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호 | 2025년 3월 28일
<중도>의 함정에서 나와, <변혁>의 정방향으로 가야
독일 총선 결과의 시사점과 한국 노동자정치의 방향
이승철 / 회원, 서울2모임
익숙한 풍경, 바다 건너 닮은 정치
“극우세력이 부상하고, 이와 함께 중도보수-중도자유주의 정당도 발맞춰 우경화의 길을 걷는다. 외국인에 대한 혐오가 사회를 지배하고, 표를 노린 정치권은 부끄럼 없이 조응한다. 2030 남성층이 극우의 바람에 휩쓸리고, 진보와 사회대개혁을 외치는 청년 여성세대가 등장한다. 보수정치를 지지하는 노동자가 늘어나고, 전통적인 진보정당이 힘을 잃는다. 정치가 이전과 다른 혼란을 겪는 가운데, 기후위기와 AI 확대 등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하는 정치와 정책은 눈에 띄지 않는다.”
어느 나라 이야기 같은가. 첫 문장에서 전광훈과 국민의힘, 민주당이 떠올라도 당연하다. 20대 여성이 흔드는 광장의 응원봉이 생각나고, 옹색해진 처지의 노동당-녹색당-정의당-진보당이 보이는 것 역시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얼마 전 총선을 치른 독일 정치의 풍경이다. 그러나 한국일 수도 있고, 미국일 수도 있다. 참 많이 닮은 독일과 한국, 바다 건너 두 나라의 정치 이야기를 해보자.
후려쳐서 보는 독일 총선 결과
2025년 2월 23일, 독일의 21대 연방의회 선거가 마무리됐다. 승자는 단연 극우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였다. 2021년 이전 연방 선거에 비해 유권자 점유율을 두 배로 올린 AFD는 152석(득표율 20.8%)의 성적표를 받았다. AFD의 총리 후보인 엘리스 바이델은 이민 문제에 대해 매우 극단적인 강경 입장을 취하는 있으며, 이를 이유로 미국 일론 머스크로부터 찬사를 받기도 한 인물이다.
총선 이전 연립정부를 구성했던 두 중도좌파정당인 <사회민주당(SPD)>과 <녹색당(Grṻne)>은 각각 120석(득표율 16.4%)과 85석(득표율 11.6%)을 얻으며 크게 후퇴했다. 또 다른 연립정부 성원이었던 중도우파 <자유민주당(FDP)>은 5% 득표에 실패하며 원외로 밀려났다.
전통적 다수당인 중도우파 <기민련/기사련(CDU/CSU)>은 도합 208석(득표율 28.6%)를 얻으면서 3년여 만에 원내 1당의 지위를 되찾으며 총리 선출이 확실시되지만, 득표율이 30%에 미치지 못하며 2020년 이후 벌어진 전국선거에서 가장 낮은 득표를 기록하고 상당한 지지층을 AFD에 빼앗겼다는 점에서 ‘이겼지만 진 선거’로 평가된다. 그 외에 급진좌파당인 <좌파당(Die Linke)>이 64석(득표율 8.8%)을, 지역주의 정당인 <남슐레스비히 유권자 연합(SSW)>가 1석(득표율 0.1%)를 가져갔다.
붉은색이 사회민주당, 검은색이 기민련/기사련, 하늘색이 독일을 위한 대안, 초록색이 녹색당
독일 선거결과의 특징 ① : 극우정당 AFD의 약진
급진적 극우정당인 AFD의 약진이야말로 이번 독일 연방선거의 최대 이슈다. 나치 패망 이후 극우 정당의 첫 부상이다. AFD는 구 동독 지역의 베를린과 라이프치히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서 다수 득표를 기록했다. 또 서독 지역으로도 ‘서진’하고 있으며, 전통적인 보수정당인 CDU/CSU의 지지자 중 상당수를 획득했다. 나치 정권의 역사적 경험으로 혐오에 대한 경계가 투철하기로 유명한 독일에서, 이제 독일인 5명 중 1명은 극우정당인 AfD를 지지하게 됐다.
