법 위반자들을 추방 대상으로 삼고 있다. 물론 이러한 트럼프 정책에 대해 공화당 내에서는 농업과 관광업과 같이 이주노동자들에 높이 의존하고 있는 업계를 대표하는 세력과 기업들은 이러한 공격적인 이민정책에 반발하고 있기는 하지만 트럼프의 주요 지지층과 핵심 공화당 의원들이 강력한 단속을 원하는 만큼 뒤로 물러서지는 않을 것 같다.

흡사 윤석열을 떠올리게 한 자신의 생일인 614일에 맞춰 무려 34년만에 군사행진을 실시한 트럼프가 이민자들을 희생양으로 삼은 이유는 자신의 권력을 공고히 하여 독재를 준비하는 것이라고 의심받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이민자만을 표적으로 하는 듯 보이지만 궁극적으로 이는 모든 미국인의 권리 침해를 위한 준비다. 최근의 이민자 급습 이전부터 트럼프 행정부는 친 팔레스타인 시위에 참여하거나 조직한 학생시위자와 학자, 이민자들 즉 자신의 정책에 반대하는 세력들에 대한 체포, 추방을 시도하는 등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만들어 대중의 복종을 강요하는 문화를 조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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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을 모르는 민주당 지지율

안타깝게도 민주주의와 노동조합 권리가 그 어느 때보다 위협받고 있는 지금, 민주당은 패배하고 있고 대안/반대 세력이 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2024년 선거 득표율에서 드러난 것처럼 노동자 민중을 대변하지 못하고 있기도 하다(2024년 민주당의 선거 득표를 보면 연 소득 10만 달러 이상 유권자 지지에서 트럼프보다 앞섰고, 주요 지지층 역시 도시.교외.해안지역에 거주하는 상류층이 많았다.)

20252월부터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무소속, 버몬트주)와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즈 하원의원(민주당, 뉴욕주 14선거구)이 반트럼프를 기치로 보편적 의료보장과 부자 조세와 같은 정책을 촉구하며 과두제 저지 투어(Fighting oligarchy tour)’를 통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민주당 지지율은 바닥을 모르고 하락하고 있다.

지난 3CNN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 미국인의 민주당 지지율은 29%1992CNN 여론조사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공화당 지지율은 36%). 하지만 아리에서 언급하겠지만 66일 로스앤젤레스를 시작으로 더욱 강화된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미등록 이민자 급습에 대한 대규모 저항과 시위 그리고 이어진 ‘No Kings’ 시위에도 불구하고 617일 퀴니팩 대학교(Quinnipac University)에서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21%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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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권위주의에 맞선 노동조합 운동의 투쟁

이처럼 쉽지 않은 조건 속에서도 미국 노동조합 운동은 진보세력들과 함께 2028년 대선 시기 총파업을 목표로 진보정치, 노동자 계급 정치를 향해 새로운 시작을 만들어가고 있다.

대중강연회 연사로 초대받아 (미국 출장을 여러 번 다녔지만 ICE에서 SNS계정을 들여다볼 수 있고 전자비자를 발급받아도 입국이 거절될 수 있으니 이민변호사와 사전에 상담할 것을 권고하는 공지 메일을 생애 처음 받아보고 엄청 긴장했던) 5월 초 뉴욕시립대학교 노동도시대학원(CUNY SLU)이 주최한 노동과 민주주의 위기: 권위주의 시대의 노동자 계급 정치학술대회에서 만난 풀뿌리 운동단체와 진보적인 노동조합 활동가들을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학술대회에 함께 한 미국 최대 노조인 전미교육협회(NEA) 위원장을 비롯한 노동.진보 인사들은 차기 대선이 열리는 2028년에 맞춰 이전에 조직해 본 적 없는 대규모 (정치)파업 조직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미국 전역의 각지에서 참여한 다양한 노동조합 활동가들은 미국 노동조합 운동의 고질적 병폐 중 하나인 서비스노조주의와 실리적조합주의를 극복하고 현장이 주도하는 노동조합 운동을 조직하겠다는 결의를 밝히기도 했다.

