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운수현장실천 뉴스레터 25-4호

조기대선과 노동운동의 과제, 창립총회 참가기, 퇴진투쟁의 기록, '올해의 책' 독후감

2025.04.24 | 조회 1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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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활동가조직추진위 뉴스레터입니다.

제4호 | 2025년 4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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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대선에서 사회대전환을 선택하자>

 

드디어 윤석열이 파면되었다. 하지만 민주주의의 온전한 회복까지는 아직 멀다. 윤석열은 사라졌지만 윤석열을 낳은 체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사회구조와 세력관계는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21대 대통령선거에서 노동자는 정권교체를 넘어 사회대전환을 선택해야 한다.

이기고 돌아왔다

윤석열이 대통령 관저에서 사저로 돌아가며 지지자들에게 남긴 말이다. 이를 정신 승리라고만 치부할 수 없다. 윤석열 탄핵 국면에서 극우 세력은 세를 키웠기 때문이다.

12.3 내란 사태는 몇 명의 망상이 아니라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극우 세력에서 비롯되었다. 극우는 단순한 보수주의를 넘어선다. 극우는 민주주의 부정, 배타적 국수주의, 소수자 혐오, 권위주의 지지와 직접행동주의 등의 특징을 지닌다. 한국에서는 반공-친미-친기업을 기반으로 하는 전통적인 보수 집단이 태극기 부대, 극우 기독교 세력, 온라인에서 혐오를 확산해 온 커뮤니티 사용자 등과 결합하며 극우 세력으로 성장했다. 그리고 윤석열 계엄과 탄핵 심판 과정에서 극우는 진화했다. 국민의 힘과의 정치적 연결이 커지는 등 제도 정치의 무대에서 힘을 키웠고, 파시즘의 전조로 볼 수 있는 극단적 경향도 강화되었다. 탄핵 이후에도 반노조, 반여성, 반소수자 혐오 정치는 사그라들기는커녕 오히려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정권 교체만으로 민주주의를 회복할 수 있을까?

민주당, 그리고 조국혁신당, 진보당이 참여하는 야5당 원탁회의, 일부 시민사회운동가들은 내란 세력 청산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에 표를 몰아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진보당의 대선 후보로 선출된 김재연 대표는 내란세력을 청산하라는 시대적 과업을 최우선에 두겠다며 범야권 단일화 추진을 지속하고 있다.

물론 윤석열의 내란을 인정조차 하지 않는 국민의힘의 재집권은 매우 끔찍한 일이다. 하지만 민주당으로의 정권 교체만으로 극우 정치의 제압이나 민주주의의 온전한 회복을 기대할 수 없다.

극우 정치는 극심한 불평등, 노동과 삶의 불안정을 토양 삼아 성장해 왔다. 민주당은 한국 사회의 신자유주의 재편을 주도하면서 불평등과 불안정을 키워 왔을 뿐 아니라, 말뿐인 포용, 통합으로 기성 정치에 대한 불신과 환멸을 높여 왔다. 극우 정치의 성장에 민주당 역시 정치적 책임이 있는 것이다.

민주당은 탄핵 과정에서 중도 우파를 선언하고 주52시간 상한을 허무는 반도체 특별법 추진, 상속세 완화, 금투세 폐지 등 부자 감세에 앞장서고 있다. 경기가 빠르게 침체로 접어들며 기업의 손쉬운 구조조정 지원과 임금-노동시간 유연화를 요구하는 기업의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이다. 민주당과 유력 대선 후보인 이재명이 자본의 공세에 선을 긋고 노동자와 평범한 시민들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대변해 줄리 만무하다. 민주당으로 정권교체가 된다 한들 민주주의와 노동자와 시민의 권리 회복은 외면되거나 이런저런 핑계로 미뤄질 것이 분명하다.