AfD는 총선을 앞두고 이민자를 몰아붙이며 극단적인 인종차별 정책을 내놓았다. 그 중대표적인 것은 범죄를 저지른 이민자들을 추방하는 것을 의미하는 “재이민(remigration)”이라는 매우 논란이 많은 정책이었다. 이는 이민자와 그 후손들의 대량 추방을 의미한다.
2024년 5월, 독일 법원은 “AfD가 민주적 질서를 폄훼하고 민주주의의 원칙과 양립할 수 없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선고한 기존 판결에 대한 AFD의 항소를 기각했다. 독일 동부의 튀링겐-작센안할트-작센 등 3개 주 정보기관은 AfD를 ‘우익 극단주의자’로 지정했다. AFD 튀링겐 지역 지도자인 비욘 횔케는 나치 슬로건인 “Alles für Deutschland(독일을 위한 모든 것)”를 사용한 혐의로 2회에 걸쳐 법원의 유죄 판결을 받았다. AFD 지지자들은 이번 선거운동 기간에도 (나치의 유산이란 이유로 금지된 구호인 Alles für Deutschland를 대체해) “Alice(AFD 당대표 이름) für Deutschland”라는 구호를 외쳤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원내 2당을 차지한 AFD가 독일 정부의 한 축을 담당할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독일의 주요 정당들은 ‘방화벽(Brandmauer)’이라는 이름의 극단주의 정당과 연대하지 않는 불문율을 공유하고 있다. 독일 원내 정당들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 이 방화벽을 사용해 극단주의 정당으로 간주되는 어떤 정당과도 협력하지 않았다.
독일 선거결과의 특징 ② : 중도정치의 몰락-후퇴
사회민주당은 독일은 물론 유럽의 대표적인 진보정당 ‘이었다.’ 1875년 창당 이후 올해로 149주년을 맞는 SPD는 유럽의회 교섭단체 중 하나인 <사회민주진보동맹>의 일원이며, 오랜 기간에 걸쳐 집권과 노동-인권 개혁을 시행했다.
1998년 연방 선거에서 거의 41%의 득표율을 기록했던 SPD는 2005년과 2009년 연방 선거에서 각각 34.2%와 23.0%의 득표율을 기록하는 등, 2000년대 들어서며 지지세가 꺾이기 시작했다. 하락의 시작은 2000년대 초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가 시행한 <아젠다 2010>이나 <하츠 개혁>이 시작된 시기와 일치한다. 이와 같은 SPD의 신자유주의 정책은 노동시장 규제를 완화하고 사회복지를 축소하는 내용이었다. 독일노총 등 조직노동자 계층과 SPD가 갈등을 겪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기민련/기사련 출신의 메르켈 총리가 장기 집권하던 시절에 야당으로서의 존재감을 꾸준히 보여주던 SPD는 결국 2021년 연방의회 선거에서 전체 의석의 4/1을 차지할 정도로 지지세를 회복했지만, 집권 4년간 경제위기를 빌미로 ▴감세 ▴기업지원 확대 ▴자동차 산업 보호에 따른 기후위기 대응 지연 등 우클릭을 반복하며 노동자와 서민의 신뢰를 잃었다. 급기야 2025년 선거의 최대 쟁점이었던 이민자 문제에 대해서도 애매모호하고 우유부단한 입장으로 일관했으며, 이 와중에 이민자를 시리아와 아프가니스탄으로 추방하는 것을 옹호했다.
SPD의 이번 선거 참패는 2024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이 패배한 것을 연상시킨다. 독일과 미국의 두 중도 정당은 이민 문제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또 진보적 경제 개혁을 채택하지 못한 채 당 내 민주적 사회주의 그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신자유주의 정책을 지속한 끝에 노동계급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 그 결과는 우리가 모두 보고 있는 현실과 같다. 나치 패망 이후 첫 극우정당의 급부상과 트럼프의 등장이다.
독일 선거결과의 특징 ③ : 좌파당의 등장과 부활
좌파당이 획득한 8.8% 득표율은 2021년 선거에서 얻었던 4.9%의 두 배에 육박하는 수치다. 선거를 앞둔 좌파당의 상황은 절망적이었다. 2024년 1월 좌파당 원내대표이자 대중적 인기가 높던 자라 바겐크네히트(Sahra Wagenknecht)가 자신의 이름을 딴 새로운 정당을 창당하며 이탈했다. 그 여파로 2024년 6월 유럽연합 의회 선거에서는 고작 2.7%의 득표에 그쳤다. 유일한 주총리였던 퇴링겐 주총리 재선에 실패했다. 이 모든 난관을 돌파한 결과가 이번 총선에서의 부활이었다.