다는 아니겠지만 역사적으로 미국 주류 노동조합들의 정치 활동은 주로 대규모 정치후원금 모금과 캠페인을 통해 민주당을 자신들의 정치적 대안(?)으로 지지했다. 이제 이들은 민주당은 노동계급의 편에 선 적이 없었다고 비판하며 진짜 노동자 계급 정치 실현을 위해 조합원과 간부들을 대상으로 한 정치교육을 조직하고 풀뿌리 운동 등 지역사회와 폭넓은 연대를 구축할 필요성에 대한 다양한 토론을 진행하고 2028년 파업을 목표로 새로운 결의를 다졌다.

뿐만 아니라 트럼프 행정부의 반이민 정책에 맞선 투쟁을 통해 미국 노동조합 운동은 단결하고 있다(사실 19세기 초 이주노동자들에 의해 시작된 미국 노동운동의 역사를 보면, 이주 노동자 조직화를 통해 성장한 최근 20여년간의 미국 노동조합 운동을 보면 당연한 일이다).

지난 66일 주 방위군의 비호를 받으며 로스앤젤레스 시내를 급습한 이민세관단속국(ICE)의 폭력적인 이민자 단속에 맞서 북미서비스노조(SEIU), 전미자동자노조(UAW), 미국노총(AFL-CIO) 등 노동조합들의 즉각적인 저항과 파시즘민주주의 후퇴에 맞서 614일 조직된 “No Kings!” 시위가 바로 그 증거이다. “No Kings!” 시위는 노동조합과 진보단체 등 200개 이상의 단체들이 모여 조직한 것으로 미국 전역 2,100개 도시와 마을은 물론 미국령과 캐나다, 멕시코, 유럽 등 20여개국에서 를 외치며 5백만 명 이상이 참여했다.

CUNY SLU 학술대회에서 만난 동지들이 쿠데타 시도에 맞서 윤석열을 파면시키고, 어려운 정치 여건 속에서도 노동자 계급 정치 실현을 위해 공공운수노조를 비롯한 사회대전환연대회의의의 대선 투쟁에 많은 영감을 받았다며 한국 노동운동에서 배워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미국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 이처럼 한국의 노동조합 운동을 믿어주고 지지하는 동지들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며 우리도 트럼프 행정부에 맞서 민주주의와 노동조합 권리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미국의 노동조합 운동에 연대하고, 한국에서 진짜 노동자계급 정치를 위해, 사회공공성을 중심에 둔 노동조합 운동을 위해 더욱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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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해방일지]

부산지하철에서 이야기하는 여자들

현장에서 여성노동자들과 책모임 만든 이야기

 

정나위 / 영남권모임

 

공공운수현잘실천 동지들, 안녕하세요. 부산지하철노조 조합원이자, 최근 현장실천에 가입한 신규회원 나위입니다.

저를 민주노총 선전부장으로 기억하는 분들이 많으실 텐데요, “이 동지가 어쩌다가 여기 가있지?” 싶은 게 당연할 정도로 저도 지금 서있는 곳이 여전히 낯설답니다.

2021, 결혼을 하면서 거주지를 부산으로 옮기게 되었고(태어나 자란 곳이기도 합니다), 2023년부터 부산지하철 역무노동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노동조합 대의원, 지부 선전부장 활동도 시작했고요.

제 삶이 바뀐 만큼 기존에 알던 분들과도 새롭게 관계 맺고, 몰랐던 분들과는 좋은 동지가 될 수 있는 현장조직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가입했습니다.

이번 소식지에는 제가 현장에서 꾸린 여성노동자 책모임 <이여>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조금 긴 글이지만, 편하고 재밌게 읽어주시면 더할 나위 없이 감사하겠습니다.

1. 여성노동자 책모임을 하고 싶었던 이유

현장에 들어올 때부터 해보고 싶은 일 중 하나가 여성노동자들과 책모임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책을 좋아하고(운동신경이 있었다면 여성풋살모임을 조직했을거에요), <서울교통공사 책읽는 여성노동자 모임>이라는 롤모델이 있었기 때문이죠.