보수 양당 왼쪽의 대안 세력이 필요하다

극우 정치의 성장은 유럽이나 미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국제적 흐름이다. 다만 한국과 달리 유럽과 미국 모두 중도 정치가 약화 또는 몰락하고 극우 정치뿐 아니라 좌파 정치도 성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전 세계적으로 중도 정치 세력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신자유주의 재편을 주도하며 대중의 불만을 관리하는 역할을 해 왔다. 이제 신자유주의의 누적된 모순이 폭발하며 중도 정치의 몰락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민주당과 같은 중도 정치가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 민주당 왼쪽의 정치적 대안이 취약한 탓이다. 한국의 진보정당 운동의 이념과 정책은 민주당과 별반 차별성이 없거나, 사회운동과의 연계나 대중적 기반이 취약하다.

물론 거대 양당의 기득권 지키기에 기울어져 있는 정치제도의 한계도 분명하다. 하지만 보수 양당 체제가 굳건한 미국의 경우에도 민주당 내에서 민주적 사회주의자 세력이 확대되고 최근 반트럼프 전선을 주도하는 등 좌파적 정치 운동이 성장하고 있다.

거대 양당의 보수 정치가 아닌 좌파 정치에 대한 대중적 열망은 크다. 광장에서 나온 노동자와 시민의 요구는 보수 정당으로 대변될 수 없고 정권 교체로 실현될 수 없다. 보수 양당으로부터 독립적인 왼쪽의 대안 세력이 절실하다.

<사회대전환 대선대응 연석회의>로 모여 대선을 돌파하자

노동당·정의당·녹색당 등 진보정당들과 다양한 노동·사회운동 그룹들이 뭉쳐 사회대전환 대선 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를 결성했다. 연대회의는 함께 평등으로! 함께 체제전환 정치로!”를 기치로, 공동의 후보를 선출하여 공동으로 대선에 대응할 계획이다. 한상균 민주노총 전 위원장과 권영국 정의당 대표가 예비 후보로 나섰다. 42620시까지 선거인단을 모집하여 427일부터 30일까지 선거인단 투표로 후보가 결정된다.

<사회대전환 대선대응 연석회의>는 이번 대선에서 노동자와 민중의 요구를 온전하게 대변하겠다고 나선 유일한 세력이다. 비록 지금은 힘이 미약하고 당장의 당선 가능성도 낮아 보이지만, 노동자와 평범한 시민들의 사회 변화에 대한 열망을 모아 낼 수 있다면 의미 있는 세력으로 성장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민주노총은 429일 임시 중집을 열어 대선 방침을 논의한다. 지난 중집에서 진보정치 대한세력화, 친자본 보수후보 지지 금지 등을 담은 방침안이 제안되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번에도 내부 이견차가 커서 대선 방침을 결정하지 못 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기존 정치 지침이 대선 대응의 근거가 될 수밖에 없다. 공공운수노조는 42일 중집에서 진보정당과 함께 독자후보 전술을 지지할 것을 결정하였다.

다시 끈질기게 노동자 민중의 독자적인 정치세력화를 이야기하자

현장의 간부, 조합원에게 <사회대전환 대선대응 연석회의>의 경선 참여와 후보 지지를 제안하고 조직하는 일은 만만치 않다. 민주노총의 정치 방침과 조합원의 실제 투표 행위의 괴리는 점점 커져 왔다. 이 간극을 좁히기 위한 교육, 선전, 일상적인 정치활동은 부족했다. 평소에 노동자의 독자적인 정치 운동의 필요성에 대해 말하지 않다가 선거 시기에 갑자기 진보정당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니 설득이 어려운 것도 당연하다.

늦었다고 생각될 때가 가장 빠른 때다. 대선 시기는 정치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때다. 지금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현장에서 사회대전환 대선대응 연석회의 후보에 대한 지지와 노동자 민중의 독자적인 정치세력화의 필요성을 이야기하자.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했을 때 민주주의를 지켜 온 것은 노동자 민중의 광장 투쟁이었다. 하지만 광장 투쟁 이후 이어진 선거에서 보수 양당의 두터운 벽을 넘지 못 했고 민주주의의 온전한 실현과 실질적인 사회의 변화에 대한 열망은 번번히 꺾여 왔다. 덜 나쁜 쪽을 선택해 온 시간들이 쌓여 사회의 변화를 가로막는 벽을 만들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할 것인가? 아니면 이번에는 다른 미래를 만들어 갈 것인가? 우리에게 달려 있다. 21대 대통령선거에서 사회대전환을 선택하자.


