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JAZZ] 재린이를 위한 퓨전재즈 리슨 가이드

에디터의 말

안녕하세요, GM JAZZ의 에디터 Dj.Girin입니다.

지난 Vol.1에서는 퓨전재즈의 시작점이 된 마일스 데이비스의 'IN A SILENT WAY'부터 프랭크 자파, 조 자위눌, 장뤼 퐁티까지 퓨전재즈의 초기 혁신가들을 살펴보았습니다.

Vol.2에서는 70년대 중반부터 80년대에 걸쳐 퓨전재즈가 어떻게 성장하고 진화했는지, 그리고 어떤 새로운 음악적 가능성을 열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해당 시기는 퓨전재즈가 대중적 인기를 얻으면서도 동시에 더욱 실험적이고 기술적으로 정교해졌습니다.

마일스 데이비스와 함께 연주했던 많은 뮤지션들이 각자의 음악적 비전을 펼쳐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혁신적이고 영향력 있는 5개의 앨범을 소개해 드립니다. 함께 퓨전재즈의 황금기를 탐험해 볼까요?

뒷 내용부터는 평서문 형태로 각 앨범을 소개할 예정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HERBIE HANCOCK - HEAD HUNTERS (1973)

허비 행콕의 'HEAD HUNTERS'는 재즈 역사상 최초로 플래티넘 인증을 받은 앨범이다. 마일스 데이비스의 '2기 퀸텟'에서 활동했던 행콕은 실험적인 전자음악을 접한 후, 펑크와 R&B 리듬을 재즈에 본격적으로 접목시켰다.

단 4곡으로 구성된 이 앨범은 기존의 '메이드 인 디트로이트' 밴드 대신 새로운 멤버들과 녹음했다. 특히 베이시스트 폴 잭슨의 합류는 중요한 변화였다. 그의 '썽크'(thump) 베이스 주법은 앨범의 그루브를 이끌었고, 빌 서머스의 드럼, 벤니 모핀의 색소폰도 새롭게 합류했다.

오프닝 트랙 'Chameleon'은 15분 넘게 이어지는 펑키한 리프가 특징이다. 행콕이 ARP 오디세이 신디사이저로 연주한 베이스 라인은 이후 수많은 뮤지션들에게 샘플링되었다. 'Watermelon Man'은 행콕의 초기 히트곡을 아프리카적 요소와 함께 재해석했는데, 빈 병을 불어 소리를 내는 도입부가 인상적이다.

'HEAD HUNTERS'는 퓨전재즈의 상업적 성공 가능성을 증명했고, 재즈와 펑크의 크로스오버 장르인 '재즈-펑크(Jazz-Funk)'의 기틀을 마련했다. 행콕은 복잡한 화성적 지식을 바탕으로 단순하고 강력한 그루브를 만들어냈으며, 향후에 트레이드마크가 되었다.

WEATHER REPORT - HEAVY WEATHER (1977)

웨더 리포트의 'HEAVY WEATHER'는 밴드의 7번째 앨범이자 가장 상업적으로 성공한 작품이다. 조 자위눌과 웨인 쇼터가 이끌었으며 퓨전재즈의 가장 완성도 높은 사운드를 구축했다. 특히 베이시스트 자코 파스토리우스의 합류로 밴드의 사운드는 한층 더 진화했다.

오프닝 트랙 'Birdland'는 웨더 리포트의 대표곡이자 퓨전재즈의 기준점이 되었다. 자위눌의 경쾌한 신디사이저 리프와 자코의 역동적인 베이스 플레이가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빌보드 차트에도 올라가며 대중적 인기를 얻었다.

'A Remark You Made'는 웨인 쇼터의 서정적인 색소폰과 파스토리우스의 프렛리스 베이스가 돋보이는 발라드다. 자위눌의 신디사이저가 만들어내는 풍부한 음향은 마치 오케스트라의 층을 이루는 듯하다. 'Teen Town'은 자코가 작곡한 곡으로, 빠르고 묵직한 베이스 테크닉을 들을 수 있다.