활로는 기성 중도정당에 대한 날선 비판과 급진적인 대안 제출, 청년층을 겨냥한 적극적인 온라인 전략이었다.
2024년 11월 사민당-기민련/기사련-자민당 연정이 붕괴한 이후, 좌파당은 신속하게 사회-경제 정책에 초점을 둔 정책 프로그램을 마련해 2025년 1월 전당대회에서 채택했다. 좌파당이 주목한 것은 최근 몇 년 동안 심화해온 노동자-서민의 생계비 위기와, 이에 대한 기존 중도좌파-중도우파 정당의 빈곤한 정책대안이었다.
좌파당은 국가책임 확대를 위한 토대인 국가재정 확장을 위해 누진적 부유세 도입을 내놨다. 100만 유로 이상의 자산을 가진 사람에게는 1%, 5000만 유로 이상에는 5%, 10억 유로 이상에는 12%의 세율을 적용하자는 것이 좌파당의 주장이다. 좌파당 공동대표 얀 반 아켄은 전당대회에서 “수 백만명의 노동자의 노력으로 독일의 부를 창출했지만, 잘못 분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좌파당은 또 헌법에 명시된 부채 제한 조항을 개혁하자는 입장을 제시했다. 부채 제한 개혁에 따라 추가로 2,000억 유로를 지출할 수 있고, 이를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에게 지원하되,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고용 보장과 단체협약 준수에 동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민자 문제에 대해 모호한 태도로 일관한 중도정당들과 달리) 극우 세력에 대한 분명한 입장도 유지했다. AFD는 "파시스트들에게 한 치도 양보할 수 없다"면서 "좌파인 우리는 사회를 분열시키려는 시도와 이민자들에 대한 선동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좌파적 대안과 젊은 화법을 조화시킨 소셜 미디어 캠페인도 크게 역할을 했다. 좌파당 공동 의장인 하이디 라이히네크(Heidi Reichinnek)는 극우정당인 AfD에 대한 신랄한 비판으로 온라인에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라이히네크 의장은 58만명의 틱톡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으며, 게시물은 평균 7백만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ARD TV 보도에 따르면, 좌파당의 바이럴 비디오가 18~24세 유권자의 4분의 1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독일 선거결과의 특징 ④ : 여성의 정치적 등장과 노동자의 보수화
AfD는 자신을 ‘노동자(Arbeiter)’라고 스스로 규정하는 유권자들 사이에서 압도적인 선두를 보였으며, 특히 사무직 노동자 층에서 높은 지지를 받았다. 아울러 자영업자와 실업자 층에서도 높은 지지율을 보였다.
젊은 유권자들은 AFD와 좌파당 투표로 나뉘었다. 이 결과에는 성별이 크게 작용했다. 젊은 독일 남성들이 AFD로 이동하는 경향을 보이는 반면, 젊은 독일 여성들은 좌파당 쪽으로 계속해서 강하게 지지를 형성하고 있다. 그 격차는 30%p 수준에 이른다. 반면 그간 독일의 ‘중도 정치’를 좌우에서 이끌어 왔던 사회민주당과 기민련/기사련은 청년 세대로부터 가혹한 심판을 받았다.
그 방향이 극우든 좌파든, 2030세대의 분노 표출은 ‘성장과 풍요’을 약속한 중도정치의 실패가 길어지는 가운데, 그 대안으로 일부는 ‘혐오’를, 일부는 ‘평등’을 선택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대선을 앞둔 한국 진보정치는?
한국에서는 “광장의 목소리”라는 말이 유행이다. 최근 윤석열 탄핵-퇴진 투쟁 국면에 접어들면서 진보-보수-중도를 가리지 않고 국정기조의 방향이나 정책-법안의 입안 과정에서 근거로 드는 것이 바로 ‘광장의 목소리’다. ‘탄핵 이후의 세계’ 혹은 ‘사회대개혁’으로 나아가는 길을 찾기 위해서는 이 광장의 목소리가 누구로부터, 또 어디를 향해 외쳐지고 있는지를 찾아내는 것이 핵심 중 하나다.
