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보름간의 곡물창고 입하 소식 ▧
초월일기 16
친구가 명상을 알려줘서 명상에 흥미가 생겼는데 명상을 하려고 하다 보니 명상과 일기 쓰기가 닿아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일기 쓰기는 명상만큼의 파급력이 있다 그 친구는 명상을 하면 달라질 거라고 말했고 명상이 주는 쾌락이 너무 커서 술도 끊었다고 했다 내게 일기가 주는 쾌락도 그와 맞먹는다는 생각이 든다
호저, 초월일기
마네킹 같은 것
지금은 없는 상점 주인들은 입혔던 옷을 가차 없이 벗겨놓았다. 어둠 속에서도 희미한 가로등에 의지해 몸을 빛내고 있기 때문에 멀리서도 마네킹인 걸 알아볼 수 있다. 어떤 자세로든 조금 관심을 끌고 있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김깃, ~같은 것
유령들을 위한 미술관
나는 나의 [일부]다. 그리고 나는 나의 초과이기도 한데, 나를 초과하는 것은 나와 같거나 다른 것들이 갖고 있다는 생각을 근래에 한다. 나는 잎과 뿌리, 줄기와 잎일 뿐만 아니라 작품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그만큼 인간과 유령 사이를 오간다.
끝이 없는 장난
흐릿하나 분명하고 확실한 어떤 근거가 생각이 났다. 그러고는 곧바로 잊어버렸다. 나는 술에 취해 있었던 탓이다. 나는 곧바로 어떤 사실을 알게 되었고 입을 열어 말했다. 바텐더가 내 잃어버린 기념품이란 사실을.
에피, 밀밭의 낱알들
▧ 창고 깊숙한 곳에서 찾아낸 랜덤 게시물 1편 ▧
반딧불
반딧불 하나가 어둠 속에 있다. 그 반딧불은 드넓게 펼쳐진 밤의 수해를 가로지르며 앞으로 이동한다. 한 사람이 천천히 앞으로 걷는 것과 같은 속도이다. 그 반딧불은 거대한 나무의 나뭇가지들 사이로 안착한다.
에피, 미아와 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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