'HEAVY WEATHER'는 각 연주자의 뛰어난 기량이 돋보이면서도 전체적으로 밀도 높은 앙상블 사운드를 이룬다. 복잡한 리듬과 화성이 사용되었지만, 대중적인 접근성도 놓치지 않은 균형 잡힌 앨범이다. 퓨전 재즈가 어떤 음악적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CHICK COREA - RETURN TO FOREVER (1972)

칙 코리아의 'RETURN TO FOREVER'는 그가 이끈 밴드와 동명의 제목을 가진 앨범이다. 마일스 데이비스의 일렉트릭 밴드에서 활동한 칙 코리아는 라틴과 퓨전 재즈의 결합을 통해 자신만의 음악적 정체성을 확립했다.

브라질 보컬리스트 플로라 푸림, 베이시스트 스탠리 클락, 드러머 에어토 모레이라와 함께한 이 앨범은 ECM 레이블에서 발매되었다. 모든 트랙이 화성적으로 풍부하며 몽환적인 분위기를 지니고 있다. 특히 타이틀 트랙 'Return to Forever'와 'Crystal Silence'는 재즈 퓨전의 명곡으로 손꼽힌다.

이후 앨범들에서는 보다 록(Rock) 지향적인 사운드로 변화했지만, 첫 앨범에서는 브라질리안 재즈와 전자 음향의 미묘한 결합이 돋보인다. 코리아의 일렉트릭 피아노와 클락의 베이스 플레이는 그들의 미래 작업을 암시하는 듯하다.

나중에 리턴 투 포에버는 기타리스트 알 디 메올라가 합류하며 보다 강렬한 퓨전 사운드를 추구했지만, 첫 앨범의 서정적인 분위기는 퓨전재즈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 시켜주었다.

PAT METHENY - BRIGHT SIZE LIFE (1976)

팻 메스니의 데뷔 앨범 'BRIGHT SIZE LIFE'는 ECM 레이블에서 발매된 작품으로, 현대 재즈 기타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단 21세의 나이로 녹음했으며, 재즈, 컨트리, 포크 음악의 요소를 자연스럽게 융합시켰다.

베이시스트 자코 파스토리우스, 드러머 밥 모제스와 함께한 트리오 포맷의 이 앨범은 미니멀한 구성에도 불구하고 풍부한 음향을 들려준다. 맑고 깨끗한 기타 톤과 화려한 베이스 플레이가 완벽한 균형을 이룬다.

타이틀 트랙 'Bright Size Life'는 경쾌한 리듬과 멜로디가 돋보이는 곡이다. 'Sirabhorn'과 'Unity Village'는 메스니의 서정적인 작곡 스타일을 잘 보여준다. 'Omaha Celebration'에서는 미국 중서부의 넓은 풍경이 음악으로 표현된 듯한 개방감을 느낄 수 있다.

전체적으로 테크닉보다는 음악적 표현과 작곡에 중점을 뒀다. 메스니는 이후 자신의 그룹과 함께 보다 복잡한 사운드를 추구했지만, 데뷔 앨범의 순수함과 명료함은 여전히 그의 음악적 뿌리로 남아있다.

MAHAVISHNU ORCHESTRA - THE INNER MOUNTING FLAME (1971)

기타리스트 존 맥러플린이 이끈 마하비쉬누 오케스트라의 데뷔 앨범 'THE INNER MOUNTING FLAME'은 재즈와 하드록의 강렬한 결합을 보여준다. 퓨전재즈의 역사에서 가장 에너지 넘치고 기술적으로 뛰어난 작품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맥러플린은 마일스 데이비스의 'Bitches Brew'에 참여한 후, 자신의 영적 탐구와 음악적 비전을 담은 밴드를 결성했다. 제리 굿맨(바이올린), 잔 해머(키보드), 릭 레어드(베이스), 빌리 콥햄(드럼)으로 구성된 이 앙상블은 놀라운 기교와 강력한 앙상블 플레이를 보여준다.

'Meeting of the Spirits'와 'The Dance of Maya'는 복잡한 리듬 패턴과 빠른 템포 변화가 특징이다. 특히 홀수 박자(5/4, 7/4, 9/8 등)가 트레이드마크였다. 'A Lotus on Irish Streams'는 보다 서정적인 면모를 보여주며, 'The Noonward Race'는 드럼과 기타의 폭발적인 에너지가 돋보인다.

마하비쉬누 오케스트라의 음악은 맥러플린의 인도 철학과 영성에 대한 관심이 반영됬다. 기교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감정적, 영적 차원의 탐구를 같이 맛볼 수 있다. 이후 프로그레시브 록과 재즈 메탈 같은 장르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