광장의 민주주의를 현장의 민주주의로

'공공운수현장실천'이 출발한다!

 

김기연 / 부산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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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운동을 현장부터 튼튼히 세워 세상을 바꿔보자는 아주 커다란 조직의 회원이 되었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을까, 내가 어떤 활동을 해야 하나, 걱정이 많이 되고 아직 잘 모르고 노동운동에 대해 전혀 공부해본 적이 없는 나에게 이 모임은 무겁게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공공운수노조에서 노조를 만들고 활동을 하면서 느낀 갑갑함, 정규직 전환과정에서 느낀 비정규직 운동에 대해서 ‘공공운수 현장실천’이라는 모임을 통해서 토론하고 실천하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3월 29일, 윤석열 정권 퇴진투쟁의 길 한복판에 출범식을 하다.

2025년, 윤석열이 싸놓은 똥을 치워야 한다는 것과 자고 나면 믿기지 않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현실에서 노동자의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과 우리가 원하는 세상을 위해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는 것을 조금씩 알게 되었습니다. 뜻이 같은 동지들이 하나둘씩 모이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것 같다는 용기도 생겼습니다.

드디어 3월 29일 창립총회 출범식이 진행되었습니다. 전국에서 노동운동의 혁신을 위해, 노동운동의 발전을 위해서 서로 같은 뜻을 품고 전국에 흩어져 있는 동지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뜻깊은 자리였습니다. 처음 만나는 동지들도 계셨지만,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 투쟁을 같이 해주셨던 동지들도 계셔서, 오랜만에 만나는 반가운 자리이기도 했습니다. 부산에서 서울까지 먼 거리였지만, 전혀 멀지 않았을 만큼 반갑고 기쁜 자리였습니다.

‘공공운수현장활동가모임’라는 임시 이름으로 4개월 동안 활동하면서 현장의 회원들이 직접 선택한 이름, 공공운수현장실천이라는 이름으로 전국의 조합원들 앞에서 멋진 첫 출발이 선언되었습니다.

그간 4개월 동안의 연대와 토론 등의 활동을 공유받고, 앞으로 진행될 활동계획과 방향들, 회원 확대를 위해 모두가 노력할 것을 서로 약속하고, 각자의 지역의 활동가로서 역할을 다하고자 하는 마음들을 다지며 야무진 첫걸음의 역사적 현장에 함께 했습니다.

2부 국민건보고객센터의 자랑인 김금영 회원의 당찬 사회도 재미있었습니다. 전국 회원들의 개개인 인사를 통해 얼굴도 익히고, 각자의 결의를 듣는 시간도 좋았습니다. 뒤이어 현장 투표로 정해진 ‘공공운수현장실천’ 조직명을 담은 깃발에 나의 각오 한마디를 담아 뿌듯하고, 힘찬 출발을 같이 했습니다.

앞으로 해야 하는 여러 일들 중에서 같은 고민을 하고, 같은 뜻을 가지고 있는 동지들이 함께할 수 있도록 공공운수현장실천 조직활동에 최선을 다하고, 25년은 공공운수현장실천에서는 조기대선과 고공에 있는 노동자, 해고 노동자에 대한 토론과 연대 투쟁도 함께 할 것입니다.

“광장의 민주주의를 현장의 민주주의로”라는 출범선언문의 선언이 말이 아닌 행동으로 다가서게끔 활동하는 나 자신을, 우리 조직을 만들어 가자!


동지들, 폭싹 속았수다!

- 나의 탄핵투쟁 참가기 -

 

김진희 / 경기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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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안팎은 12월 3일 이전만큼 아니 이후보다 더 혼란스럽고 불안이 한 움큼인 시간이지만 2025년 계획한 사업들을 어떻게 잘 이행해나갈지 고민할 만큼 나름의 일상으로 접어든 4월 중순이다.

