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보름간의 곡물창고 입하 소식 ▧
장마를 위한 기도
한 번 쓰고 버려지는 믿음이
우리의 슬픔을 대신하면서
햇빛 사이로 보이는 빗줄기
풍경이 견고해진다
잠수부, 불투명함을 위한 투명함
태풍
누군가 내 팔을 붙잡고 거기로 가지 말라고 외친다. 나무가 흔들리는 소리 때문에 나는 잘 듣지 못한다. 뭐라고 했어. 창문 닫으라고. 창문을 닫고 외출을 자제해 달라고. 나는 사람들의 말이 잘 들리지 않는다. 뭐라고 했어요, 방금.
깨우고 사라지기
어제는 날씨가 좋았다고 한다. 나는 양말을 빨랫줄에 널고 햇볕에 잠을 자는 비둘기를 본다. 비둘기를 깨우고 싶지 않다. 누군가 나를 깨웠는데, 일어나보니 날씨가 좋다. 나는 잠깐 벤치에 앉아서 숨을 돌린다. 숨을 돌리는 사이에 누군가의 숨소리가 들렸는데 고개를 돌리니 아무도 없다. 사람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
미친풀, 수요일에 쓰는 사람
▧ 창고 깊숙한 곳에서 찾아낸 랜덤 게시물 1편 ▧
리틀 라이언
‘작은’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그것은 지평선 위에 커다랗게 그려져 있다. 그리고 그것은 장난감 태양처럼 빈 캔버스 위를 그림 속의 열기로 물들여가기 시작했다.
에피, 도시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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