철도·지하철은 전통적인 남초 사업장입니다. 부산지하철 또한 여성 비율이 (여성이 절대다수인 서비스지부를 제외하면) 전체 직원의 15%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나마도 역무에 편중돼 있어(역무는 여성비율 35%), 승무, 기술, 차량 등에서 여성은 여전히 극소수입니다. 비율로 보면 소수지만, 우리 사업장에 500여 명 여성이 있고 대부분이 2010년대 이후 입사한 2030 여성이라는 점에 저는 주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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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모임의 시작

입사 1년도 안된 때였기에, 누구와 어떻게 모임을 시작할지가 가장 큰 고민이었습니다. 직접 아는 여직원은 손에 꼽을 정도였으니까요.

어떻게 사람을 모아야 하나. 어디 대자보를 붙여볼까, 여성 직원들에게 사내메일을 돌려볼까. 그러다 상대적으로 이용률이 높은 사내 익명게시판에 글을 써보기로 했습니다. 9월 들어 모집 글을 썼다 지우기를 서너번 반복했는데, 결국 게시글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이런 모임을 원하는 사람이 정말 있을까? 누가 연락이나 올까? 괜한 공격받는 거 아니야? 혼자 걱정만 하다 퇴근하는 날이 이어졌습니다.

그러던 202410, 한강 작가님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녀의 작품들이 역사와 여성 모두를 아우를 수 있다는 점, 시의적으로도 관심이 많을 것이라는 점 등이 기회로 느껴졌습니다.

이때다 싶어 사내 익명게시판에 <한강 작가님 책 함께 읽으실 분! (여성직원만)>이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 <채식주의자> 세권을 읽되 구성원 의사에 따라 모임을 지속할 수 있으며, 참여를 원하는 분은 오픈카톡 익명아이디로 연락을 달라고요. 남자도 끼워 달라, 우리 회사에도 이런 모임이 생겨 반갑다는 등 30여개 댓글이 달렸고, 2주 간 11명의 여성들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한 분은 우리 회사에 이런 모임 생기는 거 정말인가요? 소개팅보다 설레요!”라는 메시지를 주셨습니다.

5월 피크닉 책읽기
5월 피크닉 책읽기

3. 모임 준비와 진행경과, 운영방식

사람이 모이고 제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롤모델이었던 <서울교통공사 책읽는 여성노동자 모임>에 연락하는 것이었습니다. 서울지하철노조 홈페이지에 게시된 웹자보 연락처로 문자를 보내, “제가 부산지하철에서 이런 모임을 해보고 싶은데, 메일로 몇 가지 여쭤 봐도 될까요?” 질문한 것을 시작으로 이현경동지(서울지하철노조 대의원, <작업장의 페미니즘> 저자)에게 여러 도움을 받았습니다.

모임을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지, 책 선정과 모임 진행은 어떻게 하는지, 모임이 7년째 장수하는 비법이 무엇인지 등을 세세하게 여쭤보았고, 이현경동지께서 많은 조언을 주셨습니다. 그중에서도 카톡으로 소통하니 자료축적이 어려웠고, 매번 모임마다 기록을 남기지 않은 게 아쉽다고 짚어주신 점이 모임 운영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또한 온·오프라인 여성 책모임 세 곳에 참여하며 모임을 어떻게 진행해야 모두가 평등하게 발언할 수 있고 구성원들이 소속감과 유대감을 느끼는지 관찰하고, 좋았던 방법은 우리 모임에도 적용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모임이 정식 모임으로 자리 잡았고, 지금까지 여덟 번의 모임을 진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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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진행 경과(참여인원)

2024.11. 첫모임 : <세 가지 키워드로 자기소개>, 10

2024.11. <소년이 온다>, 12

2024.12. <작별하지 않는다>, 13

2025.1. <채식주의자>, 9

2025.2. 중간평가 및 정식 모임 <부산지하철 여성독서모임 이여(이야기하는여자들)> 전환, 8

2025.3. <자기만의방>, 10

2025.4. <거울 앞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 7

2025.5. <체공녀 강주룡>, 6/ 공원피크닉 2

2025.6. 12일 엠티

모임운영 방식

1) 서로의 호칭은 으로

공공기관은 직급에 따른 위계조직으로, 서로를 직책으로 부릅니다. 주임님, 대리님, 과장님, 부장님이 그 사람의 가장 큰 정체성입니다.