서울 생활인구데이터를 기반으로 탄핵 찬반 양 집회 참가자를 연령과 성별로 분류하면, 탄핵 찬반을 막론하고 20대-30대 청년층의 집회참가 비중이 높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독일과 유사한 그림이다.
2030 세대의 집회참가 규모가 늘어나는 데에는 사회경제적 영향이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저성장-경제위기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청년층 특히 여성의 임금-고용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기 때문이다.
임금 불평등 지표로 사용되는 상위 10%와 하위 10% 컷오프 간의 임금 격차(P9010)는 시급 기준 3.33배(2023년 3.21배), 월급 기준 5.52배(2023년 5.05배)로, 각각 커졌다. 성별간 임금격차보다 고용형태별 임금격차가 더 크게 나타나는 한편, 비정규직 내에서도 임금차별이 여성에게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여성의 월평균임금은 244만원으로, 남성(372만원)의 65.6%에 불과하다. 남성 정규직 노동자 임금(430만원)을 100으로 할 때, 여성 비정규직은 39.4%(169만원)에 그친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에서도 25~34세 청년층 ‘쉬었음’ 인구가 2023년 3분기 33.6만 명에서 2024년 3분기에는 42.2만 명으로 증가했다. 청년층의 ‘쉬었음’ 응답 중 자발적 사유가 28%, 비자발적 사유가 72%다. 비자발적 ‘쉬었음’의 증가는 고용의 질이 하락하고 있는 현상을 나타내는 지표로 해석된다.
즉 독일과 같이 한국에서도 실패한 중도정치의 효과가 ‘혐오’와 ‘평등’ 양 방향으로 갈려 나타나고 있으며, 그 경계가 성별로 나타난다는 점이 특징이다. 대선에서 사회대개혁 혹은 체제전환을 전면에 내걸며 활로를 모색하려는 진보정당은 이 ‘평등’의 가치를 어떻게 급진적으로 재구성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지금 사회대개혁의 방향은 ‘중도정치 유지’를 위한 기존의 정치문법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다. 이런 측면에서 사실상 민주당 지지의 길로 가고 있는 진보당은 스스로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려는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자문할 필요가 있다. 또 대선 공동대응을 모색하고 있는 노동당-녹색당-정의당 등 진보3당은 상처받아 미래를 찾기 어려운 노동자-서민-청년에게 희망을 제시하면서 ‘혐오’가 아닌 ‘평등’의 가치를 선택하도록 하는 정책이 무엇인지 깊이 성찰해야 한다. 오늘 한국에서 좌파 정당이 주목받고 싶다면, 노동자와 중소자영업자, 청년을 공략하고 탈산업화-자동화-기후위기-AI의 영향으로부터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찾아내야 한다.
예컨대 한참 뜨거운 반도체특별법이 제정되면 삼성반도체의 세제 해택이 2천억에서 4조로 늘어나는 상황에서, 더 가혹하고 선명한 부자-법인 증세와 이를 통한 ‘민중을 위한 확장재정’을 내거는건 어떨까. 가계부채가 1,900조를 넘어서고,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91.7%로 세계 2위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 대다수가 주택마련과 생활비를 위해 울며 겨자 먹듯 부채의 그늘로 들어가고, 특히 청년과 노년층의 부채 취약성이 크게 드러나고, 자영업자의 다중채무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는 이 때에 ‘부채탕감’과 ‘주택공개념’을 결합해 정책화한다면 어떨까. 교황마저도 ‘가난한 나라의 부채 탕감’을 신년 메시지로 내고 있는 마당인데 말이다.
코로나19 이후 반복되는 경기침체로 상징되는 변화된 사회구조와 경제체제에 조응하는 경제정책-공공서비스정책-노동정책의 대전환이 바로 사회대전환의 실체라 할 수 있다. 그 해답은 바로 ‘공공성-노동권 확대-강화 전략’이며, ‘생명-안전’에 더해 ‘일상’의 국가책임 확대로 요구와 투쟁을 넓히는 것이 아닐까.