우리 현장실천 회원동지들은 윤석열 파면 이후 일상이 회복되셨는가? 조금은 몸과 맘이 평안한지 안부부터 묻게 되는 것은 아마도 그 회복한 일상이라는 것이 만만치 않은 일상이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지난 4개월을 복기해 보니 어찌 그렇게 지낼 수 있었을까 싶을 만큼 모였고 외쳤고 걸었다. 나는 1214일 여의도에서의 탄핵 가결 소식을 확인할 때와 4월 4일 헌재의 파면 인용을 확인할 때 내 안에서 터져 나온 환호와 웃음과 눈물이 무슨 의미였는지 들여다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이 글을 쓴다. 물론 겉으로는 다분히 기뻤고 뭔가 해결된 것 같고 이제 고생이 좀 덜하겠구나 하는 안도감은 있었다. 그런데 내 안에 불편함이 존재했던 것도 사실이라 무엇이 불편했는지 돌아보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123, 계엄직후 민주노총은 전체 소집지침을 내렸고, 밤샘 이후 서울로 집결했다. 이후 투쟁은 복기할 필요도 없을만큼 다 경험한 기억들일 것이다.

박근혜 퇴진투쟁을 치열하게 경험한 동지들은 그때와는 다르다고 했다. 광장을 이끌어가는 힘이 달랐다고 했고, 문화가 달라졌다고 했다. 10~30대의 청년들이 주도한 광장의 힘에 우리 노동자들은 이내 감탄하고 박수 쳐주며 광장의 주변인으로 겉돌았지만 길을 여는 민주노총이라는 정체성을 이슈화 시켜 알멩이 없는 스타만 배출한 느낌이다. 나만의 느낌인지는 모르겠다. 윤석열퇴진투쟁이후 우리의 이야기를 나눠보지 못했으니 아직은 확인할 길이 없지만 분명한 건 비슷한 감정을 가진 동지들이 있다는 것이다. 윤석열은 반헌법적 불법계엄을 저질렀지만 우리는 철저하게 법 테두리 안에서 그를 탄핵 하라고 국회에 요구했고, 헌법재판소에 파면을 인용하라고 요구했다. 우스운 생각이겠지만 100만이 모였다는 여의도 인파 사진을 보며 그렇게 많은 사람이 모였는데 화장실도 어렵고 먹기도 어렵고 오고 가기도 힘든 상황에 우리는 국회 담을 넘어갈 상상도 못해봤다는 것이다. 화장실을 개방하라고(아주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함), 국회 울타리를 열어 제껴보자는 상상이 불법적인 것인가? 그 넓은 국회 잔디밭을 노동자 시민에게 열라고 왜 요구하지 않고 국회 멀리 여의도공원까지 나래비로 늘어섰는지 그날의 항공 사진을 보며 생각했더랬다. 폭력 없는, 질서 있는 정권의퇴진이 진짜 노동자 시민이 바라는 다시 만날 세계로 인도할 것이라는 믿음은 도대체 어디에서 나왔나? 총파업을 한번 제대로 결의하고 조직해내지 못하는 우리 내부의 쪼그라든 민주노조의 상태가 조합원을 주변인으로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가?

작년 지역 현장순회 당시 조합원들은 계속 질문했다. 윤석열 퇴진투쟁에 우리가 전면에 나서면 내 삶의 무엇이 달라지는가? 박근혜 투쟁의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닌가? 죽 쒀서 개주는 꼴을 우리 보고 또 겪으라는 것인가? 무수한 질문에 제대로 답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조직해내지 못했다. 지역본부의 한계라고 핑계 대기 싫었다. 그것이 현재의 지역노동운동의 실력이라고 인정하고 누구의 부족함이 아닌 쪼그라든 이 상황을 어떻게 바꿔나갈 것인지 고민하고 함께 풀어나갈 수 있는 물꼬를 트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여의도에서 남태령에서 한강진에서 안국역에서의 투쟁에 모두 함께했다. 절절한 사연에 눈물도 흘렸고 우리가 모르던 이야기에 알아가는 기쁨도 있었고 '요즘 젊은애들 왜그래?'를 무색케할 만큼의 청년들의 똘똘함에 놀라기도 한 시간이였다. 우리는 이제 너무 늙었다는 자조 섞인 푸념도 늘어놓기도 하고 이전보다 한껏 늘어난 흰머리에 고생 많다는 인사도 종종 듣기도 한 시간이였는데 이젠 우리 앞에 놓인 과제들이 더 무겁고 어렵고 해결해 나가기 힘들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데에는 그리 긴 시간이 필요 없었다.

