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의 말
안녕하세요, GM JAZZ의 에디터 Dj.Girin입니다.
격주로는 써야지 했는데 1달 뒤에 글이 올라오게 되었네요. 운영하고 있는 VMR 채널이 고양산업진흥원 콘텐츠 지원사업에 선정되어서 조금 바쁜 나날을 보냈습니다. 이번에는 팻 메스니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Pat Metheny가 공연 후 10페이지씩 노트를 쓴다는 걸 알고 나서, 제 게으름이 부끄러워졌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나름의 '삑사리'겠죠? 즐겁게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불완전함이 만든 완벽한 순간
Pat Metheny의 첫 솔로 앨범 'Bright Size Life'은 재즈 역사상 가장 극적인 탄생 비화를 가진 명반 중 하나다. 당시 거의 무명이었던 Jaco Pastorius와 Bob Moses와 함께 트리오를 결성해 녹음에 들어갔지만, 모든 조건이 최악이었다. 녹음 시간은 단 하루뿐이었고, 대부분의 곡을 한두 테이크 만에 끝내야 했다. 심지어 타이틀 트랙에는 큰 실수, 소위 삑사리가 있었는데 그것마저 편집하지 못하게 했다는 일화가 남아있다.
하지만 바로 그 불완전함이 앨범의 진정성을 만들어냈다. Pat Metheny 본인도 녹음 결과물에 실망했다고 회고하지만, 완벽하게 편집된 무결점의 음악보다 실수와 제약이 그대로 드러난 녹음이 시대를 초월하는 명반이 되었다. 예술에서 진정한 감동은 완벽함이 아니라 인간적인 취약성에서 나온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다.
Gary Burton이 Pat Metheny에게 지속적으로 "너만의 길을 가라"고 독려한 것처럼, 진정한 멘토십은 제자를 자신의 복사본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제자만의 고유한 목소리를 찾도록 돕는 것이다. 여러 악조건 속에서도 Pat Metheny가 자신만의 음악적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었던 것은 Gary Burton의 이런 믿음과 지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Feel is Everything
"Feel is everything." Pat Metheny의 이 명언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재즈 연주의 핵심을 관통하는 철학이다. 좋은 필만 있으면 설령 음을 좀 틀리게 연주해도 설득력이 생긴다는 통찰은, 음 자체보다 그것을 어떻게 전달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재즈에서 필은 단순히 정확한 박자를 지키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같은 멜로디라도 어떤 타이밍으로 연주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감정과 에너지를 전달할 수 있다. Pat Metheny가 강조하는 필은 음악적 대화에서 상대방의 호흡을 읽고 함께 호흡하는 능력이기도 하다. 기타 볼륨 노브 활용법도 마찬가지다. 볼륨을 5나 6에서 시작해서 계속 조금씩 조절하면서 표현의 깊이를 더한다고 설명했다.
Pat Metheny에게 멜로디는 단순히 아름다운 선율이 아니라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과정 자체다. Wes Montgomery처럼 연주하는 모든 것이 그다음으로 아주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능력을 강조했다. 멜로디의 각 음표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큰 이야기를 구성하는 문장처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한다는 철학이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청중을 위하여
Pat Metheny가 젊은 음악가들에게 해준 조언 중 가장 인상 깊은 것은 "당신의 음악을 들어줄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다"는 말이다. 당장의 반응이나 트렌드에 휘둘리지 않고, 시간을 초월하는 가치를 추구하라는 메시지다. 지금 당장 이해받지 못하거나 인정받지 못하더라도, 진정성 있는 작품은 언젠가 그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될 것이라는 믿음이다.
Pat Metheny는 스스로 'Bright Size Life' 시절보다 지금 자신이 10배는 더 나은 음악가라고 자신한다. 뒤에는 정말 엄청난 노력이 있었다. 공연이 끝나면 매번 10페이지씩 노트를 쓴다고 한다. 본인도 그게 약간 강박적일 수 있고, 정신 질환과의 경계에 있을 수도 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그런 집요함이 그를 평범한 연주자가 아닌 거장의 반열에 올려놓은 원동력이었다.
재즈에서 '듣기'는 단순히 귀로 소리를 인지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상대방의 음악적 의도를 파악하고, 그에 적절히 반응하며, 함께 새로운 음악적 순간을 만들어내는 적극적인 참여 과정이다. 아무리 뛰어난 개인 기량을 가져도 다른 연주자들과 진정한 대화를 나누지 못한다면 그것은 혼자만의 독백에 불과하다.
멘토와 제자, 그리고 독립의 순간
Pat Metheny에게 Gary Burton은 단순한 멘토 그 이상이었다. Burton이 Metheny에게 지속적으로 "너만의 길을 가라"고 독려한 것이 바로 'Bright Size Life' 앨범의 시작점이 되었다. 당시 Gary Burton은 사실상 프로듀서 역할을 모두 했지만 크레딧에는 이름을 올리지 않았을 정도로 Pat Metheny의 독립적인 아티스트로서의 성장을 우선시했다.
진정한 멘토십은 제자를 자신의 복사본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제자만의 고유한 목소리를 찾도록 돕는 것이다. Gary Burton은 Pat Metheny가 기존 재즈 기타리스트들의 패턴을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사운드와 접근법을 개발하도록 격려했다. 이런 믿음과 지지가 있었기에 Pat Metheny는 여러 악조건 속에서도 자신만의 음악적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었다.
Burton의 겸손한 뒷받침은 진정한 예술적 유산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자신의 이름을 크레딧에서 빼면서까지 제자의 독립을 도운 것은 단순한 배려를 넘어선 예술가적 철학이었다. 진짜 스승은 제자의 그림자가 아니라 빛이 되어주는 사람이다. 최고의 선생님은 제자가 자신을 뛰어넘기를 바라는 사람이지 않을까.
강박과 예술 사이에서
Pat Metheny는 스스로 'Bright Size Life' 시절보다 지금 자신이 10배는 더 나은 음악가라고 자신한다. 뒤에는 정말 엄청난 노력이 있었다. 곡을 여러 키로 연습하고, 젊을 때부터 약물이나 술은 아예 멀리했으며, 심지어 공연이 끝나면 매번 10페이지씩 노트를 쓴다고 한다. 매번 10페이지의 노트를 쓴다는 것은 거의 강박적일 수 있는 수준이다.
Pat Metheny 본인도 그게 약간 강박적일 수 있고, 정신 질환과의 경계에 있을 수도 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그런 집요함이 그를 평범한 연주자가 아닌 거장의 반열에 올려놓은 원동력이었다. 완벽을 추구하면서도 그 과정에서 생기는 불완전함과 모순을 받아들이는 성숙한 예술가의 자세를 보여준다.
예술가에게 강박은 때로는 독이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약이 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그 강박을 어떻게 건설적인 방향으로 승화시키느냐다. Pat Metheny의 경우, 그 집요함이 음악적 성장의 동력이 되었고, 결과적으로 시대를 초월하는 작품들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참고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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