모임 시작부터 평등한 관계 맺기를 중요하게 생각했기에, 우리는 서로를 이라고 부르기로 했습니다. 처음 만나 자기소개를 할 때도 나이, 직급, 근속연수 등은 밝히지 않고, ‘자신을 나타낼 수 있는 키워드 세 가지를 나누었습니다. 이 모임에서 저는 운영9급 주임이 아니라 나위샘입니다.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구요.

호칭은 관계 규정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이라는 호칭 덕에 우리는 서로를 있는 그대로의 한 사람으로 대할 수 있었습니다.

2) 모임의 시작과 끝은 명확히, 말하기는 1/n

책모임은 자칫하면 한두 명이 발언을 독점하게 됩니다. 또한 이야기가 책과 너무 엇나가게 되면 모임 후에도 별다른 감흥이 남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1/n 말하기를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모임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우리 모임은 매월 1, 저녁7시에 시작해 정확히 두 시간 후인 9시에 마무리 됩니다. (끝나는 시간을 한 번도 어겨본 적 없습니다.) 1시간가량 각자 책에 대한 소감을 나누고, 자연스레 이야기를 이어가다 마지막에는 다시 한명씩 마무리 발언을 하고 마칩니다. 이렇게 처음과 끝에 1/n 말하기가 이루어지면 모임에 참여한 모두가 자신의 생각을 나눌 수 있고, 소수가 발언을 독점하는 일도 없습니다. 참여자들이 각자 휴대폰이나 노트에 책 소감을 빼곡히 적어와 말하는 모습을 보면, 깊은 감동이 느껴진답니다.

3) 준비된 뒤풀이

매월 독립서점을 대여해서 모임을 진행하는데, 모임이 끝나면 그 장소에서 그대로 뒤풀이를 이어갑니다. 시끄러운 장소에서는 이야기 나누기도 어렵고, 이동하는 것도 번거롭게 느껴져서 찾은 방법입니다.

또한 뒤풀이 참여자를 꼭 사전에 확인합니다. “오늘 맥주 한 잔 하실 분? 밥 드실 분?” 하는 즉석 뒤풀이가 아니라, 모임 전날 카톡투표로 참여 인원을 확인하고 그에 맞게 음식을 준비합니다. 떡볶이, 피자 등을 함께 먹으며 뒤풀이 시간에도 서로 돌아가며 이야기 나눕니다. 어떤 날은 자신의 근황을, 어떤 날은 자신이 추천하고 싶은 책을 이야기 합니다.

4) 기록 남기기

자기소개를 나누던 첫모임부터 매회 모임과 소풍까지, 모임 이름으로 만나는 날은 꼭 기록을 남깁니다. 기본적인 일정공유와 공지는 카톡으로 하고, 모임 기록은 네이버밴드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구성원들의 책 소감, 마무리 발언, 함께 찍은 책 사진이 기본 기록입니다. 모임에 참여하지 못한 구성원도 해당 글을 보고 의견을 나누기도 합니다.

시즌1후 서로 나눈 선물
시즌1후 서로 나눈 선물

4. 앞으로의 계획

한강 책 세권을 함께 읽고 정식 모임으로 전환하면서, 모임 이름도 함께 짓고 멤버도 새로 모집했습니다. 또한 앞으로의 책모임을 시즌제로 운영하기로 했습니다. 읽을 책 세권을 미리 정해 긴 호흡을 하고, 세권의 책을 다 읽은 서로를 독려하며 노는 게 좋아서요. 모임에는 현재 14명이 함께하고 있는데, 책모임 특성상 구성원은 15명 내외로 유지하려고 합니다.

6월 말에는 시즌2를 마무리하는 12일 엠티를 앞두고 있습니다. 그 자리에서 시즌3에 읽을 책 세권을 함께 정하는데, 계엄 이후 2030 광장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은 <백날 지워봐라, 우리가 사라지나>, 최근 젊은 여성들에게 많이 읽히는 양귀자의 소설 <모순> 등이 유력한 후보로 올라와있습니다. 시즌3를 마무리할 즈음에는 서울지하철 책모임과 교류할 수 있는 자리도 마련해보려고 합니다.