<회원기고>반쪽짜리가 아닌 온전한 산업안전보건규칙이 우리에겐 필요하다.
산업안전보건규칙 개정안 입법예고에 부쳐
정동헌 / 회원, 경기모임
내가 일하고 있는 쿠팡물류센터 현장은 폭염과 한파에 취약한 사업장이다. 한여름 실내 체감온도 30도를 웃도는 냉•난방장치 없는 현장에서 식사시간을 제외하고 하루 10분~20분 휴게시간을 지급받거나, 그것도 지급받지 못하는 센터들이 수두룩하다. 폭염기에는 고용노동부 가이드라인에 준수한다고 거기에 10분~20분의 휴게시간을 더 지급해주는 수준이다. 권고사항에 불과한 고용노동부 가이드라인으로 인해 폭염시기 매시간 지급되어야 할 휴게시간은 내가 일하고 있는 현장에서 제대로 지급되지 않았다. 기자회견과 인터뷰 등 기회가 될 때마다 폭염시기 휴게시간 지급을 ‘권고’가 아닌 ‘의무화’하는 산안법 개정의 필요성을 얘기해왔다.
작년 9월 산업안전보건법 39조가 개정되었다. 개정된 산안법 39조엔 폭염과 한파의 조건에서 장시간 일하는 노동자들의 건강장해를 예방하기 위한 사업주의 보건조치 의무가 명시되어 있다. 기후위기시대, 폭염과 한파에 노출되어 장시간 일해 왔던 노동자들의 투쟁이 만들어낸 성과였다. 산안법 개정의 후속조치로 1월 22일 고용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 하였다. 하지만 입법예고안의 내용은 그 취지가 무색하게도 반쪽짜리라 비판받고 있다.
이번 입법예고안에는 작업장소에서 체감온도가 31도를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냉방•통풍을 위한 온습도 조절장치를 설치하고 적절한 휴게시간을 부여할 것을 의무화하였으며, 체감온도가 33도를 넘을 경우에는 매 2시간 이내 20분 이상의 휴게시간 부여를 의무화했다. 폭염시기 휴게시간 부여를 그간의 ‘권고’가 아닌 ‘의무화’한 것은 일보전진이라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연속공정 등에는 예외조항을 두고 해당 규칙에서 연속공정이 무엇인지조차 명확히 규정하고 있지 않아 논란이 되었으며, 특수고용노동자에 대한 적용 규칙은 아예 빠져 그동안 방치되어 왔던 배달노동자, 골프장 경기보조원 노동자 등은 이번 개정안에도 포함되지 못해 차별적이라고 비판받았다, 작업중지권은 당연히 빠졌다. 여러모로 빈틈이 많고 한계가 존재하는 입법예고안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3월 말, 한 낯의 기온이 벌써 20도를 넘어간다. 전문가들은 4월부터 여름이 시작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작년 여름보다 더 덥고, 더 긴 여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폭염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로 치부할 수 없는 사회적 재난이다. 폭염의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정말로 위하는 산업안전보건규칙 개정안이라면 더 폭넓은 내용으로, 모든 노동자에게 차별 없이 적용되어야 한다.
부족하고 빈틈이 많은 입법예고안이지만 그것이라도 올여름 현장에서 잘 준수되는 것이 정말 중요할 것이다. 그리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투쟁들도 만들어 내야 할 것이다. 여름이 다가오고 있고 다양한 투쟁들이 있을 것이다. ‘하루를 일해도 존중 받는 일터, 노동자가 건강하고 안전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 나부터 앞장서서 노력하겠다.
<바로 내일> 공공운수사회서비스현장활동가조직 창립총회! 회원동지들을 초대합니다!
(가)공공운수사회서비스현장활동가조직 창립총회
2025년 3월 29일(토) 14시
서울 강북노동자복지관 5층 대강당(서울 마포구 환일길 13, 주차 불가)
■ 사전행사
■ 1부 창립 총회
[안건1] 회칙안 심의
[안건2] 운영위원 인준
[안건3] 2025년 사업계획과 예산
[안건4] 출범선언문 채택
■ 2부 출범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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