내란세력 종식이 먼저냐, 개헌이 먼저냐. 조기 대선으로 접어든 지금, 조합원들은 또 광장에서 함께 한 시민들은 민주노총의 역할을 요구하고 있지만 부응할 만큼의 실력이 채워지지 않았다는 것도 인정해야 하는 아픔이 있다. 결국은 법 테두리 안에서의 해결은 민중에게 가까이 있지 않았던 민주주의로의 회귀라는 것을 말해야 하지 않을까? 4개월동안 그토록 외쳤던 민주주의 회복, 헌정질서 회복은 그동안 핍박 받고 고통 받았던 노동자 민중들에게 회복할 민주주의가 있었던가? 고공에 올라가 있는 동지들의 외침이 하루아침에 일어난 일이 아닌 것처럼 그동안 묻혀있었던 현장 투쟁을 되살리고 민주노총 본연의 역할을 다시 한번 찾아야 한다. 여전히 차별과 배제, 억압에 눌린 이들을 일으켜 세울 힘을 내 안에서, 그리고 동지들에게서 찾아야 한다. 구호로만 남는 요구는 힘이 없다. 멋진 구호는 얼마든지 만들 수 있지만 구호를 요구로 바꾸고 반영되도록 투쟁하는 것이 바로 민주노총의 힘을 제대로 키워내고 대한민국 사회의 한 몫을 감당해 나갈 튼튼한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다. 내가 우리가 그리고 동지들이 그 튼튼한 조직의 한 일원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러려면 우리 공공운수현장실천 회원동지들! fighting 해야지 fighting 해야지!


회원이 선정한 '올해의 책' 독후감

 

공공운수현장실천 창립총회 날, 회원들이 선정해준 13권의 '올해의 책'을 한 권씩 선정해 독후감을 남깁니다. 첫 시작은 정찬무 회원의 독후감으로 시작합니다. 동지들의 독후감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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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없는 노동 (필 존스 지음)

 

정찬무 / 서울2모임

 

책을 읽다가 문득 영화 기생충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하나같이 변변한 일자리를 갖지 못해 피자포장 박스를 접던, 4명의 가족. 반지하방 좁은 창으로 드는 빛을 조명 삼아, 유일한 생계수단으로 접어대던 피자포장 박스 접기가 스쳐갔다.

책은 오늘날 자본주의의 선도산업인 AI-자동화 산업이 만들어내는 미세노동을 소개한다.

구글과 아마존, 메타와 같은 실리콘벨리의 거대 빅테크사업자들이 의뢰인이 되고, 메커니컬터크, 클릭워커 같은 클라우드워크 플랫폼 기업이 중계자가 되고 전 지구에서 있는 수 천만명의 잉여노동자가 참여하는 미세노동을 설명한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 차량 운행을 위해 기계학습이 필요한 경우, 건물과 도로지도 사진 따위를 외뢰인이 맡기면, 중계플렛폼 기업의 알고리즘이 자동으로 30초에서 몇 십 분 단위의 미세작업으로 일을 나누고, 잉여노동자들이 가입해 있는 중계플렛폼에 올린다. 전 세계의 잉여노동자들은 알고리즘이 올린 작업을 경쟁적으로 클릭해 미세노동을 할 수 있는 자격을 획득한다. 그들의 작업이란 이것은 건물, 저것은 자동차이것은 신호등, 저것은 고양이와 같이 마킹을 해서 결과를 중개플렛폼에 다시 올리는 일이다.

이런 미세노동의 대가는 대체로 1시간에 1달러가 되지 않는다.

이 대가를 임금이라고 부를 수도 없는데, 사용자가 누구라고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미세노동의 결과물 성과에 따라 의뢰인이나 중계플렛폼이 대가지급을 거부할 수도 있다. 중계플렛폼은 알고리즘에 따라 미세노동자들을 지속적으로 확대 모집하고, 경쟁적으로 작업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을 더욱 부추긴다. 미세노동만으론 임금의 원래 의미인 노동력 재생산은 불가능하다. 이런 노동을 비공식이거나 부업과 같은 것 쯤으로 생각할 수 있으나, 현실에서 잉여노동자들은 공식 노동시장에서 밀려난 난민촌, 빈민가, 경제붕괴지역, 더러는 감옥에 거주하며 완전한 실직으로 밀려난 사람들이다. 당연히 대다수는 남아메리카, 동남아시아, 인도반도를 포함한 범남반구에 분포해있다.