모임을 이어가면서 고민도 많습니다. 남초 사업장이다보니 모임을 드러내놓고 운영하기에는 부담이 크고, 책 읽기를 넘어 어떤 연대를 모색할 수 있을지도 늘 고민입니다. 그러나 급하게 가기보다 꾸준히 만나면서 조금씩 말 걸기를 이어가려고 합니다. 읽은 책과 연관된 투쟁이 있으면 연대활동을 제안하나(<체공녀 강주룡>을 읽은 뒤 고공농성 중인 옵티칼 상황을 공유하고 청원 함께하기 등), 우리 사업장 내 현안을 나누거나, 대선 때 권영국 지지를 권유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요.

이 모임은 지금의 저에게 가장 큰 버팀목이자 자랑입니다.

회사에서 자주 불화한다고 느꼈는데, 모임에 함께하며 내가 이상한 게 아니라는 걸 알았다는 말을 들었을 때, 같은 역에 근무하는 샘이 고맙다며 숙소에 간식을 두고 갔을 때, 책모임 샘들과 윤석열 퇴진 광장에 함께 나갔을 때, “나위샘이 노조 선거 나가면 저희가 다 선거운동 해드릴게요같은 무조건적인 응원을 받을 때, “노동조합이 남성 중심적이라고 느껴서비조합원으로 있던 분이 나로 인해 노조 가입서를 내셨을 때저는 현장에서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됩니다.

2016년 강남역에, 2018년 혜화역에, 2024년 남태령에, 2025년 권영국에게 투표한 2030 여성 5.9% 중에 우리 조합원들이 있습니다. 그녀들 중 다수는 일터나 노동조합과 불화하며 외로워하고 있을 거예요. 어떤 방법으로든 더 많은 동지들이 현장에서, 현장의 그녀들과 만나길 바랍니다. 꼭 책모임이 아니어도 됩니다. 노동조합 여성위원회 같은 공식 기구라면 더욱 좋겠지요.

그녀들이 맘껏 이야기하고 놀 수 있는 곳이 노동조합이길, 이미 미래에 살고 있는 그녀들이 노동조합을 더 가까이 느낄 수 있길 바랍니다. 저 또한 여성노동자 모임과 노동조합을 두 축으로, 지금은 멀리 떨어져 있는 둘을 잇고 엮는 현장 활동가로 나아가고 싶습니다.


[독후감]

우선 집부터, 파리의 사회주택

 

홍원표 / 서울1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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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 복권의 꿈, 내 집 마련

내가 기억하는 첫 번째 복권의 이름은 주택복권이다. 벼락 맞을 확률보다 낮은 당첨 확률로 전국민을 끌어당기는 희망사항이 바로 내 집인 사회에서 나고 자랐다.

그럼에도 서른 갓 넘어 취업한 연구원에서 가장 적응하기 힘든 것 중 하나가 시도 때도 없이 나오는 부동산 이야기였다. 노무현 정부 시절이었고,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정신없이 오를 때였다. 박사 학위를 받고 정규직으로 5년 넘게 일한 선배가 이사 한 번으로 번 돈이 5년 동안 받은 연봉을 다 합친 것보다 많았다. 그리고 그게 그렇게 특별한 사례가 아니었다. 굳이 피케티를 읽지 않아도 월급쟁이들은 부동산 시세차익이 노동소득보다 힘이 세다는 걸 익히 알고 있었다. 퇴근후 술자리에서 부동산 얘길 안 들을 재간이 없었다.

하필 회사가 청담동이었고, 출퇴근 길에 지나치는 부동산 앞 매매 정보에 올라온 재개발 예정의 허술한 10평 중반대 아파트값이 후덜덜했다. 역대 최대라던 600억 로또 당첨금이 나왔던 시긴데, 대박 로또를 맞아도 이 동네에서는 아파트 한 동을 못 사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파트가 벼락 맞을 확률보다 위대해 보였다.

집은 원래 비싸고, 없는 게 당연하다.

알다시피, 땅은 웬만해서 더 생기지 않는다. 반면 사람은 계속 늘어났다. 땅값이 비쌀 수밖에 없다. 게다가 집이라는 게 지붕하고 문만 있는 물건도 아니다. 짓는 데 많은 돈이 든다. 92년 대선에서 반값 아파트를 공약으로 걸었던 정주영이 설령 대통령이 됐다고 해도, 여전히 집은 비싼 물건일 수밖에 없을 터이다. 반값에 나온다고 내가 살 수 있는 게 아니라, 이미 집 갖고 있는 사람이 한 채 더 살 가능성이 훨씬 크다. 그러니, 국민의 절반 정도가 집이 없는 게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고 국민 절반이 집 없이 살 수도 없는 일이다. 그래서 빌려서 산다. 전월세 제도가 필요한 이유다. 그런데, 역대 정부의 관련 정책은 주거권 보장이나 전월세 보호보다는 대부분 부동산 가격조정에 초점을 맞춰 왔다. 물론 쉬운 일이 아니고, 대부분의 정권이 성공적이지 못 했다. 이미 집을 가진 이들에게 집값은 절대 떨어지면 안 되고, 이제 집을 사려는 이들에게는 너무 오르면 안 되는 어마무시하게 균형감각이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집을 빌려 쓰는 임차인국민은 이 정책 균형대 위에 오르기 위해 복권 당첨이 되거나 갖고 있는 영혼을 탈탈 털어야 가능하다. 물론 벼락은 쉽게 우리 머리 위로 떨어지지 않고, 우리의 영혼은 그렇게 값이 나가는 물건이 아니다.

근데, 딴 나라도 그래?

그러니 내집 마련은 아득하고, 전월세 설움은 가슴 속에 켜켜이 쌓일 수밖에 없다. 토지는 한정된 자원이고, 집값은 비쌀 수밖에 없으니, 다른 나라라고 뾰족한 수가 있을 것 같진 않았다.

그런데 󰡔우선 집부터, 파리의 사회주택󰡕(최민아, 효형출판, 2020.)의 저자가 직접 경험한 파리의 임차인 신세는 우리보다 훨씬 우아하다. 어떻게? 집값이 싸나? 아니다. 저자에 따르면 영국보다는 덜 하지만 우리보다는 훨씬 비싸다. 강남 아파트 평균 가격이 파리의 고가 지역 집값 평균에 근접하는 걸 제외하면 집값이 최대 두 배 차이가 난다. (파리는 전체 주택 가격 평균, 서울은 아파트 평균을 비교한 것으로, 전체 주택 평균가로 하면 차이가 더 날 수 있다)

그럼 임대 가격은 어떨까? 파리시에서 가장 비싼 지역의 임대료 상한은 제곱미터당 37.6유로, 가장 싼 지역이 27유로다. 우리식으로 계산하면 평당 14만원에서 19만원 사이다. 6평짜리 원룸이 지역에 따라 월 80~120만원, 3인가구가 살만한 20평대 주택이면 월 3~400만원이라는 말이다. 소득 수준을 감안한다고 해도 무시무시한 주거 비용이다.

이처럼 높은 임대료 때문에 프랑스는 강력한 임대료 규제법을 만들었다. 지역과 넓이/건축시기 등에 따라 나눠 지역별/주택유형별 평균임대료를 산정한 후 평균임대료의 70~120%로 임대료 상·하한을 제한한다.

파리 사회주택의 특징들

여기까지는 민간 시장 얘기다. 사회주택은 임대료가 시장 가격의 절반 이하 수준이다. 주거 부담이 확연히 경감된다. 그런데 이는 우리의 공공임대주택 정책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파리의 임차인들 역시 우리처럼 서러워야 할 것 아닌가?

파리의 사회주택이 우리의 공공임대와 다른 첫 번째 차이점은 공급량이다. 한국의 공공주택 비중은 8% 수준이지만, 파리의 사회주택은 20%를 넘었다. 그럼에도 사회주택을 더욱 확대하기 위해 비중이 낮은 지역은 신규 건축 시 사회주택 30% 이상 건설을 의무화했다.