임금이라 하기 어려운 대가를 개선하기 위한 방법도 없다.

전 세계에 살며 중계플랫폼에만 연결된 이들은 모두가 점과 같아 서로를 연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건물에 마킹을 하거나, 데이터에 라벨링을 하거나, 텍스트를 분석하는 따위의 작업에 직업정체성도 찾을 수 없다. 유일한 공통점이라면 기계를 학습시켜, 자동화 능력을 발전시켜 더 많은 잉여노동자를 만들어내는 일을 하고 있다 것과 고작 1분 알고리즘에 고용과 실업을 반복하는 존재라는 점이다.

노동의 소외는 더 극단적이다.

내가 하고 있는 작업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작업의 결과물이 어떤 이해관계를 반영하는지 절대적으로 알 수가 없다. 하나의 예로 구글이 펜타곤으로부터 수주한 사업은 방대한 분량의 드론영상을 분류해 최종적으로 전쟁터에서 표적 인식률을 높이는 AI프로그램 개발이었다. 미세노동자들은 중계플렛폼을 통해 넘어온 작업으로 건물을 주변 모든 사물을 확인할 수 있도록 마킹했고, 거의 실시간분석을 가능하게 만들어 주었다. 하지만 아무도 이 작업이 전쟁의 도구를 위한 것인지 알지도 못했다. 얼굴에 태그를 지정하는 안면인식 훈련 작업들은 인종을 구분하고, 요주 인물은 감시하고, 소수민족 탄압하거, 빈민가에 대한 대대적 수색전에 사용된다. 당연히 미세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작업으로 누가 무엇을 통해 이득을 보는지 전혀 알 수 없고,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는 이들 또한 전쟁과 감시통제에 대한 아무런 책임을지지 않는다.

전혀 먼 이야기처럼 들리지 않았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골드만삭스의 주식딜러 600명의 일을 AI 알고리즘으로 대체해 2016년에는 단 두 명의 딜러만이 남았다고 한다. 맥도날드는 드라이브쓰루 창구 음성인식을 위해 AI스타트업을 인수했다. 우버는 관리자들이 운전자의 신원을 확인하는 업무를 모두 알고리즘과 미세노동자의 작업으로 옮겼다. 번역자들은 이미 중계플렛폼 속으로 모두 담겨지고 있는 중이다. 2030년까지 전세계 서비스업 절반이 자동화된다는 전망이 허구적으로 들리지 않았다. 1970~2017년까지 G7국가 제조업 노동자가 1/3에서 2/3까지 감소한 것을 경험한 것처럼, 망가진 자본주의는 이미 자본을 더 큰 규모로 재생산하지 못하고, 잉여노동력을 훨씬 더 큰 규모로 재생산하고 있는 것 같으니 말이다.

영화 기생충은 등장하는 인물 어느 누구 하나도 웃을 수 없는 비극으로 끝이 난다. 

빅테크 기업과 AI플렛폼 기업들은 하나같이 기술 발전의 청사진만을 이야기하고, 세계은행(IBRD)은 빈곤 퇴치를 말하면서, 미세노동을 확산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작가는 미세노동자들이 노동의 잉여화를 촉진하는 비극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하면서도, 미래는 배제된 사람들의 손에 달렸다고 이야기한다. 임금이 실종된 시대를 앞두고 임금을 넘어서는 세상을 진지하게 고민하자고 한다. 20세기와 같은 노동운동이 불가능해 보이지만 배제된 이들로부터, 잉여로 간주 되는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정치적행동의 분출을 만들어 나가자고 한다. 다가오는 미래가 비극이 될지 노동해방의 출발점이 될지 고민하는 이들이 함께 읽고 함께 고민해봤으면 좋겠다.


<회원 전체 토론회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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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대선과 노동자정치운동 그리고 현장실천

4.26(토) 14시, 강북노동자복지관 201호

회원동지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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