두번째는 입주 대상이다. 우리의 공공주택은 저소득층, 신혼, 청년 등에 한정된 반면, 파리의 사회주택은 소득 상위 70%까지 입주 가능하다. 또한 보다 소득수준이 높은 계층을 타겟으로 하기 위해 소득 상위 80%까지를 대상으로 하는 중간주택이라는 제도도 있다. 상위 20%를 제외하고는 대다수의 시민들이 공공이 관리 운영 또는 위탁하는 주택에 입주할 수 있는 셈이다.

가장 놀라운 대목은 소득 수준에 따라 차등화된 임대료다. 사회주택 대상자의 소득을 3개 소득 수준으로 구분하고 각각 제곱미터당 5.72유로, 6.44유로, 13.34유로 이하의 임대료를 받는다. 평당 3만원, 3.3만원, 7만원 꼴이다. 소득수준에 따라 임대료는 다르지만 이들에게 제공되는 주택은 구분되지 않는다. 또한 대상 비율만 지키면 사회주택 대상자는 물론 일반인에게 시장 가격으로 임대할 수 있다. 자연스러운 소득 계층 간 혼합 주거로 슬럼화나 낙인효과가 발생하지 않고, 교육, 교통, 문화시설 등 도시 인프라에 대한 접근성 역시 차등화되지 않는다.

마지막은 기업의 부담이다. 일정 규모 이상 기업은 의무적으로 사회주택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데, 저자는 파리기업의 한 경영자 입을 빌어 비용 부담 대신 피고용자 사회주택 입주 우선권 부여를 통해 기업이 원하는 인재 채용 가능성을 높이는 장점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낯선 주제, 명료한 전달력, 친절한 이미지

저자는 파리에서 도시계획을 전공하면서 7년 동안 안정적으로 거주한 사회주택 경험과 귀국 후 9년 동안 8번 집을 옮겨야 했던 상반된 경험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 구질구질한 이야기는 이사를 수차례 해 봤을 우리들의 공감과 몰입도를 높여주는 동시에 개인이 겪는 주거 문제를 사적 영역에서 사회와 제도의 영역으로 자연스럽게 확장시켜 준다.

또한 다양한 사회주택 거주자와의 인터뷰로 시작해 쉽고 명료한 통계와 문헌으로 이어지는 글 사이사이 삽입된 사진들은 공공주택으로도 충분히 안정적이고 쾌적하며, 문화적이고 생태적인 주거 환경이 가능하다는 것을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덕분에 사회주택이라는 낯선 주제, 그것도 사회적 맥락과 함께 이해가 필요한 해외사례를 담고 있음에도 책이 매우 술술 읽힌다. 이 책이 가진 또 하나의 장점이다.

사회주택에 관심이 많으시다면, 다양한 국내 사례와 정책 제안을 담은 [어쩌면, 사회주택 당신의 주거권은 안녕하십니까?] (최경호 지음, 자음과모음, 2024.)도 추천합니다.


[첫번째 북토크]

회원선정 올해의 권장도서 같이 읽기

우선 집부터, 파리의 사회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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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 총회에서 가장 많은 표를 받았던 "우선 집부터, 파리의 사회주택"을 같이 읽고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마련합니다. 온-오프 병행하여 진행하니 관심있는 동지들의 신청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이야기 초대손님 : 빈곤사회연대 이원호활동가

- 일시 : 25년 7월 8일(화) 19시

- 장소 : 현장실천사무실(마포구 동교로 41 2층)

- 신청링크 : https://forms.gle/PBxemRxBFfZESfof8

- 온라인 결합링크 추후공지


안 오면 땅을 치고 후회할

공공운수현장실천 2025 회원캠프

첨부 이미지

출범총회에서 우리는 약속했습니다. 역대급 블록버스터 여름캠프 사수!

여기 올려고 가입하는 회원도 있다는 바로 그 캠프(출처 확인중)

캠프파이어부터, 반드시 이수해야하는 공통 교육까지 원스톱서비스

투쟁과 캠프는 과할수록 좋다는 믿음으로

입소부터 퇴소까지 유익함+즐거움 풀코스로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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